간극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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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of the gaps

"...gaps which they will fill up with God."

"...틈새는 신에 의해서 채워질 것이다."
 
ㅡ H.Drummond 출처

과학적 방법을 위시한 방법론적 자연주의로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것, 즉 "간극" 은 의 영역에 해당한다는 논증.

1 설명

틈새의 신이라고도 한다.

현대과학으로 밝혀내는 이론들과 이론들, 학설들의 사이사이에는 아직 미처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간극" 이 존재한다는데, 이를 통해 간극의 신 지지자들은 몇 가지 결론을 이끌어낸다.

주로 부화뇌동하는 근본주의 창조설자들이나 굉장히 질 낮은 지적설계론자들이 들고 나타나는 쉰내나는 떡밥. 과학과 종교 간의 관계에서 조망해 보면 조금 미묘한데, 과학은 결코 이 간극을 밝혀낼 수 없을 것이며[1] 그와 동시에 이를 다시 생각하면 과학이 한계점을 만날 때 과학은 초자연적 설계자의 존재를 암시한다는 게 이 입장이다. 신의 영역은 과학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과학과 종교가 적대 관계라는 관점과도 어느 정도 통한다. 유신론적 진화론이 결정적으로 지적설계 진영과 등을 돌리는 지점이기도 하다.[2]

통사적으로 보자면 인류의 진보와 지식의 발전에 따라 간극의 신 논증이 그 유효성을 다할 때가 가까웠다는 관측이 많다. 먼 과거에야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세상에는 위험한 것 투성이인데다 인간의 힘으로 환경을 컨트롤할 여지가 거의 없었으니 간극의 신 논증이 꽤 힘을 발휘했겠지만, 그 시절의 도구를 가져다가 현대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명백히 무리라는 것.

2014년 현재 가장 대표적인 "간극" 관련 로는 주로 다음과 같은 주제들을 꼽아볼 수 있다. 사실 실제로 간극인 것보다는 애저녁에 파헤쳐진 주제들이 대다수고, 그나마 실제로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부분들 역시, 지적설계보다는 넘사벽급으로 정교한 가설들이 이미 애저녁에 제시되어 지금까지 "아는 사람들만 아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

  • 현대과학은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것은 우주와 생명이 신에게서 왔기 때문이다.
  • 현대과학은 인간의 마음과 뇌의 메커니즘과 영혼의 신비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것은 영혼이 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 현대과학은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과학만으로는 이 간극이 결코 채워질 수 없다.
  • 현대과학은 화석들 사이의 미싱 링크를 아직까지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간극은 신의 창조를 웅변한다.[3]
  • 현대과학은 인체의 면역체계가 어떻게 그렇게 정교하게 진화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내가 보기엔 자료도 불완전하다.[4]

취소선은 그렇다 치더라도 흔히 간극이랍시고 거론되는 것들은 그 분야 전공자들이 들었다간 뒷목 잡을 것들인 경우가 많다.(…)

2 문제점

일차적으로, 자연주의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부분을 왜 구태여 같은 초자연적, 초월적 존재로 설명해야만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 "간극" 도 마찬가지로 자연주의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시나리오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현대과학의 홍수 속에서 신의 역할을 어딘가 정해주고 마지노선을 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 사실을 믿음에 끼워맞추려는 그들만의 조잡한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보면 간극의 신 논증은 아주 전형적인 무지에 호소하는 논증(Argumentum Ad Ignorantiam)이라는 오류에 속한다. 과학이고 뭐고 다 제쳐두고 논리 차원에서만 생각한다면 그 "간극" 이 과연 자연적으로 설명이 될지 아니면 초자연적으로 설명이 될지는 어느 쪽으로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무엇을 현대과학이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간극에다 대뜸 초자연적 결론을 박아놓고 그것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간극의 신 논증이 된다.

현실적으로 보면 대다수의 간극의 신 논증 지지자들은 현대과학이 무엇을 발견했고 성취했으며 깨달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미 애저녁에 논파된 지 오래인 낡은 떡밥을 무슨 에픽이나 유니크도 아니고 레어급 아이템득템한 게이머마냥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내미는 꼴을 마주하는 과학자들은 그야말로 혼이 빠져나간다.(…) 과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호령한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기네 무지만을 드러내는 셈. 짧게 말하면 적지 않은 지지자들은 지적으로도 성실하기는커녕 도리어 게으르다.

과학의 발전의 차원에서 보면, 무엇보다도 간극의 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나타난다. 현대과학은 점차 그 "간극" 을 흡수해 지워가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간극의 신 논증은 신의 자리를 간극으로 배정해 주었는데, 문제는 점차 이 간극이 사라지고 있으니 현실로부터 신이 개입할 기회도 점차 줄어드는 것. 조금만 예상해 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이 통치하는 세상은 아예 없어지거나 내지는 거의 사라질 비극적인 운명에 놓이게 됨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의 눈물

신학적인 관점에서도 여전히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도 자연 만물을 통치하고 다스리는 절대자로서의 역할을 다 빼앗아 버린 채 현대과학이 알지 못하는 극도로 제한된 영역으로 신을 감금해 버렸다. 신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을 지정해 준다는 것이 도리어 신성모독을 저지른 셈. 신학자들도 이에 대해서 호된 비판을 퍼붓고 있어서, 일례로 D.본회퍼는 "모르는 것으로부터가 아니라 아는 것으로부터 신을 발견할 것" 이라고 반박했고, B.B.워필드는 "진리의 자녀이자 빛의 자녀인 우리들은 누구보다도 앞서서 진리를 탐구할 책임이 있다" 며 간극(?)을 줄여나가는 일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 바 있다.

과학vs종교 관점에서 보면, 현대과학으로 밝혀낸 사실들에는 어째서 신이 손을 대지 못하느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자연법칙과 현상들을 따라서 신이 자연스럽게 섭리할 수도 있는 것이며, 실제로 유럽권 그리스도교 및 가톨릭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새로운 이해가 종교계에 잔잔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중.

그 외에도 지적설계의 경우와 동일하게, 간극을 설령 신이 채우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신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방법이 없다. 지적설계의 논증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반론이 여기서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셈.

3 관련 항목

  1. 다시 말해 종교적 설명의 영역의 침범에서 패배할 것이며
  2. 프랜시스 콜린스를 비롯한 여러 네임드 유신론적 진화론자들의 저작들 속에서 간극의 신 논증은 대개 탈탈 털리는 역할로 등장한다.(…) 특히 과학과 종교가 상호보완적이라고 믿는 인물들에게, 과학의 영역 따로, 종교의 영역 따로 배정해주는 데다가 기껏 신이 서 있을 자리는 달랑 "간극" 만 남겨주고도 만족하는 간극의 신 논증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떡밥일 뿐.
  3. 이 소리도 진화론을 이해도 하지 못하는 주제에 반대한답시고 나대는 작자들이 쉬지도 않고 읊어대는 건데, 이럴 때마다 결코 빠지지 않는 드립이 두 화석 사이를 채우는 화석을 하나 찾으면 미싱 링크가 1개에서 2개로 늘어났다는 개소리다(...).
  4. 실제로 지적설계 논쟁을 다룬 펜실베이니아 재판에서 나왔던 말. '네가 모르면 없는거냐?' 라는 대답을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