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자

한자문화권의 문자(漢字文化圈의 文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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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자간화자신자체히라가나가타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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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한글구결자측천문자
서하 문자
만요가나
헨타이가나
쯔놈

簡化字; (간체자)简化字
(영어)Simplified Chinese characters

1 개관

1964년에 중국의 '문자공작위원회'에서 간화자 총표를 제정하여 만든 새로운 글자체이다.

용어상 혼란을 줄이기 위해 아래에 명칭을 정리한다.

한국어
* 간체자(簡體字) : 중국의 문자 개혁에 따라 글자 모양을 간략하게 고친 한자.
* 속자(俗字) : 한자를 원래 글자보다 획을 간단하게 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모양으로 만들어 세간에서 널리 쓰는 글자. 필기체에서 많이 쓰이며, 비표준이므로 공식 규범에서 벗어난 글자가 많다.
* 약자(略字) : 한자의 점이나 획 일부를 생략하여 간략하게 한 글자. 속자와는 달리 약자는 표준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다. 한국어 기준으로 중국의 简化字(간화자), 일본의 新字体(신자체) 모두 약자에 해당한다.
중국어
* 简体ㆍ簡體(간체) : 简体字(간체자), 简体中文(간체중문), 简笔字(간필자), 简化字(간화자) 등 아래의 뜻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가장 폭넓은 개념.
* 简体字ㆍ簡體字(간체자) : 한자를 간략하게 쓴 글자. 한국어의 약자(略字), 속자(俗字)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简笔字(간필자)[1]도 같은 뜻. 중국어권의 일반인들은 简化字(간화자)를 가리킬 때도 흔히 简体字(간체자)라고 부른다.
* 简化字ㆍ簡化字(간화자) : 중화인민공화국이 1964년에 공포하고, 1986년에 수정한 ≪简化字总表(간화자총표)≫를 표준으로 하는 간략화된 한자. 중화인민공화국 공식 명칭이다. 이에 상대되는 개념은 繁体字(번체자)라고 한다.
* 二简字ㆍ二簡字(이간자) : 중국문자개혁위원회[2]가 1977년 12월 20일 발표한 ≪제2차 한자간략화방안(第二次汉字简化方案) (초안)≫의 간략화된 한자. 1986년 6월 24일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 ≪제1차 간체자표(第一批简体字表)≫의 간략화된 한자 : 중화민국 교육부가 1935년 8월 21일에 발표하였다. 1936년 2월 5일 행정원(行政院)의 명령에 따라 교육부는 간체자 추진을 '잠시 늦춘다'는 훈령을 내리고, ≪제1차 간체자표≫는 철회, 폐지하였다.
* 简体中文ㆍ簡體中文(간체중문) : 简化字(간화자) 사용 환경의 컴퓨터 문자 코드 체계. ISO 15924 코드 Hans. 중국 정부에서 제정한 문자 코드 규격은 GB 2312 코드 및 GBK, GB 18030 코드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의 중국 대륙용 중국어 판본 명칭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현재는 유니코드의 한중일 통합한자[3]가 더욱 광범위하게 쓰인다.[4]
* 简化ㆍ簡化(간화) : [동사] 간략화하다. 줄이다. simplify

위에도 밝혔듯이 한국어에서는 '간체자'가 바른 표현이고, 심지어 중국어권 사람들도 简化字(간화자)와 简体字(간체자)를 구분없이 섞어쓰고 있기 때문에, 용어 사용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亼(集) 같은 글자는 '간체자'이지만 '간화자'는 아니다. 물론 중국어권 사람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일상 대화에서는 이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딱히 크지 않기 때문에 '간체자', '간화자' 둘 다 잘 쓰인다. 대만, 홍콩 등의 정자 사용권 사람들은 간체자를 깔 때, 글자가 '망가졌다'(殘疾)[5], '일부만 남겨놨다'(殘餘)는 뜻을 담아서 마침 발음도 비슷한 殘體字(잔체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2 배경

漢字不滅,中國必亡。(한자를 없애지 않으면 중국은 망한다.)

- 루쉰

루쉰(노신, 魯迅)이 한자폐지를 주장할 때 사용했던 문구다. 물론 지금 와서 보면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력을 지닌 강대국이고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마카오도 한자를 쓰면서도 경제력이 있는 국가ㆍ지역이기에 이게 뭔 소린가 하겠지만, 근대화에 늦은 중국에서 한자는 근대화에 뒤쳐지게 만든 원흉, 전근대성의 상징으로 여겨져 청나라 말기 때부터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 '한자를 폐기합시다 한자는 근대화의 원쑤!'하며 대차게 까였다. 이에 대해 중국어로 표음문자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 한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표음문자를 만들자는 주장. 이는 주음부호로 구체화되었고, 현재 중화민국에서 한자 발음 표기에 쓰이고 있지만, 애초에는 한자 자체를 대체할 새로운 문자로 구상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음 '자모'(字母)[6]라고 하려고 했지만 주음 '부호'가 된 것이다.
  • 로마자로 전환하자는 주장. 이는 후에 한어병음으로 구체화되었다.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에서 표준중국어의 모든 로마자 표기는 한어병음을 따른다[7].
  • 이외에도 상당한 조선통이었던 위안스카이가 한글을 수입하려고 했으나 망국의 글자를 쓰기가 뭣하다며 포기했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다. 이 이야기는 1950년대에 중국에서 문자개혁위원회를 열어 2,000여 건의 새로운 문자 체계 제안을 접수했을 때, 한글도 그 제안 중 하나였던 사실이 와전된 것일 수도 있다. 당시 마오쩌둥이 스탈린에게도 의견을 물었는데, 스탈린은 '고유 문자를 왜 바꾸느냐'고 자못 대인배스러운 조언을 해 주었고, 결국 한자가 살아남았다는 얘기도 있다. 중국은 일단 민족 간 평등을 주장하는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자들은 대체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갔다. 소련 역시 그 탄압이 심했다던 스탈린 시대에조차도 분리주의자나 민족주의자는 처형되었지만, 러시아어의 방언으로 간주된 우크라이나어를 제외하면 문자나 언어가 탄압받은 적은 없다. 단 원래 문자가 없던 민족들에게는 키릴문자를 강요한 바는 있다. 다만 인공어 에스페란토는 탄압했다고 한다.

그러나 애초에 '전근대적인 거니까 없애고 보자!'라는 생각이 그다지 합리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한자로 된 방대한 문자 역사를 가진 중국, 그리고 방언 간의 차이가 극심한 중국어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운동을 진행한 결과, 새로운 문자로 갈아타려는 시도는 결국 대중의 시큰둥한 반응과 함께 대차게 말아먹고 말았다.

결국 한자의 간략화 작업은 일종의 절충안이었던 셈인데, 중국 국민당중화민국 시절부터 비슷한 노력이 몇 차례 시행되었으나 반대로 무산되었고, 최종적으로 중국공산당의 손으로 시행되었다. 1차 간략화 계획이 성공하자 2차 간략화 계획이 실시되었는데 이것은 한자를 너무 줄인 나머지 반발이 극심해서 폐지되었다(밑에서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는 민간에서 쓰는 약자에 흡수되어 비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쓰이기도 한다.

3 상세

'간화방안'은 몇 갈래로 나뉘는데,

  • 한자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부수인 변(邊)과 방(旁)[8]을 간략화. 예를 들어 (語 > 语... '言' 부수는 다 저렇게 '讠'으로 변형. 삼수변이 아니다.)
  • 형성자의 소리 부분을 대체 (遠 > 远)
  • 뜻이나 음이 같은 글자를 통폐합하는 법, (鬪, 斗 > 斗) 용쟁호두
  • 자형의 일부만 남김 (習 > 习)
  • 특징적인 부분과 윤곽만 남김 (飛 > 飞, 廣 > 广)
  • 초서체의 해서체화 (車 > 车, 書 > 书)
  • 민간에서 비공식적으로 쓰던 약자를 표준화 (買 > 买, 風 > 风)
  • 전통적인 방법으로 새로 만든 글자 (護 > 护, 筆 > 笔)
  • 완전히 새로운 글자 (漢 > 汉)

'간화방안'에 대해서 이해해야 할 점은 한자를 무작정 멋대로 줄이거나 합쳐서 쉽게 만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간체자 대부분은 비공식적으로 존재하던 한자 중에 쉬운 것을 택해 공식화하거나 고문자 용법을 되살리거나 필기체를 활자체로 승격한 것이다. 대만인이나 일본인이 필기할 때 門자를 门으로, 貝자를 贝으로 쓰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으며 이것은 '간화방안'의 영향과는 상관없다. 실제로 강희자전에 속자(俗字)라고 실려있는 간체자도 꽤 많으며 우리나라의 옥편이나 일본의 자전에 이체자(異體字)라든가 약자, 속자라고 실려 있는 것도 꽤 된다. 일본의 신자체와 중국의 간체자 중 겹치는 것이 많은 것도(体, 写, 会 등) 중국이 일본에서 이런 글자를 역수입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한자문화권에 널리 퍼져 있던 글자이기 때문이다.

즉 요약해 말하자면 간체자는 완전히 새로 만든 문자라기보다는 정체자에 초서, 행서, 민간 속자 등을 혼합한 것이 많다.

4 정체자와의 차이

정자로만 한자를 배우고 중국어를 모르는 한국인에게는 꽤나 이질적으로 다가오나, 정체자를 알고 있다면 간략화 원칙에 따라 간체자를 읽고 추측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정체자를 알고 며칠만 간체자를 공부한다면 대부분 알 수 있고, 처음부터 간체자를 배우는 것은 원래 목표대로 정체자를 배우는 것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글자를 익힐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간체자만으로 교육받은 대륙인도 상당수의 정체자를 (좀 느리더라도) 읽어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자의 1/3 정도가 바뀐 것이고, 바뀐 것의 대부분이 門 → 门 등 일부 부수가 자동적으로 바뀐 것이며, 나머지도 형성자(形聲字) 구조일 경우에는 발음 부분의 유사함, 또는 문장 맥락으로 인해 쉽게 유추할 수 있으니 정체자를 읽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물론 문장은 길면 길 수록, 획수는 적으면 적을 수록 해독에 유리해 진다. 다만 손으로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대만인정체자 못쓰냐며 존나깐다

4.1 자동변환 문제

요즘에는 정체자를 간체자로 변환하려면 컴퓨터로 손쉽게 할 수 있으나, 문제는 간체자가 단지 모든 정체자를 일대일로 변환한 게 아니라 두 글자 이상을 한 글자로 합친 경우도 일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云(이를 운)과 雲(구름 운)을 云 자로 합쳐버렸다. 이것은 雲의 고문자의 의미를 되살린 것이다. 원래 云은 안개, 구름이 솟아오르는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로 본래 구름이라는 뜻이었으나, '이를 운'(말하다)의 뜻으로 이 글자를 쓰게 되자(가차), 이와 구별하기 위해 雨(비 우)[9]자를 덧붙인 것인데, 이것을 되돌린 것이다. 쉽게 말해서 모양이 똑같아지자 형성자를 새로 만들어 떨어져 나갔던 한자를 다시 합친 것이다. 대부분 발음이 똑같은 글자가 합쳐졌으나 성조 등의 발음이 차이 나는 경우도 있는데, 发(fa) 같은 경우에는 發(필 발)일 때는 제1성으로, 髮(머리 발)일 때는 제4성으로 구별해서 읽어야 한다. 심지어 세 글자를 하나로 합친 것도 있는데, 幹(줄기 간), 乾(마를 건)[10], 干(방패 간)을 전부 干으로 합친 것이 그 예이다.

물론 이런 글자도 그냥 발음이 같다고 냅다 합친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상호 호환되며 사용된 내력이 있는 경우에만 합친 것이다. 예를 들면 後(뒤 후)와 后(왕후 후)는 정체자에서는 구분되는 문자고, 간체자는 後를 버리고 后만을 양쪽 의미로 쓰는데, 명나라 때 문헌을 보면 이 둘은 같이 사용됐다.

물론 컴퓨터는 대부분의 경우 문맥에 맞춰서 변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0% 확실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에는 인간이 확인해 주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또한 인명이거나 지명일 경우에는 유명한 이름이 아닌 이상 컴퓨터라도 도무지 알 길이 없고, 특히 고전 문헌의 경우에는 답이 없다. 직접 확인해줘야 한다. 때문에 아직 정체자를 쓰는 대만인이 대륙에서 비행기표를 예약할 때 다른 사람과 혼동되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도 한다.

5 찬반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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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의 파괴' 대 '일상사용의 편리'

찬성론과 반대론은 반박과 함께 기재.

5.1 찬성론과 반박

  • 필기에 용이 - 획수가 적고 모양이 간단하여 필기하기 편하다.
    • 반박: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필기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필기시에 貝를 贝로, 門을 门으로 쓴다거나 하는 것은 어차피 정체자를 써도 할 수 있는 것이니 딱히 의미가 없다.
  • 문맹 퇴치 - 문맹률이 높았던 대륙의 문제를 해결한 공신이다.
    • 반박: 정체자 사용권인 대만, 홍콩, 마카오 모두 문해율(文解率; 문자해독률)이 대단히 높다. 문해율은 문자 자체보다는 대중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결정하는 것이며, 대륙의 문맹퇴치도 한자간략화사업이 아닌 교육개혁에 인한 것이다. 한글의 장점으로 낮은 문맹률을 꼽는 사람이 있으나 마찬가지 이유로 잘못된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스웨덴, 프랑스, 영국처럼 문해율이 높은 국가들은 모두 교육 체계가 선진화되어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발음과 철자가 비일관적인 영어를 쓰는 영미권 국가들은 왜 문해율이 낮겠는가.

5.2 반대론과 반박

  • 역사성 - 한대 이래로 거의 변하지 않고 내려온 한자의 전통을 인위적으로 변경했다. 현재의 간체자는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 아니고 정부 주도의 사업으로 단기간 안에 이루어진 거라 한자의 본 의미를 무시하고 글자 구성 요소를 변경해서 본디 의미가 훼손되었다. 정체자 사용권의 사람들은 고대의 문헌을 직접 읽을 수 있는 데 반하여 대륙인은 그렇지 못하다.
    • 반박: 한자는 갑골문 이래로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간체자는 그 전통을 계승할 따름이다.[11][12]또한 대다수의 간체자는 민간에서 엄연히 존재해 온 역사성을 갖춘 글자다. 대륙인들도 조금 더 어려워졌을 뿐, 충분히 고대 문헌 독해가 가능하다. 중국에서는 전문(全文) 간체자로 작성된 고대 문헌 관련 서적, 문장이 전혀 문제없이 쓰이고 있다.
  • 여러 글자를 하나로 통합한 한자 - 發(발)과 髮(발)을 发로, 云(운)과 雲(운)을 云으로 통합하는 등 복수의 한자를 하나로 합친 것이 많아 혼동을 빚는다.
    • 반박: 현대 중국어는 대부분이 2음절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통합된 한자에 따른 혼란은 적은 편이다.
  • 비일관성 - 간략화된 글자 구성 요소에 일관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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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간체자에 쓰인 한자 구성 요소(汉字构件)를 보고 다른 간체자를 올바로 유추할 수가 없다.

6 간체자에 반대하는 움직임

6.1 무심지애(无心之爱) - 마음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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没有, 我该如何 ? (마음(心)이 없는데 사랑(愛)을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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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친할 친)은 간체자가 되면서 見(见; 볼 견) 자가 사라진 亲이 되었다. 愛(사랑 애)는 간체자가 되면서 心(마음 심)이 사라져서 爱가 되었다. 친구라고 하면서 서로를 살피지 않고,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 속에 마음은 없다... (후략)

간체자에 반대하는 말 중 대표적인 글귀다. 愛의 간화자는 心 부수를 뺀 爱이므로, 한자가 담는 어원적 가치가 간략화로 인해 손실되었음을 역설하는 문구다. 단 냉정한 입장에서 생각하면 말장난으로 억지부린다는 느낌도 있다.

문화대혁명도 이제 반세기 전의 일이고 중국 전통문화를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현재는 손글씨보다 타이핑이 대세라서 중국에서도 정체자를 부활하자는 주장이 이따금씩 눈에 띈다.

6.2 정체를 알고 간체를 쓰자

识正写简(식정사간) 또는 识正书简(식정서간). 대만의 정치인 마잉주가 주장했다. 양안 교류 활성화를 위해 대만에서도 한자 교육 체계를 이원화하고 간체자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었으나 폭넓은 지지는 얻지 못하였다. 대륙 정부에 대한 반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대만인이 평소 쓰는 약자나 속자는 중국 간화자와 같은 것들이 꽤 되는데, 간화자 중에서는 한자문화권에서 공유되는 간단한 속자와 약자들을 정식으로 채용한 게 많으므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에서도 정체자를 교육하자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대륙인들은 사실상 정체자를 상당수 읽을 수 있긴 하나 학교에서도 제대로 교육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 의무교육에서 정체자 교육은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7 간화자 이외의 한자 간략화 사례

7.1 중화민국 시대 《제1차 간체자표(第一批简体字表)》

중화민국이 중국 대륙을 지배하고 있었던 1935년에 민간에서 쓰이고 있던 간략한 글자들을 취합해 반포한 간체자 324자(즉 나머지 글자는 정자 그대로 쓴다는 뜻). 하지만 훗날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제정한 简化字(간화자)처럼 정체자 대신 이것을 쓰라고 강요하진 않았다. 그리고 중화민국 정부 내부에서 이것이 중화 문화를 파괴한다면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것은 중단했다. 완전 취소라고 한 게 아니고 속도 조절을 하자는 취지였으나 결국 중화민국(국부천대 이후 포함)의 한자 간략화는 이대로 마지막이 됐다. 아무래도 중화민국은 국부천대 후 중화인민공화국이 '간화자'를 제정함에 따라 중화 문명의 정통성을 따지는 문제 때문에 자체적인 한자 간략화 사업을 추진하기가 꺼림칙했을 듯하다. 게다가 장제스는 전통 문화 보존에 큰 가치를 두지 않은 한국의 박정희(예: 한글 전용 추진)와 달리 전통 문화 보존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사람이라(예: 국공내전 말기 국립고궁박물원의 대만 이전) 개인적인 거부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화민국이 대륙에 있었을 때 《제1차 간체자표》 반대 의견에 따라 이것을 정지시킨 사람도 다름아닌 장제스였다.

《제1차 간체자표》는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의 '간화자' 제정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애초에 20세기 초에 있었던 여러 한자간략화론자들의 제안 중 일부가 《제1차 간체자표》에 포함된 거고, 중화인민공화국의 '간화자'는 그것들을 참고하되 더 간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7.2 싱가포르

표준중국어가 공용어 4개 중에 하나인 싱가포르는 독자적인 간체자를 사용했다. 싱가포르는 헌법에 네 공용어를 규정하고 있는데, Chinese(중국어)가 아니라 Mandarin(관화, 즉 표준중국어)이 이 중 하나로 돼 있다. 다른 중국어권 국가·지역이나 국제연합(중국어가 공용어 6개 중 하나)에서는 그냥 Chinese(한어·중문)이라고 규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싱가포르는 비범(?)하게도 Mandarin이라고 딱 고정시켜 놨다. 근데 싱가포르 내 화교 중에 다른 중국어 방언 사용자들이거나 그들의 2·3세인 경우가 많아 이 헌법 조항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하다. 중화민국, 중화인민공화국은 Chinese는 당연히 Mandarin 이렇게 생각할 테니 이런 규정이 불필요했고 참고로, 헌법에 규정된 건 아니지만, 싱가포르에서 쓰이는 표준중국어를 '싱가포르 표준 중국어(新加坡標準華語)'라고 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의 보통화, 중화민국의 국어에 대응되는 표준 규정인 셈이다. 하지만 자기만의 독자적인 간체자를 운용하는 건 무리라서 현재는 폐기하고 공식적으로는 중국 대륙에서 정한 간체자로 이행했다. 물론 한어병음방안도 사용한다. 그러나 민간에서 많이 사용하는 정체자를 딱히 규제하지는 않으며 간판이나 수입서적 등 곳곳에 정체자가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생아의 이름도 정체자로 올릴 수 있다.

싱가포르 표준 한자의 변천사는 다음과 같다.

  • 1969년 이전 : 전통적인 한자 사용. 대부분은 당연히 정체자 또는 번체자라고 부르는 글자 모양이다.
  • 1969년 : 《간체자표(簡體字表)》 반포. 간략화된 글자가 502자라 일명 《502》라고도 한다.
  • 1974년 : 《간체자총표(簡體字總表)》 반포. 중화인민공화국 《간화자총표》를 대폭 반영하되 기존 싱가포르 《간체자표》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간화자총표》보다 간략화된 글자 10개는 유지.
  • 1976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간화자총표》를 그대로 사용.

1969년의 싱가포르 특유의 간체자는 중화민국이 중국 대륙에 있던 시절에 만든 《제1차 간체자표》와 비슷한 것도 있었고, 중화인민공화국 '간화자'와 비슷한 것도 있었으며, 드물게 《제2차 한자간화방안》(아래에서 설명)과 비슷한 경우도 있었다. 소수의 글자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간화자'보다는 덜 간략화된 편이다. 예를 들어 議를 중화인민공화국 '간화자'로는 议로 쓰는데, 이 당시 싱가포르의 간체자로는 言+义의 형태로 썼다.[13] 그러다가 싱가포르만의 독자적인 간체자를 쓰는 게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1974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간화자'를 거의 다 수용했다. 다만 1969년에 중화인민공화국 '간화자'보다 더 간략하게 만들어진 10자는 그대로 유지했다. 따라서 이 해 싱가포르의 표준 한자들은 중화인민공화국보다 살짝 더 간략화됐던 셈이다. 하지만 겨우 10자만 싱가포르의 독자적인 글자를 쓰는 것은 뻘짓이라 판단했는지 1976년, 그냥 모든 글자를 중화인민공화국의 것과 동일하게 바꿨다. 현재 이것이 싱가포르의 표준이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이 정체자도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긴 하다.

7.3 중화인민공화국 《제2차 한자간화방안》

중화인민공화국 한자 간화의 흑역사가 된, 지금의 간화자보다 더 간략화하려던 방안이다. 이 방안에 따라 만들어진 한자(기존 한자의 용법을 바꾼 것도 포함)들을 일명 二简字(이간자)(이하 '이간자'로 표기)라고 한다.

1975년 《제2차 한자간화방안(초안)》[14]이 나왔고 1981년 《제2차 한자간화방안(수정 초안)》[15]이 나왔다. 이후 기존 간체자를 이것으로 완전히 대체하려고 했는데, 1986년에 와서 취소했다. 이미 기존 간체자를 학습한 사람들이 한자를 새로 다시 익히는 것에 불편을 많이 호소했기 때문이었다. '이간자'의 초안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이 문제를 정부 내부에서만 논의한 게 아니라 실제로 각종 관영매체 등에서 시험 사용에 들어갔기 때문에 대중들도 이미 접하고 있었다. 한자 '교체' 작업을 한 번만 하는 게 아니라 두 번씩이나 하는 건 사람들 헷갈리게만 만드는 뻘짓이라 당연한 귀결이었다. 굳이 이 방안대로 간략화할 것이었으면 처음 간략화할 때부터 이 방식대로 했어야 했다. 간체자 제정 당시에는 문맹자가 많았으니 간체자를 새로 만들었어도 전파에 저항이 크지 않았지만, '이간자'가 나왔을 당시에는 교육 체제가 정비돼서 문맹자가 많이 줄었다. 간체자 제정 당시 문맹이 많은 건 한자가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와서는 순전히 교육 인프라의 문제였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실제로 정체자 쓰는 지역은 한자 학습이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한자를 전파하려고 하니 저항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폐기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제2차 한자간화방안》은 기존 간략화 한자보다 획을 더 간략화하였고, 서로 다른 여러 글자들을 이전보다 더 심하게 한 글자로 병합해 버렸다.

  • 기존보다 획을 더욱 간략하게 만든 경우
《제1차 한자간화방안》의 貝→贝, 頁→页과 유사한 간화 방법을 채용했다.
제1차 한자간화방안의 雲→云, 電→电과 유사한 방식이다.
  • 새로운 형성자(形聲字)를 만드는 경우: 灌 이간자, 原 이간자[17]
  • 부분을 줄이거나 없앤 경우: 糖 이간자
  • 복잡한 부분을 부호로 바꾼 경우: 檀 이간자
  • 기존에 구분돼 있던 글자들을 한데 통합한 경우 : 泰→太, 鳜→桂
단지 발음이 비슷해서 한데 통합한 것일 뿐이다. 획수를 줄이면서 통합도 한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는 기존에 있던 간체자의 형태가 변하지 않은 것만 예로 든다.
  • 기존보다 획을 더욱 간략하게 만들면서 기존에 구분돼 있던 글자들을 한데 통합한 경우 : 菜·蔡 이간자

초서체를 해서 형태로 바꾼 글자들은 점 하나 차이라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구분이 안 돼서 문제다. 물론 기존 한자들 중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기는 하나(예: 大 犬 太, 王 玉 主), 예로 든 事와 高는 '이간자' 형태보다 획이 많아도 시각적으로 확실히 구분된다. 참고로 《제1차 한자간화방안》에 의한 간체자나 일본 신자체 등 간략화된 자형의 문제점으로서 머릿속에 명확하게 인식이 안 되고 다른 글자들과 명확하게 구분이 안 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쓰기 편하다고 학습하기 쉬운 게 아니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근데 '이간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또한 원래 《제1차 한자간화방안》에서도 이미 원래는 다른 글자였던 걸 한데 통합한 경우들이 꽤 있긴 하다. 穀을 谷으로 합병한 게 한 예이다. 그런데 '이간자'는 기존 간체자보다 그 정도가 더 심해서 한자임에도 표음문자(그 중에서도 음절 문자)의 성격이 매우 강해졌다. 위에서 예로 든 鳜(鱖 쏘가리 궐·궤)이 '이간자'에서 桂(계수나무 계)로 통합된 것도 그렇다. 이러면 표의성이 이전보다 한층 떨어지고 표음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게되는데, 표음문자의 장점을 완전히 반영하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표의문자로서의 의미 구분은 더 불명확해서 헷갈릴 위험성이 증가한다. 즉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간자'는 비록 취소됐지만 1975년부터 1986년에 걸쳐 10년 넘게 준비했기 때문에 아직도 몇가지 영향들이 남았다. 일부 글자는 민간에서 비공식 약자로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계란을 鸡蛋이 아닌 鸡旦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또, 원래 다른 글자였지만 '이간자'에서는 한데 병합할 예정이었던 한자로 미리 성을 간 사람들도 있어서 원래 같은 성이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다른 성이 돼 있기도 하다. 다만 기존 간체자에도 해당 글자가 포함된 경우에 한하고, '이간자'에서 글자 모양까지 바꾼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 글자들은 '이간자'가 공식 문자로 지정이 돼야 쓸 수 있으니깐. 현재는 미리 '이간자' 정식 반포를 예상하고 성을 바꾼 사람들피해자들과 안 바꾼 사람들이 공존한다.

이렇게 성을 간 경우를 몇 개 예를 들어본다. 괄호 안은 《제1차 한자간화방안》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응되는 정체자이다.

  • 萧(蕭)→
蕭와 는 다른 글자지만 민간에서 발음이 유사한 를 蕭의 대용자로 쓰는 경우들이 예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 阎(閻)→闫(閆)
원래 閻과 閆 자는 아예 서로 통용 가능한 이체자(異體字) 관계에 있는데 《제1차 한자간화방안》에서는 둘을 한 쪽으로 병합하지 않고 각각 간화해서 阎과 闫이 되었다. 그러다가 《제2차 한자간화방안》에서는 阎을 획이 적은 闫으로 병합하려 했던 것이고. 합칠 거면 처음 간화할 때 합쳤어야지
  • 蓝(藍)→兰(蘭)
  • 傅→付
  • 戴→代

7.4 정체자 사용권

정체를 쓰는 나라는 한국대만, 지역으로는 홍콩마카오[18] 정도이다. 또 화교 사회에서도 정체자가 널리 쓰인다.

도서관에 가도 정체자 서적 찾기가 정말 힘든 중국과는 달리 대만에서는 간체자 도서 수업을 규제하지 않으며 온라인 서점에서도 대륙의 간체자 사용 서적을 살 수 있다. 중국에서도 정체자 사용을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체자는 옛날 글자이고 이제는 간체자가 표준이라는 입장.

대만이나 홍콩인이 본토인에 대해 갖는 경제적 우위에 따른 우월 의식이 한자 자체에도 영향을 미쳐 정체를 부와 간지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홍콩 쪽의 한자는 간체자는 물론이고 기존 번체자권에서도 보기 힘든 광동어 전용 한자들이 제법 된다. 한때 유니코드에 반영이 되지 않아서 일부 부수를 임시로 o나 D(ex. D的)로 쓸 정도. 자세한 것은 광동어 문서 참조.

정체자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도 강희자전의 서체와 다르게 채택된 자형들도 있는데 일부는 속자(俗字)로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靑 대신 青, 敎 대신 教, 爲 대신 為를 쓴다든가 者에서 日 위의 점을 찍지 않는다든가 등등... 물론 전자를 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점점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중화민국에서 제정한 국자표준자체(國字標準字體)에서도 후자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7.5 일본

일본도 전후 정서법(正書法) 개혁을 하면서 소위 신자체라는 한자 간략화를 실시하였다. 상술했다시피 약자나 속자 대부분은 한자 문화권 공통으로 존재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신자체와 형태가 같은 간체자도 많이 있으나, 정체자, 간체자, 신자체 3개 모두 다른 형태의 한자도 꽤 된다. 龍(용 룡)자의 경우, 신자체는 竜[19]이나 간화자는 龙[20]이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가만 냅뒀는데 일본에서만 약자로 대체된 자도 극소수지만 있긴 있는데, 부처 불(佛 → 仏), 큰 덕(德 → 徳), 검을 흑(黑 → 黒) 등이 그것이다. 사실 徳, 黒은 전통적으로 이체자로 널리 쓰이는 자형들이었고 현재도 필기에서는 쓰이는 경우들이 있는데, 일본은 아예 공식적으로 인정해서 인쇄체에서도 쓰인다는 차이가 있다.

신자체는 간체자와 달리 유추해서 관련 글자들이 자동적으로 간략화되게 규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용한자 외의 글자들은 예전 구자체 그대로 쓰는 게 원칙인데, 종종 신자체를 상용 외 한자에까지 유추한 확장 신자체가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아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신자체에 안 들어간 비공식 약자들도 종종 쓰인다. 이런 현상은 다른 한자 문화권 국가들도 흔히 있는 일이므로 그 자체는 특이한 건 아니다. 신자체 문서에 설명이 있으니 참고하자.

7.6 한국

예전부터 한자 사용층에서는 약자, 속자를 쓰는 것을 매우 탐탁찮게 보았다. 또한 한글전용 정책으로 한자 사용이 줄어들면서 굳이 한자를 간략하게 만들 필요성을 못 느꼈다. 중국어를 배우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히 한문이나 한자를 배우는 경우 간체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정체자를 사용한다. 한국에서 한자 교육은 한국어 어휘에 대한 이해 능력을 키우자는 목적 외에도 1990년대 이전 시기의 출판물, 고전 문헌 등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자는 데도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금 염(塩←鹽), 바위 암(岩←巖) 등 정자가 아닌 속자가 더 많이 쓰이는 경우도 있다. 속자가 아예 정자로 정착해 버린 예도 있는데, 풍년 풍(豊←豐)이 대표적인 예이다. 현행법상 인명용 한자에서는 약자를 쓰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약자도 꽤 많이 있다(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37조 제2항). 예를 들어, '國' 대신 '国'을 쓰는 것도 허용된다.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간략화한 글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막힐 울(鬱)의 약자로 중국과 일본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한국에서만 쓰인다. 아래의 예와는 달리 유니코드(U+3b57)로 등록되어 컴퓨터로 입력 가능하다. 이 글자는 고전문헌에도 자주 나올 뿐만 아니라 현대에도 자주 쓰이는데 특히 한의학계 종사자는 거의 鬱 대신 㭗로 쓴다. 鬱의 획수가 29획이나 되지만 일본에서도 상용한자가 아니기에 따로 대응된 신자체는 없고, 중국 간체자인 郁은 한국에서는 인명에서 '욱'으로 많이 쓰이는 글자라 호환성이 없다.

廣(넓을 광)의 약자로 쓰인 예가 조선 숙종 때 발간된 선문강요집이나 경종 연간의 자기문절차조렬(仔夔文節次條列) 등에서 발견된다. 지금은 전혀 쓰이지 않고 유니코드에도 없다. 아무래도 黃은 획수가 많을 뿐더러 형성의 성부로서 발음도 다른 반면, 光은 필획이 적고 '광'이라는 음을 대번에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신자체는 広이고, 중국은 그냥 广로 간화했다. 이처럼 형성의 원리를 이용하여 간단한 글자로 교체하는 방식은 遠(원)의 간화자인 '远'이나, 原(원)을 '厂+元'로 만든 '이간자' 계획 등에서 보듯 꽤 흔한 방식이다. 또 陸(륙)을 阝+六으로 만든 예도 있다.

한국에서는 인명에 많이 쓰이는 燮(섭)의 약자로 통용되는 글자이다. 變(변)의 일본 신자체인 에서 유추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중국에서는 变을 變(변)의 간체자로 쓰고 있어서 혼동의 여지가 있다. 다만 인명에서는 변고의 부정적 뜻이 있는 變(변)자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반면에 燮(섭)은 주로 인명에만 쓰이는 글자[21]라 그런지 실제 큰 혼동은 없었던 모양이다. 사례123456

한자를 간략화하면서 한글을 합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사실은 '유사 한자'로 한자 비슷하지만 한자는 아닌 기호이다. 위 글자는 과거에 노(盧)씨인 정치인들(특히 대통령이었던 노태우, 노무현)을 장난식으로 간략하게 고쳐 쓴 경우로, 盧의 七, 田, 皿 부분을 빼고 대신 한글 '노'를 쓴 것이다. 시사 만평에서 종종 사용되었다.

위와 비슷한 사례로 圖의 약자로 圖 안에 啚를 빼고 그 자리에 한글 '도'를 대신 집어넣고 있다. 실제 사용례

원래 핍박할 박(迫과 동자)이지만 한국에선 歸(귀)의 약자로 쓰고 있다. 歸의 다른 약자인 皈에서 유추하거나 皈가 변형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자 간략화 목적은 아니지만 주로 노비문서 등에서 한글 고유어 이름을 적는데 한글을 그대로 적을 수는 없으니까 편법 비슷하게 받침만 한글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임꺽정의 경우 원래 林巪正으로 썼는데, 巪(巨 밑에 ㄱ)은 어거지로 만든 글자라 ㄱ을 빼고 그냥 林巨正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식으로 한자에 한글의 받침을 표시하는 글자를 붙여 쓰는 건 훈민정음 창제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乭, 旕 등이 그 예이다. 과거에는 특정 종성을 표현하기 위해 종성용으로 쓰는 한자들을 밑에 첨가하는 식이었지만, 조선시대에는 아예 더 나아가 한자 밑에 한글 받침을 기재하는 편법이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비공식적인 한자에서 한자 외의 글자를 첨가하는 방식은 일본에도 있다. 신자체 문서 후반부에 참고로 설명하고 있다.

7.7 한자 통합

2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는 한중일 삼국에서 거의 같은 정체자로 통용되었으나, 2차대전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됨으로써 동아시아 공용 문자라는 한자도 더이상은 동일한 형태가 아니게 되었다.

중국-일본 수교 즈음해서 마오쩌둥한자 자체의 통일에 대해 일본 총리에게 제안한 일이 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최근에도 이런 주장이 나왔고, 실제로 유니코드에 한자를 배정할 때 이런 문제가 제기된 바 있으나, 모양에 차이가 큰 것은 별도의 코드로 분리되고 한자는 이래저래 유니코드에 민폐, 모양에 차이가 작은 것은 한 코드에 통합하도록 결정됐다. 예를 들어 經/経/经와 같이 차이가 큰 것은 별도의 코드로 분리됐고, 아래 이미지의 次와 같이 차이가 작은 것은 한 코드에 통합됐다. 다만 차이가 작더라도 土와 士, 日과 曰처럼 아예 다른 글자라면 통합하지 않고, 緒/緖, 淸/清과 같이 차이가 작아도 분리된 예외가 몇몇 존재한다. 원칙적으로 者의 점의 유무와 靑/青의 차이는 인정하지 않고 통합되었다.

파일:Attachment/CJK variant characters.png
JAP?

간체자와 정체자는 유니코드에서 무조건 분리된다. 부수 외의 부분이 같아도 부수가 다르면 무조건 분리된다(예: 紅/红, 語/语). 간체자와 정체자를 한 코드에 통합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간체자와 정체자가 언제나 일대일로 대응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서 예로 든 发, 干만 해도 두세 글자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그리고 유니코드에 간체자와 정체자가 반드시 같이 추가되지는 않기 때문에, 간체자가 먼저 추가되고 나중에 그에 대응하는 정체자가 추가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간체자 䢂은 그에 대응하는 정체자 𨋢보다 유니코드에 먼저 추가됐다. 또한 간체자와 정체자가 따로따로 추가되다 보니, 화학 원소 이름을 나타내는 간체자 한자 중 몇 글자가 아직도 유니코드에 없어서 못 쓴다(…). 예를 들어 더브늄을 정체자로는 𨧀(釒+杜)로 적는데, 이것의 간체자인 钅+杜는 유니코드에 없다. 그래서 간체 중국어 웹사이트에서 어쩔 수 없이 钅杜라고 분해해서 적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주기율표/중국어 항목도 참고. 정체자는 유니코드에 모두 있다. 우리로선 다행

한자 통일을 목적으로 한 단체도 존재한다. 국제한자회의(國際漢字會議)는 1991년 한국의 주도로 중화민국, 일본, 중화인민공화국의 참여로 창설되었으며 비정기 회의로 회원국(중화민국, 한국, 일본, 중화인민공화국) 상용 한자의 글자수를 제정하고 자형 표준(통일)화를 추진하는데 목적이 있다. 한자를 가장 쓰지 않는 나라가 주도했다는 게 함정 현실적으로 학자들의 친목 단체 수준이다. 2007년 5,000여 개 상용한자의 통일된 표준자(標準字)를 만들기로 합의했다는 한국의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중국 정부가 공식 부인했다. 중국 측에서도 어이없는 모양이다.[22][23]

한국에서 한자통일을 주장하는 경우 대부분 국한문 혼용을 주장하는 집단과 거의 겹치며 국제 교류를 위해 원래 한자인 정체자를 교육하여 한자문화권의 맹주로 떨치고 일어나자능. 하는 주장도 볼 수 있다만, 현실적으로 한자 통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현실화되려면 어느 한쪽이 나머지를 침공하여 강제 합병하면서 해당 국가의 한자를 자국과 통합하는 수준의 문화 말살 정책을 펴야 간신히 가능할 수준이다.

다음은 한자통일론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여러 이유다.

  • 우선 과도한 사회·문화적 비용이 든다. 특히 한자를 어디까지나 보조적으로 쓰는 한국과 달리 중국과 일본은 한자를 한 가지만 개정해도 교체 및 재교육 비용이 엄청나다. 한자로 문자 생활하는 중국의 경우 매우 강력한 동기나 이유가 없다면 굳이 과도한 사회문화적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간체자를 정자체로 환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 한자 통일의 효과가 미약하다. 여러 나라에서 통용된다고 하지만, 같은 글자라도 나라마다 제각기 뜻이나 쓰임새가 다른 경우도 많고 단어의 경우 다른 의미로 쓰거나 서로 다른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거짓짝, 나라별로 의미가 다른 같은 글자의 한자어 참조. 한자 단어까지 서로 통합하려면 서로의 언어를 마구잡이로 건드려야 한다. 같은 의미의 나라별로 다른 한자어참조.
  • 로마자로 자국 언어를 표기하는 나라라도 저마다 조금씩 다른 문자들(예: Ð, Ø, ß, Ü, W)을 쓰듯이 한자도 각 나라마다 다소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걸 굳이 통일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근데 다소 정도가 아니잖아?
  •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부분 간체자를 아는 사람은 정체자를 읽을 수 있고 그 역도 마찬가지. 일본인중국인필담으로 얘기 나누는 것은 꽤나 흔하다. 즉 어느 한자든지 배우고 나면 다른 나라의 한자를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국인들도 정체자를 아주 안 접하는 것도 아니고 간판이나 서예작품 등에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읽을 수 있다. 다만 당연하지만 상대방 언어의 지식 없이는 매우 간단한 의사소통 외에 복잡한 내용은 전달이 어렵다. 한자 어휘 차이로 인한 오해의 여지도 큰 장애 요인이다.
  • 한국의 경우 사실상 한글 전용으로 방향을 잡은지 오래다. 1990년대 이후 한글 전용 교육에다가 2000년대에 들어 정보화, 전산화가 진행되면서 가독성과 한자 변환 입력 속도 문제로 한자 사용은 더욱 줄어 버렸다. 신문, 법전 같은 공식 문서에서도 한자의 비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한자를 병기하는[24] 한국으로서는 통합 한자가 제정돼도 안 써버리면 그만이다. 요즘은 한자 병기마저도 줄어드는 추세다. 상당수가 전후 문맥을 보면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하고, 그래도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는 다른 단어로 대체하거나 쉬운 말로 풀어 쓰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외국의 언어학자들은 한국을 베트남과 함께 한때 한자 문화권이었던 나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현실적으로도 가능성이 없고, 가능하다 해도 굳이 한자 통일을 할 필요성이 없다는 애기다. 사실상 국제한자회의에서도 한국은 정체자를 쓰자고 하고 중국은 '아쉬우면 니네가 간체자 써라.'라는 동상이몽 속에 있었다. 우린 안될꺼야 아마...

8 한국어 IME로 간체자를 쓰는 방법

한국어의 한자는 정체자이기 때문에 한어병음 입력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기본적으로 한국어 IME로 간체자를 쓰는 방법은 없다. 정 쓰고 싶으면 확장한자를 입력할 수 있게 하던가. 하지만 MS 워드를 설치하면 한자 키를 이용해 바로 바꿀 수 있는데, 먼저 제어판의 한글 입력기 설정에서 확장한자 입력하기를 체크해야한다. 그 후 간체자의 정체자 음을 입력해 한자 변환하듯 입력하면 된다. 다만 간화자의 제작 특성상 예외가 있는데, 원래 자기만의 뜻과 음이 있지만 다른 글자의 간체자로 지정된 경우다. 麽(잘 마)의 간체자인 么는 원래 작을 요(幺)의 이체자로 '요'를 입력해야 나오고, 聽(들을 청)의 간체자인 听은 '은'을 입력해야 나오며, 體(몸 체)의 간체자·신자체인 体는 원래 용렬할 분이라 '분'을 입력해야 나온다. 굳이 병음을 쓰지 않고 간체자를 입력하고 싶다면 구글번역기정체자를 간체자로 번역하는 것으로 설정한 뒤 한자를 쓰거나, 바이두에서 한자를 써서 검색하면 자동으로 간체자로 바뀌어 검색되는데 이때 검색창에서 간체자로 바뀐 것을 복사하면 된다.

9 참고 링크

  1. 중국어로 발음이 같은 减笔字(감필자)라고 하기도 한다.
  2. 당시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国务院) 직속. 2016년 현재 중국 교육부 소속.
  3. CJK Unified Ideographs. 사실 베트남의 쯔놈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CJK 대신 CJKV라고 하기도 한다.
  4. 중국어 위키백과
  5. 중국어로 '장애'라는 뜻이다.
  6. 알파벳 문자
  7. 방언의 경우는 당연히 해당 방언의 표음표기를 따르고, 대만의 경우는 한어병음이 공식이지만 실생활에서는 한국처럼 다른 표기들이 많이 사용된다.
  8. 변과 방을 아울러 편방(偏旁)이라고 한다.
  9. 雨가 부수로 쓰인 글자들 중에는 기상 현상과 관련된 글자가 많다. 예: 雪(눈 설), 雷(우레 뢰), 電(번개 전), 雹(우박 박), 霜(서리 상), 霧(안개 무). 雲 역시 云 위에다가 雨를 덧붙여 구름이라는 뜻을 부여했다.
  10. 단 '하늘'을 의미할 때에는 간화하지 않고 그대로 쓴다.
  11. 모을 집(雧 -> 集), 우레 뢰(靁-> 雷), 맬 계(繫 -> 系)
  12. 北 : 등지다 -> 북쪽, 止 : 발 -> 그치다
  13. 이 글자의 경우 중화민국의 《제1차 간체자표》도 동일하다.
  14. 《第二次汉字简化方案(草案)》
  15. 《第二次汉字简化方案(修订草案)》
  16. 초서체를 모르면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예만 정리한다.
  17. 厂 밑에 발음 요소인 元을 첨가한 것이다.
  18. 홍콩과 마카오는 글자에서 정체자를 쓰지만 최근엔 간화자의 영향력이 커지는 중이다. 홍콩에서는 대륙과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간화자 확산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19. 옛날부터 있었던 이체자에서 유래. 자전에서는 보통 龍의 고자(古字)라고 기재하고 있다.
  20. 龍의 이체자 중에 龍과 비슷하지만 우측 부분이 龙처럼 생긴 자형이 있다. 즉 立 아래 月이 있고 그 우측에 龙이 있는 글자다. 이 이체자에서 왼쪽 부분을 생략해서 만든 글자가 龙이다.
  21. 燮이 들어간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섭리(燮理), 섭화(燮和), 섭벌(燮伐) 딱 3개 밖에 없다. 저 중에 '섭리'는 '자연의 섭리'나 '신의 섭리'라고 할 때의 그 섭리(攝理)가 아니라 '음양을 고르게 다스린다'라는 뜻의 별개의 단어다. 즉, 3개 모두 현대에 쓰이지 않는 단어이다.
  2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20&aid=0000437121
  2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81&aid=0000155966
  24. 예: 병기(倂記) 또는 병기(兵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