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플랭크/배경


갱플랭크 - 바다의 무법자

“이 애송아, 네놈이 바지에 오줌이나 지릴 때 나는 사람을 베고 녹서스 전함을 침몰시키고 다녔다. 나한테 맞서지 않는 게 좋을 걸?” 몰락한 해적왕 갱플랭크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마음에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자, 그림자와 어두운 물결을 몰고 다니는 자. 검은 깃발이 수평선 너머 아득해도 용감한 선원들마저 벌벌 떨었다.

갱플랭크는 열두 바다의 무역로를 헤집고 다니며 악명을 떨쳤다. 아이오니아에서는 톱니칼날 사원을 뒤엎어 무시무시한 그림자단의 분노를 일으켰고, 녹서스 함대의 자랑인 레비아탄 호를 보란 듯이 빼앗았을 땐 스웨인이 기필코 이 자를 찢어발기겠노라 이를 갈았다.

수많은 자객과 현상금 사냥꾼, 함대들이 갱플랭크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누구도 정의의 심판을 내리지 못했다. 갱플랭크는 자신의 목에 걸린 현상금이 끝없이 치솟는 것을 즐겼다. 보물을 가득 싣고 항구로 돌아올 때면 자랑스레 현상수배 게시판에 직접 수배지를 붙이곤 했다.

갱플랭크는 단호하고 인정사정없는 성격이었다. 그렇지만 그 덕에 부하들의 절대적 충성을 받아, 자수성가한 유명 선장과 해적단의 두목마저도 갱플랭크의 부름에는 한달음에 달려올 정도였다.

차고 기우는 달처럼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있는 법. 그래도 갱플랭크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들의 출현을 즐겼다. 총칼을 차고 어두운 피비린내를 몰고 다니며 기꺼이 싸움에 나섰다.

녹서스 함장의 도끼가 갱플랭크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칼등을 꺾어 함장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낸 갱플랭크가 숨을 헐떡였다. “녹서스식 공격이다. 이 해적놈아.” 갑옷 사이로 피가 배어나고 있었다. “뼛골이 다 떨리는 구만!” 때마침 먹구름이 두 척의 배 위로 몰려오고 있었다. 갱플랭크는 단검을 움켜쥔 채 내달렸다. “봐, 하늘은 내 편이다!”

녹서스 함장의 갈비뼈 사이에 단검이 깊숙이 박혔다. 거대한 육체가 푹 고꾸라졌다. 떨구어진 도끼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갑판에 박혔다. 문신이 새겨진 입술에서 피거품이 끓어올랐다.

갱플랭크는 비열한 웃음과 함께 단검을 거두고 죽어가는 함장을 조타석이 있는 뱃머리로 끌고 갔다. 무거운 갑옷이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배 위를 맴돌았다. 함장의 피가 바다 속으로 스러졌다. 두 척의 배는 파도가 칠 때마다 하얀 포말을 흩뿌리며 춤추듯 출렁였다.

갱플랭크는 검게 변한 이와 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져 욱신거리는 복부의 상처로 빗물이 스며들었다. 갱플랭크는 부상을 숨기려고 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승리에 도취한 부하들은 번들거리며 웃고 있었다.

비바람뿐인 침묵 속에서 갱플랭크는 살아남은 녹서스 인들을 살펴보았다. 피로와 분노로 일그러져 우는 동시에 웃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이 배는 이제 내 것이다." 갱플랭크가 바닷바람을 압도하는 천둥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딴소리할 놈 있나?"

혈맹문신을 얼굴에 새긴 거대한 녹서스 전사 한 명이 갱플랭크를 노려보며 앞으로 나왔다. 목소리는 원한에 차 높고 가늘게 떨렸다. "우리는 녹서스의 아들들이다. 네깟 놈들에게 배를 빼앗기느니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겠다!" 비통한 외침이 빗줄기를 찢고 선체에 메아리 쳤다.

"그러시든가." 갱플랭크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호탕하게 되받아쳤다.

"다 죽여 버려라! 그리고 이놈들의 배는 흔적도 없이 태워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