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구도

고사성어
닭 계울 명개 구도둑 도

1 겉 뜻

닭 울음소리를 내는 사람과 개 흉내를 잘 내는 도둑
계명 따로 구도 따로다.

2 속 뜻

사람마다 쓰기에 따라서 뜻이 좀 달라진다.

  1. 하잘것 없는 재주, 혹은 정말 쓸모없는 사람.
  2. 보잘것없어도 쓰임새가 있는, 즉 개똥도 약에 쓸 데가 있다는 뜻.

이 고사성어에 얽힌 일화 때문에 대개는 2번의 의미로 많이 쓰인다.

3 유래

사마천사기 맹상군전에 나오는 말로 계명구도지도(鷄鳴狗盜之徒, 계명구도와 같은 사람들/무리)라고도 한다.

맹상군은 평소에 살면서 이런저런 식객들을 많이 불러모았는데, 하루는 어느 날 식객들 중 두세 사람을 골라 무슨 재주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 그 중 두 사람[1]이 각자 개 흉내와 닭 울음소리를 잘 낸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식객들이 뭐 그런 재주도 있냐, 쓸모없다며 크게 비웃었다. 하지만 맹상군은 "그러한 재주라도 어찌 나중에 쓸 일이 있지 않겠냐"라고 대인배다운 대답을 했다.

이후 의 소양왕이 맹상군을 진에 초청해 놓고 죽이려 하자 맹상군은 꼼짝없이 죽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 때 맹상군이 소양왕의 후궁인 연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연희는 그 대가로 귀한 호백구(狐白裘)[2]를 요구한다. 허나 그 옷은 맹상군이 이미 소양왕에게 바친 뒤였는데 개 흉내를 잘내는 한 식객이 밤을 틈타 개의 흉내를 내며 잠입하여 되찾아온 덕분에 연희에게 귀한 흰 가죽 여우옷을 바칠수 있었다.

연희는 소양왕에게 잘 말해 맹상군이 도망가게 하고, 마음이 바뀔까 싶어 부리나케 도망가던 맹상군은 함곡관에서 관문이 굳게 닫혀 있자[3] 절망에 빠진다. 이 때 닭 울음소리를 낼 줄 아는 식객이 닭의 흉내를 내자 착각한 수문장이 문을 열어줘서 맹상군은 간신히 살아남게 된다.

사족으로 이 때 관을 통과하는데는 여권을 위조한 식객이 있어서 비공식 통행증으로 통과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서 맹상군이 진나라를 탈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사자성어에 그런 의미의 한자가 없어서인지 잘 거론되지는 않는다.

위의 두 식객중 구도에 해당되는 자는 개 흉내가 아니라 도둑질을 잘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다.[4] 아무래도 왕족인 맹상군도 하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귀한 것을 개 흉내 내는 것만 가지고 뺐어올 수 있겠냐는 해석인듯 싶다. 다만 그리 되면 왕족의 금고조차 쉽게 터는 능력자라는 얘기인데 하잘것없는 재주라는 내용하고 매치가 되지 않는다는게 문제.

참고로 위의 두 식객이 맹상군을 도운 이유는 자신들의 재주를 비웃지 않고 잘 대해주었기 때문. 사람 무시하지 말자. 실제로 이후 맹상군은 식객의 수준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누어 그 대우를 달리했는데 위에 언급된 세 사람은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재주에도 불구하고 삼시 세끼 고기 반찬을 먹을 수 있고 개인용 마차[5]를 지급받는 수준인 대사(代舍)[6]의 대우를 받았다. 참고로 행사(幸舍)[7]는 삼시 세끼 고기 반찬은 먹을 수 있었으나, 개인용 마차는 없었고 전사(傳舍)[8]는 고기 반찬도 개인용 마차도 없이 거친 밥을 먹고 잠만 자는 수준이었다.

이 고사는 각지의 세력가들이 저마다 경쟁적으로 세력확장에 힘쓰며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을 것 같은 인재들을 끌어모으던 춘추전국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1. 본명은 알려져 있지 않다. 판본에 따라 아예 그 사람들 이름이 각각 계명, 구도라고 적기도 한다.
  2. 여우의 겨드랑이에 있는 하얗고 부드러운 털을 모아 만든 가죽옷. 고우영 십팔사략에서는 맹상군이 호백구에 대해 아랫사람에게 설명해 주면서 '여우의 가장 부드럽고 은밀한 부위의 털', '암컷 여우만이 가지고 있는 부위의 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호백구를 간수하던 하녀가 낯을 붉히고, 그 아랫사람이 '암컷 여우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보드랍고 은밀한 곳이 대체 어떤 것인지요?'라고 눈치없게계속 물어본다. 결국 맹상군이 "거 참 사람하곤! 이미 알고 있으면서 자꾸 물어보는구먼!"라며 가볍게 나무라고 아랫사람이 키득거리는 것을 보면 어떤 부위인지 예측이 될 것이다. 과연 고우영 화백답다.
  3. 함곡관은 해가 진 뒤 새벽에 닭이 울기 전까지 관문을 폐쇄한다. 그런데 맹상군 일행이 도착한 시간은 한밤중. 닭이 울어 줄 리가 없었다.
  4. 고우영 십팔사략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이 도둑질 능력자가 맹상군 저택에 있는 팔찌를 훔쳐다가 맹상군을 속여서 도로 팔아먹는데 이 짓을 두 번이나 했다. 처음엔 자신이 물건 간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비슷한 물건이라고 생각한 맹상군도 뒤늦게 알곤 그를 식객으로 받아들인다. 이때문에 작중에서 '쌍팔찌'라고 불린다.
  5. 원문엔 '수레'라고 돼 있으나 수레가 리어카를 의미하는 현대와는 달리 전국시대에 수레라고 하면 마차를 의미한다. '수레 차'라는 음훈을 생각해 보고, 만승 천자란 표현과 그 표현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6. 맹상군 자신을 대신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머무를 숙소로 상객 숙소를 의미한다.
  7. 일을 시킬만한 사람이 머무를 숙소로 중객 숙소를 의미한다.
  8. 그냥 시키는 일을 겨우 할 수 있는 사람이 머무를 숙소로 하객 숙소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