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사구

1 개요

intentional walk;intentional base on balls(IBB)
故意四球

야구에서 고의적인 볼넷으로 타자를 1루로 출루시키는 것.

메이저리그에서는 1955년부터 기록되었다. 이는 투수가 타자의 승부를 포기했다는 의사표시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해 별도 표기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일본야구에서 널리 쓰이는 '경원사구(敬遠四球)', 줄여서 '경원'이라고 불렀다.[1] 지금도 연세 좀 되시는 야구팬/관계자들은 이 단어를 많이 쓰신다. 현재는 고의볼넷, 고의사구 혹은 거른다 라고 표현한다.

참고로 일본프로야구의 공인규칙서에 올라와있는 정식용어 역시 故意四球이다. 즉, 현재 한국야구에서 경원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건 일본식표현이라서가 아니라 정식야구용어가 아니기 때문.

2 정의

한국야구위원회 야구 규칙에서는 고의사구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 10.16 (b) 투수가 4구(四球)째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투구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캐처스 박스 밖에 서 있는 포수에게 투구할 때는 고의 4구(四球)를 기록한다.

그러니까, 앞의 볼 3개는 어찌 됐건 간에, 마지막으로 던진 볼을 포수가 발을 빼서 서서 받으면 고의사구로 기록된다. 단, 포수는 투수가 투구 동작을 시작하기 전에는 캐처스 박스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보크.

참고로,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콜드(called) 고의사구라는 규칙이 있다. 감독이 심판에게 이 타자는 고의사구로 내보내겠다고 이야기만 하면, 투수가 굳이 공을 던지지 않아도 볼넷으로 인정하여 타자는 자동으로 1루에 진루한다. 폭투, 포일, 보크등 아래 항목에 기술된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고, 투수의 투구수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2016년 5월 메이저리그는 합의 끝에 고의사구 룰을 아마추어와 같이 개정하였다. 개정된 룰이 시행되는 2017시즌부터는 덕아웃에서 싸인 한 번이면 투수가 공을 던질필요도 없이 타자가 바로 출루하게 된다.
국내 프로야구에도 도입될지의 여부는 미지수이다.

3 고의사구시 주의점

투수는 타자의 배트가 절대 닿지 않으면서, 포수가 정확하게 볼을 잡을 수 있도록 투구해야 한다. 가끔 공을 어설프게 빼서 안타를 두들겨 맞거나, 포수가 공을 놓쳐 주자가 홈에 들어와 버리는 안습한 케이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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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uel Cabrera's Intentional Hit!

밑에 관련사건에 있는 1009 대첩이 가장 좋은 예가 되며, 홍상삼의 한폭삼(= 한 이닝 폭투 3개) 중 1개가 고의사구 중 폭투였다. 이런 고의사구 중 폭투는 팀에 미치는 영향이 보통 폭투나 포일 그 이상이기 때문에 이를 과도하게 의식하면, KIA 타이거즈의 런동님김기태 감독처럼 야수를 포수 뒤쪽에 위치시키는 작전미스[2]를 저지르기도 한다.

일본 프로 야구에선 신조 츠요시가 이렇게 끝내기 안타를 친 적이 있다. 아래 영상은 초공격이라 끝내기 안타는 아니었지만 신조가 했던건 정말 끝내기 안타. 그러나 사실은 반칙 하지만 이렇게 끝내기하고 12연패 당한 것은 유명한 일화.

또한 이 동영상처럼 투수가 포수석 밖에 있는 포수에게 투구를 한 경우 보크이다. 포수는 반드시 투수가 투구를 하고 나서 포수석 밖으로 나가야 한다. 쉽게 말해서 고의사구 시, 포수가 투구 전 미리 공이 올 위치에 가 있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사실 투구 이후 포수석을 나가는 것도 엄밀히 따지면 포수 보크의 여지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용인되는 플레이다. 해당 동영상에서는 포수가 투구 이전에 포수석을 나가려 하자 심판이 제지하는데, 심판의 완벽한 경기 개입. 해당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최규순의 야구 교실 항목 참조.

4 고의사구의 목적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의사구의 목적은 강타자 고의로 거르기이다. 이는 주자로써는 발이 느리기 때문에 상대하기 편하지만 타격이 좋은 강타자거나[3] 그날 이상할 정도로 맹타를 휘두르는 타자, 상대 전적에서 강한 타자를 상대로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 보다는 볼넷으로 내보내는 것이 안전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하지만 대놓고 서서 받는 고의사구나 승부하는 척 앉아서 볼만 4개 던지는 고의적 볼넷을 구분할 방법은 현실적으로는 없다. 다시 말해서 강타자를 상대로는 고의사구 대신 "휘둘러 주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 없다" 식의 바깥 승부를 하는 선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흔히들 말하는 "어렵게 가다"라는 말은 이를 가리킨다.

이것이 극한으로 갈 경우에 벌어질 수 있는 사태가 있는데.. 바로 주자 만루에서 밀어내기 고의사구이다. 이는 메이저리그 100년 역사에 단 6번 있었다. 메이저 리그에 발생 했던 여섯 번 중, 기록지를 제대로 집계한 1955년 이후로 한정하면 단 두 번. 1998년의 배리 본즈와, 2008년의 조시 해밀턴이다. "승부해 봤자 얻어 맞을테니 차라리 한 점만 주고 만다" 라는 심산으로 하는 작전이지만, 정말 흠좀무 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일반적으로 덜 알려진 고의사구의 큰 전술적 목적은 비어있는 1루를 채워서 더블플레이 혹은 쉬운 포스 아웃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통계적 분석의 결과에도 2사 1, 2루가 2사 2루보다 득점확률이 낮다는 것이 입증이 되었으며 1루를 채우는 것 만으로도 포스아웃이 가능해서 수비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이 때문에 스즈키 이치로처럼 파워히터가 아닌 선수도 고의사구를 얻게 되는 상황이 존재한다. 이치로에게 고의사구를 준다고 하더라도 2루에 주자가 있다면 더블스틸 아닌 다음에야 이치로가 도루할 가능성은 낮고 2사에 주는 고의사구의 경우 병살유도의 필요성도 낮고 다음 타자만 집중해서 잡으면 이치로에게 도루를 헌납하더라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낼수 있기 때문. 고의사구가 꼭 장타자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말할때 주로 쓰는 사례. 특이하게 장타자중에서도 고의사구가 적은 타자중에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있었기 때문에 고의사구 적음→타석에서 포스 약함→클러치에 약함 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돈 적이 있다. 정 반대로 1번타자임에도 고의사구가 많았던 스즈키 이치로와 비교되어 더더욱 까인 적도 있다.

다만 이런 고의사구의 전술적 의미를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다가 뒷 타자에게 얻어맞으면 고의사구로 거른 전 타자의 득점이 추가되므로 매우 아프다. 그런 상황이 바로 김거김. 그리고 기껏 걸렀더니 휴식 차원으로 쉬고 있었을 뿐 타격 페이스는 좋았던 타자가 몸풀고 대타로 강림(...)하면, 헛심만 쓴 것이 돼버리기 때문에 정말 골치아프다.

특히 미국의 내셔널 리그나 일본의 센트럴 리그등 투수가 타석에 서는 리그에서는 8번타자가 고의사구를 많이 얻는데 이것은 9번이 투수라서 위기에 몰렸을 경우 일단 투수와 상대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타율이 높은 8번타자를 피하기 때문이다. KBO 리그에서도 지명타자 소멸례에 따라 투수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거르는 타자 다음이 투수일 경우에 가끔 일어나는 사항이다. 대표적인 예로 '15. 5. 17 넥센 vs 한화 9회말 동점 상황에서 손승락이 이용규를 거르고 권혁을 선택한 사례가 있다. (결과는 삼진) 하지만 그날 투수가 실버슬러거 출신이라면 어떨까? 이것때문에 토니 라 루사는 종종 투수를 8번타자에 놓는 변칙운용을 하기도 했다. 대타를 쓰게 된다면 실점확률이 올라갈 수 있지만, 잘던지던 투수를 강제로 바꿔야하는 노림수도 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특히 경기 초중반이고, 이전 경기에서 연장전이던 선발 조기 강판이던 여러 이유로 불펜을 많이 썼을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승엽의 56홈런을 넘어설 만한 급의 임팩트 있는 중요한 홈런을 앞두고 있는 경우, 또는 서건창의 200안타급 같은 중요한 스타급 타자가 나온다면... 그 중요한 홈런 또는 단타를 맞지 않기 위해 상대 A급 타자를 고의사구로 걸러내면 양팀 합작으로 대차게 까인다. 어쩌면 그날의 관중은 양팀 합작으로 그것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만 허용투수 항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괜히 그런 걸로 조롱거리가 되기 싫다는 이유에서 던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차라리 거르기야 본인이 명백히 잘못을 저지른 것이니 비난 받아도 당사자가 그런대로 넘어갈 여지도 있지만, 단지 못해서 조롱거리가 되는 건 스트레스 받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5 한국 프로야구의 고의사구 사건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김영덕 감독의 전설적인 84 시즌 구덕 2연전(9.22~23)에서 나온 홍문종의 2경기 전 타석 고의사구(9연타석)가 아직까지도 가끔 회자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이만수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위해 홍문종의 타율을 묶어 두려는 수작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고의사구 1위는 양준혁의 150개, 시즌 최다 고의사구는 1997년 이종범의 30개. 1번타자임에도 흠좀무한 성적을 낸 당시의 이종범의 스펙을 증명해주는 수치.

고의로 맞추는것과 고의사구는 다르다.

5.1 관련 사건

  1. 의외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경원'이라는 용어는 예기의 구절인 '귀신을 섬기고 신령을 공경하되 멀리하라(事鬼敬神而遠之)'를 바탕으로, 공자논어에서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하라(敬鬼神而遠之)'고 언급한 데서 유래한다. 즉 선비들이 자주 읊던 용어였다.
  2. 야구규정 상 포수를 제외한 수비수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때 페어 그라운드 안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시프트는 절대 불가능. 투수가 공 던지자마자 야수가 포수 뒤쪽으로 뛰어가는 것도 안 된다.
  3. 장타력과 교타력을 겸비한 타자는 체중이 많고 발이 느리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호타준족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거기다 아래에도 나오지만, 이런 경우 도루자체가 배제되는 상황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