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덕후


1 특성

고증에 관심 있는 덕후를 말한다. 보통 밀리터리역사, 전통의상, 과학에서 자주 나타난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매니아 계층이 있는 분야면 어디서든지 나타난다[1]. 물론 과학과 관련된 장르(SF 등)도 고증이 필요하나 진입장벽이 높아서인지 주로 전문가들에 의해 고증 비판이 이루어진다. 물론 이런 경우는 고증'덕후'가 아니라 본업이다.

대체로 고증덕후는 범위가 넓다. 인터넷에서 본 글로 대충 말하는 좆문가부터 실제 분야의 공부를 하는 학도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는 특정한 매체에 대한 고증 문제를 다루는 저널이나 매체가 드물었기 때문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활발히 의견을 교류한다. 전통의상에 관심이 많은 고증덕후들은 리인액트먼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증덕후들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분야는 역시 대중매체이다. 뭐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고증덕후.... 는 아니고 관련 종사자나 전공자들이 칼럼을 통해 잘못된 고증(주로 사극)을 까며 개념찬 고증을 주문하는 것도 일종의 클리셰....


2 순기능

드라마의 제작 인원 가운데 고증을 검수할 수 있는 인원은 극히 제한적이다. 실제 촬영은 긴박하게 이뤄지고 기획 단계에선 주로 예산과 극본의 작성이 중시되지 고증을 일일히 거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자발적으로 고증을 검수해줄 수 있는 고증덕후들의 존재는 도움이 된다. 비록 사전적 조치보다는 사후적이고 장차 제작될 작품의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이긴 하지만.


3 역기능

고증오류를 파악하고 이를 지적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고증만으로 해당 매체의 가치를 결정하는 고증덕후들[2] 때문에 시청자들은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고증덕후 중엔 일반 시청자와 자신은 다르단 선민의식을 느끼는 부류도 있어 일반 시청자 가운데는 고증오류가 나더라도 오히려 드라마를 두둔하고 고증오류를 지적하는 사람을 까기도 한다. 말하자면 까가 빠를 만든다

더구나 환도 패용 방식처럼 중요하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사소한 부분에 목숨거는 경향이 있다. 정작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축(세트)이나 복장(의상, 소품 등) 고증에서는 잘 눈에 안띄는데 유독 밀리터리나 과학 관련 분야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 특히 무기나 과학적 원리는 관심없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이고 설령 잘못된 고증이 나오더라도 너무 심한 경우가 아니면 별 폐해는 없다. 일단 영화드라마고증을 철저하게 했을 거라고 믿고 보는 게 멍청하지만... 그리고 군사나 고생물 고증 자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관련 연구물이나 다큐멘터리를 보지 과연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쥬라기공원을 볼까....[3]


4 현실은

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고증덕후들도 결국은 해당 작품의 매니아가 많다.

고증은 어지간한 수준만 유지하면 시청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 하기 때문에 고증덕후들의 의견이 실제 제작에 반영되기는 어렵다. 최선은 고증덕후가 제작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은 예산 문제라 그렇다. 주2회 방영에서 주1회로 줄어든다면 상황은 훨씬 개선될 것이다.

그리고 환빠나 명성황후 정도의 병크가 아니면 잘못된 고증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은 고증덕후들이 열변을 토하는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미미하고, 시청자들은 재미를 장땡으로 여기지 사극의 소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되려 이러한 인식이 해당 분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심어지는 것의 심각성을 방치할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인식의 다른 위험성은, 바로 매체와 현실을 혼동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분야와 관련된 매체가 뜨면 그에 대해 열띤(...) 언급을 하는게 이런 이유.

반대로 대중매체 속 고증오류를 지적하는 일반 대중용 과학서적이나 잡지 등에서는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도 없이 그저 실제 사실과 다른 부분 강조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렇게 틀린게 있으니 이 작품은 쓰레기구나!' 같은 논리적 오류를 유발하기도 한다. 올바른 고증 지적은 관련 지식뿐 아니라 그것을 차용한 해당 작품에 대한 이해 역시 필요하다. 사실 고증 논란에 대한 반감은 이렇게 작품에 대한 이해 없이 틀린것만 강조하는 매체의 영향도 크다[4]. 애초에 고증 가지고 작품성을 판단하는 행위 자체는 프로불편러와 다를게 없다.


5 총론

사극이 순수하게 오락성과 시청률에만 신경쓰면 사극이 사()극이라는 점이 희석된다.본격 사극이 사기극이 되는 부분.. 사극이 창작에서의 허용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다소 각색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역사를 본으로 한다는 것도 사극의 정체성을 위해 무시해서는 안되는 사실.

그리고 사극의 고증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의외로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다. 가령 조선시대 사극에서 죽어라 군인들에게 포졸복만 입힌 결과 학습용 만화나 일러스트를 비롯 다른 매체에서도 조선군을 포졸로 묘사하는게 일반적인 사례가 되어버렸다. 구한말 국민적으로 악평이 자자했던 명성황후를 한방에 조선의 국모이자 구국의 영웅으로 만들어버린 모 작품도 잊지 말자.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사례를 살펴보자면 삼국시대 사극에서 국적불명 판타지풍 갑옷만 입히자 삼국시대를 다루는 다른 매체에서도 이를 참고하기 시작하는게 심심지 않게 눈에 띌 것이다.

좀더 나아가서 생각하면 한류가 해외에 소개되는 시점에서 한국적 정체성과는 전혀 무관한 국적불명의 세트와 소품, 의상 등이 외국인에게 한국의 것이라 각인되는게 옳은지 생각해볼 일.... 당장 일본이 자기네들 전통문화를 어떻게 포장했는지 생각해보자.

이에 비교해 해외의 사극들은 충분히 고증을 지켜 역사적인 소품들을 적절하고 훌륭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역덕후들을 만족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취미저변을 확대하고 관련된 시대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며 무엇보다 다른 장르의 드라마에서 줄 수 없는 사극만의 중후한 매력을 덧붙여 준다. 더불어 사극으로서의 정체성을 충실히 하여 훗날에도 명작으로 남게 해준다. 잘된 경우 시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 자료로 쓰일 수도 있고....[5]

일단 일본,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경우 한국에 비해서는 역사를 소재로 한 판타지와 일반 사극의 개념 구분이 제대로 되는듯.

그러나 사극이 고증을 안한다고 무작정 까기도 거시구한게.... 고증은 인프라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옆나라 일본만 봐도 그네들 역사,전통 관련 정보가 서적으로 얼마나 깔끔하게 되어있나 생각해보자. 한국에도 종종 소개되는 고증 관련 자료집들 가령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나 AK출판사의 자료집 같은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

일본 뿐 아니라 서양의 경우를 봐도, 역덕,밀덕들에게 유명한 맨앳암즈가 있을 뿐더러 한국 대형서점의 외국 서적 코너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화려한 비쥬얼의 역사서적도 흔하다.... 반면 한국은, 삼국시대 건축이나 고려시대 군사를 재현하고 싶다고 했을때 어지간한 역덕이 아니면 관련 자료를 찾기 쉬울지 생각해보자. 요즘은 아주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물론 이런 인프라가 없다는것이 고증 미비에 대한 변명이 될수는 있으나, 무한정 용납하기도 힘든 일이다. 극단적인 성향의 극성 고증덕후가 아닌 한 고증면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점들은 제작자가 역사 교과서만 한번 정독했어도 지킬수 있었던 기초적인 고증조차 틀린게 대부분인 경우도 많다. 즉, 최소한 제작자들이 고증에 노력했다는 티가 보이기만 해도 만족하는 수준의 사람들도 많으니 기초적인 수준의 고증은 철저히 지키도록 노력하는것은 사극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덕후'라는 단어가 붙을 필요도 없는 매우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사극들은 내수용으로만 그치는것이 아니라 수출되거나, 유튜브 등지 등에 올라가 해외의 사람들이게 보여지는 일도 많으니 한국의 올바른 인식을 위해서라도 고증 지키기는 결코 등한시해선 안될 일이다.


그리고 인프라 외에도 고증을 신경쓸수록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작자들 입장에선 적당히 기존에 반복된 이미지를 복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고증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제작비를 늘려주자.
  1. 쉬운 예로 응답하라 1994처럼 시대적 위화감이 크지 않은 작품의 경우 특정 분야 덕후나 전문가 보다는 그냥 일반 드라마 팬이 시대고증을 까기도 한다.
  2. 단 이중에는 해당 작품의 팬이 아니라 그저 주변에서 까는것만 보고 따라서 까는 트롤러도 섞여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3. 단 이 논리의 문제점은, 일반 대중은 관련 연구논문이나 다큐멘터리보다 대중매체를 더 믿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다큐멘터리 역시 일반 대중의 믿음과는 달리 절대적인 것이 아닌데, 역시 참고자료를 필요로 하기에 실제 사실과 맞지 않는 괴작이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다 시청률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간혹 다소 과장되거나 부풀려진 내용을 다루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매체의 내용을 실제로 믿어버리는건 해당 분야에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 분야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지식이 있으면 애초에 관련정보 얻을 때 대중매체를 참고할 리가...
  4. 특히나 저연령층 대상 서적이나 잡지에서도 이런 식의 서술이 많은 편이기에, 어린 나이에 이런 잘못된 편견이 박히게 되는 악영향도 있다.
  5.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다른 문화권에서도 역덕후는 일반 대중에 비하면 마이너한 집단이지만 사극의 제작자들은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작품 그 자체를 위해서 고증을 지킨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의상 담당자의 인터뷰도 좋은 예 중 하나. "굉장히 많은 조사를 했어요. 모두 해적이지만 스페인이냐 미국이냐 캐리비안이냐에 따라 주머니의 위치나 소매의 모양 등에서 약간씩 차이가 있거든요. 영화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안감이나 단추 같은 것도 역시 시대 고증을 거쳐 만듭니다. 모든 옷은 18세기에 만들어졌던 것처럼 똑같이 만들었어요. 지퍼 같은 건 전혀 사용하지 않았어요. 엑스트라 의상도 마찬가지죠. 그 엑스트라가 영화 속에서 조니 뎁 바로 옆에 서 있을 수도 있잖아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의상 담당자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