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로자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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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국정의 중요한 사항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국가원로로 구성되는 국가원로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

② 국가원로자문회의의 의장은 직전대통령이 된다. 다만, 직전대통령이 없을 때에는 대통령이 지명한다.

③ 국가원로자문회의 조직 직무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 90조

1 개요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필요한 조언과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설치되는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이다.

1980년 12월에 그 전신격인 국정자문회의법이 통과되었고, 이것이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에서 국가원로자문회의로 개정되었다. 국정운영에 필요한 조언을 구할 때 사회적으로 명망있고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원로들이 조언을 해서 국정 운영에 도움을 주는 기관이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설명.

2 현실은 시궁창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 자체가 사람들에게 보통 존재감이 희미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 같은 것을 빼면 별 힘도 없지만 국가원로자문회의는 아는 사람이 더 적은데, 헌법에 규정만 되어있지 한 번도 설치 및 운영된 적이 없다.

기구의 목적 자체가 대통령의 국정 자문인데 업무가 모호하고 원로들에게 조언을 구하는거야 이상할게 없지만 굳이 따로 그것도 헌법기구를 통해서 해야 하는지 의문.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통상 조언을 구하는 기관은 가까이는 국무회의부터 청와대 비서진, 넓게는 여당을 비롯해서 의회 전반 등 실제로 정책과 관련되어 있다. 이런 정책과 직접 관련된 조직 외에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하는건 개인적인 판단 영역의 문제일 뿐 정책적 자문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1989년에 국가원로자문회의법이 폐지됨으로써 이제는 헌법상의 규정으로만 남아있게 되었다.

3 섭정 논란

그래도 대통령이 자문을 구하고 대통령의 판단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보자면 이런 기구를 통해서 사회 지도층 인사를 여럿 만나는 건 좋은 취지 같지만 아무도 설치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면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이 직전 대통령이라는 조항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국정 자문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 대통령이 국정에서 대통령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중임 금지를 교묘하게 비껴나갈 수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모두 권력 면에서 밀렸고 집권당이 바뀔 수 있어서 큰 의미 없을 것 같지만 6공화국 헌법을 만들 당시의 대통령은 바로 전두환이다. 엄청난 권력을 쥔 실세가 헌법기관에 떡하고 들어앉아서 대통령에게 국가운영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다면? 바로 세종 때 상왕 태종의 재현이다.

전두환은 쿠데타로 대통령이 될 때부터 대통령 더 해먹으려고 무리수를 뒀던 전직 대통령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7년 단임만 하고 물러나겠다고 지겹도록 강조했다. 그렇다고 사람의 권력욕이 어디 가지는 않기 때문에,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로도 상왕 노릇을 하기 위해 이런저런 장치를 마련하려 했다는 의혹을 많이 받는다. 5공 당시 민정당의 의원 내각제 개헌 주장도 내각제에서 국회의원 공천권을 전두환이 갖는 식으로 상왕이 되려는 의도라는 의혹이 있는데 국가원로자문회의도 이와 비슷한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너무 뻔하게 의도가 보였기 때문에 당시에도 퇴임 후에도 상왕짓 하려고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노태우가 당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국정에 직접 관여하려기보다는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이었거나, 집권당 상관없이 퇴임하면 허전하니 감투나 쓰고 있으려는 생각일 가능성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왕용 직위라서 곱게 보는 사람도 없고 아무리 친구 도움으로 대통령까지 되었다지만 자기 뒤에서 상왕으로 국정에 입김을 발휘하는 게 노태우도 마음에 안 들었을 터이다.

하지만 전두환도 미처 생각치 못한 것인데, 국가원로자문회의 설치 규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현직 대통령이 설치를 안하면 그만이라는 점이다. 법 조문을 보면 자문에 응하기 위해서 둘 수 있다고 했지, 두어야 한다고는 써 있지 않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이 그냥 위원회 설치를 하지 않으면 직전 대통령은 손 쓸 방법이 없다.

전두환의 재임 전후를 규명하기 시작하자 직선제 대통령이라는 절차적 정당성까지 가지고 있던 노태우는 쉽게 전두환을 버렸고, 당시 상황에서 국가원로로 인정받고 대통령에게 자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전두환이 노렸던 상왕 자리도 당연히 유야무야되었다. 이후에 문민정부는 전두환노태우를 감방에 넣은 김영삼이었으니 역시 노태우를 위원장으로 앉혀놓고 국가원로의 자문 같은 건 들을 턱이 없고 다음 대통령은 김대중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나니... 만들어질래야 만들어 질 수가 없었다. 전직 대통령이 상왕 노릇하려 만든 자리였기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 권한과 영향력이 대통령 개인의 의사 문제가 큰 조직이기 때문에 만들어지더라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원로들에게 감투나 씌워주고 식사나 하는 경로당 비스무리한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들은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국정 판단에 조언이 필요할 때 사회 원로나 전 대통령들을 초빙해서 자문을 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구를 설치할 필요성은 극히 적다. 대통령 초빙 자문에는 전두환도 초빙받아서 가기 때문에 나름 한풀이는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