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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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문광부에서 2000년 고시한 현행 로마자 표기법이다. 국립국어원 로마자 표기법

1959년부터 1984년 사이에는 문교부 한글 로마자 표기법(MOE, Mode of Education, 1959-SK모에)[1]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다가, 1984년에 가서 1988년 서울 올림픽 준비의 일환으로 매큔-라이샤워식(MR))으로 일시 변경되었으나, 90년대 이후로 컴퓨터 등에 반달표와 어깻점이 쓰기가 어렵고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2000년에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라는 이름으로 고시된다. MOE와 약간 다른 점은 받침 등에 대해서는 전음법(轉音法, transphonation)을 일부 인정함이다. 그 결과 한글 표기를 로마자와 바꿀 경우, 이 로마자를 다시 한글 표기로 100% 완벽하게 복원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지리학 등 학술적 표기를 위하여 전자법(轉字法, transliteration) 모드를 허용하는데, 이 모드를 사용하여야만 '한글 → 로마자 → 한글'이 가능해진다.

서울대학교 중앙 도서관의 경우, 모든 도서의 저자명 도서명 색인을 전자법(轉字法, transliteration)인 문교부식 로마자 표기법으로 만들어 도서 카드를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이러한 방식을 채택할 당시의 문교부 정책에 순응함이기는 하였으나, 만일 다른 선택이었다면 혼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으로 표기된 한국어 문서[2]

2 특징

문화관광부가 2000년 7월 7일 고시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로 한국어의 음운 체계에 충실하였다. ㄱ, ㄷ, ㅂ, ㅈ이 초성으로 쓰일 때에는 위치와 관계없이 g, d, b, j로 표기한다.[3] 그러나 종성(= 받침)으로 쓰일 때에는 여전히 k, t, p가 쓰인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절충안이라고 볼 수도 있다.[4] 필요한 경우는 전자법으로 쓰는 것도 가능한데, 그때는 언제나 g, d, b가 된다. 종전 표기법에서는 ㅅ 뒤에 ㅣ가 올 때[5]는 에는 ㅅ이 구개음화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헵번식처럼 sh로 표기했으나, 공연히 번잡스러울 뿐이라고 판단하여 s로 통일했다.

둘째로 로마자 중에서 f, q, v, x, z를 제외한 21자를 사용하며 붙임표(-)를 제외한 다른 기호는 사용하지 않는다.

셋째로 전사법(轉寫法, transcription)으로서 소리나는 대로 적는 전음법(轉音法, transphonation)과 한글 표기를 그대로 옮기는 전자법(轉字法, transliteration) 중 어느 쪽을 채택할지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전음법을 원칙으로 정하였는데, 이 점은 매큔-라이샤워 표기법과 같다. 단, 학문적으로 필요한 경우 전자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한글 표기 그대로 옮겨야 할 때) 이땐 ㄱ, ㄷ, ㄹ, ㅂ, ㅈ에 g, d, l, b, j만을 사용한다. 국립국어원 로마자 표기법 제8항을 보면 “학술 연구 논문 등 특수 분야에서 한글 복원을 전제로 표기할 경우에는 한글 표기를 대상으로 적는다. 이때 글자 대응은 제2장을 따르되 ‘ㄱ, ㄷ, ㅂ, ㄹ’은 ‘g, d, b, l’로만 적는다. 음가 없는 ‘ㅇ’은 붙임표(-)로 표기하되 어두에서는 생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타 분절의 필요가 있을 때에도 붙임표(-)를 쓴다.”라고 되어 있다. 이 방식은 1959-SK 문교부식과 거의 동일하다(초성 ㄹ을 r 아닌 l로 표기함만 차이 남).

현행 표기법의 장단점은 대체로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역으로 생각하면 된다. 영어에선 i나 e 앞에 g이 오는 경우 ㅈ 발음(/dʒ/이나 /ʒ/)이 나는 경우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예컨대 Gimpo는 자칫 '짐포'로 발음된다는 점이다.

또한 어포스트로피와 반달표가 사라져서 컴퓨터로 입력하기 간편해졌다. 반면 혼동 가능성은 아직도 존재하고[6], 정확한 발음을 유도하기는 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참고로 로마자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이러한 기호 사용은 상당히 불편하게 여겨 개혁하려는 시도가 종종 있다. 예컨대 독일어를 사용하는 스위스에서는 움라우트(ä, ö, ü)와 에스체트(ß)를 각각 ae, oe, ue, ss로 바꾸어 쓴다. 다만, 범 독일어권을 독자로 하는 출판물에는 여전히 움라우트와 에스체트를 쓴다. 특히 독일에서 에스체트를 ss로 바꾸어 쓰면 이놈이 생각나는 관계로…. 이를 감안하면 애당초 로마자 문화권도 아닌 한국어 표기의 반달표 폐지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음절 경계가 모호할 경우 붙임표(-)보다는 어포스트로피(')가 더 좋다는 의견도 있다. 붙임표는 형태소 경계를 구분할 때 더 일반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음절 구분을 붙임표로 하면 형태소 구분용으로 쓴 붙임표와 음절 구분용으로 쓴 붙임표가 구분되지 않는다. '항아동'이라는 지명이 있다면 Hang-a-dong보다는 Hang'a-dong이 좀 더 낫다는 것. 실제로 중국어의 병음이나 일본어의 헵번식은 음절 경계가 모호할 경우 어포스트로피를 쓴다. 또한 반달표와 달리 어포스트로피는 컴퓨터로 입력이 곤란한 부호도 아니다.

2.1 표기 예시

보기 1: 종로(鍾路)의 로마자 표기는?
1. Chongno: 부호를 뺀 매큔-라이샤워식 (원래의 한글이 종로인지 종노인지 총로인지 총노인지 구별 불가능.)
2. Jongro: 문교부식 (원래의 한글이 종로임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음.)
3. Jongno: 현행 문화관광부식 ('종로'의 실제 발음 /종노/는 잘 반영하나, 원래의 한글이 종로인지 종노인지 구별 불가능. 심지어 족노나 족로일 수도 있다.)

보기 2: 한국(韓國)의 로마자 표기는?
1. Hangug: 문교부식 (원래의 한글이 한국임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음. '항욱'의 로마자 표기와 구별하기 위하여 붙임표 사용 가능.)
2. Hanguk: 현행 문화관광부식 (원래의 한글이 한국인지 한궄(...)[7]인지 한굯인지 구별 불가능. '항욱'의 로마자 표기와 구별하기 위하여 붙임표 사용 가능.)

보기 3: 설악(雪岳)의 로마자 표기는?
1. Sorak: 부호를 뺀 매큔-라이샤워식 표기 (원래의 한글이 설악인지 서락인지 솔악인지 소락인지 구별 불가능.)
2. Seolag: 문교부식 표기 (원래의 한글이 설악임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음. 서락은 Seorag으로 표기됨. 다만 세올악일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3. Seorak: 현행 문화관광부식 ('설악'의 실제 발음 /서락/은 잘 반영하나, 원래의 한글이 설악인지 서락인지 설앜인지 서랔인지 구별 불가능. 심지어 세오락일 수도 있다. 단, 전자법 모드의 경우 ㄹ을 언제나 l로 적으므로 Seolag은 '서락', Seol-ag은 '설악'이 된다.)

3 이 표기법을 기준으로 한 영어 표기 기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기준으로, 영어 표기를 위해 서울시, 문체부 등 여러 기관에서 내놓은 기준이다.

서울시 외국어(영어) 표기 기준

도로명의 로마자 등 표기법

도로표지 영문 표기법

문화재 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

4 인명의 표기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쓴다.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

  • 민용하: Min Yongha (Min Yong-ha)
  • 송나리: Song Nari (Song Na-ri)
  • 한복남: Han Boknam (Han Bok-nam)
  • 홍빛나: Hong Bitna (Hong Bit-na)

이름에서 일어나는 음운 변화[8]와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연음 현상도 마찬가지로 반영하지 않는다.[9] 이름에서의 음운 변화에 대한 입장은 이곳 참조

다만 이 조항 때문에 겹받침이나 ㅎ 받침 등이 들어가는 고유어(순우리말) 이름의 표기가 원 발음과 동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예를 들어 ‘김맑음’이나 ‘박좋음’ 은 각각 ‘Gim Makeum’, ‘Bak Joteum’이 돼 버려서 로마자 표기만 본다면 /말금/이 아닌 /마큼/, /조음/이 아닌 /조틈/으로 읽혀버리게 된다.[10] 특히 Joteum의 경우 음절 사이에 붙임표까지 넣으면 심히 괴랄해진다.애초에 이름을 이상하게 짓지 말자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이름을 음절별로 구분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해 고유어 이름도 예외 없이 정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자식 이름과 한자식이 아닌 이름을 구분하지 않고 있으며, 붙임표를 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름에 붙임표를 넣어야 할 이유는 딱히 없기 때문에, 붙임표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자를 주 문자로 쓰는 중국조차 한어 병음 도입 이후로는 중국어 이름에 붙임표를 쓰지 않는 것도 생각해 보라. (Xi Jinping을 Xi Jin-ping이라고 쓰지는 않는다. 단 병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에서는 붙임표를 쓰거나 띄어 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11]애초에 한어 병음 방안이 중국어의 다른 로마자 표기법과 견줘 볼 때 눈에 띄게 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중공 정권의 밀어붙이기로 정착된 것이기에. 그리고 중국 대륙에서도 머릿글자를 사용하는 경우는 또 다르다.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 유니폼 등 번호 위에 적힌 이름도 마찬가지다. 시진핑이란 선수가 있다면 Xi J.가 아니라 Xi J.P. 적어도 이런 식으로 구분하는 상황은 나온다. 영어에서도 television을 TV로 줄이고 deoxyribonucleic acid를 DNA로 줄이기도 하니, Jinping을 JP로 줄이는 것이 아주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2000년부터 붙임표를 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는데도, 아직도 외신이나 출판물에서는 이름에 붙임표를 넣어서 표기한다(예: Lee Myung-bak, Park Geun-hye).

또한 2000년의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는 '성의 표기는 따로 정한다'라는 규정이 있는데, 이는 한국인 이름의 로마자 표기가 무질서하다 보니 '일단 2000년에 표기법을 처음 만들 때는 성씨의 표기를 구체적으로는 정하는 것은 보류하고, 나중에 관용 표기를 최대한 반영해서 정하자'라는 취지의 규정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은 2002년과 2009년에 성씨 로마자 표기 통일안을 내놓았다(국립국어원이 2009년 발표한 주요 성씨 로마자 2차 시안). 다만 성씨 로마자 표기 통일안 제정은 국립국어원의 뻘짓에 가깝다. 이미 개인이 여권, 명함 등에 나름대로의 로마자 표기를 사용하고 있고 이를 강제로 바꿀 수 없는 한(특히 여권의 표기는 잘 바꿔 주지 않는다) 성씨 로마자 표기 표준안은 현실적이지 않다. 성씨의 경우 로마자 표기법이나 통일안이 어떻든 아버지나 형제·자매의 여권 표기를 따라가는 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이다.
  1. 1959-SK는 번역사들에게는 매우 인기가 없는 표기법이어서 인명 표기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아니하였고, 영미계 외국인들에게 악명 높은 표기법이었다. 이 표기법에 의하면 김 → Gim, 이 → I(…), 박 → Bag(…), 정 → Jeong, 최 → Choe와 같이 되어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영어식 로마자 표기와는 상당한 괴리가 발생한다.
  2. 백괴사전에서는 왠지 몰라도 '실패한 로마자 표기법'으로 부르고 있다.
  3. 반면 서양인들은 이것에 다소 거부감을 갖는 모양이다. 무성음과 유성음을 별도의 음운으로 구별하지 않는 한국어 화자들한테는 '고구마'의 두 ㄱ의 발음 차이는 아예 느껴지지 않거나 정말 미미하게 느껴지지만, 무성음과 유성음을 별도의 음운으로 구분하는 언어의 화자들(주로 서양인들)한테는 '고구마'의 두 ㄱ의 발음 차이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4. 불파음 자체가 파열, 마찰, 성문의 울림을 하지 않고 발음을 재빨리 끊는 발음으로 보기 때문에, g, d, b이라면 불파라도 하여도 계속 종성의 발음이 성대의 울림으로 여운을 남기면서 계속 이어진다라고 잘못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파음의 정의로 본다면 현재 k, t, p 표기도 완벽하지는 않다.
  5. 다만 쉬 swi로 표기했다.
  6. 예를 들어 gaeul이 가을인지 개울인지 알 수 없다.
  7. 솔직히 이 종성에 들어가는 단어는 거의 레어하다. 찾아 보자면 부엌, 녘 정도.
  8. 규정 원문이 좀 불분명하게 쓰여 있는데, 여기서 음운 변화는 /빋나/ → /빈나/와 같은 자음동화, 기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 제3장 표기상의 유의점」에서 규정하는 사항들을 말하며 빛(/빋/)과 같은 「제2장 표기 일람」에서 규정한 음절 말 자음 중화 현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빛나'는 Bichna나 Binna가 아니라 Bitna가 된다. 이 원문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도 있으며, 이 규정은 저 글에 쓰여 있는 대로 '성명을 이루는 음절과 음절 사이에서 일어나는 음운 변동은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또는 쉽게 '한 글자 한 글자 떼어 놓은 뒤 읽은 발음'으로 이해하면 된다.
  9. '설아'는 [서라\]로 발음되지만 Seola로 쓴다.
  10. 실제 발음을 반영한다면 '맑음'은 'Malgeum', '좋음'은 'Jo(h)eum'으로 쓸 것이다.
  11. 예를 들면 Lee Kwan YewLee Hsein Loong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