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석재판

1 개요

궐석재판(闕席裁判)은 당사자 한쪽(주로 피고 또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하는 재판을 말한다.
피고인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서 고의로 재판에 불참하거나, 생명이 위독하거나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상태인 경우 또는 피고 몰래 재판을 실시하는 경우 등이 있다.

궐석재판의 문제점은 피고 또는 피고인의 절차권 또는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당사자 한쪽이 불참하는 재판인 관계로 편파적으로 원고 또는 검사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가 있게 된다. 실제로도 특정인물에게 사형을 선고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짜고 벌인 궐석재판도 있었다.

민사재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현행법상 궐석재판이 인정되지 않는다.[1] 도리어 소송지연이 될 염려 때문이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대석판결주의를 취한다. 즉, 당사자 한쪽이 불출석한 경우, 그가 소장, 답변서, 그 밖의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는가에 따라 불출석하였으되 마치 출석하여 (제출한 경우) 진술하였거나 또는 (부제출한 경우) 자백한 것처럼 보아 절차를 진행하고 판결한다(진술간주(동법 제148조), 자백간주(동법 제150조 제3항)). 물론 공시송달사건의 경우에는 자백간주 규정이 배제되므로 원고의 말만 듣고 재판할 수밖에 없으나, 피고는 나중에라도 재판이 공시송달에 의하여 이루어진 사실을 안 날부터 14일 이내에 추후보완항소(민사소송법 제173조)를 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형사재판의 경우 기본적으로 신속한 판결이 요구되므로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2회 이상 불출석하거나 교도관이 보기에 재판에 출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궐석재판이 인정된다. 이 경우 병이 나거나 천재지변 같은 이유가 아닌 이상 재판에 안 나가는 것은 사실상 내가 범죄자라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보다 더 많은 형량이 매겨진다. 다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궐석재판을 위한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재판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피고인에게 공판기일을 알리고, 그래도 안되면 마지막으로 공시송달을 하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궐석재판의 문제에도 적었듯이 형사재판에 있어 궐석재판은 피고인에게 극히 불리하기에 이런 엄격한 조건을 제시한다.

대한민국보다 인권이 많이 보장되는 유럽연합에서는 회원국의 법에따라 궐석재판을 실시할 수 있지만 유죄로 판결된 자가 새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2 현실에서의 궐석재판

  • 김형욱 - 1979년 10월 1일에 파리에 도착후 행방불명이 되었고, 실종 상태에서 정권모독죄[2]로 형사재판을 받았다. 실종에 대해 여러 설이 있지만 파리에 도착 후 어떻게든 살해당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므로 죽은 사람을 데리고 궐석재판을 벌인 셈이다.
  • 이상설, 이위종, 이준 - 헤이그 특사
  • 토마스 베켓 - 원래 헨리 2세의 총신이었으나 켄터베리 대주교가 된 이후 헨리 2세와 반목했다. 헨리 2세의 부하들이 베켓을 죽여버리자 교황청은 베켓을 성인으로 시성해버렸다. 그리고 베켓이 죽은지 361 년후인 1531년, 당시 영국 국왕인 헨리 8세는 토마스 베켓을 반역죄로 기소하고 30 일안에 법원에 출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연히 베켓은 법원에 출두하지 않았다 (...) 출석하면 그게 더 무섭다 법원은 궐석 재판에서 베켓에서 유죄를 선고하고, 켄터베리 대성당에 있던 베켓의 무덤을 부수고 유해를 불태운 후 순례객들이 두고 간 보물들을 몰수했다.
  • 그리고리 라스푸틴 - 제정러시아 황실 귀족들끼리 모여서 피고인인 라스푸틴 당사자 몰래 재판을 해서 사형을 선고했다. 결국 재판은 명목상의 번명일 뿐 실제로는 라스푸틴을 살해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기 위해 벌인 촌극에 더 가깝다. 하지만 라스푸틴이 저질러 놓은 행보를 보면 죽어야 마땅하다. 다만 라스푸틴이 니콜라이 2세황제의 황후인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의 총애를 받고 있는 권신이라서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기 때문에 직접 죽이지 못하고 암살을 하기 전에 라스푸틴을 죽일 사유를 만들기 위해 궐석재판을 벌인 것이다.
  •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
  • 마르틴 보어만

3 창작물에서의 궐석재판

  • 역전재판 4 <역전을 잇는 자> 두 번째 재판 - 피고인이 형사재판 도중 급성중독으로 생사가 위독해서 둘째 날에는 피고인 없이 심리했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궐석재판이니만큼, 가류 쿄야 검사는 이 점을 두고 피고인이 죄책감에 스스로 독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 역전재판 5 <역전의 귀환> 첫 번째 재판 - 피고인이 수족관에 사는 범고래라서(…). 결국 수족관과 법정을 화상으로 연결해서 재판을 하게 되었다. 굳이 따지면 애초에 재판 자체가 아니지만(…) 범고래가 재판을 이해할 수도 없고 진술을 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니 궐석재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1. 과거 일본 민사소송법을 의용하던 시절에는 궐석재판 제도가 있었다.
  2. 김형욱만 노린 법으로 실제 김형욱의 재판에만 한 번 적용되고 다시 적용된 일 없이 폐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