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

혜리님이 이 항목을 싫어합니다

금방 사랑에 빠지다

'랑에 지다'란 문장, 또는 그러한 상태에 쉽게 빠져드는 사람 등을 가리키거나 약자로 줄여 쓴 속어(유행어)이다. 이와 동시에 랑에서 져나오는 것 또한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금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다른 유행어들과는 다르게 제법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어휘로, 예로부터 이런 속성 애정 타입의 인물들이 꽤나 많았기에 공감대를 널리 형성한 것이 원인인 듯. 이런 사람들을 낭만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쉽게 마음이 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 왔다.

금사빠는 첫눈에 반한다는 표현과 유사해 보이지만 사실 많은 부분이 다르다. 처음 본 '특정' 인물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것과 '아무' 사람에게나 사랑을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게 비슷한 현상으로 보이기때문에 혼동이 올 만하다. 여러 사람을 만나보면 '아 이게 금사빠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유행어를 살펴볼 때는 특히 두 가지를 주의깊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그 유행어가 가지고 있는 뜻이다. 이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둘째, 그 유행어가 나오게 된 맥락(context)이다. 맥락의 이해없이 뜻만 살핀다면 유행어는 단순히 세대간의 사용어휘 차이일 뿐이지만, 맥락도 함께 살핀다면 유행어에 담겨있는 여러 사회적 함의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말로 다 하기 귀찮아서 줄이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금사빠라고 하는 단어 자체는 그러한 현상(또는 인물)만을 지칭하지만, 맥락을 함께 살펴보면 오랜 시간을 들여 서로에게 서로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사랑)의 인스턴트화를 함의하고 있다. 예컨대 금사빠들은 사랑의 시작과 끝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무척 빠르며, 그 과정에서 겪는 감정의 소모 역시 심하다.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져있는 상황 속의 자기라는 인위적 상황에 금새 휩쓸리는 것이다. 따라서 연애 기간이 상정기간(?)보다 길어지거나, 연애 초기의 강한 동인이 사그러드는 경우 쉽게 관계가 정리될 수 밖에 없다. 사랑과 호감을 구분하지 못해서 그런다 카더라. 그런 사람들 또는 그런 상황이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이 사그러지지 않는 한 금사빠는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가진 어휘로서 자리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