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근성

1 개요

군중들이 빨리 끓어오르고 빨리 식는 현상을 냄비에 빗대서 부르는 말로 부정적인 말이다.
단순히 어떤 화두에 대해서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과는 좀 다르다. 비판의 요지는 빨리 끓는 것보다 빨리 식는 데 있다.

2 유래

대표적인 냄비근성으로 꼽히는 것은 월드컵 때의 축구열풍으로 월드컵이 끝난 직후 K리그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든 것을 보고 냄비니 뭐니 하는 말이 나돌았다. 일본의 역사왜곡독도문제, 동북공정,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도 나돌았다. 냄비근성이란 말 자체는 매우 오래된 말이다. 언제 시작됐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90년대 이전부터 쓰이던 말임은 확실하다.

이 말은 대체로 화제가 될 때만 격렬히 흥분하고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한국 사람들을 까기 위해 사용된다. "과열양상"을 경계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예컨대 어떤 범죄자의 흉악한 행위에 분개하여 국민적 여론이 생겼더라도, 몇 달 안에 그 붐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 버리는 것을 말한다.

일찍부터 한국사회에서는 이런 점을 "끈기 없고 지조 없고 일관성 없는" 속성이라 규정하여 열심히 깠다. 또 90년대에 이르기까지 특히 심했던 "선진국 진입"이라는 화두에 맞추어 "우리 사회의 후진적 작태"의 대표로 빨리 지양되어야 할 요소로 손꼽혔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흥분은 잘하면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질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냄비근성 같은 현상이 생긴다는 말이 돌았다. 마치 식민사관처럼 자학적인 굴레를 스스로에게 씌웠다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 자체는 언론에서 교조적으로, 선민 적으로 내세웠던 구호이다. 여기에 '우리 전통 식기인 뚝배기와 같이 오래오래 식지 말고 꾸준해지자'는 틀에 박힌 결론까지 곁들이면 한층 더 완벽(?)한 클리셰.

3 원래는...그런거 없다.

분명한 의미로 "냄비현상"이라고 정의할 만한 상황이 전혀 없지는 않다. 사회적으로 분명히 필요한 내용이고, 개선이 필요함에도 한때의 구호로만 그치는 경우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중의 화두에 대하여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언론에서 "정말 누가 됐든 간에 잊어서는 안 되고 항상 기억해야 할 만한" 일을 지속적으로 통보해야 하는 "소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도 그렇다. 또 해당 사안이 정말 우리 사회의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여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표현은 쉽게 남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3.1 한국인에게만 있는 특징인가?

한국인이 자국민을 비하하면서 냄비근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는 하나, 사실 전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태도는 석유문제에서 잘 드러난다. 석유는 채취될 때 토양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석유는 수천 km를 유조선으로 운반되는데, 법에서 정한 자격규정에 미달하는 인력이 낮은 보수를 받고 일하고 있다. 거의 예외 없이 해마다 한 건 이상의 대형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금방 나타나지 않는 바다 속 피해는 차치하고, 긴 해안선을 따라 떠 있는 기름띠를 떠올려보자. 기름으로 범벅이 된 새들 사진이 전 세계 사람들을 경악시켰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2주 후면 사라진다. 다음 사고가 생길 때까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모든 일이 진행될 것이다. - 모집 라티프, 『기후의 역습』, 현암사, 2005, p.149

400px
검은 사기의 한 장면. "우리나라는 특히 그래" 라고 하는 것도 세계공통이다.

3.2 애초에 유효한 개념인가?

냄비근성이 정말 유효한 개념인지, 또 이것이 사회의 화두가 되어도 좋은 것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대중이란 처음부터 불특정 다수다. 한 마디로 묶어 버리지만 실체는 각각의 사정과 생활을 가진 여러 개인의 집합이다. 이들 전부의 관심사가 특정 상황에 어느 한 곳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오히려 어렵고 희귀한 것이며, 그렇게 모여진 관심이 계속 지속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부 정치,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쉽게 끓어올랐다가 꺼져 버린다."고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적인 정치인도 아니고 관련인도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 한때 여론에 의해 도마에 오른 사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야 할 의무는 없으며, 그러기도 쉽지 않다. 그건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이 해야 할 일이다. 또 사회가 직면하는 화두는 굉장히 다방면에 걸쳐 있는데, 대중의 냄비근성을 폄하하는 자의 논조는 다방면에 걸친 모든 분야의 화두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에 가깝다. 물론 일반인 입장에서 그러할 의무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애초에 일반인이 그런 일을 모두 할 수 없으니 전문가를 양성해서 그들에게 일을 맡기는 것인데, 이를 대중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오히려 언론이 본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다.

특히 언론의 힘이 막강해진 오늘날에는 대중의 선호와 관심 자체가 언론에 의해서 크게 좌우된다. 연예계에서 특정 연예인의 마케팅을 위해 언론을 활용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대중적 화제가 애초부터 여론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 한다면, 오히려 냄비근성을 유발하는 자는 화제를 수시로 갈아치우는 언론이 될 것이다.

언론에 의해 조성된 화제의 예로 월드컵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월드컵 시즌에는 하루 온 종일 TV, 라디오, 신문 등 모든 매체에서 월드컵이라는 화제에 집중한다. 반면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화제에 관심을 돌린다. 각 개인이 매체의 이러한 화제전환에 따라가기만 해도 냄비근성을 지닌 대중 으로 폄하당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매체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일반인 입장에서는 특정 사건에 관심이 있어도 깊게 들어가기 어렵다. 정보에 접근할 시공간적 여력이나 권한 같은게 없기 때문. 애초에 그러라고 있는 게 언론이다.

3.3 언론플레이의 수단이 아닌가?

냄비근성이라는 말 자체를 어떤 사회적 이슈나 붐을 부정하기 위해서 고안된 단어로 볼 수도 있다. "그 현상은 거품이다.", "한때의 유행이다."는 식으로 해당 이슈를 묻어버릴 목적으로 사용되며, 이 경우 애초부터 뚜렷한 근거나 전제가 없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어떤 화제가 묻혀 버리는 걸 우려하여 쓰는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해당 화제를 묻어버리기 위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자기들에게 불편한 화두를 묻어버리기 위해서 국민성까지 볼모로 삼아 냄비를 운운하기도 한다.[1] 그들은 단순히 과열양상을 우려하는 것이라 변명하지만, 정작 그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과열양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안의 본질에 맞는 기사와 잘못된 내용에 대한 공정한 수정, 그리고 또 다른 중요 사안에 대한 여론의 환기가 필요하다. 어떤 현상을 "저것은 냄비니 부질없는 짓이다."라는 말로 일축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바로보지 않는 흠집 내기, 정신승리법이다.

이 단어가 네티즌들에게 넘어가면서, 무심한 듯 시크한 척 하는 네티즌들이 다른 네티즌을 까기 위해서도 사용한다. 앞서도 말했듯, 사태의 과열을 우려하는 것과 그것을 애초에 보지 않으려 하는 행동은 다른 것이다.

4 냄비근성을 없애는 건 가능한가?

불가능하며, 그래서 될 일도 아니다.

인간은 각자 관심사가 다르며, 관심사에 대한 관심의 정도 또한 다르다. 모두에게 일정 수준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사상통제가 완벽하게 가능하지 않은 한 애초에 불가능하다.
또한 냄비근성을 없애는 게 가능하다 쳐도 그게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 상황이 변해서 기존의 문제가 어느 정도 나아졌거나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면 관심이 옮겨가는 게 정상이며, 오히려 그렇게 해야 전반적으로 문제들이 나아지게 마련이다. 특정 주제에 머물러 있으면 새롭게 나타나는 문제들을 무시하는 꼴이 되는데 나중에 방치한 문제들이 어떻게 위협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문제는 관련자들만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중은 본인의 문제에 집중하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훨씬 더 효율적이다. 그리고 사안에 따라서는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게 나을 사건도 있다.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사건들의 경우에는 적당히 잊어주는 게 모두에게 낫고, 잊혀질 권리같은 개념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특정 문제가 지나치게 오래 제기되면 사람들에게 공감은커녕 지겹다며 반감을 사게 마련이다. 어차피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져 봐야 일반인들의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5 관련 문서

아래의 항목은 냄비근성의 예로서 논란이 있는 항목들이다.

  • 2002 한일 월드컵: 전 국민이 월드컵 때 환호했으니 월드컵이 끝나도 축구에 계속 열광해야 한다는 주장이 된다. "전 국민"이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불특정 된 약 4천만 명 정도의 남녀노소"를 두루 칭하는 말이다. "월드컵" 같은 "매우 크고 대대적인 행사"가 한 동안 이들의 관심사를 "축구"로 묶어두는 일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행사가 "끝나 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그들이 관심사를 "축구"로 "한정"해야 한다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냄비근성으로 얘기되는 것은 당시 국민적 관심이 시청 앞에 백만 명이 넘게 모였다는 것으로 설명 가능하다. 전 국민이 아니라도 이러한 관심이 일부만 옮겨져도 축구리그는 지금의 야구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을 것이다. 결과는? 많이도 아닌 예전보다 더한 관심만 있었다면 냄비근성 항목에 오르지도 않았을 거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이후 국가대표 전에도 보이게 된다.
  • 미선이 효순이 사건
  • 한미 FTA 협상 : 협상 타결 / 비준동의안 통과 한 달도 되지 않아 그 누가 한미 FTA에 관심을 가졌나는 듯이 거짓말처럼 잊혀졌다. 잊혔다고 하기 보다는, 국회의원을 새로 뽑아 FTA협상자체를 폐기 후 재협상하게 만들겠다고 적지 않은 국민들이 벼르고 있었으나, 막상 국회의원선거 결과를 보니 폐기가 어려워졌기에, 너무 실망한 나머지 언급을 안 하고 있을 뿐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언론에서도 FTA협상의 문제점이, 국민들에게서 계속 이슈가 될까봐 서둘러 정리한 것도 한몫했으니, 냄비근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디워 논쟁[2]
  • 독도문제
  • 동북공정
  • 슈퍼7 콘서트 취소 사태
  • 천안함 피격사건[3]
  •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4]
  • 텔레그램
  • 꼬꼬면
  • 허니버터칩[5]
  •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한 평가[6]
  •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7]
  • 2015년 세븐나이츠 무과금 운동[8]
  • 한국발 불매운동: 옥시 말고는 죄다 잠깐 반짝하다가 사라지기 일쑤.
  • 클로저스 티나 성우 교체 논란

루저의 난, 생리혈서사건에 대한 네티즌들의 대응에 대해서도 냄비근성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분명 그 같은 사안에 대한 네티즌들의 과도한 관심과 분노는 "과열양상"에 해당하지만 냄비근성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물론 각각의 사안이 정당한가의 문제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또, 강우석 감독이 한국에서는 500만 관객을 넘기면 1000만은 쉽게 넘길 수 있다고 이야기해서 이슈가 되었는데 이 역시 한국인을 냄비근성으로 평가한 것이 아닌가하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
  1. 좌든 우든 상관없다. 이런 데서는 대동단결이다. 좌편에서는 "악덕기업의 마케팅에 넘어간 냄비현상"이란 표현을 자주 쓰고 우편에서는 "유언비어에 넘어간 냄비현상"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2. 영화 자체는 그럭저럭 못 만든 영화였지만 언론과 빠들의 환상적인 하모니의 반짝 언플로 유명해졌다. 그 후 심형래의 몰락으로 더더욱 전형적인 냄비근성 사태의 테크를 밟는 중.
  3. 사태 당시 반북감정이 하늘을 찔렸으나 남아공 월드컵에는 북한을 응원했다. 단, 같은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인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4. 그래도 이 사건은 전체적으로는 식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5. 요새 국산과자가 양이 매우 적음으로 인해 대중들의 질타를 받는 와중에 허니버터칩이 언급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도 나도 허니버터칩을 사려고 달려드는 행태 때문에 언급이 되고 있다.
  6. 디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의 냄비근성이다.
  7. 다만 인간의 한계,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등에서 장기적인 영향력이 없지는 않다.
  8. 신규영웅의 벨붕과 문제점으로 이때까지 참았던걸 표출하면서 무과금 운동을 하자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무과금 운동에 동참한다고 하였지만 그 말이 무섭게 가성비 좋은 메이의 상자 이벤트를 하자마자 구글 매출액 순위가 팍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