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협주곡 3번(라흐마니노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1번피아노 협주곡 2번피아노 협주곡 3번피아노 협주곡 4번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3 Op.30

Argerich의 1982년 연주.

1 개요

[1]

라흐마니노프의 어려운 피아노 협주곡들 사이에서도 기교면에서 정점을 이루는 곡.피아니스트들의 무덤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했는데, 어쩌다 보니 본좌급 협주곡이 되어 버렸다(...)

2 특징

1악장의 카덴차가 두가지 버전으로 존재한다. 하나는 무거운 화음들이 주로 구성되어있고, 다른 하나는 좀 더 간결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준다.[2]그냥 둘다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악장 카덴차의 ossia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3악장에서도 ossia가 2번이나 등장한다. 하지만 굳이 이것을 연주하는 것은 거의 기행에 가깝고, 당연하게도 이를 연주한 피아니스트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듣기는 어렵다. 그 중 한 명은 러시아의 거장 그레고리 소콜로프로, 그는 3악장 마지막 페이지의 양손 옥타브 하행 부분을 ossia로 연주했다.

3 편성

플루트 2(제1플루트는 피콜로 대체), 오보에 2, 클리넷 2, 파곳 2, 트럼펫 2, 호른 4, 트롬본 3, 팀파니, 큰북, 캐스터네츠, 탬버린, 심벌즈, 현5부, 독주 피아노

4 구성

  • 1악장 Allegro ma non tanto. d단조, 4/4박자.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 현의 반주에 따라 차분하면서 음울한 제1주제가 피아노에 의하여 제시된다. 이 주제가 확장되고 발전한 후, 경과구를 거쳐 2주제가 또한 피아노에 의하여 제시된다 (첨부 동영상 기준 4분 24초). 제2주제는 제1주제와는 대비되는 평화롭고 서정적인 선율로, 점차 고조되면서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벅차오르는 느낌을 준다. 매우 짧아서 있는듯 없는듯한 소종결구를 거쳐, 제1주제 선율이 연주되며 전개부가 시작된다 (6분 53초). 이 주제는 전조되면서 긴장감을 조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점점 긴박하게 전개되다, 이윽고 8분 28초 즈음부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격하게 대립하고, 8분 52초 즈음 폭발하면서 사그라든다. 이후, 폭발의 잔해와 후유증처럼 곡이 전개되다 10분 39초부터 이 곡의 악명에 크게 일조한 카덴차가 시작된다.[4] 카덴차 중간에 제1주제가 변주되어 재현되고, 12분부터 플룻을 비롯한 목관군과 호른이 차례로 번갈아가며 등장하며 경과구를 연주한다. 제2주제는 12분 39초부터 피아노 독주만으로 재현된 후, 14분 15초부터 1주제를 기반으로 하는 코다에 다다르고, 조용하게 사그라들면서 악장을 끝맺는다.
  • 2악장 Intermezzo. Adagio. A장조, 3/4박자. 첨부 동영상 기준 16분 28초부터 시작한다. 명상적이고 몽환적인 악장이다. 약간은 근대적인 화성이 사용되어, 동 곡의 다른 악장이나 피아노 협주곡 2번의 2악장보다는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5] 중간부분은 피아노가 가세하여 러시아적 애수가 가미된 클라이막스가 등장한다. 이후, 제1부가 재현되고, 강렬한 관현악 총주와 함께 쉼없이 3악장으로 이어진다.
  • 3악장 Finale. Alla breve. d단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첨부 동영상 기준 27분 28초부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과 함께 관현악 반주 위에 피아노가 급박한 제1주제를 연주한다. 28분 45초부터 밀어올리는 듯한 경과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조하면서 G장조의 제2주제가 29분 20초부터 등장한다. 제2주제는 제1주제와는 다르게 서정적이면서 광활한 듯한 느낌을 연상하게 하는 선율이다. 이후, 피날레를 위한 힘을 점차 축적하고, 35분 50초부터 다시 힘차게 달려나가다가, 39분 20초에 전곡을 관통하는 클라이막스가 등장한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마찬가지로, 1악장에서의 음울함은 모두 극복하고 벗어던져버린 것 같은 순수한 환희를 노래하며, 화려하게 곡을 끝맺는다.

5 난이도

"라흐마니노프 3번은... 불멸의 곡이야! 미치지 않고서야 이 곡을 연주할 수는 없네!"

- 파크스 교수, 영화 《샤인》 中

빠르고 명료한 스케일, 12도 분산화음 아르페지오, 몹시 불편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손가락번호와 포지션, 3도, 6도, 8도, 양손8도, 8도 사이에 3도, 8도 사이에 6도, 미친 도약, 약지와 새끼손가락으로 트릴하기, 연속적인 Full-Chord 진행[6], Full-Chord의 도약, 연타음, 오케스트라와 맞추는 타이밍, tutti 속에서도 뚫고 나와야 하는 피아노 솔로.......

악보를 읽는 것부터 난관이다. 악보가 매우 복잡하게 쓰여 있기 때문에[7] 음을 하나하나 익혀서 손에 붙이는 것 외에는 어찌 할 방법이 없다.

당연하게도 뛰어난 기교높은 체력이 요구된다.거의 두 옥타브를 넘나드는 화음 도약을 지속적으로 연주하는 것은 사실상 근력운동이나 다름없다. 피아니스트에게 있어서, 일반적인 작품을 다룰 때는 숙련된 릴렉스를 통하여 힘든 부분을 좀 덜 힘들게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그딴 거 할 시간조차 안 주고 계속 몰아붙이는 부분 때문에 연습을 할 때도 진이 빠진다!
상황이 이럴진대, 모든 구간을 정직하게 플레이하다가는 버틸 수가 없는 팔 때문에 GG를 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노하우를 통해 적절하게 완급을 조절해가며 음 몇 개를 뺀다거나[8]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6 음반

라흐마니노프 본인의 음반도 있으나 녹음 시기가 오래되어 음질이 좋지 못하고, 군데군데 녹음 시간 때문에 잘라낸 곳이 있다. 호로비츠 역시 3종의 공식 음반과 다수의 비공식 녹음을 남겼는데, 라흐마니노프에게 인정받은 연주라는 면에서 들어봐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 중 1950년대의 녹음이 기술, 음악적인 면에서 가장 균형을 이루었다는 평을 받는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또한 라흐마니노프를 즐겨 연주하여 많은 녹음을 남겼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1982년 실황 녹음 역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빠른 연주를 좋아한다면 아르헤리치의 연주가 잘 맞을 수 있다.[9] 한편 와이젠버그의 1968년 연주는 3악장 말미의 거대한 클라이막스 최고음역에서 오케스트라 전체를 뚫고 강렬하게 메아리치는 관통력을 지닌 피아노 소리로 유명하다.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가 재미있다. 본격 음악과 하나되는 춤사위 한 번 들어보자. 랑랑 특유의 표정과 몸짓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코다부분이 압권. 그런데 이런 랑랑의 모습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몸짓이야 자유지만, 쇼맨쉽에 치중한 나머지 음악적인 깊이가 떨어진다는 이유. 판단은 각자 하자.

우리나라 피아니스트들 중에도 손열음의 연주와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연주한 조성진의 연주가 있다.[10] 임현정의 개성 넘치는 연주도 Youtube에서 찾을 수 있다.

7 매체에서의 활용

영화 샤인에서 다뤄진다. 이 영화는 데이비드 헬프갓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생애를 다루는데 극중 이 곡 때문에 주인공이 고통받는 모습이 나온다. 정확히는 정신분열증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카덴차는 무거운 화음을 중심으로 한 버전. 해당 장면

8 기타

  • 이 곡이 작곡된 후,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그의 친구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호프만에게 헌정했으나, 자신을 위한 곡이 아닌 것 같다며 거절당했다. 호프만의 기량 부족이 아니라, 그가 손이 작은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이 곡을 연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애초에 헌정 받으면 무조건 연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 간단히 줄여서 Rach3라고 하기도 한다. 영어권 발음으로는 락쓰리 정도. 그래서 Let's rock the Rach 3같은 아재 개그도 가능하다.
  1. 1악장의 카덴차(...) 위 영상의 11:21부터 11:51까지의 부분이다.
  2. 첨부 영상의 연주이다.
  3. 단, 프로의 연주는 아니므로 프로의 연주를 보고 싶다면 이 문서 최상단의 영상을 참고하자
  4. 영상의 경우, 앞서 언급된 두 버전 중 후자에 해당한다. 전자의 무거운 화음의 연타로 진행되는 카덴차를 듣고 싶다면 아쉬케나지의 연주를 추천한다.
  5.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이 전반적으로 낭만파 느낌이지만 피아노 협주곡 2번만 해도 20세기에 작곡된 곡이다. 참고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초연이 1894년이다.
  6. 이 문서 첫머리에 제시된 악보와 같은 구간이라고 보면 된다
  7. 전체 음표의 개수가 10만개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정도로 음표의 개수가 많다.
  8. 솔직히 몇 개 빼도 절대 눈치 못 챌 구간들이 있다. 비록 링크는 반칙이라고 걸어 두었지만, 음악적으로 영향이 없다면 이런 행위를 전혀 이상하게 보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트릭을 쓰지 않아서 제대로 멀쩡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걸 더 어리석게 본다. 당연한 이치로, 그렇다고 무작정 빼서도 안 되는 일.
  9. 리히터의 연주는 찾지 말자. 녹음한 적 없다.
  10. 조성진은 이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