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증후군

1 개요

성취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며 꾸며낸 허구의 세계를 기초로 성공한 타인에게 자신을 투영하여 자신이 다른 실존인물, 또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계속 거짓말을 반복하다 마침내 그것이 정말로 실제 자신이라고 믿어버리게 되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의 주인공 톰 리플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리플리는 부자인 고등학교 동창생을 살해하고 그의 신분을 빌려 음모를 꾸며 혐의에서 빠져나가 자신이 죽인 동창생의 부를 - 은유적으로 그의 삶을 - 손에 넣는다. 대중에게는 명배우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로 영화화되어 유명해졌고, 영화의 흥행 이후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 그러나 하이스미스의 소설과 그 주인공은 그저 이름의 유래일 뿐, 정작 이 증후군에 해당하는 인물이 아니다. 톰 리플리는 머리 좋고 냉철한 범죄자로 자신의 말이 거짓말임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으며, 자신의 거짓말에 스스로 넘어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환자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무한경쟁사회의 경쟁에서 진 허탈감과 열등감에서 비롯된 현대인의 질병이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소설과 영화를 통해 구체적인 표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개념화가 늦었을 뿐 역사적으로 유명한 심각한 리플리 증후군 환자들은 존재했다. 소설이나 수필에도 간간히 등장한다. 노신의 대표작 <아Q정전>의 주인공 '아Q'를 예로 들 수 있다. 성취욕구는 우주지배인 캐릭터인 '아Q'가 조폭에게 맞는 열등감에 시달리다 자신의 가난한 현실을 부정하며 자신이 신인 꾸며낸 허구의 세계 속에서 비구니나 어린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말 그대로 리플리 증후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제정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황녀 아나스타시야 니콜라예브나 로마노바 사후 나타난 대표적인 가짜 아나스타샤 안나 앤더슨을 들 수 있다. 원래는 폴란드인으로, 본명은 프란치슈카 샨코프스카. 독일 법원에서 아나스타샤 황녀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는데도 미국으로 건너가서 이름을 바꾸고 끝까지 자신이 아나스타샤 황녀라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자식들은 그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유전자 감식 결과 거짓으로 드러나자 자식들이 큰 충격을 받았을 만큼 철저하게 일평생 자신을 아나스타샤 황녀라고 자부하고 살며 자식들까지 세뇌한 프란치슈카 샨코프스카의 삶은 중증 리플리 증후군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2 사례

  • 김법진 사건
대학가에 떠돌던 유명한 도시괴담.(#) 매번 이름을 바꿔가며 서울의 명문대를 비롯한 지방의 여러 대학을 돌아다니며 신입생 행세를 하며 다른 사람의 학번을 도용하여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추적[1]으로 인해 이 학생을 잡는 데 성공했으며 본인도 다른 4년제 대학생[2]이고 아버지 역시 그 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임을 알아냈다. 본인의 학력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3] 이것 또한 사기가 아닐까? 2016년에도 이러고 다니고 있다는 제보도 많이 보인다. 병은 치료를 해야 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2015년 6월 4일, 미국의 한 천재 한인 소녀의 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미국의 명문 사립고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김양이 SAT 만점을 취득, 미국 최고이자 세계 최고의 명문대 많은 SAT 만점자들이 불합격하는 하버드 대학교스탠퍼드 대학교에 동시에 합격했다는 뉴스였다. 거기에 고등학교 시절 MIT의 연구 프로그램에 참가해 놀라운 이론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그녀를 직접 스카우트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양은 스탠퍼드에서 1,2년 수업을 받고 하버드에서 나머지 커리큘럼을 이수해 두 학교의 학위를 모두 딸 계획이라고 당당하게 인터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구라였다. 언론들이 하버드와 스탠퍼드에 문의한 결과, 김양의 합격은 사실이 아니며 스탠퍼드와 하버드를 반반씩 다니는 제도 또한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4] 김양의 아버지인 김정욱 넥슨 전무는 "딸이 거짓말할 애가 아니다"라며 딸을 두둔하고 사실파악을 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결국 김양의 발언은 어느 것 하나 사실인 것이 없었다. SAT 만점도, 스탠퍼드, 하버드 합격도, MIT의 연구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는 사실도 그 무엇 하나 사실인 것이 없었다.[5] 결국 김정욱 전무는 딸을 대신해 사과하고 딸을 돌보며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답했다. 김양은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6월 13일 조용히 한국으로 귀국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뻔뻔한 거짓말에 기막혀하면서도 얼마나 압박을 받았길래 명문 사립고에 다니는 학생이 저런 거짓말까지 했을까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 홍순영
곽재은 유괴 살해 사건의 범인.

3 창작물에서

탑블레이드나 썬더 일레븐같은 소년만화에서 자주 보인다

신분상승을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며 악업을 쌓는 주인공의 캐릭터에서 제목을 따왔는데 드라마의 인기가 안습이라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 했다.
주인공 정루나가 이 증상을 보였다. 명문대생에 대기업 입사가 확정된 이란성 쌍둥이 언니 정루비와 달리 지방 방송 리포터나 하는 밑바닥보다 조금 나은 인생에 복잡한 남자관계 속에서 살던 그녀는 상대적 박탈감에 언니를 증오했다. 우연히 일어난 사고를 이용해 정루비와 자신의 얼굴을 맞바꿔 자신이 정루비로 행세한 것까지야 이해가 가는데 그게 정신병으로 발전하면서 마지막에 정체가 까발려진 후에도 자신이 정루비라고 굳게 믿는 지경까지 가버렸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결말을 맞이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정신병을 고치지 못 해서 정신과 의사가 자신을 부르자 자신이 정루비라고 말하고 결국 외출 연기 판정과 함께 상담실로 다시 끌려간다.
그래도 정신병을 인정받아 미스 리플리의 주인공처럼 전과자는 되지 않았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끊어지지 않은 건 다행이랄까.
  • 히치콕 극장의 None Are So Blind 에피소드
장사도 안 되는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자칭 탐미주의자 시무어는 하도 못나서 아버지가 돈을 감당 못 할 것을 알고 유산을 다 자기 여동생에게 주어버릴 정도의 나르시스트 찌질이. 하나뿐인 가족인 아주머니를 뜯어먹고 사는 처지지만 항상 당당하다. 게다가 '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로 했음, 그럼 행복함'이라는 정신승리의 극치를 아주 대단한 사상인 양 주장하는 인물. 아주머니가 이놈한테 진저리가 나서 이제는 돈을 안 주겠다고 하자 아주머니를 없애버릴 계획을 한다. 우연히 어떤 남자의 지갑을 주운 시무어는 그 남자의 신분을 이용해 그 남자로 변장, 주변에 수상한 인상을 남기고 그 남자의 이름으로 아주머니에게 살인 위협 편지를 보낸 후 아주머니를 죽인다면 자신은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협박편지를 받은 아주머니는 또 찌질한 네가 꾸민 짓이냐며 시무어를 비웃고, 열받은 시무어는 아주머니를 쏴죽인다. 경찰에 곧바로 붙잡힌 시무어는 대체 어떻게 자기인 줄 알았는지 이상해한다. 사실 시무어는 잘 생겼으나 얼굴에 아주 크고 특이한 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완벽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 나머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얼굴에 있는 점이 보이지 않았던 것.
말 그대로 허언증과 허세의 정석을 보여주는 인물. 개그만화라 개그스럽게 나올 뿐, 하는 걸 보면 정말 하나하나가 거짓말과 이를 뒷받침하는 뻔뻔함투성이다. 그리고 35화에서 아예 리플리 증후군 환자라고 확인사살당했다(…).

4 관련항목

  1. 2014년 4월 12일 방영분에서 다뤄졌다.
  2. 방송 중 이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손꼽히는 일류대학은 아니지만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이라고 소개되었는데 용인대였다.
  3. 본인보다는 가정환경의 문제로 보인다. 위로 누나(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에서 4명으로 나옴)들이 모두 SKY 출신이었고, 제작진이 아들의 상황을 알려주며 치료를 권하자 가족들이 단호히 거부했다고 방송 중 밝혔다.
  4. 한인 유학생들은 이미 김양의 이 발언에서부터 거짓임을 알아차렸다. 편입 과정은 미국대학에서 자주 일어나지만 편입을 하면 편입된 학교의 학위를 따는 거지, 그 전 학교의 학위도 따는 건 아니다.
  5. 딸을 끝까지 믿은 아버지라고 좋게 봐줄 수도 있지만 결국 자기 자식에 관해 아무 것도 몰랐다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