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푸체어

칠레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은 선주민족이며 아르헨티나 쪽에도 사는 마푸체 민족이 쓰는 말. 마푸체 말 자체로는 마푸둥군(Mapudungun), 또는 체둥군(Chedungun)이라 한다. 앞의 것은 '땅의 말' 뒤의 것은 '사람의 말'이란 뜻이다.

마푸체 어에 대한 기록은 16세기에 에스파뇰 정복자들이 온 시기부터 나타난다. 여기서 정복자들과 함께 온 신부들은 흔히 어떻게 중앙정부도 없는 민족집단이 그렇게 넓은 범위에 걸쳐 같은 말을 쓰고 있는가를 신기해한 기록을 남겼고, 이 언어가 선교에 쓸모 있으리라 여겨 직접 배우고 연구하기도 했다.

그뒤 이 언어를 오랫동안 정복자 사회에선 칠레둥구, 칠레노(칠레의 언어) 따위로 불렀다. 하지만 1883년 칠레 정부가 마푸체 땅 정복 및 식민화를 완성했다고 거의 공식 선언한 시점부터는 어찌된 일인지 사전 등에 나오는 언어 이름이 '아라우카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라우코 족의 언어'란 뜻인데, 아라우코란 에스파뇰로 마푸체 족을 일컫은 이름이다. 원주민의 언어를 '칠레의 언어'로 인정하기 싫어서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마푸둥군이란 원래 이름은 현대에 마푸체 민족운동이 활발해지면서부터 마푸체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마푸둥군은 교착어지만 터키어처럼 문법주격과 수에 따라 동사어미가 바뀌며 주로 쓰는 어순은 주어, 동사, 목적어이다. 에스파뇰이나 영어 같은 언어에 견줘 특이한 점은 수가 단수, 양수(두 사람), 복수(세 사람 이상)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인칭대명사는 각각 inche나 inchu(우리 두 사람), inchin(우리, 세 사람 이상), eymi(너), eymu(너희, 두 사람), eymun(너희, 세 사람 이상), fey(그 사람), fey engu, fey engun.


인칭과 수에 따라 바뀌는 어미는 다음과 같다. 1인칭 단수는 n, 1인칭 두 사람은 yu, 1인칭 셋 이상은 iñ이며 2인칭 단수는 ymi, 두 사람은 ymu, 세 사람 이상은 ymun이다. 3인칭은 y로 끝나며 2사람을 나타내는 engu, 세 사람 이상을 나타내는 engun은 주어에 수가 나타나 있으면 붙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동사의 기본시제는 '과거'이나 petu(아직, 여전히, 지금)같은 부사와 같이 쓰면 현재를 나타내게 할 수도 있다.

인칭대명사는 각각 inche나 inchu(우리 두 사람), inchin(우리, 세 사람 이상), eymi(너), eymu(너희, 두 사람), eymun(너희, 세 사람 이상), fey(그 사람), fey engu, fey engun.

예:

Amun(내가 갔다), Amuyu(우리 둘이 갔다), amuin(우리 셋 이상이 갔다), amueymi(네가 갔다), Amuymu, Amuymun, Amuy(그 사람이 갔다), Amuy engu, Amuy engun.

미래를 나타내려면 동사 어미 앞에 a를 붙인다.

Amuan.(나 갈 거야).

늘 하는 일을 나타내려면 ke를 붙인다.

Fil ke wun amuken fey ñi ruka mew. (나는 아침마다 그 사람 집에 간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나타내려면 le를 붙인다. 어근이 자음으로 끝나면 küle를 붙인다.

Inche ñi ñawe kullumtuley. 내 딸이 세수하고 있어.
Trewa umawküley. 개가 자고 있어.

수동태를 나타내는 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ew로 끝나는 수동태를 붙이는 것이다. 1인칭이나 2인칭이 행동의 대상이 될 때는 반드시 ew를 이용한 수동태로 표현해야 한다.

Kellun ñi ñawe. 내 딸을 도왔어.
Kelluenew ñi küdaw mew. 나는 도움을 받았다.

다른 방법은 뒤에 nge(능에)를 붙이는 것이다. nge는 우리말의 -이다, 같은 개념으로 쓸 때도 많다.

Mütrümün. 내가 불렀어.
Mütrünngey. 불렸다.

부정을 나타낼 때는 la를 붙인다. 이는 말하다, 생각하다를 뜻하는 동사인 pi와 결합해서 '아니야'를 나타내는 말을 만들 때도 쓰인다.

Amulaymi. 너 안 갔어. Amulayan. 나 안 갈 거야.
Pilan. 아냐.

들었지만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나타낼 때는 rke를 붙인다.

la(죽다), Larkey! 죽었대!

직접 보거나 해 보니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거나 과거의 일을 나타낼 때는 fu를 붙인다.

Larkefuy! (죽었다더니 안 죽었잖아!)

어근 앞에 pepi를 붙이면 '할 수 있다' küpa를 붙이면 '하고 싶다'를 나타낸다. kim을 붙이면 '할 줄 안다'는 뜻이다.

Pepiamun. 갈 수 있어.
Küpaamun. 할 수 있어.
Kimmapudungun. 마푸체 말 할 줄 알아.

이 밖에도 수많은 다른 형태소가 있다. 이런 형태소를 써서 가정형, 관형사 등을 만들 수도 있다.

마푸체 말의 명사에는 남성, 여성, 중성 같은 개념이 없다. 하지만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은 구분한다. 움직이는 것에는 pu를 써서 복수를 나타낼 수 있으나 움직이지 않는 것에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예:
Pu wentru(남자들), pu domo(여자들).

숫자는 10진법 체제를 쓴다. 한자 숫자 단위 비슷해서 매우 쉽다. 이 중 pataka(100)과 waranka(1000)은 루나시미(잉카 제국 공용어)에서 온 차용어다.

kiñe 1, epu 2, küla3, meli4, kechu5, kayu6, regle7, pura8, aylla9, mari10, mari kiñe11, mari epu12, mari küla13, epu mari20, epu mari kiñe21, küla mari kiñe31, pataka100, epu pataka200, epu pataka epu202, epu pataka epu mari epu222, küla waranka3000

루나미시 차용어로는 이것 말고도 apo(꽉 찬) 같은 말들이 있다 Apo küyen은 보름달이다. 에스파뇰 차용어는 서로 마주한 기간이 길다 보니 당연히 많다. Kawellu(Caballo 말), Sanwe(chancho, 돼지), Chinura(señorita, 서양여자), lifru(libro 책) 따위, 이 밖에도 동사를 빌려와서 마푸체 식으로 고친 것도 있다. kuida(cuidar 돌보다). 참고로 에스파뇰 자체는 윙카둥구('윙카의 말'이라 한다. 윙카는 주로 서양인 이방인을 일컫는 말이나 '도둑놈'이란 뜻도 있다)라 한다.

마푸체 말에는 아직까지 통일된 맞춤법이 없다. 정부나 언어학자들이나 마푸체 단체들에서 여러 가지 제안이 나왔지만, 합의점에 이르진 못 했다. 참고로 이 글에 나온 표기법은 우니피카도 표기법이고 ü는 ㅡ로 읽는다. -ng는 능 비슷하게 읽는다. 나머지는 에스파뇰 읽는 법과 같다.

현재 칠레에는 마푸체 말로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이도 있다. 시인 Elicura Chiuailfa, Lorenzo Aillapan(한국에도 여러 차례 명인으로 초대된 적이 있다. 새 소리를 잘 내고 새와 교감한고 한다. 별명은 으늠체, '새 사람'.

칠레 사회의 차별과 마푸체 정체성에 대한 억압으로 마푸체어는 현재 위기에 처한 언어이다. 하나 여러 마푸체 민족주의자들과 칠레인 조력자들이 부지런히 마푸체 어 살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으니 칠레에서 마푸체를 만난다면 옛날에 우리 말을 지키려고 애썼던 조상들을 생각하며 마푸체 말로 몇 마디 정도는 해 주도록 하자.

예:
Marimari 안녕하세요(만날 때).
Pewkayael 다시 봐요(헤어질 때).
Inche pingen Hong Gil Dong 내 이름은 홍길동이에요.
Iney pingeymi am? 네 이름은 뭐야?
Chem pingekey ~ mapudungun mew? 마푸체 말로 ~을 뭐라 해?
Tunten fali tüfachi ~? 이 ~ 얼마 해요?(물건 살 때).
Chaltu may. 고마워요.
Feley. 그래요.
Pilan. 아니요.
May. 네.
Küpan Korea mew. 나 한국에서 왔어요.
Eluen ~. ~ 나한테 줘요.
Kümey. 좋아요.
Weday. 나빠요.
Kimlan. 몰라요.
Adumfimi? 이해했어요?
Adumfin. 이해했어요.
Adumlafin. 이해 못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