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노 미로

1 개요

일본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탐정소설 시리즈의 주인공. 여성 탐정이며, 첫 출연작인 『얼굴에 흩날리는 비』에서 등장했을 당시 서른 두살이었다. 『다크』에서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다. 참고로 『다크』의 시간적 배경은 2002년 월드컵 즈음. 『다크』에서 도망자 신세가 되기 전 까지는 하드보일드 탐정답게 신주쿠에 둥지를 트고 있었다.

탐정이 되기 전에는 광고회사에서 월급생활을 했으며, 남편이 있었지만 미로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더니 출장지에서 자살해버렸다. 이후 광고회사도 때려치우고 집에서 칩거하다가, 『얼굴에 흩날리는 비』에서의 사건을 시작으로 탐정사무소를 개업하게 된다.

서술 시점이 종종 바뀌기도 하는 『다크』를 제외하면 1인칭화자로 등장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는 옷차림 정도 설명으로 그치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은 없다. 단, '짧은 머리'를 하고 있다는 묘사가 나오며, 이로 볼 때 단발머리 내지는 그보다 더 짧은 숏컷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1] 외모 묘사는 이정도에 그치고, 본인도 본인 외모에 대해 썩 자신있어하지는 않지만, 주변사람들의 반응으로 보면 결코 매력이 없는 건 아닌듯. 아니, 오히려 미로에게 반하는 남자들이 권마다 한둘씩은 나온다.

성격이 상당히 불같다. 조금만 수틀리면 살의에 가까운 분노에 타오르며, 더 심하면 앞뒤 안 가리고 들이받아버리기도 한다. 그 절정은 『다크』의 도입부.
한편으로는, 무기력에 가까워보이는 게으름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엄청난 골초다.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에서는 금연에 실패한 것을 두고 자책하기도 하며, 저타르담배를 빌려 피우고는 너무 연해서 맛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담배도 좋아하지만 술도 엄청나게 좋아하는듯.

불같은 성격, 대책없는 귀차니즘, 헤비스모커, 음주. 이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미래를 포기한 자기파괴적인 성격이라는 진단을 어렵지 않게 내려볼 수 있다.

이름의 유래는 아마도 이탈리아 특산품인 무라노 거울(Murano Mirror)일 것으로 보인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굉장히 장식적인 거울들이 많이 찾아진다.

2 주변인들과의 관계

남편 히로오와는 고교시절에 만났다. 단편집 『로즈가든』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이 둘이 만나게 된 과정이 참 기괴하기 짝이 없는데, 기실 남자를 유혹하기보다는 먼저 유혹당해서 곤경에 빠지기 일쑤인 본편의 미로를 생각하면 조금 갸웃거리게 되는 바가 있다. 여하튼 미로에 따르면 이 시기에 미로는 히로오에게 푹 빠져있었다고. 그러나 히로오 역시 기리노 나쓰오 월드의 인물답게(...) 매우 뒤틀려있는 인간이며 이는 『로즈가든』에서 아주 잘 묘사된다. 아마 결혼생활이 순탄치는 않았을 것 같다.

아버지 무라노 젠조는 친아버지가 아니다. 과거에는 야쿠자의 조사원이었지만 현재는 은퇴했다. 미로가 아버지에게 품은 감정은 굉장히 미묘. 그래도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에서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모녀관계로 묘사되지만 『다크』에서…

옆집의 게이 도모 씨와는 친한 친구다. 미로는 『얼굴에 흩날리는 비』사건 이후 심각한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는데, 이 때 만난 도모씨에게 반하지만 불행히도 게이. 꼬셔보려는 시도를 조금 해보긴 하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래도 좋은 술친구로서, 그리고 때로는 탐정 조수역으로서 맹활약해준다. 하지만 이 사람도 『다크』에서는...

『다크』에서 부산으로 피신했을 때 만난 서진호와는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우여곡절 많은 미로의 인생에서 그나마 행복했던 시기가 있었다면 아마 진호와의 동거기간일 것이다. 하지만 진호는 그만.... 그래도 진호와 미로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으니, 미로에게 있어서는 진호가 최고의 남자였던 셈이다.

3 탐정으로서의 능력

아버지가 이름날린 명탐정이지만, 딱히 탐정수업을 받았거나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과거 광고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조금씩 활용하는 것 같다.

대중매체에서 여성들이 형사, 탐정, 스파이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 남성들을 기죽이는 카리스마와 격투실력, 날카로운 센스 등을 자랑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미로에게는 그런 판타지 따위 없고, 지극히 현실적인 현대사회 여성의 처지를 보여준다. 아무리 불같은 성격인 미로라지만, 남성의 위압적인 모습 앞에서는 위축되고 겁을 먹기도 하며, 남성의 완력에 밀려서 옴쭉달싹 못하는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작가가 표현하려는 바가 잘 드러나는 설정이다.

하드보일드 탐정에게서 기대하게 되는 스킬, 예를 들어 눈썰미, 꼼꼼함, 재치 등도 별로 없다. 첫번째 등장 작품 『얼굴에 흩날리는 비』에서는 남의 자동차 열쇠를 슬쩍했다가, 원래 열쇠가 있던 주머니를 헷갈려서 잘못 집어넣는 바람에 들통나는 장면이 있다. 탐정 소질이 별로 없나보다...하고 시무룩해지는 미로의 모습이 백미 귀엽다!!
여성 탐정이라면 성적으로 남성을 유혹해서 정보를 끌어내는 스킬도 있을 법 하지만, 오히려 성욕을 주체못한 미로가 남자 쪽의 유혹에 빠져서(...) 곤란한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아버지와 도모씨마저 안 좋은 얼굴로 미로를 쳐다보는 장면에서는 그 쪽팔림이 독자에게도 절절히 전달될 정도.

특유의 귀차니즘도 발목을 잡는다. 『로즈가든』단편 중에서는, 의뢰를 받고는 넘 쉬우니까 내일해야지~ 라면서 술먹고 탱자탱자 놀았다가 일이 복잡해지는 바람에 의뢰인한테 야단을 맞는 비참한 사태를 맞기도 한다.

한마디로 말해 A급 명탐정은 절대로 아니고, 오히려 못미더운 2류탐정에 가깝다. 작품을 읽어봐도 의뢰 수행이 항상 조금씩은 뭔가 미진하다. 문학적으로는 의미있을 수 있지만, 의뢰인 입장에서는 절대 일을 맡기고 싶지 않은 탐정이라고 할밖에. 실력이 별로 좋지 못하면서도 불같은 분노를 폭발시키며 위험속으로 돌격하니 독자 입장에서는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다. 바로 이것이 대부분의 독자들이 미로라는 인물을 표현할 때 위태롭다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이유일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미로는 자기파괴적인 성격이고, 의뢰를 대할 때에도 이런 면모가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다른 탐정들과는 달리 유능하지 못한 탓에 오히려 캐릭터의 매력이 살아나는 특이한 탐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나마 내세울만한 탐정 스킬로, 정보를 끌어내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는 능력은 상당한 편이다. 기억력도 상당히 좋은 편이어서, 스쳐가며 본 전단지나 사진 등을 기억하여 사람을 알아보는 장면이 꽤 있다. 자기파괴적이라는 식으로 설명되긴 하지만 어쨌거나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조사의 진도가 팍팍 나간다는 점도 장점. 하드보일드 탐정 식의 의협심도 종종 발휘한다. 무라노 미로가 이기적인 성격인 걸 감안하면 조금 의외의 면모.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처자의 최강스킬은 역시 아빠소환이다. 미로의 아버지 젠조는 과거에 거대 야쿠자에 고용되었던 전설적인 탐정이었기에 그 능력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미로에게 유용한 조언은 물론 탐정 조수 활약까지(...) 딸을 위해 참 헌신적인 도움을 준다.

여성탐정이라는 점이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 듯.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에서는 여성 인권단체에서 조사를 맡기기도 했고, 『로즈 가든』의 한 단편에서는 딸 문제를 상담하러 온 의뢰인이 나온다.

4 관련 항목

기리노 나쓰오
  1. 그런데 어째서인지 『다크』의 표지에서는 긴 생머리를 한 여성으로 묘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