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체

1 개요

Cultural Lag/Culture Lag
文化遲滯

'비물질 문화가 물질 문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

2 상세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필딩 오그번(William Fielding Ogburn)의 저서 〈사회변동론(社會變動論)〉에서 처음 언급된 이론이다. '문화 정체(停滯)'라고도 하지만 한자 표기도 애매한데다 '지체'가 더 의미명확한 탓에 잘 쓰이지는 않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물질 문화'는 주로 과학기술의 발달을 말하는 것이고, '비물질 문화'는 사람의 생활 방식부터 제도적인 부분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과학 > 기술 > 문화 > 제도 순으로 발달 속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발생하는 총체적인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과학의 발달 속도가 가장 빠르고 제도의 발달 속도가 가장 느리긴 하나, 도리어 기술이 문화를 읽지 못하는 '기술 지체'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과학,기술의 발달로 문화 발전에 가속화 된것이 있는 반면(CCTV,스피드건,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범죄율 감소 등),기술이 지나치게 앞서 간 나머지 문화에 대한 고찰은 망각하게 되는 현상이므로 근본적으로는 같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불쾌한 골짜기가 그 대표적인 예. 다만 이 부분은 문화 지체에 비하면 메우기 쉬운 편이라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튜링 테스트가 뚫릴 수 있었던 것은 '심리학'을 통해 '인공지능'의 한계를 극복하였기 때문이다. 적정기술 역시 기술 지체의 해결책이다. 반대로, 후술할 듯 우버는 이 지체의 대표적인 반면교사로 꼽힌다.

'교육 지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앞서 말한 것들을 교육 체계가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오류가 많아 '과학 교과서 오류'로 검색하면 수두룩하게 찾을 수 있는데, 그 예로 명왕성이 이미 왜행성으로 퇴출되었는데 교과서에서는 아직도 '9번째 행성'이라 썼던 일이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컨퍼런스 논문이 교재의 내용으로 삽입될 쯤이면 그 논문은 이미 구식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

'역사 지체'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역사학적[1] 시각(전통 문화 등)과 기술적인 시각의 차이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 같이 역사가 짧고 급진적이며 석유가 주요수출품이 아닌 나라중에서 고소득 국가인 나라보다는 대한민국이나 중국같이 역사가 길고 보수적이며 근대화가 늦게 일어난 나라에서 일어나기 쉬운 편. 불법복제를 예를들면 이해하기 쉽다. 이 부분은 프랑스의 언론인 '장 피엘'에서 주장한 것이다.

창조경제가 실현되기 어려운 치명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당 문서이나 아래 문단에서도 볼 수 있듯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이다. (참고할 만한 블로그 포스트)

3 문제

단순히 물질 문화와 비물질 문화의 간극 선에서 끝난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지만 백년하청현실은 시궁창.

비물질 문화에는 인간의 삶과 직결되는 부분이 셀 수 없이 많은지라 알게 모르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단순한 예로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주거 양식을 크게 바꾸었지만, 반대로 층간소음 문제를 야기했다. 또한 산업혁명은 인류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놨지만, 그 부작용으로 환경오염, 심지어는 영토분쟁까지 야기하고 있다. 토지 매립 등을 중심으로 한 건축학의 발전 역시 부작용으로 영토분쟁을 낳았으니 말 다 했다.

이러한 갈등이 낳은 비용이 대한민국에서만 연간 300조원(하루 8000억원)에 육박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정도면 매년 천만명, 경제 활동 가능 인구의 25%에 육박하는 고용 효과를 지우는 것과 같다. 정규직 연봉 3000만원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므로, 비정규직까지 감안하면 35%~40% 수준, 1500만명이 실업자가 되는 꼴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관련 사건에 의해 생기는 인명피해에, 통계에 없는 지하경제 규모, 갈등이 아닌 다른 이유로 발생한 비용까지 계산하면 사실상 하루 1조원 이상이 문화 지체로 낭비되고 있는 꼴이다. 게다가 이 비용은 지금도 증가하고 있다.

4 사례

역사는 반복된다극과 극은 통한다 처럼 이미 많은 사례가 쌓여 있다. 권위주의의 병폐도 적지 않다. 이들 중 대부분은 심리적인 한계로 인한 사례이다.

우선 가장 좁게, 권위로 인한 사례를 보자면 영국의 자동차 산업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린 적기조례를 꼽을 수 있다. 적기조례는 마부들의 생존권 때문에 산업의 발전을 놓친 결정적인 요인에 속하는데, 이게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 문제 때문에 발생한 '우버 택시'라는 이름으로 비슷하게 영국에서 재현되고 말았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무기 공학의 발달로 인한 군인의 존중도 하락[2]전쟁(보통 징병제)으로 인한 PTSD의 관계를 꼽을 수 있는데, 따지고 보면 전쟁도 일종의 권력 충돌이기 때문.

앞서 언급한 우버 택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유사 콜택시'이긴 한데, 문제는 이게 완전한 형태의 콜택시가 아니라 렌터카 등 다른 것을 쓰는 것이니 택시 사업자 입장에선 생존권이 위협받고, 정부 입장에선 세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배알이 꼴릴 수 밖에 없는 것. 여기에 결정적으로 택시가 받을 수 있는 규제는 다 회피하는 등 논란이 제기된 것은 물론, 택시 기사 등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더해 카카오택시 등 합법적인 틀 안에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앱까지 나와버렸으니 결국 대부분의 나라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따라서 이 경우는 공유 경제법적 규제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우버의 실책이자 '기술 지체'의 전형이 된 셈.

더 넓게, 공익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 기술을 악용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 3D 프린터의 경우 이미 이를 이용해 총기를 제작하는 영상이 나와 충격을 줬을 정도다. 이 경우 공익보다 사적인 이익을 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익을 해하는 경우가 문제이다. 그리고 3D 프린터의 항목에도 나와있지만 총기 제작의 경우 맘먹으면 줄로 갈아서도 만드며 이미 이방면에는 CNC 공작 기계라는 상위호환품이 보급되어 있으며 총을 만들더라도 탄을 구할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 보이스 피싱 역시 이 사례에 속한다.
  • 성인 콘텐츠도 인터넷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현재의 술담배 구매처럼 미성년자에게 엄격하게 검열됐고 그마저도 수치심때문에 쉽고 편하게 구매해서 소장하는게 굉장히 힘들던 것이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검열따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당장 한국에 있는 남자 고등학생 한명 무작위로 찾아서 야동을 찾을수 있는지 없는지는 금방 나온다. 초중생도 마찬가지
  • 한국 음반시장도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이랑 이후랑 판매량이 50배 넘게 차이가 나는 등 불법복제도 기본적으로 원판은 그대로 남고 타인의 눈에 보이지도 않고 확산되는게 훨씬 쉬워진 이유가 있다.
  • 크래킹도 마찬가지. 특히 이 쪽은 이미 많은 작품에서 경고한 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층간소음 역시 근본적으로는 시공사가 시공을 잘못해서 발생한 문제이며, 특히 이 경우는 이미 이웃 간에 살인사건이 났을 정도로 악질이다.

다른 심리적인 문제 사례도 많은데, 대부분 이중잣대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해결하기 매우 어렵다. 단언컨대 돈과 권력만 빼도 문제 자체가 쉽게 해결되는데, 사람들이 그 둘을 포기할 리가 없으므로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것. 특히 온라인 게임 쪽에 이런 문제가 심각한데, 대표적인 예로 리니지 2의 사건인 바츠 해방전쟁, 의학적인 논문거리를 제공해 줬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염된 피 사건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빠가 까를 만든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악플러 역시 이에 속하는데, 이 경우는 인터넷 공간이 '남과 직접 만나지 않는다'는 특성을 인지하지 못해 경솔한 행동을 하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인터넷 공간은 상대방이 어르신인지를 인지할 수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예절이 더욱 중시되는데도 말이다. 인터넷 실명제가 괜히 있었던 게 아니다.

5 해결법

결국 남는 해결법은 단 하나, 상상력 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창의력.

왜 뜬금없이 '상상력' 얘기를 꺼내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은데, 근미래 항목의 예시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저명한 이론물리학자 겸 미래학자인 미치오 카쿠[3] 역시 자신의 저서들을 통해 이 주장을 역설하였다. 다만 이 (과학적) 상상은 다른 분야(문화적, 제도적)로도 진지하게 토의될만한 것이여야지, 무의미한 공상만으로는 씨알도 안 먹힌다. 대표적으로 무의미한 공상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창조설영구기관, 그리고 예지 능력을 꼽을 수 있는데, 카쿠 박사 역시 영구기관과 예지능력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제3형 불가능'(완전 불가능)으로 못박았다.[4] 그런데 이것들이 현재 '완전 불가능'으로 분류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다시 창의력의 중요성으로 돌아간다.

굳이 예시를 들자면 아래와 같은데, 기본적으로는 타인의 생각도 같이 공유하는 '토론형' 브레인스톰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쉽게 말해 토론을 통해 자신의 브레인스톰을 수정하면 된다.

  • 인터넷 → 개인정보 침해 문제, '디지털 기억'에 대한 문제 → 잊혀질 권리
  • 의학의 발달 → 기대 수명 연장 → 노인 복지 문제, 고령화 사회 등
  • 사물인터넷의 탄생 → 사물 인터넷 해킹으로 인한 범죄 가능성 → 사물 인터넷 보안법[5]
  • 로봇의 출현 → 기계가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가? → 아이작 아시모프로봇 3원칙 → 사람의 살인을 로봇은 방관하고만 있어야 하나? → 비살상 로봇
  •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의 출연 → 디지털 치매 →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법
  • 복제인간의 탄생 → 생명 경시 논란, '또 다른 나'에 대하여, 신분증 공유에 대한 문제[6] → 복제인간과 연관된 '진보적' 철학, 주민등록법 개정

교육 역시 문과 위주나 이과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통합적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교육을 고집하던 학자들은 다 갈리겠지만 통합 교육이 어렵다면 적어도 다른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 정도는 알아두고 가야 한다. 생산직은 이미 대부분의 공정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고 서비스직 마저 그러한 성향을 밟고 있는데, 한쪽으로만 치우친 교육은 장기적으로는 스스로를 백수로 만들거나 산업의 질을 악화시켜 최종적으로는 정부 규제에까지 놓이게 하는 꼴이 된다. 대한민국 게임계의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문제에서 기원하며, (비록 사실상 실패했지만) 공학교육인증 역시 그렇다.

그러한 이유로 책, 잡지, 뉴스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논리력도 키울 수 있고 작품 제작 과정에서 설정구멍을 예방할 수 있으니 시도해 볼 것.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트렌드를 읽는 것 역시 도움이 되는데, 오락실로 따지자면 가서 게임만 할 것이 아니라 들여놓은 기기의 종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창의력'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과학적으로 허무맹랑한 상상이라고 매장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문화지체를 악화시킬 뿐이다. 오히려 그 '상상'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를 검증하고,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어떠한 상상이든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있다면(로봇, 복제인간 등) 그것에 대해 연구를 수행해야 하며, 가능성이 없다 해도(타임머신, 평행우주 등) 적어도 문화예술적인 면에 의미를 부여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근미래 항목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는 이미 미래에 살고 있으며, 앞서 언급했듯 '완전 불가능'은 의외로 적기 때문이다.

소비자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요층이 물질 문화를 기계적으로 받아들인 결과가 바로 문화 지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층 역시 기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알아둬야 할 것이다. 생산자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생산하거나 생산과정에서 소비하는 제품이 어떠한 부작용 또는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예측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마장동 축산물시장도축업자들이 가장 좋은 예로, 이 쪽 사람들은 도구(칼)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조직문화가 수평적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도축업은 한 순간의 잘못된 감정이라도 가지는 순간 그 자리에서 인생 쫑 나는 직종이다.

6 관련 문서

  1. 사실상 '사회적 역사'만을 따진다. 고고학적 역사는 따지자면 피곤하다.
  2. 과거에는 숙련된 사람만 선별해서 수년 이상의 훈련으로만 가능하던 것이 아무나 붙잡아서 장비와 훈련 몇개월이면 기본기는 갖춰지다 보니
  3. 본명은 '카쿠 미치오'로 미국 뉴욕시립대(CUNY) 석좌교수. 타쿠마 사카자키와 똑같이 일본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름이 앞에 온다.
  4. 그런데 예지 능력은 카쿠 본인이 후에 나온 저서를 통해 반박하였다. 컴퓨터 등 다른 보조기구를 통해 '예측'을 넘어 '예지'도 가능할 수 있다고. 패기 보소
  5. 이미 록맨 EXE 시리즈에서 이러한 일을 경고한 바 있으며,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6. 이미 몇몇 일란성 쌍둥이의 대리 출석, 대리 시험 행위가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도 동일한 특성을 가지므로 미쳤다고 유전자 검사를 해도 소용없다. 하지만 지문으로 검사한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