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레우스

그리스어: Βασιλεύς

고대 그리스의 왕, 동로마 제국의 황제 명칭.

1 고대 그리스 시대

고대 그리스에서는 왕(王)을 뜻하는 말로써, 이집트어인 '파세르/파시르/바시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현대 그리스어로는 바실라스(βασιλάς).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는 세습되는 공동체의 지도자인, 과두 정치에 있어서 같은 직무와 군대에서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고귀한 혈통임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본래는 와낙스(Wanax)라는 말이 왕을 뜻했었다 하나, 이후 좀 더 후대로 가면서 바실레우스에 밀려 사장된 것으로 보인다. 고대 크레타에 존재했던 문명인 미노아문명에서는 wanax라는 왕이 중앙에 위치하고 섬의 각 지방을 qa-si-le-wu라는 이들이 통치했다고 되어있는데, 이후 미노아문명이 붕괴하면서 이들이 왕의 위치를 차지한것으로도 추측된다. 고전기의 아테네에서는 제사에 관계된 직무를 담당한 아콘을 가리키기도 하였으며 BC 4세기에는 특히 페르시아의 대왕을 칭할 때 이 호칭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페르시아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와 그의 후계자 디아도코이들도 사용하였다.

2 로마 제국

이후 그리스 지역이 로마 제국에게 정복되면서 그리스인들이 간혹 로마의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들을 이 호칭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그리스어권인 제국 동방에서 점점 일반화되기 시작한다. 로마인들이야 자기네는 동방에서 말하는 그런 개념의 왕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얘기했지만, 그리스인들 눈에는 그냥 왕 내지는 황제로 비쳤던 것이다.[1] 벌써 아우구스투스 시절부터 유대교 랍비가 로마의 카이사르를 그냥 바실레우스라 호칭하는 사례가 발견되며, 디오클레티아누스 때가 되면 이미 그 호칭은 제국 동방에선 꽤 만연되어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를 이르는 칭호로 거진 굳어져 있었다.

동로마 제국이 헤라클리우스 때 그리스어 공용어 정책으로 황제의 호칭을 '임페라토르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에서 아예 바꿨다고 알려져 있으나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는 틀린 얘기고 헤라클리우스에게 딱히 그리스 민족적인 자각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이미 그 전부터 비공식적으로 바실레브스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을 헤라클리우스가 공식화했을 뿐이다. 헤라클리우스의 이 조치는 실제로는 공용어가 아니라 군대 용어를 그리스어로 바꾸었다는 얘기다. 제국 동부에서는 공화정 말기부터 진작 그리스어가 공용어였다. 다만 군사 용어만은 라틴어만이 공용어였는데, 헤라클리우스 때 그것을 그리스어로 바꾼 것뿐이다. 이마저도 딱히 의미있는 조치가 아니었던 게, 고대 시절에도 제국 동부에 상주한 군단들 사이에서는 그리스어 사용이 만연했던지라... 단지 이를 공식화시킨 인물이 헤라클리우스였을 뿐.

어쨌든 이후 바실레브스란 호칭이 동로마 제국에서 황제를 일컫는 단일한 칭호로 사용된다. 단, 제국이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와 아예 다른 의미로 이것을 사용한 건 아니다. 이 칭호를 쓴 주변국에 대해 동로마 제국은 대단히 신경질적으로 반응했으며 불가리아와는 이 문제가 전쟁까지 벌어지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바실레브스가 저 칭호와 아예 다르다고 생각했으면 불가능한 얘기.

다만, 동로마 제국을 멸한 후 그 제위를 승계받았다고 외치던 오스만 제국의 파디샤는 "로마의 카이사르"를 자칭하긴 했으나 바실레브스란 호칭은 어쩐 일인지 쓰지 않아 이후로 꽤 오랫동안 "바실레브스"는 나오지 않게 되었다.

3 현대

1832년 오스만에서 독립한 그리스 왕국 군주의 명칭으로 쓰이면서 어떤 의미로는 부활했으나, 명칭의 역사가 King보다 오래되었고 사실 Emperor로 쓰인 역사가 너무 길어서인지 '왕'이 아닌 '임금'으로 번역되는 경향이 있다.

4 발음

매우 유구한 역사를 가진 단어다보니 발음도 시대에 따라 바뀌는데, 가령 미케네 선문자에서는 qa-si-le-wu 라는 4음절로 표기되고, qasileu 식으로 발음되었을것으로 추측되며, 이후 'basilews', 'qasilew' 식으로 바뀌었다가 고전기에는 흔히 알려진 'basileus', 동로마 시기에는 음가가 변하면서 'vailevs' 식으로 발음되다가 중세후기(약 11~13세기경)에 현대발음과 동일한 'vasilefs'로 바뀌었다. 이후 카사레부사 그리스어에서 꾸준히 사용해오다가 디모티키 그리스어에서 입말인 'vasilas'로 바뀐것.
  1. 어떤 의미에선 아주 틀린 관점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