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한학설

1 개요

한의학의 학설로, 동물의 몸에는 신경과 혈관, 림프계 이외에 제 3의 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설.

처음 주장한 것은 북한의 김봉한 박사로, 공산주의 국가의 논문답게(...) 실험 방법에 대해 생체실험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로 일관한 논문을 국제사회에 발표함으로서 논란이 시작되었다.[1]

순환계통(혈관+림프관)과 신경조직 외의 제3의 미세관이 전신(앞서 말한 혈관과 림프관의 내강을 포함해서)에 있다는 주장은 상당한 센세이션이었고, 서양 과학계를 엿먹였다(...)는 것에 고무된 북한은 대대적으로 김봉한 박사의 연구를 지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김봉한 박사의 연구가 진행되며 봉한학설은 점점 더 기존 과학과 충돌하게 되었고, 때마침 정치적인 숙청이 이루어지면서 줄을 잘못 선(...) 김봉한 박사도 숙청,[2][3] 이후 봉한학설은 절반쯤 묻힌 상태로 몇십 년간 잠자게 된다.

그러다 20세기 말, 일본에서 이 논문을 발견하고 실험한 결과 정말 '이상한 관이 있다'라는 것을 발견하고 발표하여, 한의학계에는 난리가 났다.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미친 듯이 찾던 20세기 말이었으므로 당연한 듯하지만.

2 상세

봉한학설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하 새로운 명칭은 모두 김봉한 박사 명명)

  • 생물체의 몸에는 봉한관이라는 또 다른 순환체계가 있다. 이는 경락과 일치한다.
  • 봉한관은 봉한소체라는 특정 지점을 기점으로 하여 뻗어나간다. 이 봉한소체가 바로 경혈의 위치와 같은 곳에 위치한다.
  • 봉한관과 봉한소체에는 산알(살아있는 )이라는 것이 흐른다.
  • 산알은 미분화 줄기세포와 유사하여, 상처가 난 곳 등에 공급되어 그 부분을 재생한다.
  • 생물체가 사망하면 봉한관은 사라진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실상 새로운 발견거리는 거의 없어진 해부학은 물론이고, 인체조직학과 생리학, 나아가 병리학과 인체 생리의 계통분류까지 싸그리 다 뒤집어 엎어야 하는 학설이다.

다섯 번째가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북한의 당시 기술에 의거해서 과연 사망하지 않은 생물체에서 완벽한 봉한관을 추출할수 있는가의 문제, 신동아에서 봉한학설에 대해서 우호적인 기사를 쓴 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생체실험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북한의 시궁창인 인권상황을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4]

한편 주요 생물학과는 많이 충돌하는데 산알이라는 개념이 증명되지 않은데다가 효과는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5] 또 한 가지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데, 봉한학설이 사실로 증명될 경우 되려 한의학의 독자성을 성립시키는 기존의 개념들이 폐기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음양론에 따른 기의 흐름에 의한 효과로 막연하게 설명되었던 것이 사실은 봉한관에 의한 효과로 증명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동양에서 행해졌던 전통의술의 아이디어를 단서로 새로이 발견한 '의학'의 발전이지 한의학의 발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6]

쉽게 말해, 한국에서 억지로 나눠진 기존의 한방/양방으로 이원화된 의료체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 것이며 모든 의학적 발견이 봉한관을 매개로 한 새로운 재정립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양방 한방을 막론하고 기존의 교과서에는 모두 의문부호가 찍히게 된다. 봉한관을 자극하는 것의 효과, 자극할 수 있는 물질의 종류 등 연구해야 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며, 침이나 한방 약재 뿐 아니라 기존 의학에서 사용되었던 시술이나 약재들의 봉한관 자극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이 해체와 재구성 과정을 다 거치고 나야 한의학은 비로소 세계 의학 사조에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활발하게 봉한학설을 연구하는 한의학자들에게는 억울할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왓슨과 크릭이 DNA를 발견했다고 미국이 DNA에 연계된 연구성과를 독점하지 못하는 것처럼, 봉한학설이 한의학자들에게서 발견되었다고 한의학에서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봉한학설을 체계화한 명성, 동서의학의 통합자라는 타이틀, 그리고 선발주자로서의 상용화의 과실을 먼저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런 영예를 얻기 위해서는 또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이야기는, 봉한학설이 사실로 밝혀졌다는 것을 가정한 먼 훗날의 이야기이다. 현 상황에서는 봉한관의 기능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다.[7]

3 새로운 발견

2010년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봉한관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관을 특수기법으로 염색하여 발견했다고 발표 했다. # 연구진은 이 관을 프리모(primo)로 명명했다. 프리모는 중심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염색법은 트라이판 블루를 이용한 것이라고. 하지만 관은 림프관에서 나타나는 특정 마커가 나타나지 않아 림프관과도 다르고 혈관과도 다른 제3의 체계임이 확인되어다고 한다.

하지만 프리모가 한의학에서 말하는 봉한관과 같은 존재냐는 것에는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2013년 'primo vascular system' 이라고 검색하면 대략 20여개 정도의 논문이 검색되며 대부분 한국 연구자들과 한의학회나 대체의학학회 논문이 주류이며 예외적으로 외국 연구자의 실험분자병리학회지에 실린 논문이나 SCI급인 국제나노과학저널에 실린 논문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기존 학설를 뒤흔들 정도의 대발견이라기에는 학계의 관심이나 작성 논문 수, 피인용 횟수가 너무 적은 상태로 객관적으로 보면 현재 위상은 비주류 이론 정도이다.

  1. 덕분에 진위 논란이 더 가열된 측면이 있다. 실험 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불확실한 실험을 해야 했던 것. 논문에 게재된 사진을 보면 진짜같긴 한데 꽤 오랫동안 아무도 재현 실험에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봉한관을 염색하기 위해 사용한 것은 의외로 구하기 쉬운 메틸렌블루로 추정. 실제로 이후 일본과 한국에서 이를 사용해 성공하였다.
  2. 이때쯤 '사실 김봉한 박사는 살아서 한국에서 복귀한다'는 대체역사물이 발표되기도 했다
  3. 이에 대해서는 봉한관 연구가 숙청당하는 죄인 등을 이용한 인간생체실험(...)을 통해 이루어졌고, 북한이 이것이 세계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 자체를 덮고 연구진을 숙청했다는 견해도 있다.
  4. 단 최초의 발견은 토끼에서 이루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자세한 출처는 추가바람.
  5. 엄밀히 말해 산알부터의 개념은 발견한 것이 아닌, 김봉한의 가설일 뿐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효과(손상된 유전자의 회복)를 가진 인체 기능이 있지 않나 추적하고 있는 경우도 있긴 하다.
  6. 의학이라는 것이 전세계의 전통의학을 과학적으로 재해석하여 체계화한 것이긴 한데, 한국에서는 한의약육성법에서조차 ' "한의약"이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韓醫學)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이하 "한방의료"라 한다) 및 한약사(韓藥事)를 말한다.' 라고 규정해버려 그 경계선이 생겨버렸다. 당장 통상적인 탕약 형태의 한약을 건조분말로 가공하여 캡슐에 담은 것이 한약인지 양약인지 조차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처리되고 있어 천연물신약 등의 논란을 낳고 있는 판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봉한학설이 확실히 과학적으로 증명된다면 이것은 한국에서는 한의학의 영역이 아닌 것이 되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온다. 중국의 경우 중의학이 현대의학을 포괄한다고 보고 중의학이 제도적으로 더 상위 카테고리에 위치하며(국가 브랜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 유신 이후로 전통의학에 관한 제도를 없애버렸기 때문에 일반 의사가 한의학적인 부분도 의학적 근거만 있으면 활용할 수 있는 상태이다.
  7. 처음 발표될 때부터 설명이 간략했는데, 김봉한이 숙청되면서 아예 관련 자료가 다 폐기되버린 상태라 결론만 놓고 다시 더듬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지금도 북한에서 내놓는 한의학 관련 자료는 직접 찾아가(!) 논문이나 실험실, 실험 데이터 등을 보여달라고 하면 그런 거 없고 우리는 실험했고 그 결론이 이거다! 라고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정치적으로 말소되버린 김봉한과 그 학설은 더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