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과

한자: 善惡果
영어: Forbidden fruit(금지된 과일)

1 개요

성경 창세기 제3장에 등장하는 열매.

2 타락의 시작

창세기에 의하면 하느님이 에덴 동산을 만들고 그곳에 온갖 열매들이 열리는 나무들을 많이 만들었는데, 아담에게 "다른 나무의 열매를 먹는 건 상관없으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으면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 죽는다는 의미는 육체가 아닌 영혼의 죽음이였고 아담과 하와는 인류적 민폐 배도의 역사를 쓰게 된다.

그런데 에덴의 뱀하와에게 다가와 "하느님이 너희더러 나무 열매를 하나도 따먹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정말이야?" 하고 비틀어 물었고, 하와 역시 "아니, 그건 아닌데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만은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래. 그렇게 하면 죽을지도 모른대." 하고 약간 비틀어 대답한다. 이 말은 애초에 하와가 얼마나 하느님의 말씀을 곡해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느님은 분명 '먹으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라고 했는데 '먹지도 만지지도 말래. 죽을지도 모른대'라니… 그러자 뱀은 "그 열매를 먹으면 지혜를 얻어서 너희도 하느님처럼 되기 때문에 먹지 말라고 하신 거다" 하고 말했다. 그걸 믿어버린 하와는 낼름 열매를 따먹고 아담에게도 나누어 주었다가 그만 하느님에게 벌을 받아서 에덴 동산에서 추방되었다는 내용.

이 때문에 아담과 하와의 후손인 모든 인간은 지혜를 얻는 대신 더 이상 에덴에서 낙원과 같은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으며, 이전과 달리 노동과 출산을 해야 하는 등 고생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결정적으로 이는 원죄의 원인이 되었다. 이 원죄라는 개념이 심히 막장인데 한마디로 "모든 인간은 선조인 아담과 하와의 잘못(=선악과 사건)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죄를 지니고 있다." 즉 구약성경 내내 반복되는 하느님의 약속과 신뢰에 대한 인간배신의 시작점이다.

3 해석

간단히 말하자면 선악과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하느님의 명령을 어긴 것이 잘못이다.

원문을 가만히 살펴보면 구체적으로 '에츠 다아쓰 토브 워-라'인데 에츠는 나무고 다아쓰는 지식, 토브 워-라는 선과 악이라는 뜻이다. 사실 선악과는 상당히 잘못된 번역 중 하나로, 서로 상반된 2개의 것을 통하여 전체를 의미하는 것은 메리즘이라고 불리는 고대 히브리어의 관용적 표현이었다. 즉 '선과 악을 알게하는 지혜의 나무'라는 말에서 '선과 악'은 전체를 나타내기 위한 예시일 뿐이고, 실제 의미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게하는 나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어쨌든 논리학자들은 이 이야기를 인간이 합리성을 갖추게 된 것에 대한 우화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으면 지혜를 얻게 되어 하느님과 같은 존재가 된다'고 한 것을 보면, 선악과를 먹는다는 것은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욕망에서 나오는 행동, 즉 하느님의 자리를 넘보는 '교만'을 상징한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느님께서 정말로 전지전능하시다면 어차피 아담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에덴에서 쫓겨날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처음부터 천지창조는 왜 하셨고 에덴 동산은 뭐하러 만들었는가, 어차피 먹게 될 거라면 왜 먹지 말라고 하셨는가'에 대한 논쟁은 성경 관련된 오래된 떡밥이다. 즉 처음부터 아담과 하와를 에덴에서 쫓아낼 결심으로 만들어냈고, 그렇게 쫓겨나는 것은 다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었다는 소리밖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독교에서도 각자 다른 해답을 내놓고 있지만, 이렇다 하고 속시원한 대답은 해주지 못하고 있다.

유명한 해석으로는, 세상의 모든 생물을 다스릴 권능을 받은 인간의 교만을 막고, 그들 위에서 다스리는 하느님의 존재를 환기시키기 위하여 에덴 동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동산 가운데'에 모든 생물 중에 사람이 건드릴 수 없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생명 나무 등을 두었다는 해석이 있다. 또한 이 선악과 이야기의 핵심은 "왜 선악과를 따먹으면 죽는가?"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했다"는 점이다. 하느님을 거역해서 벌을 받고 용서받고 인간이 또 하느님을 저버리고 또 용서 받고 또 저버리는 것이 사실상 성경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에 대해 영지주의 계열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는데, 에덴의 뱀은 인간을 각성시키기 위해 찾아온 진정한 하느님의 사도이며, 선악과를 먹은 것은 그리스도교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원죄가 아니라 진정한 자립의 길을 향한 첫 걸음이라고 한다. 에덴 동산 안에서는 행복하지만 그 행복은 오로지 하느님에게 순종할 때만 주어지는 무지한 상태에서의 행복이라는 점을 꼬집은 의견. 하느님을 인간에게 지식을 주지 않고 우민화시키려는 지배자라고 생각하면 묘한 점이 있긴 하다.

사람의 성적 성장을 은유하는 것이란 해석도 존재한다.

4 생명 나무?

한편 왠지 느낌이 비슷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주 거론되지는 않으나 성경에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는 다른, '생명 나무'가 따로 등장한다. 신학적 차원이라면 모르되,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 가려 거의 존재감이 없는 나무(…). 선악과가 지혜를 뜻한다면, 이 나무는 생명을 뜻한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보기 좋고 맛있는 열매를 맺는 온갖 나무를 그 땅에서 돋아나게 하셨다. 또 그 동산 한가운데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돋아나게 하셨다. (창세기 2:9)
야훼 하느님께서는 '이제 이 사람이 우리들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되었으니,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 열매까지 따먹고 끝없이 살게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시고 에덴 동산에서 내쫓으셨다. (창세기 3:22-23)

아담하와가 따먹은 것은 두 나무 중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이며, 그들이 에덴에서 추방된 이유는 말을 안 들어서도 있지만 생명 나무의 열매도 따먹을 것이 우려되어서였다. 주위에서 혹시 성경을 어설프게 읽은 이가 '인류가 원죄를 받은 이유는 생명 나무 열매를 따먹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하거든, 일단 창세기부터 다시 제대로 읽으라고 부드럽게(…) 권해 주자.

그리고 카발라에서 이 생명의 나무에 더더욱 깊은 의미를 부여해 서브컬처계에서 그 유명한 세피로트의 나무란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생명을 넘어서 세계수에 가깝다.

5 정체?

먼저 온 자들이 만들었다 카더라.

이 열매의 정체가 무엇이냐 하는 건 호사가들의 오랜 떡밥. 하지만 기독교 이전 유대교이나, 지금의 기독교에서나 진지한 교리 차원에서는 실제 열매가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을 배신했다는 것을 중시하지 진짜로 존재하는 어떤 열매라고 생각은 안 한다는 것을 알아두자. 애초에 열거되는 열매 목록들 다 먹어봤지만 실제로 똑똑해지는 것도 아니니

일반적으로는 서유럽 전통에서는 사과로 묘사된다. 하지만 정작 성경 원문에는 사과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사과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은 오직 로마 가톨릭과 그 이후 개신교를 포함하는 서방 교회뿐이다. 사과가 선악과로 여겨진 것은 5세기 후반부터인데,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향 혹은 켈트 신화의 영향이라는 설과 라틴어로 사과와 이 같은 발음(Malum)이라서 생긴 말장난이라는 설이 공존한다. 그리스 신화와 켈트 신화에서는 사과를 신성한 과일로 여겼고, 그에 따라 다른 종교를 우상으로 여기며 배척한 기독교에서는 사과를 악의 근원이 되는 과일인 선악과로 폄훼하였다는 것이다.

어쨌건, 일단 고고학적으로는 성경이 쓰인 당시 이스라엘에 사과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에덴이 실존하는 장소라 가정했을 때, 성경의 묘사상으로는 중동의 어딘가, 조금 더 정확히는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의 사이라고 써 있다.이 가설의 연장선으로 선악과의 정체는 그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일인 살구(Apricot)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선악과를 먹고 수치를 느껴 가린 잎이 무화과 나무라는 점에서, 보통 부끄러운 상황이라면 가장 가까운 것으로 가리려 할테니까 무화과라는 해석도 유대교에서 전승으로써 전해져오고 있다. 또 이점을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일화인 "무화과 나무에 저주를 내리다" 와 결합해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사실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에서 많이 받아들여지던 위경에녹서에서는 "나무 모양은 캐롭나무와 비슷한데 열매는 포도와 비슷하다"고 묘사했다.키메라?어쨌건 실존하는 특정 나무 열매라고 보지는 않는 것이 기본적인 견해였던 모양이다.

영지주의 계열의 위경 중 하나인 바룩묵시록(혹은 바룩3서) 4장 8절에서는 이것을 포도로 해석했다. 이는 포도와 포도주를 동일시하고, 사람을 지혜롭게도 하지만, 반대로 죄를 범하게도 하는 의 속성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1]

그 외에 바나나, 오렌지 등의 과일이 선악과라는 주장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댄 괴텔'의 '바나나(세계를 바꾼 운명의 과일)'[2]과 '피에르 라즐로'의 '감귤 이야기' 참조. 읽다보면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것 같다.

6 매체에서 등장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는 선악과를 먹기 전과 먹은 후의 두 인간에 대한 묘사가 판이하게 다르다. 먹기 전의 아담과 이브는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고 마치 존재 자체로 성스러운 듯이 묘사되지만, 먹은 후의 부부는 욕정에 젖은 존재로 치부된다. 먹기 전과 먹은 후의 정사도 묘사가 다르다. 먹기 전은 일종의 '화합'처럼 묘사되지만 먹은 후는 짐승과 같은 '짝짓기' 급으로 격이 낮아진다.

신기하게도 마야 문명에도 비슷한 신화가 존재하며 유혹되는 것이 여인이고 과일이 금지된 지혜를 상징한다는 것까지 동일하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서는 에덴의 조각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들고 도망쳐서 인류를 진보시켰다라고 서술한다. 오오 이것은 실질객관동화?

라이어 게임: 더 파이널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에덴의 동산 게임은 이 선악과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니들리스에덴의 사과 역시 이걸 모티브 삼았다.

에빌리오스에서 이브 문릿이 숲속에서 주워온 빨간 과실이 이 열매를 모티브로 삼았다. 하지만 그 열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릴리스와 제 18사도 릴린이 가진 지혜의 열매는 곧 이를 뜻한다.

가면라이더 가이무 내내 언급되는 금단의 과실은 이 열매를 뜻할수도 있다.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 노아에서는 심장처럼 맥박이 뛰는 모습으로 나온다. 그리고 먹는 소리로 봐서는 사과와 비슷한 질감인 것 같다.

천사금렵구에서는 로시엘이 갓 태어났을 적에 먹고 자란 것으로 나오는데, 생긴 것이 약간 베헤리트처럼 사람의 눈코입 형태를 갖고 있다.

네이버 웹툰 헬퍼에 등장하는 '퍼스트 애플'도 선악과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인다. 생긴 것은 이름 그대로 사과와 비슷하나 거의 체리 준으로 작고 보라색인 것이 특징. 먹으면 특수력이 생기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용자왕 가오가이가에 등장하는 존다메탈도 이것을 모티브로 한것.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

"난 에덴동산 이야기 중에서 항상 그 부분이 생각나."

포드가 말했다.
"뭐?"
"에덴동산. 나무. 사과. 그 부분 말이야. 생각나?"
"그래, 물론 생각나지."
"너희의 신이 정원 한가운데다 사과나무를 하나 심고는 이렇게 말하지. 하고 싶은대로 뭐든지 마음대로 해라. 얘들아, 하지만 그 사과는 먹으면 안 돼. 자, 기대하시라. 다음 순간, 그 사람들은 그걸 먹고, 신은 덤불 뒤에서 펄쩍 뛰어나와 '걸렸지' 하고 외치는 거야. 그 사람들이 그걸 안 먹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을 거야."
"어째서?"
"왜냐하면 너희가 상대하는 사람이 도로 위에다 모자를 놓고 그 속에 벽돌을 감춰놓기를 좋아하는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런 사람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결국은 상대방을 잡고야 말지."

  1. And I said, I pray thee show me which is the tree which led Adam astray. And the angel said to me, It is the vine, which the angel Sammael planted, whereat the Lord God was angry, and He cursed him and his plant, while also on this account He did not permit Adam to touch it, and therefore 9 the devil being envious deceived him through his vine. #
  2. 바나나의 형태와 옛 중동에서는 바나나를 무화과라고 불렀던 점, 후에 아담과 하와가 몸을 가릴 때 쓴 무화과는 옷으로 쓰기에는 잎이 너무 작으나 바나나잎은 실제로 옷으로 만들어 입기도 한자는 점을 근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