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손

1 개요

Ἰάσων (Iásōn)
영어권에서는 Jason(제이슨)한국 영문 발음은 자손(..)이라고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영웅이자 아르고 호의 원정(아르고나우타이)을 이끈 인물.

테살리아의 대도시 이올코스의 왕이었던 아이손[1]의 아들로, 아이손이 동생 펠리아스에게 왕위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켄타우로스족의 케이론에게 양육받아 자랐다.

성인이 된 후에 누추한 노파(실은 변신한 헤라)를 만나 업어서 강을 건너게 해주다가 한쪽 샌들을 잃는다. 이 때의 일 덕분에 이후 헤라의 후원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신화에서 영웅을 조지는 악역으로 출연하는 헤라의 후원을 받는 몇 안 되는 영웅이다. 왜냐하면 그리스 영웅 신화에서 대다수의 인간 영웅은 아버지는 제우스인데 엄마는 헤라가 아니라서(…).

한쪽 샌들만 신고 나타나 왕위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이아손을 보고, 펠리아스는 한쪽 샌들만 신은 젊은이가 나타나 자신을 파멸시킬 것이라는 신탁을 기억해냈다. 펠리아스는 이아손을 없애버리기 위해 동방의 콜키스로 가서 황금양털을 구해오면 요구대로 왕위를 주겠다는 조건을 내건다. 콜키스의 위치는 흑해 동쪽 연안, 지금의 조지아 서부지역에 해당하며 고대 조지아의 역사로 인정되고 있다. 또 이 황금 양모피는 양자리 신화에 등장하는 숫양의 모피이다. 양자리 참조.

이아손은 아르고호라는 거대한 배를 건조하여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 아스클레피오스 등의 그리스의 여러 영웅들을 모아 난관 끝에 콜키스로 간다. 자세한 것은 아르고 호의 원정 항목 참고. 이아손은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를 만나 황금양피를 달라고 하고, 아이에테스는 이아손이 다른 영웅들의 도움 없이 입에서 불을 뿜는 황소로 밭을 갈고 거기에 의 이빨을 뿌리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물론 이아손은 매우 난감했으나, 헤라의 후원으로 아프로디테가 아이에테스의 딸인 메데이아를 이아손에게 반하게 만들어 한큐에 해결되었다. 메데이아는 사기캐스러운 능력을 보이며 마법의 힘으로 이아손을 도와 모든 시련을 넘기게 해주고, 마지막으로 황금의 양모피를 지키는 잠들지 않는 용도 통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분노한 아이에테스를 피해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아르고호를 타고 야반도주한다. 이 대목이 적잖이 막장기가 있는 그리스 신화에서도 최대의 막장 부분이라고 하겠는데, 어린 동생을 유괴해 같이 도주했던 메데이아는 아버지의 추적을 지연시키기 위해 동생을 살해하고 시체를 바다에 버린다. 추격하던 배들은 유해를 수거하기 위해 멈추고 아르고호는 그 사이 고고싱! 이런 짓을 하고도 끝이 좋을 리 있나.

아르고호는 이후에도 여러가지 모험을 거친 끝에 가까스로 이올코스로 귀환한다. 하지만 그 동안 펠리아스는 아이손을 핍박하여 죽게 만들었다. 이아손은 메데이아의 힘을 빌려 펠리아스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지만, 왕을 죽인 두 사람이 그대로 머물 수는 없어서 코린토스로 달아났다.

10년이 지나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아이들을 낳고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코린토스 왕의 딸 글라우케에게 결혼 제안이 오자 권력이 탐이 난 이아손은 메데이아를 버리고 글라우케와 결혼한다. 이에 격분한 메데이아는 왕과 신부,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이고 멀리 도망쳐버렸다. 메데이아란 이름이 붙은 문학작품은 대개 이 부분을 다루고 있다(예: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 정확히는 아이들 중 메르메로스와 페레스는 어머니를 도와 글라우케에게 독이 묻은 신부옷을 가져다 주었다가 코린토스 시민들에게 돌을 맞아 살해당했고 티산드로스와 알키메네스, 딸 에리오피스는 어머니에게 살해당했다. 소수설로 헤라 신전에 맡겼는데 코린토스 시민들이 신전까지 뒤져 아이들을 죽였다고 한다. 그로 인해 헤라 여신이 격노했다고. 그리고 테살로스만 겨우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테살로스가 이올코스의 왕위를 차지한다.

실의에 빠진 이아손은 자살했다고도 하고, 아르고호를 바라보며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다가 썩은 선재(船材)가 떨어져 내려 그것을 머리에 맞고 죽었다고도 한다. 이 선재가 헤라 여신의 모양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일부는 헤라 여신이 가장 싫어하는 바람피기를 했기 때문에 저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은 거라 추측하기도 한다.

모험 자체는 화려했지만 이아손 본인이 용기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은 비교적 적은 편이며, 신화 속 영웅들 가운데선 이후 취급도 안좋고 행적이나 여러가지가 애매해서 영웅들 가운데서도 그 위상은 하위권에 속한다.일단 이아손 자체가 헤라클레스나 아킬레우스 같은 맹장 타입의 영웅과는 거리가 한참 먼 인물이다. 근데 오디세우스처럼 지장도 아니잖아? 우선 올스타전이다보니 다른 영웅들의 활약이 더 많고 특히 메데이아가 등장하고부터는 거의 모든 일에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활약상이 페이크 주인공으로 전락할 지경. 이아손 본인의 재치라기 보다는 팀원들의 능력이나 헤라 여신의 지원으로 만난 메데이아로 해결되는 일이 지나치게 많았다. 어찌저찌 화려한 올스타들을 모으고 '모험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런 것 치고는 리더십이 좋았던 것도 아니며 대부분의 전설에서 삐걱삐걱 거리는 상황을 잘 조율하지 못하고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다 메데이아의 왕을 암살한 계략 덕에 나라에서도 쫓겨나버리고, 다시 찾아간 다른 나라에선 비록 막장녀이긴 했다만 이때까지 거의 모든 모험에서 자신을 지원해준 메데이아와 친자식들을 버리고 권력을 위해 새 장가를 들려다가 그 메데이아에게 다시 역관광을 당해 모든 것을 잃고 망하는등(...) 영웅치곤 상당히 수동적인 행적을 보여주었다. 이는 신화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메데이아라는 여자의 행보가 대담하고 파격적이었던 탓이 크다. 실제로 메데이아 등장 뒤부터는 거의 다 메데이아의 내조로 모든 일이 해결되고 고국으로 귀환해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도 이아손은 그냥 손놓고 고민만 하고 있었고 실제 행동에 나선건 거의 다 메데이아였다. 고국 귀환후부턴 특히 이아손 이야기가 아니고 메데이아의 악녀 일대기라고 보일 지경(...) 아르고호부터 묘하게 주변의 기쎈 친구들, 여자한테 휘둘리는 모습과 그 여자한테 뒷통수치려다가 역관광당한 후반의 행적덕에 묘하게 호구스럽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그리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천하의 악녀였던 본인 마누라 메데이아를 재해석하거나 변호해주는 예술 작품 등은 많이 나왔지만 이아손의 입장을 대변하는 작품은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서, 남성우월주의가 판을 치던 그 시대에서조차도 이아손의 취급이 안습이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거기다 최후까지도 비참한 몰락을 맞이했기 때문에 후대에는 인기도 평가도 그리 좋지 않은 영웅이다. 아랫도리만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은하황제 시마의 그리스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는 그리스였기 때문에 최후는 배드 엔딩이었다.

2 이름에 대하여

영어 이름 제이슨(Jason)은 바로 이아손의 영어식 표기이다. 단, 제이슨이란 영어 이름의 유래가 이 이아손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성경 사도행전에서 테살로니카에 온 사도 파울로스과 실라누스를 맞아들여 대접했다 곤욕을 당했으며 후에 타르수스의 주교가 된 성 야손(축일은 가톨릭 7월 12일, 정교회 4월 28일)에서 나왔다고 한다. 야손(Jason)은 이아손(Ἰάσων)의 라틴어 표기이며 당시 이 이름이 헬레니즘 지역에서 흔히 쓰였으므로 이아손 → 성 야손 → 제이슨으로 정착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로마식 이름 파울루스 → 성 바오로 → 폴'이 된 것과 같은 과정.

아르고호 전승의 초창기에는 이와손이란 이름으로 불렸는데 치료자, 즉 힐러(…)라는 의미였다. 아르고 호 팀의 체력을 책임지는그리스 인남캐라 이건가...

3 각종 매체에서의 이아손

해리하우젠의 영화 아르고 호의 원정에서는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도 보이는 긍정적인 영웅상이 되었다. 안 그러면 욕을 제대로 먹었을테니. 하지만 오늘날 이 영화는 이아손 보다는 스톱 모션의 장인 레이 해리하우젠이 만든 킹왕짱 스톱모션 크리쳐들만 기억되고 있으니 이쪽도 안습.

3.1 갓 오브 워 시리즈

갓 오브 워 2는 일종의 패러렐 월드라 페르세우스와 테세우스가 같은 시간대에 있는 등의 문제가 있지만, 이아손은 그냥 케르베로스에게 먹힌 팔만 나온다. 그나마 남아있던 팔에 달려있던 황금 양털은 크레토스가 갖고 가서 두고두고 써먹는다. 그리고 팔은 반대편으로 휙 던져버린다(…). 그만큼 안습하다.

3.2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낡은 아르고호에서 떨어진 선재에 머리를 맞아 죽는 최후로 묘사되었다.[2] 이 책에서는 그나마 말년에 찌질이 취급받던 이아손을 어느정도 변호해주긴 하는데, 이웃나라 공주와 결혼한다고 할 때 이아손이 메데이아에게 "메데이아, 그대의 잔혹함이 나의 사랑을 식게 했소."라고 말하는 등.[3]

이를 원작으로 한 올림포스 가디언에서는 황금양피편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출연해서 활약하며, 메데이아와의 로맨스와 말년의 쓸쓸한 몰락까지 전부 그려졌다. 여기선 메데이아를 버리고 공주와 결혼하려는 생각 자체도 안했으며, 자기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주는 공주를 좋게 생각한 것 뿐이었지만 이를 오해한 메데이아에게 자식들과 공주까지 전부 새로 변해버리는 억울한 변을 당하고 절망한다. 마지막에는 혼자서 외롭게 아르고호의 파편을 둘러보며, 그 때의 동료들이 자신을 향해 반갑게 손짓하는 환영을 보고 미소짓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3.3 Fate 시리즈

이아손(Fate 시리즈) 항목 참조.

3.4 Rise of the Argonauts

원전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새로 각색한 작품이라 모범적인 주인공상으로 나온다. 여기서 시작부터 왕으로 등장, 아내인 알케메가 검은 혀들에게 살해당한뒤 그녀를 되살릴수 있는 아티팩트인 황금 양털을 찾으러 간다. 메데이아도 등장하지만 여기선 동료로만 등장.
  1. 프릭소스의 친척.
  2. 구판/신판 다 동일.
  3. 그런데 이 대사도 이아손이 찌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메데이아가 잔인한 짓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잔인한 짓의 원인이 이아손을 제대로 도우려다 자신이 욕 먹게 된 것이다. 게다가 메데이아가 일 저지를 당시에는 말리지도 않고 뒤에서 단물만 쪽쪽 빨아먹다가 헤어지려고 하는 상황에서 저 소릴 하니 변명이든 진심이든 구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