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도

1 학문에서의 자유도

Degrees of freedom. 수학, 물리학, 공학, 통계학 등의 분야에서 정의되는 개념이다.

1.1 수학, 물리학

수학, 물리학에서는 어떤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변수의 개수로 정의된다.

우주 공간에 아무렇게나 떠다니는 돌덩어리는 6의 자유도를 갖는다. 왜 3이 아니라 6이냐고? 우선 위-아래, 앞-뒤, 왼쪽-오른쪽의 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3의 자유도를 갖는다. 또한 팽이처럼 옆으로 돌 수도 있고, 앞으로 구를 수도 있고, 풍차 날개처럼 측면으로 구를 수도 있으므로 3의 자유도를 추가로 갖는다. 다시 말해 3차원 공간에서 제약 없이 떠 있는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려면 적어도 6개의 변수가 필요하다.

같은 원리로 평평한 냉장고 문에 붙여놓은 자석은 3의 자유도를 갖는다. 자석을 냉장고 문에서 떼지 않는다고 하면 자석은 두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고 한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다. 즉, 차원이 2차원으로 줄어들면 자유도는 3으로 떨어진다.

물론 제약 조건에 따라서 자유도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예컨대 주판알은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한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으므로 2의 자유도를 갖는다.

1.2 기계공학

기계공학에서도 기본적인 정의는 같지만,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제품이 여러 부속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각 부속들이 서로 결합되는 방식에 따라 자유도가 제약되기도, 또 부품 개수에 따라 무한정 늘어나기도 한다.

단순한 형태의 책상용 스탠드를 하나 생각해 보자. 스탠드의 몸체 부분은 책상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고, 몸체와 연결된 스탠드 목이 위아래로 까딱까딱 움직일 수 있으며, 스탠드 목 끝에 붙어있는 머리가 위아래나 왼쪽,오른쪽으로 자유롭게 꺾일 수 있다면, 이 스탠드의 자유도는 3이 된다. 즉 어떤 순간에 이 스탠드가 어떤 모양으로 서 있는지를 설명하려면 변수가 3개 필요하다.

스탠드의 자유도가 계산되는 방식을 좀 더 풀어서 보면 이렇다. 일단 스탠드 몸체는 단단히 고정돼서 움직일 수 없으므로 자유도가 0이다. 스탠드 목은 몸체에 대해 1의 자유도를 가지며, 스탠드 머리는 목에 대해 2의 자유도를 갖는다. 스탠드 전체의 자유도는 0 + 1 + 2 = 3.

만약 스탠드 목 중간에 관절이 하나 더 있다면 자유도는 4가 될 것이다. 관절들이 전부 한 방향이 아니라 360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결합돼 있다면 자유도는 6이 될 것이다. 여기에 만약 스탠드 몸체 자체도 고정된 게 아니라 직선 모양의 틀에 매달려서 한 방향으로 쭉 밀거나 끌어당길 수 있게 되어 있다면? 자유도는 7이 된다.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3차원 공간 속에서 독립된 물체 하나를 해석할 때는 자유도가 6을 넘을 수 없지만, 여러 물체가 결합돼서 움직일 때는 부속 물체의 개수와 결합 방식에 따라 자유도가 무제한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1.3 통계학

통계학에서도 자유도란 개념을 많이 쓰며, 통계학에서는 변인의 수 빼기 제약이 된다. 자유도를 이용하여 통계계산을 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그 개념 자체는 굉장히 모호하고 이해하기 힘들다. 간단한 예로 개념만 제시하자면, 숫자 5개의 평균이 3로 정해져 있다고 할 때, 숫자 4개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나 마지막 하나의 숫자는 나머지 네 개의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 1, 2, 3, 4를 골랐다면 마지막 숫자는 자동으로 5가 되고, 2,4,6,8을 골랐다면 마지막 숫자는 자동으로 -5가 된다. 즉,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숫자가 4개이며 이로서 자유도가 4가 된다. 한 교수는 수업 중 학부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토핑이 여러가지로 되어있는 피자를 5명이서 나눠먹는 상황으로 설명하였다. 칠판에 5개의 조각으로 되어있는 피자를 그리고 각각의 조각에 고구마, 불고기, 포테이토, 페퍼로니, 치즈가 있다고 가정한 뒤, 앞자리에 앉아있는 5명의 학생에게 순서대로 먹고싶은 것을 고르라고 했다. 당연히 다채로운 토핑이 있는 4개의 피자들이 먼저 선택되었고, 마지막에 앉아있는 학생은 얄짤없이 치즈 피자 당첨(...). 즉 4명의 학생은 자유롭게 피자를 선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남은 한 명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맛없는 피자를 먹게 됐으므로 자유도가 4라는 설명이다. 물론 이 설명은 굉장히 축약되고 간략화된 설명이며 왜 자유도를 이용한 계산방법이 나오는지는 더욱 심화된 공부가 필요하다. 많은 교수들은 대학원 오면 가르쳐준다면서 건너 뛴다

2 게임에서의 자유도

과거 어드벤쳐/RPG 게임이 나타나면서 중요하게 여겨진 개념. 특히 북미 게임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크게 '선택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로 나눠 구분할 수 있으며, 특히 후자는 RPG뿐만 아니라 액션게임 등에도 중요시되고 있다. 전자와 후자 모두 해당하는 게임으로 마인크래프트엘더스크롤 시리즈 등을 들 수 있다

2.1 선택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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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더스 게이트 시리즈, 폴아웃 시리즈,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등으로 대표되는 자유도. TRPG로부터 비롯된 서양권 RPG에서 중요시된 개념인데, 컴퓨터로 만들어진 RPG는 '미리 만들어진 방법'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진행하는 TRPG보다 선택의 자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택지가 다양할수록 좋은 게임이었다.

즉, 어떤 일을 해결하는 방법이 다수 존재하여 플레이어가 이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술을 한병 가져다 달라'는 퀘스트가 있다고 하자. 이를 위해서 술집에서 정상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술을 사서 가져다 줄 수도 있고, 술집 주인을 잘 설득하여 한 병 기증받을 수도 있고, 술을 몰래 훔칠 수도 있고, 술집 주인을 죽이고 뺏어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이 직접 술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해결 방법이 많을수록 자유도가 높은 게임인 것이다. 따라서 선택의 자유가 큰 게임일수록 스토리가 치밀해야 하며 대사량이 많고 세계관이 방대하다. 그러므로 만들기도 더 힘들다.

흔히 자유도가 높으면 플레이어가 목표를 잃어버려 뭘 해야 될지 몰라서 해매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지적도 있지만, 발더스 게이트 등의 RPG는 퀘스트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저널 시스템 등을 이용해서 퀘스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플레이어가 목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스토리 및 엔딩에도 멀티 체제를 두어 목표와 진행 가능한 루트도 다양하게 두는 게임들도 많다. 즉 정해진 목표로 진행해도 되고, 엉뚱하게 놀아도 되고, 제작진의 역량에 따라선 뭘 목표로 하든, 혹은 목표 없이 생각 없이 놀든 놀거리가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게 자유도 높은 게임들의 장점으로 흔히 외길 진행이 많은 일본식 RPG는 그냥 게임의 루트 중 선택 가능한 요소로 포함시켜도 될 정도의 드넓은 묘사도 가능하여 일부를 제외하면 게이머들 대부분은 자유도 높은 게임을 지지하고, 게임 제작사 측도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런 대세를 따라가고 있다.

다만 이러한 JRPG WRPG의 경계가 점차 약해지고 있는데, 옛날처럼 기호같은 NPC가 움직이고 텍스트가 출력되던 시대에는 게임안에서 하나의 요소(사물, NPC, 몬스터 등)을 표현하기 위한 데이터 양이 현재와는 비교도 안되게 작았다. 하지만 현재의 게임의 NPC는 모션캡쳐로 리얼하게 움직여야 하고 모든 대화 선택지에 녹음된 음성이 지원되어야 하는 등, 과거에 텍스트로만 표현하는 것에 비해 제작비와 필요한 데이터 양의 부담이 비교도 안되게 늘었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내용에 제한이 생겼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어렵다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지만, 일본RPG 중에서 자유도가 높은 한편 난이도도 높았던 사가 시리즈로 인해 생긴 선입견이라고 생각된다. 그외에 일본RPG중 자유도 하면 손꼽히는 게임으로는 아트딩크루나틱 돈이 있다.

한편, 선택의 자유도가 없는 게임은 일본 게임 업계에서는 "오솔길 RPG", "오솔길 시나리오" 등으로 부른다. 2가지 이상의 시나리오가 가능한 경우에는 "멀티 시나리오", 엔딩이 2가지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멀티 엔딩"이라고 부른다. "멀티 시나리오"이지만, "멀티 엔딩"은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에 두 가지가 완전히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번외로 선택지가 쓸데없이 많지만 게임 진행엔 별 영향이 없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렘 사의 게임들.

2.2 행동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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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

게임 안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얼마나 많은가에 대한 자유. 캐릭터는 미리 만들어둔 행동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얼마나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자유도가 결정된다. 주로 샌드박스 게임에서 이런 자유도를 보장한다.

특히 최근 액션 게임에서 중시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주변의 물건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며 주변 지형지물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타고 넘을 수 있는 방식도 있다. 주로 GTA와 같은 오픈월드 방식의 게임에서 선호하는 스타일이이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는 초반에 어느 정도의 진행만 하면 그 이후부터는 게임의 스토리와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활동이 가능하다. 보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갈 수 있는 길도 정해져 있지 않다. 주변의 물건은 물론 주변의 '인간'마저도 날려버릴 수 있다. 일본계 게임에선 사무라이의 길 정도만이 자유도라고 부를수 있을 정도로 일본계 게임중 가장 자유도가 높다. 예를 들자면 밥을 먹고 돈을 안낸다던가.

선택의 자유와 다른 점은 그 결과가 게임 진행하고는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폴아웃 시리즈의 경우 사람들을 많이 죽이면 평판에 영향을 주지만, GTA에서는 시민들 100명을 죽여도 스토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 경찰한테 잡혀가도 돈만 몇푼내거나 아이템이 초기화되는 선에서 금방 풀려난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들어서는 심의제한으로 미성년자 소비층을 놓치거나 악행을 미화시킨다는 비판을 우려한건지 게임 진행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어새신 크리드 2,레드 데드 리뎀션,사무라이의 길 처럼 초반에 무쌍난무를 하다가는 중반부터 수배지가 나돌아 다니고 지나가다가 저놈은 나쁜놈이니까 신고,죽여버려야 해! 를 외치면서 사방팔방 소문내고 다닌다(...) 심지어 디스아너드 같은 경우에는 엔딩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법이 있듯이 이걸 이용하여 들켜도 돈만주면 모른척 해준다던가 하는 것도 있다.

행동의 자유가 높은 게임은 현실성이 높은 경우가 많지만 적절하게 높아야지 너무 높으면 현실과 동떨어져 감정이입에 방해될 수 있다. 현실성과 자유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현실성을 너무 높였다가 오히려 행동의 자유를 제한해 버릴수도 있다(GTA4에서 현실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탱크와 제트팩, 비행기 등의 탈것을 삭제한 것이 좋은 예). 정 현실성이 높아보이게 하고 싶으면 EVE온라인처럼 '이런 이유가 있으니 이렇게 된다'고 적절하게 하나하나 설정을 붙여 놓는게 낫다.

2.3 컨텐츠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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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MMORPG에서 중요시되는 것으로 게임 내에 컨텐츠를 다수 배치하여 사용자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놀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돈을 벌려면 사냥을 하거나, 광물을 캐거나, 장사를 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으며, 사냥을 할 때도 활을 쏘거나, 검을 쓰거나, 마법을 쓰는 등 다방면으로 즐길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MMORPG의 특성상 컨텐츠의 부족은 곧 쉽게 질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하여 컨텐츠를 늘리고 있다.

엘더스크롤 시리즈, 울티마 온라인, EVE온라인, 대항해시대 온라인, 히트맨 시리즈,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높은 자유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앞에 서술한대로 지나친 자유도는 오히려 게임 밸런스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하나의 캐릭터로 거의 모든 스킬을 찍을 수 있는 마비노기가 결국 올 1랭 만들기 먼치킨 게임이 되어버려 밸런스를 말아먹은 주범이 되었다.
마비노기 이후로도 마비노기식 스킬 자유도를 도입하는 MMORPG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2.4 퇴보하는 자유도

21세기 들어서면서 자유도를 꺼리는 유저가 동서양을 불문하고 늘어나고 있다. JRPG가 고쳐야 할 점 10가지를 통해 일본식 1자 진행 맹도견 RPG를 비난했던 서구 유저들조차 자유도가 적은 1자 진행을 선호하는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 오죽하면 인피니티 워드나 바이오웨어 쪽에서는 요즘 유저들은 자유도 높은 게임을 주면 뭘해야할 지 몰라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대부분 자유도 높은 게임들은 하나같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하는 개발상의 난점도 있다. 자유도의 대명사 같은 GTA 조차 GTA4부터는 그래픽과 모션에 치중하고 전작에 있던 자유도를 일부 포기한 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2007년 FPS의 두 화제작이었던 크라이시스콜 오브 듀티4가 있다. 전자는 특정 목표지역으로 가기 위해 정면돌파를 하거나 몰래 잠입하거나 아예 다른 길로 돌아가는 등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후자는 철저하게 제한된 외길 안에 화려하고 강렬한 연출을 집중시킨 케이스로, 많은 게이머들은 콜 오브 듀티의 레일슈터식 진행에 더욱 좋은 반응을 보였다. 크라이시스도 2에 와서는 자유도를 대폭 낮추고 연출에 많이 집중하게 된다.

반면, RPG가 아닌 방향으로 자유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방식으로 진화한 게임도 있는데 이는 샌드박스형 게임으로 분류 가능하다.

2.5 대안 의견 : 자유도는 없다

서양RPG와 일본RPG 차이는 자유도?

흔히 자유도 게임의 대명사로 서구권 게임이 자주 언급되는데 정작 서구권이나 게임학(Game Studies)에서는 자유도같은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유도(自由度)라는 단어는 일본 게임언론에서 자국의 RPG와 서구의 RPG를 비교분석하면서 발명한 단어며 이미 개념 자체에 '일본식 RPG'가 기준으로 삼아져있었고[1] 이 단어가 한국으로 수입되고 현대 게임의 주류인 서구권 게임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확장발전한 케이스인데 정작 그 자유도 높은 게임을 만드는 서구권에서는 '자유도'에 해당되는 단어가 없으며 게임의 평가척도가 되지도 않는다. 이 동네에서도 게임을 설명하면서 자유롭다(free, freely)같은 수식어는 자주 쓰이나 '자유도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키배를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유도란 말 자체가 없으므로.

다만, 서구권에서는 비선형성(Nonlinearity)이 한국에서 흔히 언급되는 자유도에 대응되는데 여기서의 비선형성은 RPG나 외양적으로 RPG 비슷한 종류(GTA 시리즈 등)에 국한되지도 않고 범위가 대단히 넓어서 1:1로 번역되기엔 곤란하다.
서구권과 게임학에서 논의되는 비선형성의 소분류는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다

  • 비선형적 내러티브(Nonlinear narrative) - 내러티브의 진행이 일방향적이지 않다. 스토리라인의 분기점이나 엔딩의 개수가 복수일수도 있고 매스 이펙트 시리즈더 위처 2: 왕들의 암살자처럼 플레이어의 선택이 내러티브의 방향을 바꾸거나 내러티브의 곳곳에 영향을 끼치는 형태일 수도 있다. 일본식 RPG중 최고작품이라 불리는 크로노 트리거택틱스 오우거 역시 스토리라인과 엔딩이 여러 개기 때문에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가진 게임에 포함되고 비주얼 노벨이나 미연시같은 장르도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논할때 자주 언급되는 장르다. 플레이어의 선택과 이에 대응되는 내러티브의 변화가 컨텐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워킹 데드(게임)도 이 분류에 포함되는데 정작 이런 게임들을 보고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고 거의 언급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 비선형적 레벨 디자인(Nonlinear level design) - 게임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 비선형적이다. 순차적/선형적으로 레벨(스테이지)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 외적으로) 게임의 진행은 다양한 루트로 수행될 수 있고 진행순서가 정해져있지 않을수도 있고 한번 진행된 부분을 다시 진행하는 요소까지 포함한다. 이 분야의 고전을 예로 들자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서는 워프존을 이용해 스테이지(레벨)를 건너뛸 수 있었으며 특히 3편에서는 다양한 변신모드와 아이템이 존재해서 스테이지(레벨) 진행이 매우 유동적이었다. 특징상 오픈월드장르의 게임과 결합되기 쉽기 때문에 오픈 월드 장르를 설명하는 단어기도 했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같은 개념은 아니다. 아예 내러티브를 포기하고 게임플레이의 비선형성만을 극대화된 샌드박스 게임도 여기에 속한다. 심시티라든가.

한가지 특이한 점은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흔히 '자유도'라 하면 위에서 언급된 컨텐츠의 자유(연금술 재료를 모으거나 사냥을 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장작을 패거나 요리를 만들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등)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고 마비노기아키에이지같은 작품도 처음부터 자유도의 개념을 저렇게 잡고 이를 목표로 게임을 기획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당 부분에 대해서 논의할때 서구권에서는 비선형성(Nonlinearity)이라는 개념을 꺼내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즉, 한국 온라인 게임에서 말하는 컨텐츠의 자유도는 서구권에서 말하는 비선형성과 거의 매치되지 않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울티마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울티마시리즈가 해당 분야에서는 고전이라 할만한데 정작 서구권에서 울티마 시리즈를 평가를 검토해봐도 게임속에서 컨텐츠(요리를 하고 옷을 만들고 사냥을 하고 등등)를 두고 '비선형성'을 거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당 컨텐츠는 그보다 가상 현실(Virtual World)이나 인공적인 삶(Artificial Life)이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 인공지능처럼 다른 개념을 거론할때 자주 언급되는 예시다. 일례로 위키피디아울티마 7항목을 보면 해당 게임의 "스토리는 선형적이지만 수많은 서브 퀘스트를 순서에 상관없이 수행하면서 맵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비선형적(The Black Gate is highly nonlinear; although there is a linear storyline, this is countered by the ability to explore the map in any order when coupled with the many sub-quests)"이라고 평가하고 있을뿐 서구권에서 저런 '컨텐츠의 자유'를 두고 비선형적이라 평가하는 경우는 정말 찾기 힘들다.[2]


여담으로 담론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자유도'보다는 '비선형성'에 대한 토론이 더 효율적인데 '자유도'는 '자유도란 ~~이다'에 도달하기 위해 각 유저가 가진 '게임의 자유'에 대해 개념과 논리, 근거와 예시 및 반례를 지리하게 토론해야 하며 그런 걸 전부 하더라도 '자유도'라는 개념이 엄밀히 정의되기 매우 힘들다. 하지만 비선형성은 다르게 말하자면 '선형적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선형성만 파악하면 비선형성을 정의내리기 매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에서의 선형성은 대개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캠페인 등)

또한 소위 '자유도 논란'의 문제는 자유도가 온도고도처럼 일종의 측정기준(degree)으로 쓰인다는 것인데 이는 마치 자유도라는 개념이 이미 검증 끝난 개념이며 게임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서 활용가능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게임계에 유행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할만하다. 몸(게임)이 침대(개념)에 꼭 맞지 않으면 몸을 쳐내거나 억지로 늘리는 격.
  1. 굳이 자유도뿐만 아니라 초기 한국 게임담론은 전체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깊숙히 받았다. 비슷한 예로 전략 시뮬레이션같은 단어가 있다. 일본언론이 자기들 마음대로 만든 게임 개념을 그대로 한국에서 사용한 예
  2. 그도 그럴것이 선형적 게임의 대명사인 JRPG에서도 이런 식의 컨텐츠를 구비하는 경우는 많기 때문이다. 재료를 모아 옷이나 음식을 만들거나 무기나 갑옷을 강화한다든가...데이트나 매춘까지 가능한 JRPG도 상당수 있다. 다만 이런 컨텐츠는 일본식으로 해석되어 이벤트미니 게임정도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