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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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해 개발된 일종의 문자로, 볼록한 점들의 위치를 사용해서 문자를 나타내도록 만들어져 있다. 일명 눈이 아닌 손으로 읽는 문자.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한글은 창제 시기와 창제자가 밝혀진 유일한 문자'라는 속설의 대표적인 반례다. 해당하는 문자에는 다름아닌 이 점자가 포함되기 때문.

2 연혁

현재 사용되는 형식의 점자는 1821년에 프랑스인인 루이 브라유가 최초로 고안했으며, 영어권에서는 그의 이름을 따서 브라유라고 부른다. 참고로 루이 브라유도 시각장애가 있었다. 처음부터 시각장애가 있던 것은 아니고, 3살 때 사고[1]로 한쪽 눈을 잃고 점차 다른쪽 눈의 시력도 없어졌다.

루이 브라유가 파리의 맹학교에 있던 당시 파리 맹학교의 교장은 대개 군인 출신으로 채워졌었는데, 그러던 와중 야간에 사용할 수 있는 군사 암호용으로 개발을 시도하였던 야간 문자에서 착안하여, 12개의 점으로 구성되어 복잡하였던 야간문자 대신 6개의 점을 이용하는 점자를 최초로 고안하였다. 12개의 점으로 구성된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보편화되지 못했지만, 그에 비해 브라유의 점자는 6개의 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훨씬 편리했다.

하지만 브라유의 점자가 일반인들이 봤을 때 무슨 의미인지 알아보기 어렵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의 생전에 공식적으로 채택되지는 못했고[2] 건강이 좋지 않았던 브라유는 결핵에 시달리다가 1852년 1월 6일 4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불과 2년 후인 1854년 브라유의 점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정식으로 채택되었으며, 그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사망한지 한 세기가 지난 1952년 6월 22일 프랑스의 역사적 위인들이 안장된 파리 팡테옹으로 유해가 이장되었다.

일반적으로 점 6개를 이용해서 문자를 표기한다.[3] 엘리베이터나 공공장소에 가면 점자표기가 있으니 한번 보는 것도 괜찮을듯 하다.

어쨌든 이걸로 인해서 시각장애인들도 책을 볼 수 있다. 단, 일반인들보다 시간이 엄청나게 걸린다는 것이지만... 일단은 점자책과 더불어 점자프린터, 점자키보드등이 있지만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고 속도도 느리다. 점자프린터의 경우는 최소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점자책의 경우엔 볼록한 점들을 다 표현해야 되기에, 일반 책으로 하면 짧은 양이지만 점자로 표현하게 되면 엄청나게 두꺼워지고 책도 커지게 된다. 거기다가 점자프린터나 키보드등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지 않기에 엄청나게 비싼 가격대이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보이스웨어를 선호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텍스트 파일 수정, 보이스웨어, 인터넷, mp3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점자정보단말기의 개발이 활발하다. 다만 가격이 500만원을 호가하여 대부분 교육기관에서만 임대형태로 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참고로 한글 점자를 만든 분은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으로, 일제 강점기부터 교직 생활을 하면서 시각 장애인들을 가르치고 자립을 도와주었으며,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訓盲正音)'을 창안하셨고, 성경(독실한 기독교인이셨다) 점자책을 만들기 위해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점자판[4] 평생을 점자 보급과 점역[5]에 공헌해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의 유언"점자책은 쌓지 말고 꽂아 두어라"[6]였다.

3 기타

현재 사용되는 점자 이전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로는 아위(Valentin Hauy)가 개발한 문자가 있는데, 이는 단순히 글자를 볼록하게 해서 시각장애인들이 만지면서 읽게 한 것이었다. 글자를 잘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글씨가 커야했기 때문에 한 권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도 브라유 점자보다 적었다. 하지만 브라유 생전에는 아위의 문자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주로 기득권층의 보수적 시각에 의한 것이었는데, 파리 맹인 학교에서 브라유 점자가 인기를 끌자 음악 도서[7]를 제외한 모든 브라유 점자로 된 도서와 아이들 사이의 노트 등을 공개적으로 태워버렸다는 흠좀무한 기록이 있다. 이런 상황에 충격을 받은 브라유는 평소부터 약하던 몸[8]과 폐결핵으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

점자와 유사하게 '라피그래피'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점자로 글자 모양을 만든 것이다. 점자를 따로 배우지 않아도 비 시각장애인들이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과 비시각장애인들 간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윌리엄 문 박사가 만든 문(Moon) 문자가 있다. 짧은 곡선 및 직선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으로, 미국에서는 의외로 널리 쓰였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듣보잡이지만.

아래는 점자와 관련된 지식채널e의 영상물. 꽤 감동적인 구성으로 제작되었다.

  • 여섯 개의 점

  • 훈맹정음

악보를 읽을 수 없는 시각장애인 음악가들을 위한 점자 악보도 있다. 기존의 오선지 악보 대신 음표 등 각종 음악 기호들을 점자로 표현한 것.

신한카드에서는 카드 기재사항을 점자로 표시한 점자 신용카드/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점자카드 신청시 우편 청구서는 점자로, 이메일 수령시 음성으로 제공한다고. # 그런데 점자카드로 나오는 상품이 러브/러브체크, 하이포인트/하이포인트체크뿐인데 하필이면 둘 다 발급중단되어서(...)

유니코드에도 8점 점자가 배당되어 있다. 점자가 배당된 영역은 U+2800부터 U+28FF까지 총 256자이며 6점 점자는 U+2800부터 U+283F까지 64자로 충분히 표현 가능하다. 폰트에 따라 점이 찍히지 않은 자리는 빈 동그라미(○)로 표시되거나 아예 비워져 있는 경우도 있다.

서브컬처에서 점자가 사용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포켓몬스터레지시리즈가 있다. 참고로 각 언어판마다 그 언어의 점자를 사용하므로, 한국판의 경우 훈맹정음을 알고 있다면 공략 없이 진행 가능.

안타깝게도 시각장애인들 중에서도 점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빈곤과 교육기회의 차별 속에 아예 학습이나 문화 향유의 기회를 포기해 버린다. 또한 점자는 손가락으로 읽는데 사고나 노환 등으로 손가락의 감각이 무뎌지면 읽기 힘들기 때문. [9] 포기하지는 않았더라도 점자를 익히고 점자책을 읽어나가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디오북 등에 의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점자사용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며, 미래에 이 문자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이다.
  1. 송곳에 눈을 찔렸다. 여담으로, 송곳(awl)에 눈을 찔린 것이 글자가 비슷한 부엉이(owl)로 오역되어 브라유가 부엉이에게 습격을 당해 실명했다고 잘못 소개되는 경우가 있다.
  2. 그랬기에 루이 브라유는 여러 가지 발명품을 개발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점자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알파벳 모양으로 점자가 찍히는, 즉 점자로 a를 입력하면 a모양의 도트가 구성되어 찍히는 발명품까지 개발하였을 정도였다.
  3. 점 위치 하나당 점이 있다/없다 2개의 경우의 수가 나오고, 한 글자당 점 위치 6개로 구현되므로, 공백을 제외하면 2^6 - 1 = 63가지의 자형이 나온다. 알파벳과 숫자, 마침표등의 기호를 나태내기엔 무리가 없는 가짓수다. 확장형인 8점 점자로는 공백 포함 총 256개의 조합이 존재한다.
  4. 점자를 새긴 아연판. 여기에다 종이를 대고 점자책을 만든다. 당시 대형 타자기 비슷한 기계로 일일이 다 치셨다고 한다. 어린 딸이 성경을 읽어주면 그대로 쳐내려갔다고. 여담이지만 밤에 작업을 하는 바람에 딸이 조는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잘못 치면 끌로 평평하게 만든 뒤 다시 치셨다고 한다. 계속 수그리고 작업한 까닭에 결국 말년에 척추 질환으로 엄청난 고생을 하셨다고.
  5. 일반 서적을 점자화하는 작업.
  6. 점자책의 돌출된 부분이 눌리지 않도록.
  7. 브라유는 악보를 위한 점자도 만들었는데 이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계속 쓰인다.
  8. 그가 다니던 시절의 파리 맹인 학교는 환경이 아주 엉망이었다. 그가 죽기 몇 달 전이 되어서야 전면적 개조에 들어갔다.
  9. 실제로 뇌질환 등으로 실명한 사람의 경우 손가락 끝이 무뎌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물론 두 팔이 없는 시각장애인이 혀로 점자를 읽은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