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무관심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 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 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르틴 니묄러 목사,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1]

Political indifference / Political disengagement

1 개요

중립과는 다르다.[2]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의 주체라 할 수 있는 국민(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 지는 것.

정치적 무관심은 정치에 대한 불참가를 야기하고 이는 다시 정부가 마땅히 받아들여야 하는 국민의사가 정부에 의해서 대표되지 않게 되고 결국 권력은 이러한 불참가자의 필요와 이해를 무시하거나 고려하지 않아도 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책임지지 않는 책임질 필요가 없는 지배자를 만들게 되어 권력의 남용에까지 이르게 된다. 또한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적 무지와 정치적 불참가와의 사이에는 일종의 악순환의 관계가 있다.

이는 정체된 정치 풍토와 기존의 정치체제의 존속에 유리한 결과(즉 독재)를 낳을 수 있으며 또한 축적된 정치적 무관심이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를 통해 극단적인 형태로 폭발할 수도 있다(파시즘, 나치즘 등). 이처럼 되면 연속적이고 점진적으로 사회가 발전하는 것을 방해하며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정치적 무관심의 폐해가 어떤지는 위에 인용한 시를 참조

반대로 정치적 참가가 일상적인 사회에서는 그 필연적 결과로서 정치적 학습의 기회를 많이 하고 정치적 책임의식이 강해지며 자기의 정치 참여에 대한 자신감과 적극성이 강해진다.

현실적으로, 인간의 에너지는 한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정치에 지속적으로 무한정한 관심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정치가 중요하긴 하지만, 정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생업에 비해서는 순위가 뒤쳐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 전문가인 정치가가 따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넷상에서 정치 이야기를 보기 싫어하는 네티즌들도 정치적 무관심으로 보는 시선이 많은데, 애초에 넷상에서 터지는 정치떡밥들이 대개 진흙탕 싸움으로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아 정치떡밥을 꺼리는 케이스도 많기에 이런 사람들을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으로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참고로 정치적 지지성향을 밝히지 않는 중립론자들을 정치적 무관심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는데, 중립과 정치적 무관심은 그 어떤 관계도 없다. 오히려 중립의견은 필연적으로 양쪽의 입장을 자세히 알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한쪽으로 정치사상이 치우쳐진 사람들보다 정치에 더 관심이 많다. 자세한건 중립 참고.

20세기 말-21세기 초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위기와 고용감소에 인해 자기 일만 챙기기 바쁜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선진국의, 특히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이 심각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은 90년대 이후 경제가 쇠락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거의 추락하다시피 하는 수준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으면 대부분의 악법들은 기껏해야 발의단계까지만 가고 폐기되는게 일반적이다. 서유럽과 북유럽,미국 등의 서양 선진국들은 개인주의가 원래부터 발달되있긴 하지만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한국보다는 높은 편이다. 아울러 삶의 질도 한국보다 높다. 결국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낮을수록 시민들의 삶의 질도 같이 낮아지고 반대로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높을수록 시민들의 삶의 질도 같이 높아진다.

이것은 마치 기업에서, 무능하고 돈 훔칠 궁리만 하는 직원을 뽑았다면 그를 뽑은 인사권자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과 같다. 국가의 최고 인사권자는 바로 국민 자신이며, 이를 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국가의 주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한 직무유기다.

2 정치적 무관심의 종류

2.1 전통형 무관심

정치문제가 자기는 다른 세계의 일이며 정치는 특별한 사람, 높은 사람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정치를 권력자, 지배자, 특별한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정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태도이다. 이 무관심은 은연중에 가지게 된 권력에 대한 충성과 복종심이 기저에 깔린 경우가 많다. 심하면 권력자는 항상 서민을 위해 고생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지도자의 영도력에 추진력을 실어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까지 미치게 된다.

  • 신뢰형 무관심: 현 정치체제나 권력의 작동에 대하여 그 공정성과 정통성에 대한 깊은 신뢰가 원인이 되는 경우이다. 선거 때는 의무적으로 투표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심판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공자 역시 신뢰형 무관심에 관련해서 지적한 바 있다.[3]
신화시대 중국의 어떤 노인이 변장한 왕의 면전에서 "이렇게 나라가 잘 돌아가는데 왕이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했다는 예시가 있듯 정말로 정치인들이 믿을만해서 믿어 주는 경우에는 민주주의로서는 최상의 상태라고 할 수 있지만,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런 형태의 정치적 무관심이 발생했을 경우엔, 정치 체제가 점점 이상해져도 눈치를 채지 못하다가 시민들이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는 이미 헬게이트가 열린 뒤일 것이므로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 상태이다.
  • 무정치형 무관심: 시민들이 정치적 참여에 신경쓸 시간에 자신에게 더 직접적이고 확실한 이익을 주는 활동에 더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또는 자신의 정치참여활동으로 얻는 사회적 이익에 비해서 정치참여로 인해 받는 개인적인 피해가 너무 크다고 여기는 경우이다.
아테네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아고라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그날 일을 쉬어도 되도록 참여 수당을 지급했다고 한다.

2.2 현대적 무관심

근대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정치적 무관심은 체제와 상호 모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의 여러 양태 때문에 정치적 무관심이 일어나고 있다. 가끔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정치병으로 비꼬기도 한다.

  • 굴절적 무관심: 원래는 강렬한 정치적 관심이 존재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뜻대로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환멸을 느끼고 그로 인해 정치적 관심이 얕아져 버린 경우를 가리킨다. 기대가 무력감과 실망으로 돌아오는 것이 반복되다가 끝내 정치적 참여를 포기한다.[4] 내가 투표한다고 혹은 내가 투표 안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혹은 이 놈이 되나 그 놈이 되나 마찬가지라고 여기는 경우이다.기권표 극단적으로 이는 대중의 소외 현상을 불러올 수 있느며 권력으로 하여금 현상유지를 가능하게하여 권력의 폭력화를 허용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는 권력이 소수집단을 폭력으로 탄압해도 잘 발견되지 않고, 공론화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밑에 서술되어 있는 실존적 무관심과는 잘 구분해야 한다. 이쪽은 진짜로 무관심해진 것이고, 실존적 무관심은 무관심의 가면을 쓰고 잠복해있는 형이다.
  • 사생활화형 무관심:사회는 복잡하고 전문화되면서 사회 문제와 현상을 파악하는데 과다한 노력이 들게 된다. 때문에 개인은 거대 담론을 피하고 개인적인 이익과 행복만을 추구하게 된다. 따라서 국민들은 공공의 이익과 사회발전보다 자신에게 밀접한 이해관계에 민감해지면서 생기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권력은 개인들에게 눈앞에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사소한 이익을 만족시켜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 강압을 펼침으로써 눈치채지 않게 장기적으로는 사회에 불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리고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특정인들이나 자신의 이해관계인들에게는 이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에 결정적인 불이익이 되게 하는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행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형태에서 소위 '회유와 강압'의 정책이 쉽게 나타난다. 대국적인 식견과 견해를 가진 정치인보다는 당장 지역구 주민이 좋아하는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이 쉽게 당선되는 현상이 이 때문이다.
파일:Attachment/146195 600.jpg
위의 그림은 미국인들의 달콤한 대중문화를 향유하면서 골치아프고 어려운 정치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정서를 질타한 풍자. 미국인들이 정세에 무관심한동안, 러시아는 서방으로 돌아서려는 동부 국가들을 경제로, 영향력으로, 무역력으로, 전쟁으로 쳐바르면서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으로 다시 한번 부상하고 있다는 뜻.
  • 소비형 무관심: 시민들이 소비에 몰두하고 달콤한 대중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면서, 골치아프고 어려운 정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은 상호간에 손을 잡고 더욱 매스 미디어나 술 등으로 소비형 무관심을 조장하여 이 무관심을 지레로 하여 대중조작을 활발히 진행하게 된다. 우민화 정책이 바로 이것을 유도하기 위한 것. 어떤 형식이든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할 수 있으면 우민화 정책으로는 성공이다. 대표적인 예로 제5공화국이 국민의 정치 무관심화를 유도하기 위해 3S(섹스, 스포츠, 스크린) 정책을 실시했다. 그래서 70년대 볼수 없었던 에로영화나 프로 스포츠가 80년대 갑자기 생겨난게 바로 이때문이다.
  • 실존적 무관심: 이 경우는 의도된 무관심이다. 실제로는 무관심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지만, 겉으로는 무관심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무관심으로 있을 수 있는 한은 무관심이지만 무관심으로 지나쳐 버릴 수가 없는 문제가 일어났을 때는 정치적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이다. 사실은 이게 기성 정치인에게 제일 무섭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충분히 쌓이기를 기다리며 일부러 꾹 참고 있는 경우니까. 이런 게 폭발하면 그야말로 국가나 사회 전체가 뒤집어지는 꼴이 나기 십상이다.

3 정치적 무관심이 불러온 비극

3.1 현실

3.2 창작물

  • 1984
  • 야한 이야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지루한 세계 - 문서를 참고하면 알겠지만 사실 섹드립에 가려져 있어서 알아차리기 어려운데 자세히 따져보면 이 세계는 그야말로 1984를 연상케 하는 디스토피아가 따로 없다. 전 국민은 목에 장착된 도청장치에 의해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있고 정치가 몇몇이 그걸 주도하는데 사람들은 세뇌라도 된 건지 거기에 대해 별 불만을 못 느끼는 터무니없는 세계다.
  • NO.6
  • 벡실 2077 일본쇄국 - 여기서는 아예 일본이 멸망한다. 애당초 이 작품의 주제가 정치에 관심을 잃고 주체성을 잃은 시민들의 나라가 어떻게 망하는지 보여주고 꼬집는 내용.
  • PSYCHO-PASS
  • 도서관 전쟁

4 다른 버전들

처음에 그들이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들이 유대인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들이 가톨릭교도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가톨릭교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후 그들이 나를 덮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출처 미상의 긴 버전

미국에서 유명한 버전은 '공산주의자'가 빠지고 사회주의자, 노동조합원, 유대인 순으로 바뀌었다.

5 관련 문서

  1. 사실 이 유명한 말의 시조가 누군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위의 것은 1976년도 버전이 기반. 위키피디아 참조
  2.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맞아보일 수 있으나 중립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입장을 지키는 것으로 중립인 사람들도 정치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 무관심은 아예 권리를 포기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물론 보이콧의 개념으로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다른 방면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경우가 많다.
  3. 원문은 "天下有道 則庶人不議" 즉 천하에 도가 있다면 뭇 사람들이 왈가왈부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얘기.
  4. 간단한 예로 들자면 정경유착, 군납비리 등 나라의 근간이 뒤흔들릴수도 있는 스캔들이 터진다 한들, 정치가와 높으신 분들은 처벌을 어떠한 형태로든 비껴가거나, 받아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행위 가 반복되어 국가 시스템 자체에 실망을 느끼게 되는것과, 특정당의 장기 집권으로 인한 장기 독재상황(예를들면 일본이 자민당정권이 상당히 오래가버려서 내가 투표한들 자민당이 당선되겠지 라며 투표를 안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에 내가 투표한들 특정당이 당선되겠지 와 같은 절망을 떠안게 되는현상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