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훈련

1 의미와 성립요소

명사 : 아주 괴롭거나 힘든 훈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네이버사전에도 실려 있으며, 1983년에 만들어진 단어인데다 자주 사용되므로 사전에 실린 것이 그렇게 이상하진 않다. 최초 출전은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아래는 만화속의 한 장면. 과연 원조답게 훈련체벌강도는 장난이 아니다.야구랑 관련없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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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서 '지옥훈련'에 관련된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부상이나 차별등으로 잉여가 된 선수들을 모아서 무인도로 간다. 그 다음에 채찍으로 치면서 강제로 무시무시하게 처절한 훈련을 시킨다. 돌아왔을 때 그 선수들은 모두 엄청난 실력을 갖추게 되어서 전승(말 그대로 한번도 안 패한다)을 거두면서 프로야구계에 일대 파란을 불러 일으킨다.'라는 것이다. 이 짧은 요약에 지옥훈련의 기본 개념이 거의 들어있다. 이현세는 이 개념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시대를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자신이 솔선해서 혼자 하는 훈련은 지옥훈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그냥 '맹훈련'이다.
지옥훈련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

1) 외부로부터 고립된 지역
2)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는 코치
3) 무시무시한 강도의 훈련
4) 체벌을 포함한 총체적 비인권

세상과 절연한 곳(무인도등)[1]에서 누군가가 채찍을 때리면서(스스로 채찍을 때릴 수는 없으니까)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강도의 훈련(절벽을 기어오른다든지)을 거친다. 물론 중도에 자기의사로 포기할 수 없다. 이 과정을 거치면 엄청난 실력자가 되며 그러면 그 다음부터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게 된다.

2 지옥훈련과 한국의 현실

이 단어가 단지 만화의 유행어로 그치지 않고 생명력을 부여받은 이유는 몇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처음 들 수 있는 것은 분단 현실과 오랜 군사정권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군사 문화. 군대 유격 훈련/혹한기 훈련은 지옥훈련의 모든 것을 갖춘 견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성들이 지옥훈련이라는 단어에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들은 지옥훈련이 가지고 오는 결과물에 대해서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 공포의 외인구단이 나왔을 때가 군사정권이었던 것을 감안해보자. 공포의 외인구단의 마지막 페이지가 군인정신을 찬양하며 끝나는 걸 상기해보자. 군부 독재로 "인권과 자유를 억압해가면서 그 대신 경제발전을 이끌어낸다"라고 하는 만들어진 시대정신과 외인구단의 지옥훈련은 일맥상통하다. 1980년대까지 국민 전체가 일종의 지옥훈련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뭐든지 "군대가 나쁘다"고만 하면 그건 지나치게 치우친 의견일 수도 있다. 한민족의 단군신화를 읽어보면 지옥훈련은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으며 결코 근대의 산물도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곰은 지옥훈련을 통과하여 인간다운 삶을 살고, 호랑이는 통과하지 못하고 짐승같은 삶을 산다는, 한민족의 사고방식에 그런 류의 아키타입이 없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조선시대에는 과거 시험에 목매던 서생들이 현재는 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노량진 학원가를 어슬렁거린다.

3 문제점

지옥훈련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율이 아닌 타율 - 이 훈련속에는 자율이 없다.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면서 스스로 할 생각이 없다. 누군가가 채찍을 때리지 않으면 실력을 쌓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훈련받은 자들은 다음에 오는 후배들도 똑같이 훈련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방식밖에 모르므로.

2. 일시기에 집중된 고생 - 평소에 조금씩 잘할 생각이 없다. 고생을 한 시기에 몰아하고 그 후에는 놀겠다는 심산이다. 왜냐하면 각종 유혹에 너무 약해서 보통 생활로는 도저히 잘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훈련을 통과하면 그 순간부터 급속하게 타락한다. 자신이 일생에 해야할 고생은 이미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서.

3. 비인권 - 1,2번의 부산물같은 것이다. 그러나 당하면서도 한 마디도 못 한다. 지옥훈련의 핵심 개념이 "타율"이다. 자신은 지옥훈련에 와 있으므로 채찍을 맞아도 당연하다고 여긴다. 문제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학교에서 배웠던 인권의식등의 좋은 말들을 설탕이 물에 녹듯이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지옥훈련 받은 사람들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4. 사고협착 -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을 장기간 반복하면서 세상 보는 눈이 좁아진다. 그리고 훈련을 통과하면 그 이후로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모드. 한 마디로 머리가 나빠지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 지옥훈련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시점에서 이미 상당히 나빠졌는지도 모르겠지만.

5. 위험성 - 지옥훈련은 극한까지 가보는 훈련이므로 몸에 무리가 가기 쉽다. 자칫하다 몸을 망가뜨리기 쉬우며, 만약 훈련 도중에 사망자라도 생기면 코치는 수갑차게 된다. 양쪽 모두에게 리스크가 걸려 있는 셈. 게다가 코치가 폭주할 경우엔 훈련이 아닌 단순한 린치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코치는 신적인 권위를 부여받고 있으므로 만약 피훈련자에 여성이 있을 경우 다른 의미의 불상사도 발생하기 쉽다.

많은 한국인들이 아직도 "지옥훈련"이라는 단어에 로망을 느끼고 있지만, 정말로 강한 자는 스스로 하는 자이며, 평소에 하는 자이며, 즐거워서 하는 자이다. 덧붙여서 다른 사람을 배려해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4 실제 사례

  • KBO리그 김성근 감독 - 과거 태평양 돌핀스 감독 시절 진짜 한겨울에 오대산에서 얼음물 깨고 들어가는 식의 극기훈련을 한적이 있다. 오대산 극기훈련의 실상 얼마나 황당했는지 미국 언론에 해외토픽으로 소개됐을 정도. 최근까지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식사도 김밥 한두줄로 때우면서 미친듯이 굴리는 비상식적인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 K리그 박종환 감독 - 비상식적인 체벌과 똥군기가 팽배한 한국스포츠계내에서도 유별날 정도의 강압적인 훈련으로 악명을 떨친 인물. 방독면을 씌우고 90분 풀타임 연습경기를 시켰다는 식의 일화들이 전설처럼 전해지며, 과거 실업축구 시절에는 직접 선수들을 공수부대에 입소시켜서 극기훈련을 받게 한적도 있다.[2] 축구팬들 사이에선 속칭 빠따박으로 통한다. 빠따티카의 창시자

5 각종 매체에서 등장하는 지옥훈련

●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이현세 만화 다수
● 만화 거인의 별에 나오는 훈련 장면들.
● 영화 넘버 3의 조필(송강호 역)과 불사파
● 영화 실미도의 북파공작원 훈련
● 영화 쉬리의 특수부대 훈련
● 영화 G.I. 제인의 네이비 실 훈련
● 영화 킬빌2편에서 파이 메이의 권법수련

● 만화 헝그리 베스트 파이브에서는 지옥훈련의 안티테제라고 할 수 있는 '천국훈련'이라는 훈련법이 나오는데, 아이디어 자체는 나름 참신했지만 만화가 전혀 뜨지 못하고 묻히는 바람에 인지도가 전혀 없다. 그딴 게 세상에 어딨어
  1. 허영만은 그의 중기 걸작 <링의 골칫덩이들>에서 이것을 패러디했다. 주인공이 패배하고서 지옥훈련을 떠났는데, 막상 무인도에 도착하니 그 섬에는 여태까지 자기가 쓰러뜨린 라이벌들이 모두 모여 있다. 전부 지옥훈련하려고 하다가 우연히 같은 무인도에 모여버린 것이다.
  2. 이때 친분을 맺은게 당시 부대장이었던 전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