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한자 : 處女
영어 : virgin, maiden
일본어 : 乙女[1], 処女[2]

1 미혼인 여자

결혼하지 않은 성년의 여자. 반대말은 유부녀이지만 처녀라는 단어는 주로 '결혼한 적이 없는' 여자에게 쓰인다. 이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따로 '돌싱'이라고 부른다. 처녀란 한자어에서 곳 처(處)자가 쓰이는 이유는 처 자에 결혼을 하지 않아서 친가에 머무르고 있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한자어임에도 한일 양국에서 판이한 의미로 쓰인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윤손하후카다 쿄코가 출연했던 2001년작 파이팅 걸에 이 처녀(處女=処女)란 낱말을 둘러싼 한일 사이의 오해를 반영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한국인인 아미는 아마미 유키가 연기한 일본 여성 쇼코에게 유부녀인지 아닌지가 궁금해서 "처녀세요?"라고 물으며 분위기를 급랭시킨다. 왜냐하면 일본에선 처녀가 우리말 '숫처녀'에 해당하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virgin과 miss/maiden의 차이. 다만 요즘엔 일본 대중문화를 자주 접하는 한국인들 중심으로 2번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보통 아가씨라 부르기도 하지만, 아가씨 항목을 참고하면 알 수 있듯 유흥업소 여성을 가리키기도 해서 젊은 여성들이 거부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에서 6살난 처녀애라는 표현이 나오기 때문에 옛날에는 결혼 안 한 여자면 연령에 관계 없이 다 썼던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나, 해당 대목은 아이인 1인칭 화자가 스스로 다 큰 처녀인 것처럼 자기를 소개해서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대목이지, 결코 그 당시라고 해서 6살 아이에게 일반적으로 처녀란 표현을 썼던 건 아니다.

요즘들어 처녀 대신에 처자라는 말을 자주쓴다. 아재어에 가까운 편.

2 숫처녀

남성과 육체적인 관계를 가져보지 않은 여자. '동정녀'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서 동정녀 마리아가 있다. 사실 동정은 성별에 관계없이 성경험이 없는 사람 또는 그 상태를 의미한다. 오덕계 한정 반대말은 비처녀이다.

일반적으로는 처녀는 1의 뜻으로 쓰이지만, 부분적으로는 2의 뜻으로만 쓰인다. 애널섹스로는 처녀성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명확한 기준따윈 없는 작위적 개념이다. 성심리학적으로는 성감을 목적으로 신체를 접촉하는 것만 해도 성관계이기도 하니깐...? 굳이 따지자면 진화론적으로는 성기 삽입이 없는 여성을 선호하는 남성들에 의해 처음 처녀성 개념이 생겼지만, 그것이 생물학을 넘어 문화적으로 확장되면서 성적 접촉이 있는 여성 자체를 부정하게 바라보는 의식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소음순유두의 색이 거무스름하면 비처녀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이는 개개인의 유전적 차이일 뿐이다. 성관계 경험이 많은데 유두의 색이 분홍빛인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전혀 성관계 경험이 없는 숫처녀인데 거무스름한 경우도 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착색이 진행되면서 점점 검게 변하긴 한다.

마찬가지로 숫처녀가 소위 '조임'이 좋다거나 내 여친은 조임이 안좋은 걸 보니 숫처녀가 아닌가보다 식의 잘못된 통념도 많은데, 실제로는 성 경험이 적거나 없으면 제대로 질 근육(PC근육)을 수축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조임이 약할 가능성이 크다(...)[3] 성관계의 상대방에게 잘못된 편견을 가지지 말도록 하자. 몸에 무리가 갈 정도의 과도한 성경험이 아니고서야 조임은 운동량, 그리고 타고난 체형에 크게 좌우된다.

일본에서는 1번과 2번의 혼란을 막기 위해 乙女보다는 処女가 주로 쓰인다. 같은 뜻의 속어로'未通娘(오보코)'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미통'이라는 표현은 만엽집에서도 문증되는 유서 깊은 것으로, 정을 통한 적이 없다는 의미이다. 일상 생활에서는 쓰지 말자. 차라리 生娘(키무스메)쪽이 낫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의미로 '아다'(일본어 新='아타라시이'에서 유래했다는 추측이 유력)라는 비속어를 사용한다. '생아(쌩아)'라고도 부른다. 반대 개념은 '후다'이다.

오타쿠 중에서도 몇몇 덕후들은 미디어에 나오는 히로인이 숫처녀가 아니면 분통해한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비처녀 논란 참고.

과거부터 출가한 사람에 빗대어 "이제 조금 있으면 열반한다"면서 몸에 사리가 쌓인다고 했었다. 요즘에는 경험이 없는 남녀들는 마법사가 된다고들 한다.

3 '첫 번째'라는 의미의 관용어

영어의 maiden을 번역한 표현으로[4]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손대지 않은'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표현이기도 하고.

  • 처녀등반-처음으로 등반함.
  • 처녀림-사람이 손을 대지 아니한 자연 그대로의 산림. ‘원시림’으로 순화.
  • 처녀비행-새로 만든 비행기를 처음으로 조종하는 비행. 또는 처음으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비행사가 하는 비행. '초도비행'으로 순화.
  • 처녀생식-암컷 배우자가 수컷 배우자와 수정하지 아니하고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생식 방법. 단성생식이라고도 함.
  • 처녀수-초생수라고도 함. 마그마에 들어 있다가 처음으로 지표 위로 솟아난 물. 들어 있던 수증기가 마그마가 식음에 따라 엉겨서 바위틈을 지나서 높은 온도로 올라온다.
  • 처녀압밀곡선-토목공학의 토질역학분야에서 쓰이는 말. 간단히 말하면 어떤 점토층에 여태까지 받아본 적 없는 크기 이상의 압력이 가해질 때 점토층의 변형 상태를 나타내는 곡선.
  • 처녀작-처음으로 지었거나 발표한 작품.
  • 처녀주행-새 차를 처음으로 주행함. 또는 처음으로 차를 조종해보는 것.
  • 처녀출판-지은이나 출판사가 처음으로 하는 출판.
  • 처녀지-사람이 살거나 개간한 일이 없는 땅. 또는, 학문, 과학, 기술 따위에서 연구ㆍ개발되지 않았거나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분야.
  • 처녀출정-처음으로 출정함.
  • 처녀항해-새로 만든 배나 새로 된 항해사가 처음으로 하는 항해.

본디 탈 것을 여성형 명사로 간주하는 영어에서 온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a maiden speech"처럼 탈 것과 관계가 없어도 단순히 "처음의" "최초의"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을 잊지말자. 이걸 처녀라고 번역을 해 놓아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처음"을 나타내는데 굳이 "maide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면 처녀(2번)의 개념으로 이해되는게 맞는거다. 서양에서는 처음, 최초라는 개념을 여성의 처녀성과 연관짓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것이 어색하다 하여 '초도비행'등의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는 듯. 실제로 이런 이유로 위에서 보듯 많이 순화되었다.

성인지적 관점 및 언어의 중립성, 정치적 올바름 등의 이유로 바람직하지 못하고 대체될 필요가 있는 어휘이다. 아무리 처녀성이라는 것이 고대부터 인류에게 처음 정복하러 들어가는 것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쓰여 왔다고 해도, 거기에 담긴 가부장제적 사고방식이 현대에 걸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 (1번,2번에 모두 해당. 소녀'라는 의미도 있다.)
  2. (2번 만의 의미)
  3. 그러나 성경험 횟수가 아닌 나이 그 자체와는 관계가 있는 편이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근육조직의 수축력이 떨어지기 때문. 그러나 30대까지는 한창 성관계로 관련 근력을 키울 시기이기 때문에 여고생과 30대 여성의 수축력의 차이는 어느쪽이 낫다 하기 힘들다.
  4. a maiden voyage → 처녀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