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스

캠샤프트 없이 밸브의 개방 시기와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차세대 엔진. 내연기관을 쓰는 자동차에서는 HCCI 엔진(압축착화 가솔린 엔진)과 함께 꿈의 엔진 기술로 불린다.

자동차 구조에 대해 관심이 없는 김여사급 사람이라면 캠샤프트가 뭐가 대단한 물건이길래 이걸 없애는 것이 꿈의 기술이냐고 할법 하지만, 이 기술로 차를 만들면 DOHCSOHC건, 심지어 크고 아름다운 미국의 상징인 OHV조차 의미가 사라진다. 즉, 지금의 모든 엔진 방식이 바뀌게 되는 셈.

자동차 엔진은 많은 부분을 전자 제어 형식으로 바꿨지만, 여전히 핵심 부분은 기계적인 부분에 의해 유지가 되고 있다. 엔진의 밸브를 열고 닫는 힘은 크랭크 샤프트와 연결한 타이밍 벨트(타이밍 체인)를 거쳐 엔진 위로 올라가 캠샤프트를 거쳐 밸브를 열고 닫는다. 즉, 기계적인 동력 전달 형식으로 밸브 개폐가 이뤄지고 있는데, 캠샤프트 엔진은 이 밸브 제어를 기계적이 아닌 전기적(전자적)인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

기계적인 동력 전달은 동력 전달 계통이 복잡해지고 길어질수록 손실이 커지게 되는데, 타이밍 벨트와 캠샤프트의 존재는 동력 손실의 원인이 될 뿐더러 파워트레인의 무게를 늘려 에너지 효율성을 낮춘다. 만약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쓰지 않고 밸브를 열고닫을 수 있다면 그만큼 엔진 무게도 가벼워지고 연비도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지만 아무리 안드로메다 성인에게 코렁탕을 먹인대도 실용화는 쉽지 않았고, 201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일부에 한해 상용화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 가장 일반적인 캠리스 엔진의 밸브 개폐 방식은 전자석을 이용한 전자석 액추에이터 방식이다. 각각의 밸브에 전자석을 달아 놓고 전자석의 전기를 끊고 붙이는 것으로 밸브를 여닫는다. 밸브 개폐라는 것이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닌 만큼 밸브 전용 컴퓨터(VCU)를 통해 제어한다. 각 밸브에 전자석을 달아 놓고 관리 컴퓨터만 붙여 놓으면 그만이기에 구조는 매우 단순해진다. 이 기술은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프랑스 발레오우리나라에서는 노조탄압의 발레오로 더 유명하지만가 가장 앞서 있으며, 여러 자동차 회사에서 관심을 갖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캠리스에서 가장 앞서있는 발레오는 이 기술이 제대로 실용화되면 연비, 출력을 최고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디까지나 밸브 개폐만 전기/전자화하는 만큼 연료의 방식이나 분사 방식에는 제한을 받지 않으며, HCCI 엔진같은 기술과 결합하면 화석연료 엔진의 끝판왕으로 불릴만한 효율성을 자랑하게 된다. 연비에 목숨을 건 유럽계 자동차 회사에서 이 기술에 크게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

하지만 기술의 한계로 현재의 캠리스 엔진은 완전하지 않다. 기계적인 제어는 해당 기계 부분이 망가지지 않는 한 신뢰할 수 있는 작동을 보여주며, 종전 기계식 밸브 제어의 가장 큰 소모품인 타이밍 벨트는 반영구적인 타이밍 체인으로 바뀌고 있어 사실상 큰 정비 요소가 없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캠리스는 VCU라는 전자 장치를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VCU가 오작동이라도 하면 엔진 출력이 떨어지며 최악의 경우 엔진 파손의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 또한 전자석을 쓴 지금의 구조는 고회전 엔진에서는 밸브 제어의 효율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