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넬 샌더스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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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넬 샌더스 인형이 수많은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저주를 퍼붓고 있다

カーネルサンダースの呪い
Curse of the Colonel

한신 타이거스의 우승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저주.(...)

1 기원

한신 타이거스는 1935년 창단한 이래 리그 우승을 6번[1]이나 달성한 명문 팀이었다. 그리고 1985년, 랜디 바스-카케후 마사유키-오카다 아키노부라는 한신 역사상 최강의 클린업 트리오를 앞세워 1964년 리그 우승 이후 처음으로 센트럴 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사실 한신이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한 1964년 이후 죽이고 못사는 사이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웃는다가 1965년부터 1973년까지 리그 9연패를 달성했고, 한신은 이 기간동안 준우승만 5번을 차지했기 때문에 한신 팬들은 우승에 한이 맺혀 있었다. 이 때문에 오사카 시민들은 센트럴리그 우승[2]이 확정되자 모두 시내로 뛰쳐나와 우승의 기쁨을 나누었고, 한신 선수들을 닮은 사람을 찾으면 도톤보리 강에 던져버리면서 우승을 자축하고 있었다. 물론 팀이 우승했다고 다짜고짜 아무나 던져버린 건 아니고(...) 오사카에는 한신 타이거스가 우승하거나 일본이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면 강에 뛰어드는 '도톤보리 다이브'라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팀의 외국인 강타자였던 랜디 바스를 닮은 사람은 끝내 찾지 못했는데, 이에 군중들은 근처 KFC 매장 앞에 세워진 창업주 할랜드 샌더스[3]의 인형이 바스를 닮았다는 이유로 가져가려고 했다. KFC 직원들이 나와 제지했지만 이미 우승의 기쁨에 눈이 뒤집힌 군중들이 순순히 물러날 리가 있나(...). 직원을 폭행하고 이때부터 뭔가 수상했다 샌더스 인형을 도톤보리 강으로 가져가 행가래를 한 후 강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한신은 멸망했다 샌더스가 강에 빠진 1985년을 끝으로 한신은 한 번도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 전에도 한 번도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 저주의 시작

우승 다음 해인 1986년, 한신은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칭호가 무색할 정도의 모습을 보였는데, 팀의 중심타자인 카케후 마사유키가 사구에 맞아 손가락이 부러지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친 끝에 센트럴리그 3위에 머무르고 말았다.(승률은 딱 5할이었다) 본격적으로 커넬 샌더스의 저주라는 단어가 등장한 건 1987년인데, 이 해 한신은 .331라는 창단 이래 최악의 승률을 기록하며 당연히 리그 꼴찌를 기록하게 된다. 이 때 요미우리 TV 방송의 아나운서였던 모리 타케시[4]가 방송에서 언급한 말인 "괴롭구만(なんぎやなあ)"이 유행어가 되면서 '커넬 샌더스의 저주'라는 말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8년에는 한신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던 외국인 타자 랜디 바스가 병을 앓고 있던 아들의 치료 문제를 놓고 구단과 갈등을 빚다가 퇴출되었는데, 바스가 떠난 이후 한신 구단 대표가 도쿄의 한 호텔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구단 내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그 뒤로 한신은 1992년 2위를 기록한 걸 제외하면 2002년까지 계속 B클래스를 찍으며 엄청난 암흑기를 보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03년, 한신은 18년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팬들을 열광시켰으나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와의 일본시리즈에서는 시리즈 7차전까지 간 끝에 아쉽게 패퇴했다. 이후 2005년에 다시 센트럴리그 패권을 거머쥐었으나, 전설의 2005년 일본시리즈에서는 만만하게 봤던 치바 롯데 마린즈를 상대로 플래툰으로 짱박혀 한신에선 무시하다시피한 아시아 거포와 이마에 토시아키에게 신나게 얻어맞고 4전 전패를(33실점에 달랑 4득점) 당했다.

이 이후로 클라이맥스 시리즈가 도입되면서 2013년까지 일본시리즈에는 근처에도 가보질 못하다가, 2014년에 새로 입단한 삼성 출신 돌부처를 시즌 막판과 클라이맥스 시리즈에 아낌없이 갈아넣으면서 숙적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꺾고 9년만에 일본시리즈에 진출했다. 29년 만에 저주를 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었지만 결국 이번에도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상대로 1차전 승리 후, 2차전부터 타선이 물빠다 모드로 회귀하는 바람에 귀신같이 4연패를 당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렇게 근시안적으로 갈아넣던 돌부처는 결국 4차전에서 끝내기 쓰리런을 맞고 말았다 자세한 사항은 한신 타이거스 항목의 2014년 단락과 오승환2014년 시즌, 2014년 일본시리즈 항목을 참조.[5]

3 구단의 노력

한신 구단 측에서도 이 저주를 풀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했다. 2008년 고시엔 구장 내에 KFC가 입점하게 되었을 때에는 한신의 응원 굿즈를 착용한 커널 샌더스를 세워놓았다. 샌더스의 저주가 야구팬들 사이에서 유명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KFC의 홍보전략인지는 몰라도 일본 곳곳의 구장에서는 KFC 앞에 자기 팀의 유니폼이나 응원 굿즈를 착용한 커널 샌더스를 세워놓는다

버려진지(...) 23년만에 수거된 커넬 샌더스 인형발견 다음날 스포츠 일간지 1면

그리고 2009년 3월 11일, 오사카 시에서 도톤보리 강을 준설하던 중 한 잠수부가 강 바닥에 파묻혀 있던 샌더스 인형의 상반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하반신과 오른손 부위도 발견. 인형 몸통은 전부 발견했지만 안경과 왼손은 발견하지 못 했다고... 사실 완전한 세트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샌더스가 발견되자 오사카시에서는 대대적으로 '어서와! 커널(おかえり! カーネル)'이라는 축제를 벌였고 오사카 시장이 KFC 일본 사장에게 전달식을 가지는 등 엄청나게 열광했으며, 주요 스포츠지 1면은 샌더스 인형 이야기가 장식하는 등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어서와!커널 행사 당시
커넬 샌더스 명예 입단식

KFC에서는 한동안 이를 보관하며 복구작업을 한 후 구단에 기증했고[6]그래서 저주가 부활한 거 아니야??? 구단에서는 명예입단식까지 치렀으며, 위에 언급한 고시엔 구장 내의 커널과 함께 쌍둥이 형제? 명물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로서 커널의 저주가 풀렸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저주가 풀려가다가 이 인형의 발견으로 인해 부활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해야 될 정도로 암담했다. 애꿎은 커널 죽여버려서 저주 걸렸다가 풀리던 와중에 다시 부활시켰으니 당연히 심해지지!

이 인형은 2010년에 개관한 한신 고시엔 구장의 구장 박물관(고시엔 역사관)에 전시중이라고 한다.

4 기타

  • 우승이 아니더라도 커넬의 저주는 한신의 신인 지명에서도 한동안 위력을 떨쳤는데, 한신은 저주가 시작된 1985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대형 신인을 대상으로 해 실시한 12번의 전구단 지명권 제비뽑기에서 단 한 번도 1순위 제비를 못 뽑았다. 이때 한신이 놓친 대형 유망주 중에는 키요하라(세이부), 노모(킨테츠), 마쓰이(요미우리) 등 레전드급이 여럿 있었다. 신인 1지명 저주는 그래도 2012년도에 후지나미 신타로 지명에 성공하면서 풀리긴 했다.
  • 킬라킬의 오사카 수학여행 편(16편 06분10초 경 장면) 에서 강 위에 상반신이 나온 샌더스 상이 등장한다.덤으로 글리코상도 같이 나온다
  • 은수저 Silver Spoon에서는 교내 쓰레기 청소 도중 발견한 커넬 샌더스 인형의 처분을 논의하던 중, 쓰레기더미가 무너져 내리자 '캔터키 할아버지의 저주'라고 외친다. 아마도 이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
  1. 단일리그 시절 4회, 양대리그 전환후 센트럴 리그 우승은 2회
  2. 일본시리즈 우승이라는 말도 있으나 일본어 위키피디아에는 센트럴 리그 우승 때 벌어진 일로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모 구단 팬들을 제외한대다수 일본 야구팬들은 리그 우승만 해도 한국시리즈 우승한 것처럼 엄청 기뻐한다.
  3. 이름이 '커넬 샌더스'라고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켄터키 주에서 샌더스에게 부여한 명예 칭호 '대령 (Colonel)'과 성을 붙여서 '커넬 샌더스'라고 읽은 것이다. 하지만 워낙 이렇게 잘못 알려져 있어서 한국 KFC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커넬 샌더스 대령이라고 쓰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대령 대령
  4. 간사이 지방에서는 유명 아나운서로, 2015년 정보스포츠국 정보프로그램센터 차장을 맡고 있다. 방송국이 니혼 TV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안티교진에 한신 팬. 참고로 도쿄 출신이다.
  5. 참고로 한신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전신인 난카이 호크스한테도 1964년 일본시리즈에서 쳐발린 흑역사가 있다(...)
  6. 도톤보리점에 다시 갖다놓으려고 했지만 그 지점이 폐업하는 바람에 오갈데가 없어졌다.
  7. 삼성은 2002년에 시동 걸더니 통합 2연패와 통합 4연패를 달성하여 총 7번, 캔자스시티는 2014년에 범동원범가너 때문에 좌절되었던 시행착오를 딛고 2015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그런데 한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