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쉬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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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Crashgate. 2008년 9월 28일 싱가폴 마리나 베이 시가지 서킷에서 열린 포뮬러 1 싱가폴 그랑프리에서, 르노(현 로터스)의 넬슨 피케 주니어[1]가 팀동료 페르난도 알론소의 우승을 목적으로 팀의 지시를 받고 고의로 사고를 내어 세이프티 카 상황을 유발한 사건.

2000년대 포뮬러 1 최악의 흑역사로 첫손꼽히는 사건이다.

2 배경

일단 사고 당사자인 넬슨 피케 주니어의 소속팀 르노의 당시 상황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르노는 2000년 베네통 팀을 사들여 F1에 재진출한 이후 페르난도 알론소를 앞세워 페라리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며 2005-2006년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연속으로 따냈지만, 2007년 알론소가 맥라렌으로 이적한 이후로는 단 1승도 올리지 못하는 안습한 상황에 빠졌고, 이는 2008년 알론소가 르노로 돌아온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부진에 빠진 팩토리 팀이 으레 그렇듯 팀 내부에서는 르노가 가까운 시일 내에 F1에서 철수할 것 이란 말이 나도는 상황이었고, 베네통 시절부터 팀 수장을 맡아온 르노의 감독 플라비오 브리아토레 입장에서는 몸이 다는 상황이었으리라 예측할 수 있다.

3 계획

이런 상황에서 2008년 싱가포르에서는 처음으로 F1을 개최하게 되었다. 알론소는 싱가폴 그랑프리 당시 Q3 진출에 실패해서 15위라는 저조한 그리드를 갖고 출발하게 되었다. 싱가폴 시가지서킷은 5.073km를 시계반대방향으로 61바퀴로 돌게되는데, 이곳은 시가지서킷이 그러하듯이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 가령 높은 다운포스가 중요하고, 직선구간이 짧으며 코너가 직각에 가깝다. 하지만 싱가폴 서킷에 특징적인 부분은 하나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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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레이아웃에서 봐야할 부분이 있는데, T17,18구간은 마리나베이를 바라보는 이른바 '베이-그랜드스텐드'구간이다. 즉, 그랜드스탠드 구간이므로 크레인이 없다. 따라서, 만약 이 구간에서 사고가 난다면 무조건 처리를 위한 차량이 투입되어야 하며, 그 뜻은 세이프티 카가 반드시 나와야 한단 소리이다. 그런데, 2008년 규정으로는 세이프티카 상황에서는 타이어교체가 위법이었다.

즉 알론소를 미리 핏스탑시킨 뒤 이 구간에서 피케가 사고를 일으키면 필연적으로 세이프티카가 발령될 수 밖에 없어지고, 알론소는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성립하게 되는 것. 그리고 본 레이스에서 이는 그대로 실행된다.

4 결행

알론소는 당시 12랩이라는 다소 이른 타이밍에 핏스탑을 하게 되었다. 이 점을 모두들 의아해하는 사이에[2] 알론소의 같은 팀 동료인 넬슨 피케 주니어가 바로 직후인 13랩에 T17에서 혼자서 사고를 내게 되었고 세이프티 카가 나오기 직전에 몇몇 드라이버들이 다행히 핏레인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알론소는 이 과정에서 큰 이득을 보게 되었고, 알론소보다 앞서 있던 두 드라이버중 니코 로즈버그는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핏레인이 닫혔을 때 핏스탑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았고, 야노 트룰리는 얼마 후 정상적인 핏스탑으로 선두를 내줘서, 결국 알론소는 경기의 후반 약 절반정도를 리드한 끝에 2008 시즌에서는 처음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넬슨 피케 주니어는 경기 후 사고는 자신의 단순한 실수였다고 언급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알론소는 우연히 타이어를 일찍 교체했을 뿐이고 여기서 이득을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고, 실제로 사건 당시에는 전모를 눈치챈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반전은 이듬해에 일어난다.

5 토사구팽, 피케의 역습

2008시즌 종료 후 부진한 성적을 보인 넬슨 피케 주니어가 짤릴 것이란 루머가 많았지만, 어쨌거나 르노는 2009시즌에도 피케와 재계약을 한다. 그러나 2009시즌 피케의 성적은 더욱 막장일로를 달려 10경기 무득점에 그쳤고, 결국 8월 3일 피케는 르노에서 해고되었고 그 자리는 로망 그로쟝이 채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 때부터 피케의 역습이 시작된다. 피케는 얼마 후 자서전을 출판했고 여기서 2008년 싱가폴에서의 사고는 팀의 지시였다는 점을 폭로했다.[3] 이 점이 논란이 되어 FIA의 수사가 시작된다.

6 결과와 영향

결국 르노의 두 수장인 브리아토레는 영구제명, 팻 시몬즈는 5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으며, 피케는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사실을 참작받아 징계는 면제되었으나 F1에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4] 알론소는 수사 결과 이러한 정황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 인정되어 무죄판결을 받았고, 이듬해 페라리로 이적한다.[5] 르노는 이 사건으로 팀 이미지에 치명차를 입고 타이틀 스폰서였던 ING가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시즌중간에 철수하는 악재를 맞아 결국 2011년을 끝으로 엔진등의 부품만 공급하고 F1팀 운영을 그만두었으나, 2016 시즌부터 로터스를 인수해 다시 포뮬러 1에 참가하게 되었다.

사고 당사자들이 의도했을 것이라 보긴 어려우나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아닌 펠리페 마싸가 되었다. 해당 그랑프리에서 마싸는 폴 포지션을 차지했고 레이스에서도 피케의 사고 전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넬슨 피케 주니어가 고의로 벌인 사고로 인해 세이프티카가 발령되자 이를 앞두고 마싸를 포함한 많은 드라이버가 피트스탑을 했는데, 하필이면 이 피트스탑에서 연료공급호스를 미처 뽑지 못한채 출발하는 이른바 아나콘다 사건을 일으킨 덕에 페널티를 받고 포인트권 밖으로 밀려났던 것. 이 시즌에서 마싸가 루이스 해밀턴에게 단 1점차로 챔피언을 뺏겼음을 생각하면 말 그대로 마싸 입장에선 땅을 칠 일이다. 훗날 마싸는 이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인 알론소와 한솥밥을 2010 시즌부터 2013 시즌까지 4시즌 동안 먹게 되었는데, 마싸가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임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MBC ESPN과 SBS SPORTS 채널에서 포뮬러 1 중계 경험이 있고, 지금도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디오 커멘터리 중계를 하는 윤재수씨의 의견에 따르면, 이 사건은 브리아토레의 상황조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7 사고 영상

22초부터 피케의 고의사고장면이 나온다.

BBC에서 방영한 영상
  1. F1 3회 챔프인 넬슨 피케의 아들이다.
  2. 보통 그리드 뒷쪽에서 출발하는 차량들은 연료를 많이 싣고 최대한 많은 랩을 소화한 뒤 피트 스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3. 수사결과 브리아토레가 지도를 펼쳐놓고 몇 번 코너에서 어떻게 사고를 내라 수준까지 지시했다고 밝혀졌다. 이쯤되면 대놓고 벌인 승부조작이다.
  4. 이후로 나스카에서 활동했고 현재 포뮬러 E China Racing Team의 드라이버이다.
  5. 국내의 알론소의 안티들은 알론소 본인이 조작 사실을 모를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운론소라는 별명과 더불어 '조작소'라는 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