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도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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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화학명은(RS)-2-(2,6-dioxopiperidin-3-yl)-1H-isoindole-1,3(2H)-dione.

1 개요

독일에서 개발되었다. 최초 제약회사는 그뤼넨탈(Grünenthal GmbH)[1]. 1957년 10월에 서독에서 콘테르간Contergan이라는 제품명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도 구입할 수 있는 진정제, 수면제로 시판되었다. 광고할 때 '무독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입덧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어 많은 임신부들이 사용하였으나, 이 약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사지가 없거나 짧은 신생아들이 태어났고 그 원인이 이 약 때문임이 밝혀졌다. 이렇게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들을 콘티키즈(콘테르간 키즈) 혹은 탈리도마이드 베이비(Thalidomide Baby)라고 한다. [2] 이 아이들은 신체적 기형 뿐만 아니라 생존률도 무척 낮았고, 그나마 살아 남아 성인이 된 아이들도 한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했다.

1961년 11월 독일에서 그리고 1962년 여름에야 일본에서 판매가 금지되기까지 거의 5년간 사용되었다. 그 때문에 유럽에서만 8천명, 전세계 48개국에서 1만 2천여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났다. 일명 콘테르간 스캔들Contergan-Skandal로 현대의학 역사상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미국에서는 단 17건의 영아의 부작용 사례만 보고되었는데 FDA에서 수면제 용도로는 끝까지 판매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프랜시스 켈시(Frances Oldham Kelsey)가 서류미비, 자체 실험자료 미비,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 검토의 불충분 등을 발견하고 제약회사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테스트를 할 것을 요구하며 끝끝내 허가를 거부했다. 덕분에 미국에서의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사건은 극히 미미했고 프랜시스는 이 공로로 대통령 케네디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2010년엔 FDA 에서 그녀의 이름을 딴 켈시 상까지 만들었다. 한편, 당시 대한민국에선 시판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기사 맨 하단 참고.

2 문제의 원인

판매 초기부터 부작용에 대한 보고 및 논의는 계속되었으나, 임상실험의 결과만 들어 판매는 계속되었다. 동물실험에서 탈리도마이드는 토끼 등 실험동물에서 어떠한 부작용도 보이지 않아 "기적의 약"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때문에 탈리도마이드 부작용 사건은 동물실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때 자주 언급된다.[3]

탈리도마이드 분자는 두 광학 이성질체의 형태를 가지는데[4], 이 중 한쪽이 입덧 진정 작용을 보이며, 나머지 하나는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부작용(副作用)[5]이 있었던 것이다. 신생아의 사지 기형도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생긴 것. 태아의 세포가 성장하고 분화할 때 필요한 영양분을 혈관이 공급해 줘야되는데, 탈리도마이드의 방해로 혈관이 자라지를 못했으니 당연히 팔다리가 제대로 자랄 리 없었다. 이 결과가 사지가 극단적으로 짧게 태어나는 phocomelia 이다.

이처럼 둘 혹은 여러 이성질체의 형태를 갖는 약의 경우 완전히 분리한 후에 효과를 보이는 것만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6] 탈리도마이드의 경우는 한쪽 이성질체만 복용해도 체내에서 다른 이성질체로 상호전환되어 결국 부작용을 갖는 분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에[7] 분리의 의미가 없으며 입덧 치료용으론 쓸 수가 없다.

이렇게 흑역사의 한 페이지로 끝나나 했는데...

3 새로운 유용성

1960년대 초반 이스라엘의 한 의사가 한센병 환자들에게 수면제로 탈리도마이드를 사용하다가 나성결절에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 뒤 전세계적으로 행해진 실험에서 90%이상이 치료되었음이 보고, 한센병 치료제로 다시금 부활하게 되었다. 이어 하버드의대의 포크만 (Judah Folkman)[8] 그룹이 부작용의 원인이었던 혈관 생성 억제 효과가 세포를 굶겨 죽이는 역할이 있음을 발견[9], 1998년 미국 FDA는 한센병 합병증 치료용으로, 2006년에는 다발성 골수종양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을 승인했다. 다만 단점 겸 주의점으로는 체내에 이 분자가 존재할 시 여러 방법으로 타인에게 옮겨질 수 있다고 한다. 타액교환이라든지... 어쨌든 이런 이유로 복용자에 의해 임신했거나, 가임기면서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불가. 물론 복용자가 그러한 경우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탈리도마이드에 대하여 FDA의 사용승인을 받았던 미국의 세엘진에서는 탈리도마이드의 다발성 골수종에 대한 효과를 강화한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를 2006년에 출시하였다. 물론, 이 약품도 탈리도마이드 유도체이므로, 임산부에는 절대 처방 불가.

4 다른 부작용

태아에게 끼치는 부작용 말고도, 심근경색 등의 부작용이 독일에서 추가로 보고되었다. 아직은 지켜볼 일.

5 이후 흑역사

서구권에서는 상당한 파문을 일으킨 의료사고였기에 대중매체에서 자주 인용되는 편이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스캐너스가 가장 유명한 편.

2006년 독일의 제1공영방송인 ARD에서 이 사건을 다룬 2부작 tv영화 '콘테르간'을 제작하였으나, 제약회사인 그뤼넨탈은 이 영화가 방영되는 걸 막기 위해 독일법원에 방송금지 소송을 냈다. 재판까지 간 끝에 영화는 1년 후인 2007년에 무사히 방영될 수 있었고, 독일의 각종 영화제들을 휩쓸었다.

여담이지만 그뤼넨탈 사는 콘테르간 스캔들이 일어난 지 반 세기가 지난 2012년도에야 피해자들에 대해 공식사과를 했다.

이 물질과는 관련이 없지만 사건 양태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두고 한국판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라 부르기도 한다.

  1. 1998년 FDA의 판매승인을 받은 제약회사는 미국의 세엘진.
  2. 그들의 불편에 대해서는 탈리도마이드 베이비인 독일의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자서전 《빅맨 빅보이스》에 잘 나와 있으니 참고.
  3. 그와는 반대로, 인간의 3 명약으로 불리는 페니실린은 인간에게는 부작용이 전혀 없지만 임신 초기의 토끼에게는 치명적이다.
  4. 위의 화학 구조식에서 물결 모양의 선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두 개의 고리가 ㄱ자 형태로 연결된 구조와 ㄴ자 형태로 연결된 구조(유기화학에선 endo-/exo-라고 함)가 섞여있다는 뜻.
  5. Side effect. 약물의 원래 목적과 달리 뜻하지 않게 일어나는 '부수적인 작용'을 말하며, 약물 자체의 독성 작용 같은 '부정적인 작용'(Adverse effect)과는 구분된다. 본문에 후술하겠지만 이 부작용을 잘 사용해서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
  6. 약물 중 많은 수가 이렇게 한 이성질체 분자만을 분리하여 사용한다. 현재 나오는 새로운 약물들의 경우는 100%. 요즘은 이 문단의 내용을 빼먹으면 허가가 안 된다.
  7. 타이레놀로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도 이런 성질이 있다. 이쪽은 약효가 강한 쪽과 약한 쪽이 있는데 약한 쪽이 체내에서 알아서 강한 쪽으로 변한다.
  8. 암혈관신생분야의 최고 권위자였다. 노벨상을 거의 확실히 받을 것으로 예상되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으나 최근 작고.
  9. 암세포는 '세포의 무한증식'이 특징인지라. 이 '무한증식'을 위해 끝없이 혈관을 만들고 영양분을 긁어 모은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관생성 속도가 세포를 증식속도를 못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서 암 조직은 고질적인 산소 부족 현상을 보인다. 문제는 산소가 없이 성장을 위한 에너지를 뽑아 낼려면 효율이 더 형편 없어진다는것. 이런 이유(무한증식+에너지 효율 좆망)가 겹쳐서 암세포는 영양분을 엄청나게 요구하는지라, 혈관생성을 끊으면 성장이 억제되거나 아예 고사한다. 실제로 항암제의 중요한 메카니즘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