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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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파일:Fleuret.gif
플뢰레의 한 장면

서양의 검술에서 유래한 스포츠. 원래 펜싱(fencing)은 그냥 검술을 의미하는 단어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스포츠로서의 펜싱을 의미하게 되었다. 현재 국제펜싱연맹(FIE: 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scrime) 주관으로 올림픽,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및 월드컵 등 국제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플뢰레(Fleuret), 에페(Épée), 사브르(Sabre) 세 종목이 정식으로 채택되고 있다.

아시아-오세아니아에서는 대부분 엘리트 체육으로 경기되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유럽에서는 대중적이 생활체육 중 하나이며, 북미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비인기 스포츠지만 대학 입시에 반영이 되는 등 꾸준히 펜싱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2 역사

스포츠 펜싱은 18세기의 스몰소드에서 직접적으로 비롯되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16세기부터 등장한 레이피어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이때의 레이피어 검술은 현대의 펜싱과는 매우 달랐으며, 넓은 보폭, 자유로운 측면 이동, 막고 공격하는 리포스트(Reposte)가 아닌 공방일체의 원리, 이탈리안 스타일의 경우 피격 면적을 줄이기 위해 허리를 최대한 숙이고 얼굴만 전면에 내밀고, 최대한 긴 레이피어와 런지(Lunge)로 사거리를 극대화하는 전법을 추구했다. 스페인 스타일 중 특징적이었던 데스트레자 펜싱은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팔을 쭉 뻗고, 커다란 컵가드를 가진 레이피어를 이용해 손의 움직임만으로 레이피어의 찌르기 공격을 빗겨낸다는 개념과 더불어 보법과 공격, 방어의 모든 궤도를 정리하여 하나의 도표로 정리, 기하학의 원리로 설명하는 수학을 응용한 검술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스몰소드프랑스의 검사 무슈 라바의 등장으로 현대 펜싱의 기본 이론이 완성된다. 스몰소드는 호신도구가 레이피어에서 권총으로 옯겨감에 따라 도검이 휴대를 위해 짧고 가벼워지고, 베는 날이 없거나 의미가 없을 만큼 폭이 좁으며, 장식성을 추구한 무기로써 말하자면 장식용 바늘이라고 까이기도 하는 무기였다. 그러나 실전성과는 별개로 사회적 조류를 어찌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스몰소드가 새로운 유럽 도검의 대세를 이루며 그 검술이 연구 개발되게 된다. 근본검리 자체는 레이피어에서 내려왔지만 가볍고 빠르며 찌르기만 가능한 도검의 특성에 의해 공방이 분리되는 리포스트, 일직선적인 보법, 왼손에 다른 무기를 드는 경향이 생겨났고 이러한 검술은 무슈 라바의 등장과 함께 현대 펜싱과 큰 차이가 없는 형태로 정립된다. 즉, 현대 스포츠 펜싱의 토대는 프랑스 검술로 현재까지 모든 펜싱 경기는 프랑스어로 진행되며 프랑스는 펜싱 강국들 중 하나이다.[1]

스몰소드는 레이피어의 뒤를 이어서 호신/결투용이자 귀족 복식의 악세사리로써 18세기 내내 사용되었지만, 점차 도검을 패용하는 문화가 사라져가면서 스몰소드도 쇠퇴하고 결투의 규칙도 살상에서 상처만 먼저 입혀 피만 보면 이기는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로 규칙이 바뀌면서 노출된 팔과 손을 노리는 문화가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손을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컵가드가 붙게 되고, 결투에서 유리하기 위해 길어지고, 차고 다니지 않으므로 장식성도 배제한 단순한 형태가 되며 펜싱의 에페(Épée)가 등장하게 되었다.

플뢰레(Fleuret)는 에페의 훈련용으로 처음 등장하였다. 이 당시 에페는 실전 검술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진검을 사용했는데 부상을 막기 위하여 에페보다 칼이 가볍고 잘 휘어졌으며, 당시 보호구가 몸통에만 있었기에 전신이 공격 부위인 에페와 달리 몸통만 타켓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플뢰레는 에페보다 스몰소드에서 먼저 파생된 검이지만 현재 펜싱의 플뢰레는 훈련용에서 유래했기에 에페의 훈련용에서 스포츠로 발전했다고 여겨진다.

스몰소드에서 유래한 플뢰레나 에페와는 달리 사브르(Sabre, 미국식 영어로는 Saber)는 기병용 도검 세이버에서 유래했다. 말 위에서 한 손으로 공격하므로 칼이 가급적 가볍게 변화했고, 적의 상체를 찌르거나 베도록 검술이 진화했다. 스포츠화가 되면서도 특징이 남아 펜싱에서 유일하게 칼 끝이 아닌 칼날로 득점이 가능하고 상체가 공격범위이며 펜싱 칼들 중 가장 가볍고 잘 휘어진다.

3 규칙과 세부종목

펜싱은 플뢰레, 에페, 사브르 3종목으로 나뉘며 각각 개인전과 단체전이 있다. 이하 규정은 올림픽 같은 메이저대회에 적용되는 규칙으로 설명한다.

개인전은 1바우트(bout)[2] 당 3분씩 총 3바우트, 9분 동안 진행하는데 (바우트 사이에 1분씩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시간 안에 먼저 15점을 내는 선수가 승리하며 (14-14여도 듀스따윈 없다.) 3X3분이 지나도 두 선수 모두 15점이 나지 않을 경우 종료시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가 승리한다. 만약 3X3분이 지났을 때 동점일 경우는 연장전에서 1분간 원 포인트 승부를 펼치는데 심판이 연장전 돌입 이전에 추첨(보통 동전던지기)으로 우선권을 결정하여 득점이 없이 연장전이 끝날 경우 우선권을 가진 선수가 승리한다. 다만 사브르의 경우에는 보통 1분을 넘기면 15점을 채우고, 아무리 길어져도 2분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바우트가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사브르에 한정해서 한 선수가 먼저 8점을 채우면 1 바우트가 끝나고 1분간 휴식을 준다.[3]

단체전은 4명이 출전하여 3명이 경기에 나서는데[4] 경기 도중 한 번 후보선수와 교체할 수 있고, 교체를 하면 토너먼트가 종료될 때 까지 다시 선수를 변경할 수 없다. 단체전은 선수 당 3바우트 씩 총 9바우트 진행된다. 선수들은 1-3/4-6/5-9바우트에서 각각 한 바우트씩 출전한다. 출전 순서가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같은 선수랑 두번 시합하는 일은 없으며 상대팀 선수랑 골고루 한명씩 만나게 되어 있다.[5] (막판 뒤집기가 가능한 9바우트에는 무조건 팀의 에이스들이 출전한다.)
단체전에서는 어느 한 팀의 총 점수가 바우트 수 X 5가 되면 시간이 3분이 안되었어도 그 바우트를 바로 끝낸다. 예를 들어 3바우트에서는 어느 팀이건 총점 15점을 만들거나, 시간이 3분 지나면 경기가 끝난다.[6] 이건 앞 바우트에서 이겼던 팀, 졌던 팀 모두 공통이기 때문에 에를 들어 3 바우트까지 5-15로 지던 팀이 4 바우트에서 혼자 15점을 따서 20-17로 역전도 가능하다. 에페라면 이런 일이 드물지만 특히 사브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 사브르는 9바우트에서 에이스가 무쌍을 찍으며 혼자 역전시키는 경기도 종종 나온다. 사브르에서 3분이라는 시간은 산술적으로 40점도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시간이니까 사실상 시간 제한이 없는거나 마찬가지기 때문.
결론적으로 단체전에서는 45점을 먼저 따낸 팀 또는 27분의 경기시간이 끝났을 때 점수가 앞서는 팀이 승자가 된다. 역시나 27분 경기가 끝났을 때 동점 상황이면 마지막 바우트를 한 두 선수가 개인전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연장전을 치른다.

초보자들이 펜싱 종목들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법은 시작하자마자 뛰어나가서 순식간에 공격을 하고 불이 들어오면 서로 소리를 지르며 자기 공격이라고 주장하는게 사브르, 경기가 느리고 대부분 스텝을 밟으며 서로 견제를 하는 종목이 에페, 속도가 사브르와 에페의 중간이고 견제하다가 맞붙으면 공방이 일어나는게 플뢰레다.[7]

종목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격방식, 유효면과 우선권(Priorité, Right of way)이다. 플뢰레와 에페는 찌르기만 가능하지만 사브르는 칼날로 베기가 가능하며 플뢰레는 몸통, 에페는 전신, 사브르는 상체가 공격 타겟이다. 우선권은 '공격자'를 정해두느냐 아니냐에 있다. 반격보다는 공격의사를 먼저 표시하고 공격한 선수에게 동시타일 경우 득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플뢰레와 사브르는 우선권이 존재하며 에페는 존재하지 않고 동시타일 경우 두 선수 모두 득점한다.[8] 대체로 펜싱 규칙은 공격을 권장하는 방향인지만 종목과 스코어에 따라서 공수의 우세가 달라진다. 대체로 에페가 방어적, 사브르가 공격적이고 플뢰레는 중간정도이다.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정확한 유효타가 구별되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장비의 도입이 빠른 편이다. 전자 장비의 도입은 플뢰레에서 이미 1950년대에 이루어졌다. 다만 플뢰레와 에페는 칼 끝에 스프링과 버튼을 다는 방식으로 쉽게 전기적 판정이 가능했지만, 사브르는 일정 강도 이상 벨 때 불이 들어오는 기술 개발이 늦어져 올림픽의 경우 2004년에야 전기 장비를 사용했다.[9] 선수들은 경기에서 전기전도성이 있는 메탈조끼[10]를 입으며, 펜싱칼에는 전선이 삽입되어 있고, 500g 이상의 부하가 실린 접촉이 생기면 불이 들어오게 되어있다. 주요 국제대회에서는 무선장비를 허리에 차고 경기하지만 아직도 예선이나 국내대회, 근대5종 펜싱경기 등에서는 유선장비를 쓰고 있다. 거기에 우선권을 가리기 위해 비디오판독이 도입되면서 판정 시비가 아주 약간 더 줄어들었다. (역시나 워낙 순간인지라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펜싱용 검이 경기용이라 위험하지 않고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인의 시선이 있는데 실제 중앙일보 기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펜싱칼은 웬만한 과일은 그냥 일도양단 할 만큼 생각보다 날카롭고 호구를 써도 초심자의 경우엔 맞아서 피멍이 들 수도 있다.해당장면1,해당장면2 끝이 뭉툭한 펜싱칼로도 국가대표 선수가 찌르기를 하면 맥주캔이 구멍난다는 실험을 한 적도 있다. 현재 펜싱복은 방탄복 섬유 케볼라로 만들어지고 마스크는 스테인리스강인데, 이렇게 된 이유는 경기 도중 사망사건이 일어나면서 안전규정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3.1 플뢰레

플뢰레는 몸통 만이 타점이며 검 끝에 있는 포인터로 몸통을 찔러야만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우선권이 존재하여 공격이 유리하지만 유효면이 작고 락아웃(Lockout) 시간(300~350ms)이 길어서 방어와 반격에도 용의하기에 공격과 수비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다. 락아웃이란 공격이 성공하고 일정시간 이내에 다른 공격이 들어오면 동시타이고 일정 시간이 지나도 공격이 들어오지 않으면 한쪽만 불이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즉, A선수가 먼저 공격했을 때 0.3초 이내에 B선수가 반격하면 동시타이고 0.3초가 지나면 A선수 득점인 것이다. 즉, 공격권이 있으면 적보다 0.3초 늦게 찔러도 득점이므로 명확하게 우선권을 가져와서 공격해도 될 만큼 간합의 시간이 길어서 확실하게 방어를 하고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11]

반격이 중요하기에 선수들은 피스톨 그립[12]을 사용하며, 몸통을 정확히 칼끝으로 찔러야 하기에 근접전에서 치열한 공방이 일어나며 보는 재미가 있다. 펜싱 종목들 중 가장 먼저 스포츠화가 되어 역사가 길고 여자 펜싱에서는 100여년 이상 플뢰레만 존재하였기에 전세계에서 아마추어와 프로를 막론하고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플뢰레로 펜싱에 입문해서 에페나 사브르로 종목을 바꾼 선수들이 종종 있다.[13]

3.2 에페

에페는 19세기 말의 결투 룰을 따라 전신이 유효면이고 우선권이 존재하지 않아 둘이 동시에 찌르더라고 모두 점수가 인정된다. 아무데나 먼저 상처를 내서 피를 보면 이기는 규정이었기에 사정거리를 길게 하기 위해 칼의 길이가 길어지고 공격보다는 서로 견제하다가 틈을 노리는 식으로 경기가 발전한다. 실제 에페 칼은 세 종목들 중 가장 무겁고 길며 시합을 보고 있으면 2점 앞선 선수는 공방이고 뭐고 영원히 기다리다 동시타를 노린다.

15점이 나지 않고 3바우트(9분)이 지나서 끝나는 경기도 많고 , 1-2 바우트에서 선수들이 경기의사가 없으면 서로 합의해서 일찍 다음 바우트로 넘어간다. 보고 있으면 느리게 진행되는 경기가 답답하다고 느끼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가장 스릴 넘치는 종목이다. 상대방과 수싸움이 가장 중요하며 실제 유럽에서는 에페가 가장 인기가 많다. 남자 선수들은 주로 피스톨 그립을, 여자 선수들 절반은 피스톨 그립을, 절반은 프렌치 그립[14]을 사용하는데 한국의 에페 선수들은 대부분 리치가 긴 프렌치 그립을 사용하고 있다.

3.3 사브르

위의 사진처럼 사브르의 기본 공격은 베는 것으로 찌르기도 당연히 가능하다. 머리, 손을 포함한 상체 모든 부위가 유효면으로 칼의 어느 부분으로 타격해도 점수를 받는다. 베기 동작은 찌르기보다 부정확해도 되기 때문에 공방 시간은 짧고 강렬하며 우선권이 존재하므로 매우 빠르고 공격적이어서 경기 시작 2초만에 점수가 나는 경우도 많다. 보통 사브르는 단거리, 플뢰레는 중거리, 에페는 장거리 육상으로 비유하며 사브르는 저돌적이고 스피드가 빠른 선수가 유리하다.

보다 상세히 설명하면 사브르의 락아웃 시간은 170ms[15]으로, 이것은 상대방이 공격을 하면 무조건 0.17초 이내에 반격을 해야 적어도 동시타가 된다는 뜻이다. 아무리 펜싱 선수들이 천부적인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더라고 0.17초안에 절대 판단하고 반격을 하지 못하므로 우물쭈물하지 말고 무조건 공격을 먼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펜싱 경기에서 가장 빨라서 육안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일이 많고 공격적이서 누가 우선권을 가졌는지 애매할 때가 많아서 심판의 권한이 크고, 이것을 아는 선수들은 1점이라도 가져오려고 소리를 질려서 어필을 한다. 경기 중계를 보면 유난히 사브르 선수들이 시끄러운 이유.

4 올림픽에서의 펜싱

1896 아테네 올림픽에서 펜싱 경기 장면

제1회 근대 올림픽 1896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역사 깊은 종목이다. 처음에는 남자 플뢰레 개인전, 마스터즈와 사브르 개인전 3종목만 열리다가 1900 파리 올림픽에서 에페가 추가되고 여러변화가 있다가 1920 안트베르펀 올림픽부터 남자 플뢰레, 에페, 사브르 3종목의 개인전/단체전(=총 메달 6개)로 고정된다.

여자 종목은 없다가 1924 파리 올림픽 여자 플뢰레 개인전이 처음 생겼고, 1960 로마 올림픽에 여자 플뢰레 단체전이 신설되었지만 여자 에페와 사브르는 올림픽 종목이 아니었다. 90년대 성평등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100년만인 1996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여자 에페 개인전과 단체전이 열렸다. 여자 사브르는 여성이 하기에는 너무 과격하다는 이유로 계속 거부되다가 2004 아테네 올림픽에 개인전이,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단체전이 정식 종목이 되었다.

이렇듯 여자 사브르가 추가되며 종목(12개)은 늘었으나 IOC가 정한 올림픽 금메달수(10개)는 늘지 않아서 2004년 이후 남녀 단체전을 한개씩 제외하며 경기를 치르고 있다.[16]

펜싱 올림픽 종목의 변천
성별종목60~9296~0020042008201220162020
남자플뢰레개인전
단체전
개인전개인전
단체전
개인전
에페개인전
단체전
개인전개인전
단체전
사브르개인전
단체전
개인전개인전
단체전
여자플뢰레개인전
단체전
개인전개인전
단체전
개인전개인전
단체전
에페미채택개인전
단체전
개인전개인전
단체전
개인전
사브르미채택개인전개인전
단체전
개인전개인전
단체전

대표적인 전통 펜싱 강국은 종주국 프랑스를 포함한, 이탈리아, 헝가리, 러시아, 독일 등과 같은 유럽 국가이며 오랫동안 핸드볼과 더불어서 비유럽권은 엄두도 못내는 종목이다. 역대 올림픽 메달 성적#을 살펴봐도 유럽국가들이 메달을 독점하였으며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러시아의 성적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에 뿌리내린 스포츠다보니 경기 스타일에서 국가적인 기풍을 엿볼 수 있다. 프랑스는 보다 스포츠적이고 민첩함을 중시한 기술/기교중심의 스타일, 이탈리아는 강인한 힘을 바탕으로 맹렬하고 강력한 공격을 추구하는 힘의 검술이라고 할 수 있었고, 러시아는 빠른 진퇴와 부지런한 풋워크로 순식간에 치고 들어와서 순식간에 빠지는 공간 활용을 특기로 했었다. 각자의 스타일에 맞추어 그립(손잡이)도 달랐고 검을 잡는 자세도 모두 달랐다. 지금이야 많이 평준화되었지만 아직도 올림픽 경기도 잘 보다보면 이 선수는 무게중심이 낮게 잘 지키는구나, 이 선수는 가볍게 막 뛰어드는구나 그런 기풍과 스타일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비유럽권이 약진하며 유럽의 패러다임이 깨지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미국은 여자 사브르, 남자 플뢰레 등 여러 종목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으며, 쿠바도 꽤 좋은 성적을 보이고있다. 펜싱 변방인 아시아에서도 2000년대 이후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90년대 중반부터 세계선수권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집중적인 투자를 받은 이후 2010년대에는 아시아 펜싱 강호이 되었다. 각 종목에서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지만 선수층이 얇아 특정 종목의 강자라기 보다는 당대 배출한 선수의 기량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편이다. 중국은 여자 에페 최강국들 중 하나이며 이외 종목에서도 상위권 랭커들이 있고, 일본은 플뢰레에 집중하고 있지만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성적이 한국과 중국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다.

유럽은 겉으로는 펜싱의 세계화를 반기지만 속으로는 펜싱 신흥강국들을 견제하고 배척하는데, 여기서 나온것이 편파판정과 오심.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도 유럽과 붙으면 불리한 판정을 받고 있다. 우선권에서 심판의 판정이 크게 작용하는 플뢰레와 사브르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나오며, 동시타로 그나마 오심의 여지가 적은 에페에서는 1초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 희대의 오심이 올림픽에서 나왔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유럽선수들과 경기하면 15점 승부가 아닌 17-18점 승부를 각오하고 경기에 나선다고 한다.

4.1 대한민국의 올림픽 기록

2012 런던 올림픽까지 역대 올림픽 참가 기록
역대 메달 결과
순서올림픽종목메달선수
12000 시드니 올림픽남자 에페동메달이상기
2남자 플뢰레금메달김영호
32008 베이징 올림픽여자 플뢰레은메달남현희
42012 런던 올림픽남자 플뢰레동메달최병철
5남자 에페동메달정진선
6여자 사브르금메달김지연
7여자 플뢰레 단체전동메달남현희, 정길옥, 전희숙, 오하나
8남자 사브르 단체전금메달원우영, 오은석, 구본길, 김정환
9여자 에페 단체전은메달신아람, 최인정, 최은숙, 정효정
102016 리우 올림픽남자 에페금메달박상영
11남자 사브르동메달김정환

베이징 올림픽부터 리우 올림픽까지 좋은 성적을 내고있다. 베이징 올림픽 때는 여자 플뢰레의 간판 남현희 선수가 결승까지 진출해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 선수의 남자 플뢰레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펜싱에서 두번째 금메달이 나오나 싶었지만, 이탈리아의 펜싱 전설인 발렌티나 베잘리 선수를 만나 1점차로 석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다음 올림픽인 런던 올림픽 때는 전까지 금메달 한개, 은메달 한개, 동메달 한개가 다였던 종목에서 갑자기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라는 사기적인 성적이 나오며 새로운 효자종목으로 떠올랐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한개, 동메달 한개를 획득하며 선전했다.

5 훈련

펜싱 선수가 되려면 보통 중학교 때부터 전문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야한다.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고 자교 또는 타교 펜싱부 코치들이 스카웃해서 시작하게 되며 이하는 취미로 배울 일반인 대상의 내용이다.

보통 처음에는 잘 숙달된 기본기를 중심으로 수련하다가 중급자가 되면 그냥 대련만 한다. 일반인의 경우 보통은 펜싱 클럽에서 교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급자가 되면 준비운동 후 교습 없이 곧바로 대련이 가능하다. 동호인 클럽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소규모 클럽에서는 처음 입문한 사람의 경우 숙련자로부터 1대1 기본 자세 및 보법 레슨을 받고, 대략 1개월 정도 근육을 익숙하게 한 후, 정식으로 레슨을 받게 된다. 레슨은 1대1일 수밖에 없으며, 빡세다. 중급자 기준으로 일상적인 과정은 준비운동-공통 보법 연습 - 공동 기술 연습 - 1대1 드릴 or 로테이션 게임 - 아쏘(대전) 정도가 된다.

격투기가 다 그렇듯이 체력 소모가 심하므로 기본 운동을 중시하는데, 권투와 비슷하다 보면 된다. 줄넘기, 달리기, 계단 오르내리기를 많이 하며, 남자 코치라면 PT 정도가 추가된다. 하지만 취미는 취미일뿐이라는 마인드로 간략히 넘어가는 사람도 많은 편. 왼손이냐, 오른손이냐에 따라서 거리와 공격 궤적이 져서 상대의 손에 맞추어 전술이 달라지고 대부분의 코치는 양손으로 다 레슨한다. 대부분의 격투 스포츠가 그렇듯 드문 왼손잡이가 유리하며 상위권 펜서들의 왼손잡이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다.

장비의 경우 많은 펜싱 클럽에서는 장비를 빌려주기 때문에 검도처럼 자기 호구를 따로 마련해야 되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다. 대신 관리 안하는 곳은 땀냄새 쩔고 찝찝하다. 사회인 저변이 넓지 않은 엘리트 체육이라 그런지 국공립 시설에 있는 펜싱 클럽의 장비가 더 좋은 경향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도청이나 광역시 소재지에 있는 펜싱 클럽에 고교생이 오면 정말 산뜻한 신품 장비를 쓸 수도 있다... 보통 장비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우선 신발을 사서 한 달쯤 배워본 후, 칼, 장갑, 마스크를 사고, 그 다음 유니폼을 사고, 그 다음에 전기장비를 산다. 양심있는 코치라면 1년 정도 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사지 말라고 만류할 것이다. 보통 그 안에 접어서 돈지랄이 되기 때문 대개 올림픽 때 반짝한다...

여느 무슬이 그렇듯이 간격, 몸의 밸런스 등이 매우 중요하다. 런지(앞으로 뻗어나가며 공격하는 것)를 너무 멀리 하면 상대의 공격에 제대로 방어를 할 수가 없으며, 몸을 너무 숙이면 등에 칼을 맞을 수 있다. 검도도 마찬가지지만 검을 과도하게 움직이는 것도 금물. 오로지 손목만을 움직여서 방어 등을 하는 것이 경직도 없고 빠르며 효과적이다.

컴퓨터 게임이나 각종 미디어에서는 이상하게 여자만 쓰거나, 남자여도 소위 여성스러운 남성, 혹은 유약하고 귀족스러워 보이는 인물이 쓰는 걸로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련한다. 그리고 펜싱 선수들의 능력과 훈련 내역을 봐도 알겠지만 연약한 사람이 할만한 종목은 더더욱 아니다.[17]

현재 강남 일대에서는 펜싱 강습 학원이 때 아닌 인기를 끌고 있다. 올림픽 선전으로 레저용 펜싱 인기가 늘었느냐 그런 건 아니고... "펜싱 수련으로 체육활동 스펙을 쌓으면 해외 명문대 진학에 유리해염^^"이라는 새롭고 황당한 입시 전략 때문이다. 물론 명문대 입시에서 체육부 활동이 중요하고 좋은 인상을 주는 건 사실이나 혹해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가져다 바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야구부나 축구부 등 어느 스포츠부, 혹은 그냥 보드게임 클럽이나 학교에서 무슨 그룹을 가입한 경험이 있다면 그 자체로 스펙쌓는 데 도움이 된다.

6 클래시컬 펜싱

현대의 전자장비를 동원한 올림픽 스포츠화된 현대 펜싱에 대항하는 의미에서, 전통적인 19~20세기 초의 고전 펜싱 분위기를 유지하는 "클래시컬 펜싱(Classical Fencing)"이라는 분야가 있다. 이쪽은 스스로를 진짜 '검객'이라고 생각하고 펜싱을 접하기 때문에, 전자장비 안 쓰고, 펜싱 검 역시 뭉툭한 훈련용일지라도 '진검'처럼 여기며, 올림픽 스포츠 펜싱에 특화된 피스톨 그립이 아닌 고전식 이탈리안 그립, 프렌치 그립, 종종 스페니시 그립만을 사용한다.

현대 펜싱이 상대보다 먼저 스코어링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반면 클래시컬 펜싱에서는 뚜세 당하지 않고 뚜세하는, 즉 득점에 앞서 내가 다치지 않고 상대를 물리치는 진검 검술을 지향하는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근본 검리는 클래시컬 펜싱과 현대 펜싱이 거의 같지만, 이런 지향점의 차이 때문에 실제 스타일은 상당히 차이가 나는 편. 올림픽 현대 펜싱 만큼 주류는 아니지만, 유럽과 구미 등지에서는 클래시컬 클럽이 제법 있다. 아무래도 스포츠 펜싱보다는 '실전'스럽다보니...

여기서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 이전의 역사적 검술, 중세 검술 따위를 재현하는 히스토리컬 펜싱이라는 것도 있다. 사실 이것은 현대 스포츠/올림픽 펜싱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상세는 서양 검술 참조.

게임에서 펜싱같은 게 나와도 연대라든지 실제 레이피어 검술/현대 펜싱에 맞는 건 하나도 없다(...). 예로 사무라이 스피리츠의 샤를로트의 경우 갑옷을 입고 레이피어를 다루는데, 뭐 갑옷 입고 레이피어 쓰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긴 해도, 레이피어가 원래 평복 검술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미묘.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싸우는 상대가 일본도를 쓰고있으니 두꺼운 갑옷 입는 게 고증이 틀렸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갑옷은 상대방의 무기를 막자고 입는 거니까.

7 펜싱 관련 인물

나무위키에 문서가 작성된 인물들을 기록하며, 펜싱 선수일 경우에는 "[[분류:펜싱선수]]"를 추가하기를 바랍니다.

8 참고

  1. 프랑스 식과 달리 이탈리아 식은 칼을 머리 높이로 수평으로 적을 향해 겨누고, 왼손으로 상대의 도검을 잡아채거나 견제하기 위해 같은 높이로 얼굴 근처에 두는 식이었다.
  2. 물론 프랑스어. 영미권이나 대중들은 그냥 세트나 라운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당장 FIE의 영문판 규정집에는 period로 나와있는데, 그걸 번역한 대한펜싱협회 홈페이지의 한글 규정집에는 세트라고 나와있다.
  3. 다만, 예전 버전에서는 시간 제한이 없다고 되어 있었는데, 엄연히 규정에는 개인전이나 아래 나오는 단체전이나 엄연히 3분이라는 시간 제한은 있으며 시간 계측도 나름 열심히 하고는 있다. 시합 전체가 아무리 길어도 2분이 채 안되는 마당에 이러한 시간 제한이라는게 99.999% 쓸모가 없을 뿐.
  4. 만약 선수 수가 모자랄 경우 예비선수 없이 3명만 출전해도 무방하다.
  5. 더 정확히 말하면 아홉번의 시합은 각각 3-6 5-1 2-4 6-1 3-4 5-2 1-4 6-2 3-5 선수가 만난다.
  6. 단, 두 선수 모두 공격할 의사가 전혀 안보이고 한참동안 둘다 시간만 때우는 것 같이 보이면 심판이 재량껏 그 바우트를 일찍 끝내버릴 수도 있다.
  7. 펜싱 문서 상단 남현희의 움짤처럼 멋있는 공방이 나오는 종목이 플뢰레다. 에페는 유효면이 전신이고 사브르는 베기 공격이 가능하기에 저런 공방이 나오기 쉽지 않다.
  8. 실제 우선권 규정은 복잡하며 전적으로 심판의 판정에 달려있기에 논란이 많이 발생한다. 플뢰레와 에페는 유럽의 텃세로 판정에서 많은 불리함을 가지고 비유럽권 선수들은 경기에 임한다. 에페는 상대적으로 오심이 없는 종목인데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창조적 오심이 나왔다.
  9. 따라서 사브르는 세 종목들 중 유독 판정 시비가 많고 유럽 텃세가 가장 심한 종목이었다.
  10. 전신이 공격범위인 에페는 입지 않으며 칼의 전기신호 방식이 다르다. 플뢰레의 사브르의 유효면에 따라서 금속면의 범위가 정해진다.
  11. 0.3초가 뭐가 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펜싱은 찰나의 스포츠이다. 실제 사브르는 락아웃 시간을 0.3초에서 0.12초로 줄이면서 매우 공격적으로 종목 자체의 전술이 변하였다.
  12. 권총형 손잡이. 이탈리아의 펜싱 선수 L.비스콘티가 트램 사고로 손가락을 잃은 후 고안하였다. 상대의 검을 쳐내고 카운터어택을 하는데 유리하여 플뢰레 선수들과 많은 남자 에페 선수들이 피스톨 그립을 사용한다.
  13. 국내에서 여자 사브르의 김지연이 가장 유명하다. 공격과 방어 한쪽이 중시된 사브르나 에페에서는 종목 전환이 매우 어려우며 성공한 케이스도 없다.
  14. 막대형 손잡이. 손잡이 아랫쪽을 잡아 더 멀리 뻗을 수 있고 상대의 검을 피하면서 빠른 진퇴와 반복공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5. 2005년 플뢰레와 동일했던 시간을 120ms(=0.12초)로 줄였으며 그 결과 훨씬 공격적이고 빠른 전술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룰이 다시 개정되어 170ms(=0.17초)로 시간이 늘어났다.
  16. 사실 정확히는 체육관 배당일수 때문이다. 보통 펜싱 경기는 올림픽 첫번째 주에 하고, 펜싱이 끝나면 경기장 시설 교체 후 다른 종목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2016 리우 올림픽의 경우 펜싱 경기장은 그 다음주에 태권도 경기장이 되었다. 그래서 경기를 9일간 하는데 개인전을 먼저하고 단체전을 나중에 하며 딱 그 정가운데 5일차에 단체전이 빠지는 개인전 남녀 종목을 동시에 치른다. 12개를 다 하면 일정상 다른 종목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늘려주지 않는 것.
  17. 차라리 레이피어는 튼튼하고 리치가 길기라도 하지 스몰소드는 천상 짧고 가느다란 검 한자루에 의지하는거기 때문에 내 몸을 근육질로 빡쎄게 단련시켜서 형편없는 장비를 보좌해야 하는 그런 종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