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장파장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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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파장파장이 아니다. 헷갈리지 말자.
Tu quoque[1]
Appeal to hypocrisy

논리적 오류/비형식적 오류에 들어가는 오류. 역공격[2]의 오류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 직관적으로는 후자가 더 알기 쉽다. 어떤 명제의 행위나 더 심한 행위를 상대가 한적이 있다는 이유로 잘못된 명제라고 일축할 때 발생하는 오류이다.

2 설명

보통 "당신은 이 명제를 판단할 자격이 없다.[3][4]라거나 "누군가가 했으니 나도 해도 된다."라는 구조를 보인다. 즉,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남의 잘못을 지적할 근거는 없으며,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피장파장임이 확실해도 오류다. 발화자 본인만이 진술의 참/거짓을 알 수 있을 때와 같은 특수한 상황 [5]을 제외하면, 논증의 타당함만이 문제되지 발화자의 지위나 자격은 논증 과정과 무관하다. [6] 논리학적인 맥락에서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있다.[7] 가령 살인자가 "살인은 나쁘다." 라고 발언해도 그 격률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피장파장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살인을 저지른 살인자와 그의 행태를 비판하는 다른 살인자는 별개의 개새끼지

전형적인 물타기#s-2의 일종. 피장파장으로 대응하면 상대방의 주장을 도의적인 측면에서 잠시 봉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논쟁 자체의 내용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더 정확히는 없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남들도 했는데 나만 혼나면 기분이 더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예시

독일 장교와 마주 앉아 여행을 하고 있는 유태인이 있었다.

유태인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문 뒤 성냥불을 붙이려고 하였다.
그때 독일 장교가 벌떡 일어나 유태인이 입에 문 담배를 낚아채 문 밖으로 내던졌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기차 안에서는 금연이란 것도 모르오?"
"하지만 아직 불도 붙이지 않았습니다만."
"예비 행위도 금지되어 있소."
유태인은 독일 장교의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었다.

그런 후 얼마나 지났을까, 독일 장교가 가방에서 신문을 꺼내 펼쳐 들자
이번엔 유태인이 그 신문을 낚아채 창 밖으로 버렸다.
"아니 당신, 미쳤소이까? 감히 내 신문을 뺏어서 버리다니!"
"기차 안에서 볼 일을 보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난 그저 신문을 펼쳤을 뿐이란 말이오!"
"예비 행위도 아니 됩니다, 장교님."

탈무드

탈무드에 기차가 나오는건 넘어가자 탈무드는 현재진행형으로 기록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근현대의 글도 적혀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독일 관련 이야기도 종종 나오는 편인데 이 일화는 그 중 하나.

엄밀히 따지면, 위 예화에서는 유태인이 피장파장의 오류에다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였다.[8]
유대인의 경전에 적힌 이야기라는 것과, 상대가 독일 장교라는 것을 고려하면, 본래 이 이야기의 의도는 유대인을 억압하는 나치 독일의 말도 안 되는 트집과, 그에 맞서는 유대인의 재치를 은유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표현 방식에 오류가 있었던 셈.그리고 결국 유대인들도 현재에 이르러선 똑같이 피장파장을 벌이고 있다

3 일부 피장파장의 오류가 참으로 느껴지는 이유

그러나 어떤 윤리/도덕 논리에는 피장파장의 오류가 타당하다 간주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먼저 예문을 보자.

등촌리 마을회관에 회의가 열렸다. 한 안건은 사과 서리에 대한 처벌 조정이다. 개똥이는 이렇게 논증했다.

1. 서리에 대한 처벌은 보통 사과 한 알 당 곤장 20대이다.
2. 곤장 20대면 한 달 동안 성기 제구실을 못 하기도 한다.
3. 이는 과한 처벌이다.
4. 따라서 서리에 대한 처벌은 짧은 노역 정도로 감해야 옳다.

등촌리 촌민들은 개똥이의 의견에 특히 어느 부분에 동감하며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는 댕구가 응수하였다.

"개똥이 놈 어렸을 때 서리해서 엄청 뚜드려 맞더니만 이제 와서 그러는 겨?"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개똥이는 반론하려 했지만 사람들의 비웃음과 야유로 포기하였다.

역공격의 오류가 주인 예문이다. 개똥이의 논증 과정에 부당한 부분은 없었다 간주하자. 사과 한 알 당 곤장 20대가 과한 처벌임은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댕구의 피장파장의 오류를 이용한 응수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또한 등촌리 촌민의 반응이 타당하다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길까?

이는 윤리/도덕에는 공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실은 공리가 아니더라도- 공리로 간주되는 윤리/도덕도 있다.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같은 격률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그 외에는, 특히 벌칙과 처벌에 대한 공리는 어떤 경우에도 확정되지 않는다. 위의 예처럼 서리에 대한 처벌로 곤장 20대가 맞는지, 노역이 맞는지, 혹은 벌금이 맞는지 정답은 없다. 다만 사회 구성원들의 지식과 경험에 의해서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처벌수위가 합의될 뿐이다. 공리, 즉 기준이 불명확하므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논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니체의 일견 막장스러워 보이는 철학도 도덕 공리의 취약함을 파고든 것이다.

피장파장의 오류는 상대방을 공리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의견을 내기에 부적합한 사람이라 낙인을 찍으려는 행위다. 댕구가 피장파장의 오류로 개똥이에 대한 흠집내기에 성공했다면, 댕구와 청자는 개똥이가 논쟁에서 승리하면 (다시 서리를 해도 처벌을 약하게 받을수 있는 물질적 이득이라든지, 자기를 예전에 엄청 맞게 만든 처벌을 없앰으로서 오는 정신적인 만족감이라든지) 어떤 이익을 얻으리라 여기게 된다. 가능한 이익의 예가 있으므로 이러한 의심은 합리적이다. 즉 등촌리 촌민들은 댕구의 논리가 부당한지 타당한지를 떠나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개똥이가 옛날에 서리질을 했다고? 그런 놈이 서리에 대한 처벌을 낮추려 한다니 뭔가 꿍꿍이가 있구만!

개똥이가 순전히 선의에 의해서 저 논증을 했는지, 아니면 어떤 사익을 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주 적은 사익을 얻는대도 의심할만 하다. 가령 게시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윤리/도덕 논쟁은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서 벌어지나? 아주 약간의 도덕적 우위를 확인하려는 데에도 사람들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따라서 윤리나 도덕을 다룰 때는 권위적인 인물이나 단체의 판단을 따르려는 속성이 생긴다. 이런 과정 속에 법을 다루는 기관과 그 방식은 점차 복잡성을 띄게 된다. 복잡성으로 말미암아 입법부과 사법부의 권위와 도덕성이 담보되는 것이다. 피장파장의 오류의 문제점은 간단해 보여도, 사실은 오류 증명 과정에 윤리/도덕과 논증의 관계를 설명해야하므로 어려운 면이 있다. 피장파장에 의한 의심이 아무리 합리적이라도 이와는 무관하게 피장파장의 오류는 항상 오류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합의가 중단되거나 논쟁의 우위가 바뀔 뿐이다.

피장파장의 오류는 윤리/도덕과 결부되므로 논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잘 이용하면 논쟁 자체를 멈추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능숙한 발화자는 피장파장의 오류를 잘 파고들며, 심지어는 오류임을 인지해도 오직 승리를 위해서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윤리/도덕 논증이 아닌 과학 논증에도 피장파장의 오류를 동원하여 승리할 때가 있다. 나중에 돌아보면 참 어이없게 느껴지겠지만...

정리하면 이렇다.

  • 어떤 피장파장 논리가 참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윤리/도덕에 대한 공리가 없기 때문이다.
  • 상황에 따라서 피장파장에 의한 의심은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논증의 참, 거짓과는 무관하다.
  • 피장파장이 참으로 느껴지는 논증 가운데 실은 피장파장이 아닌 것이 있다.

3.1 보론

한편 피장파장의 논리를 동원하면서 오류가 없어보이는 논증이 있기도 하다. 그것은 다른 유형의 명제일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터키에서는 아르메니아 학살을 자행했으므로 EU에 가입시켜서는 안 됩니다.

터키: 그렇게 말하는 프랑스에서는 알제리 전쟁 때 학살을 한 적이 있는데?

이 경우, 터키에서 피장파장의 오류를 범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 명제를 터키 입장에서 다르게 쓰면 이렇다.

(숨겨진 전제) EU 가입 거부 조건에 학살 행위가 있다.

(전제) 그러나 알제리 전쟁 때 학살 전적이 있는 프랑스는 EU에 가입하였다.
(결론1) EU의 가입 거부 조건은 일관성이 없다.
(결론2) 따라서 아르메니아 학살을 저지른 터키 역시 EU에 가입할 수 있다.

확대해석하지 않았는가, 라고 반론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명제를 검증할 때는 최대한 그 논증이 참이라고 가정해야할 의무가 있다.[9] 이것을 자비로운 해석의 원칙 이라고 한다. 이 원칙을 거쳐도 오류임이 확실해야 비로소 오류로 인정된다.

3.1.1 보론의 보론

보론의 전제는 논리적 오류/형식적 오류에 해당하는 매개념부주연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전제) 프랑스는 EU 소속국이다.

(숨겨진 전제) EU의 가입 절차를 거치면 EU 회원국이 될 수 있다.
(결론) 그러므로 프랑스에서는 EU의 가입 절차를 거쳤을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EEC의 발족국으로 회원 자격이 승계되어 EU 회원국이 된 것이기에, EU의 가입 거부 조건이 도의적으로 신규 가입국에게 불공평할 지언정, 일관성과는 하등 관련이 없다. 일관성을 부정하려면 EU 발족국 12개국을 제외한 국가의 학살행위가 지적되어야 한다.

보론을 연달아 쓴 이유는 현실의 명제가 어떻게 가지를 치는지 보이기 위함이다. 우리가 어떤 명제를 논할 때는 현실과 무관한 이야기를 꾸밀 때가 많다. 현실에서 피장파장의 오류를 검증할 때는 이런 일이 자주 생긴다. 이 또한 피장파장 상황에서 오류가 없어보이게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처럼 피장파장의 오류을 검증할 때는 미묘한 부분까지 고려해야한다. 만약 예외가 쉽게 발견된다면 비형식적 오류로 통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4 예시

乙: 그러는 너는 살면서 한번도 불법을 쓰지 않고 항상 정품만 썼니?
너는 지금까지 사용한 불법제품 의 갯수를 기억하는나?
甲: 내 말은 그런 거 상관 없이, 다음부터라도 정품을 쓰라는 말이야.
이에 유기(유표의 아들이 아니다)라는 신하는 손권에게 "폐하께서는 요순을 본받으셔야지 어찌 조조 같은 폭군을 본받으려 하십니까?"라면서 반박했다.
  • 선생님 : 나무야 왜 위키한테 장난을 쳤니? 뒤로가서 손들어
나무 : 아, 쌤! 위키도 저한테 장난쳤어요! 게다가 다른 친구들도 다 장난쳤는데 왜 저만 혼내시는데요?
선생님 : 변명대지마렴.[10]
2013년 8월 20일 '현장 21'에 취재대상으로 나와서 한 말.
  • 혐한초딩: 한국에서 위안부를 운영하는데 우리는 왜 안 돼?
  • 빌리 헤링턴: 중국에서는 티벳과 대만에 험한 짓을 했으니 일본군을 욕하지 말아라. 해당 문서 참조.
  • 이치카와 살해사건 범인: 1988년에 일어난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사건의 범인들도 징역형을 받았는데, 나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메갈리아: 해당 문서의 '비판' 문단과 미러링(신조어) 문서 참조.
  • 이청준눈길: 주인공은 어렸을 적 집안 사정을 견디지 못해 한동안 어머니와 떨어져서 살아야 했다. 주인공은 이를 흑역사로 취급하고, 어머니를 '노인'이라 부르며 멸시하고 있었다. 이 때 쓰인 것이 '내가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떨어져 살아야 했으니, 내가 어머니를 홀대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피장파장의 오류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떠나보내면서도 아들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결국 주인공은 마지막에 잠결에 들은 아내와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어머니의 진심을 알아차렸지만,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는지는 알 수 없다.
  • 판사님도 웃으셨잖아요!
  • 상대성이론
  1. 라틴어로 "너 또한"이라는 뜻이다.
  2. 논증과 상관없는 내용으로 발언자를 공격하는 것. 성공한다면 대부분은 논점을 이탈한다.
  3. 특히 너는 과거에 이러이러한 발언을 했으니 이 명제논증에서 빠져가 여기 해당한다. 강간범이 강간의 잘못이나 강간 피해자의 슬픔을 분석하고 다루는 것은 사회에서 쉽게 지탄받고 그 과정에서 명제의 올바름보다는 발언자에 대한 공격이 큰 공감을 얻고 주류발언이 되는 것은 너무나 흔하다.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분명히 오류가 있다. 참 거짓은 발언자를 배제하고 명제 자체로만 판단해야한다.
  4. 유체이탈 화법도 사실 상당수 여기에 해당한다
  5. 피장파장의 오류와의 연관은 느슨하지만 이에 맞는 예시는 이렇다. 한 구난선에서 다 떨어져가는 보급품과 난파자 한 명이 발견되었다. 난파자는 혼자 구난선에 올라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누군가 그 난파자 혼자 살아남기 위해 다른 난파자를 살해했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진실은 난파자만이 안다. 의심자는 난파자의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아내기 위해 난파자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평판이 어떠했는지 알아본다. 만약 난파자가 목숨을 걸고 전우들의 목숨을 구한 군인이었다면 난파자의 주장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난파자가 사기 전적이 있는 범죄자이었다면 난파자의 주장은 약화된다. 물론 귀납적인 결론만이 도출될 뿐, 진실은 여전히 난파자만이 안다.
  6. 현실에서 지위와 자격은 논증 과정에 밀접하게 연관된다. 가령 아동과 성년이 상반된 진술을 하면 보통 성년이 더 믿을만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실제로 법에서는 성년의 증언이 더 믿을만하다고 받아들여진다. 물론 아동의 진술이 법정에서 아예 거부되지는 않으나 진술로써 인정받으려면 성년의 진술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그럼에도 순수한 단일 명제를 다룰 때는 현실적인 문제를 걷어내고 지위와 자격은 제외해야한다. 명제를 학문적으로 다룰 때는 무균실에서 시료를 다루듯 해야하는 것이다.
  7. 즉 누가 봐도 잘못인 객관적인 명백한 잘못이면 그 주장하는 자가 착하든 나쁘든 혹은 지위 등에 상관없이 그게 잘못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단 형평성으로는 피장파장 논리를 적용시킬 순 있다. 아래에 서술.
  8. 담배를 입에 물고 성냥불을 붙였는데,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변기 외의 자리에 앉아서 신문을 펼친 뒤, 배설하는 경우는 적다. 앉은 그 자리에서 바로 배설하는 경우는 없고. 즉, 독일 장교는 (유태인이 담배를 입에 물고 성냥불까지 켠 뒤, 담배에 불을 안 붙이고 성냥불을 끄는 괴짜가 아닌 이상)정당한 행위를 했지만, 유태인은 억측과 과장을 통해 치졸한 복수를 한 것. 차라리 똥의 본질을 따져 장교가 먹으려던 음식물을 집어던졌다면 모를까... 기분이나 감정 때문에 복수를 했다고 할 수 있다.
  9. 여기서는 숨겨진 전제
  10. 과격한 선생님들 한정으로 자주나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