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구보고서

주로 논설문이나 설명문에 자주 나오는 단어로 특별히 이름은 없지만 이거 하나만 뜨면 그 글의 설득력이 상승하는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다른 나라보다도 앞에 미국라는 수식어만 붙어준다면 그 효과는 2배! 이와 같이 쓰이는 자매품으로 "혹자에 의하면~" 이 있다. 사실 일종의 권위에 의지한 호소에 가깝다.

한 연구보고서의 자세한 제목이나 저자 등을 물어봤을 때 대답을 못한다면 수상한 눈으로 봐주도록 하자. 출처가 없다면 근거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카더라 통신 이상의 가치가 없게 된다.

그나마 실제 있는 연구보고서라도 종종 결과에 대한 신빙성에 의심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1][2] 하물며 출처가 불확실한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불쏘시개 취급 받는다.

어쨌든 이곳저곳에서 많이 나오는 단어라서 거의 보통명사화 되었으며 프란츠 카프카는 이를 제목으로 단편소설[3]을 쓰기도 했다. 국내에는 故 추송웅씨의 열연으로 잘 알려진 일인극 "빨간 피터의 고백" 의 원작이다.

사실 글의 내용에 신빙성을 줄 수 있으면서도 정작 출처는 미비하기 때문에 뻥을 칠 때, 혹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 사용하기 매우 좋은 문구이다. 이를테면 토플이나 기타 작문 시험 같은 내용 전개를 뒷받침 해야 하나 주제 자체가 생소하며 글을 빨리 써야 하는 부분에서 이런 단어를 쓰면 딱이다. 어차피 시험관은 글의 양식이나 논리적 전개를 중요시할 뿐 글의 사실여부는 중시하지 않으며 시험의 목적상 글이 확실히 맞는지 틀린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4] 하지만 이는 '글의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작문 관련에서나 가능하며 용인될 뿐이지 실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신문기사 등에서는 절대로 쓰면 안되는 용어이다.
  1. 특히 변수가 많은 실험. 그리고 확대해석이나 결과의 왜곡이 가능한 실험.
  2.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 는 오프닝에서 주로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렇다더라 는 이야기를 하는데, 대부분이 신빙성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하지 않나 싶은 내용들이 많다. 인생의 교훈, 지향점을 제시해주기 위해 연구결과를 끼워맞추는게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3. 'Ein Bericht für eine Akademie(A Report to an Academy)'. 직역하지면 '한 학술보고서' 라고 해야겠다.
  4. 게다가 이런 시험의 특성상 시험관이 글의 내용을 파고들어 확인할 만한 시간적 여건이 부족하다. 괜히 대학 논술시험에서 선풍기에 시험지를 날려서 제일 앞에 떨어지는 시험지를 고른다는 말이 나왔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