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獬廌·獬豸

1 동아시아의 환상종

1.1 명칭

'해치' 또는 '해태'라고 한다. 한자로는 '獬廌' 또는 '獬豸'라고 쓴다. 혹 '海駝'라는 표기도 쓰이는데 이는 "해태"라는 발음에 끼워맞춘 군두목 표기(한자부회)이다.

흔히 원말은 '해치'이고 '해태'는 와음(訛音)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데(대표적인 예로 표준국어대사전) 사실이 아니다. 廌·豸에는 "치"라는 독음 외에 "태"라는 독음도 갖고 있다. 광운(廣韻)에 수록된 음운을 보자.

한자한국 한자음일본 한자음반절(反切)한어병음중고음
廌·豸池爾切zhìȡʱie̯, ȡǐe
タイ宅買切zhàiȡʱai, ȡai
廌 : 解廌, 獸也. 似山牛, 一角. 古者決訟, 令觸不直. 象形, 从豸省. 凡廌之屬皆从廌. 宅買切

廌는 해태라는 짐승이다. 멧소를 닮았고 뿔이 하나다. 옛적에 송사를 판결할 때 (해태로 하여금) 정직하지 않은 쪽을 들이받게 하였다. 상형자이다. 豸의 생략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릇 廌부에 속하는 것은 다 廌로 이루어져 있다. 반절음은 ""이다.


- 설문해자 권10 廌부

1.2 설명

북위 때에 만들어진 해태 토우.

사자같기도 하고 구름같은 갈기를 가지고 코는 크고 수염이 달렸다. 가장 큰 특징은 이마의 큰 뿔 하나.선인은 그냥 내버려두고 악인은 머리의 뿔로 요단강으로 보내버린다고 하는 한국중국의 상상의 동물. 환상종이다. 요순시대에 태어나 중국 동북지방에 살며, 신선이 먹는다는 먹구슬나무 열매만을 먹고 산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해태의 초기 임지는 상단의 토우처럼 앞으로 길게 뻗은 외뿔로 형상화 되었다.

동아시아에서는 법이라는 단어가 중국의 해치에서 나왔다. 중국 한의 양부가 지은 '이물지'에서 최초로 그 묘사를 찾을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동북 지방의 황량한 땅에 어떤 짐승이 사는데 이름을 '해치'라 한다. 뿔이 하나이고 성품이 충직하다.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보면 바르지 못한 자를 들이받고, 사람들이 서로 따지는 것을 들으면 옳지 못한 자를 문다"고 한다. [1]을 의미하는 한자인 법은 원래 '해태가 물처럼 고요하게 판단해서 틀린 상대를 받아버린다는 의미'의 고자(古字)이거 아니다였다. 하지만 너무 복잡해서인지 해태 치가 빠진 형태가 지금의 법法자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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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시기 해태 흉배

중국에서는 신양(神羊), 식죄(識罪)라고도 부른다. 영어로 Unicorn-Lion(외뿔사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형태가 상당히 다양하게 나온다. 이전 버젼에서는 뿔 달린 숫사자 형상이라고 했는데, 이건 극히 일부의 조형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사자가 결합된 형태도 있지만, 보다 중국에서 친숙해진 주류 해태의 형상은 기린의 모습이 더 가까워진 것이다. 그래서 해태의 몸에서 용이나 기린과 같이 비늘이 묘사되기 시작한다.

1.3 한국의 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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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올라간거냐
한국의 해태는 중국의 해태와는 같은 길을 갈 수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해태는 천자(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는 동물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해태는 기본적으로 뿔이 전부 다 사라졌다. 그리고 기린에 가까워진 형태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자에 가까운 해태를 만들어 놓고 뿔이 없으니까 해태가 아니라 사자라고 우기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래서 진짜 해태상을 사용한 서울 지역에서 해태는 사자에 가까운 중국의 해태상에서 뿔을 없앤 형태가 되었다. 경복궁에 있는 해태는 이 형태이다. 더 정확하게는 머리는 사자형 해태에서 뿔을 없앤 것이고, 몸은 비늘이 있는 형태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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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화속의 해태는 이야기가 다르다. 왜냐하면 민화에서는 묘사에 대한 엄밀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화와 한국 전통속의 해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짐승이 되었다. 단적으로 이름의 한자부터 海陀로 인식되는 경우가 생겼다. 바다 해로 인식해서인지 해태가 화재를 막아주는 영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정조 때에 편찬된 동국세시기는 당시의 세시풍습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는데, 정월이면 대문에 용이나 호랑이를, 부엌문에는 해태를, 광문에는 개를, 안채와 사랑채 사이의 중문에는 닭을 그려 붙인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민간에서 인식된 해태는 중국에서 건너와서 정의구현의 상징으로 사용된 해태와는 전혀 다르게 인식이 되었던 것이다. 당연히 해태의 이미지도 변했는데, 중국의 원형 해태나 중앙정부에서 변형한 해태가 아니라, 중국 민화속의 사자개의 형상을 해태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한국 민화 속 해태'는 '중국 민화 속 사자개'를 트레이싱 한 수준이다.

해치라고도 하며, 민속에서는 해님이 파견한 벼슬아치라고도 불렀다. 물론 이는 민간어원에 더 가까운 것으로 한자단어 해치를 한글로 풀어서 새로 해석한 것일 뿐이다.

한국에서는 법의 상징이라는 본래 의미보다 화기를 억누르는 친숙한 영수 이미지로서 더 유명하다. 법의 상징이라는 본래 의미보다 나쁜 놈들 잡아서 혼내주는 이미지가 강한 것만 봐도, 한국의 해태가 얼마나 민중적이고 해학적인 영수로 변형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소방 마스코트인 파이어스의 모티브도 해태.

1.4 한국 해태의 특징

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동물답게, 그 상징성 때문에 국회, 경찰청, 대법원은 물론이고 일산 사법연수원에도 해태의 상이 세워져 있다. 서울대학교 근대법학교육백주년 기념관 앞에 있는 '정의의 종'에도 새겨져 있는데, 여기 해태는 학교 교수의 주장으로 뿔이 있다. 덕분에 이 조각상은 원판인 일각수 석상과 더욱 닮았다. 한국에서, 이러한 해태 문양은 왕이나 단령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광화문 앞에도 한 쌍 놓여있는데, 이것은 해태가 법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경복궁을 지을 당시 관악산이 품고 있는 화기를 불을 먹는 해태를 통해 억누르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원래는 광화문에서 50M정도 떨어진 육조거리에서 사헌부의 상징으로 있던 것을 옮긴 것이다. 또한, 해태상 자체도 흥선대원군이 집권해서 왕권강화한다고 경복궁을 중창할 때 새로 만든 것이다.[2] 이후에도 해태상은 조선총독부 건물 앞으로 이동했다가, 결국 한국전쟁 이후에 광화문이 재건되면서 현재 위치로 옮겨졌다.

즉 본래는 사헌부 앞을 지키면서, 지나다니는 관리로 하여금 정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저지르지 않도록 경계하는 역할이었다. [3] 그러다가 흥선대원군의 이동조치로 인하여, 한국 사람들에게는 더욱 친숙한 동물이 된 것이다. 근정전의 돌난간에도 있는데, 여기 해태는 새끼를 데리고 있다.

여담이지만, 국회에 있는 해태상 아래에는 포도주가 묻혀져 있다고 한다. 원래 국회 해태상은 1975년 의사당 준공 무렵 해태제과에서 기증받은 것이다. '해태30년사'에는 '국회 해태상은 국회의사당 준공을 기념하여 당사가 3천만 원을 들여 조각, 국회사무처에 기증한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때 해태주조에서 생산하던 노블와인이라는 상표의 백포도주를 해태상 아래 각각 36병씩 72병을 묻었다고 전한다.

국회의사당의 해태상에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준공 당시 국회사무총장으로 재직했던 선우종원 변호사의 회고록에 따르면, 해태상 건립은 고증 자문위원이었던 소설가 월탄 박종화[4]의 제의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월탄 선생이 "의사당을 화재에서 예방하려면 해태상을 세워야 합니다. 조선시대 경복궁이 큰 화재로 전소된 뒤 복원공사 때 해태상을 세워 이후 화재를 예방한 바 있습니다" 라며 건의했다는 것이다.[5]

눈이 나쁜 사람을 '해태 눈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정을 방지한답시고 궁 앞에 앉아있어도 탐관오리가 들끓는 현실을 비꼬는 의미에서 붙였다는 설이 있다.

또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왕범이가 흑역사가 되면서 새로 만들어진 서울특별시 대표 캐릭터 해치도 이 동물이 원본이다. 해태 관련 유물의 대부분이 서울에 있고, 서울과 서울 밖 다른 도시의 경계에 세워지는 상도 해태상이고(도로를 달리다 보면 양 옆에 한 쌍으로 볼 수 있다. 남태령역, 구파발역, 양원역 앞 등이 대표적), 중국, 일본, 류큐의 해태와는 다른 개성이 있어서 정해졌다고 한다. 캐릭터는 꽤 호감을 사는 것 같다. 내 친구 해치라는 만화영화의 주인공으로도 나온다. 하지만 오 시장이 사퇴하고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이 마스코트도 잊혀져 가고 있는 듯하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마스코트인 건이와 강이의 모델이기도 하다.

해태와 관련된것으로 야심작 정열맨의 해태파도 유명하다.

한때 디자인 서울 관련해서 무분별한 디자인 산업에 반대한 대학생들이 '해치맨'이라는 캠패인을 벌인 적이 있었다. 해치가면을 쓰고, 팻말을 들고다니거나, 홍보물을 패러디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모습을 UCC로 찍어 올리곤 했다. 히어로? 이에 대해 공공시설을 파괴한다고 소환장도 온적이 있는듯 하다.

해태가 티베탄 마스티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환상종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우리나라에 오수견이라는 마스티프종이 한때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신빙성이 없진 않다. 이렇듯 한국의 해태는 민중적인 이미지로 전승되어온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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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많이 팔린 담배로 <카이다> 상표가 있었는데 모델이 바로 해태. 카이다는 海駝의 일본식 발음이다.

1.5 해태가 모티브인 캐릭터

2 해태그룹

해당 항목으로.

3 海苔

말하자면 바다의 이끼. 일본어로 을 의미한다.

4 懈怠

어떤 법률 행위를 할 기일을 이유없이 넘겨 책임을 다하지 아니하는 일. 1번 항목이랑 상극이다

  1. 여기서는 법률이 아니라 일반적 법도의 의미에 가깝다.
  2. 이때 경복궁 재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경복궁의 화재드립이 나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
  3. 사헌부의 장관인 대사헌의 흉배에도 해태가 새겨져 있었다.
  4. 그 유명한 소설 여인천하를 집필한 작가이다. 도지원, 전인화, 강수연 주연의 사극으로 유명세를 탔으며 제1공화국의 부패상을 빗댄 해석으로 유명하다.
  5.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었다. 고민 끝에 해태상이 해태제과의 상징이기도 해 박병규 사장에게 건립 협조를 구했고 박 사장이 흔쾌히 기증에 응해 세워졌다는 것이다. 조각은 당시 서울대 이순석 교수가 맡았다. 관련 기사
  6. 한국인에게는 해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중국이 모티브인 판다리아의 안개 특성상 진짜 해태보다는 돌사자가 모티브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도 해태는 있지만, 설명되어 있듯 중국 해태는 기린과 같이 뿔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