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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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월 17일 MBC에서 방송된 PD수첩에서 소개된 신조어이다.

1 개요

IMF 외환위기 이후 가중되는 신자유주의체제 하에서 치솟는 집값, 비정규직 증가와 저임금, 학자금 대출의 부담 등의 외부적 요인 등으로 인해 결혼생활의 시작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결혼적령기 젊은 부부들을 가리킨다. 같은 경제적 문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허니문 푸어는 일단 결혼을 한 사람들 중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므로, 경제적 문제 등으로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결혼 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가리키는 결혼대란과는 지칭하는 부분이 조금 다르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집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주요 경제적 인력이 수도권에 모여사는 현실에서 수도권의 억단위 집값은 젊은 부부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남성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까지 하는 건 그냥 닥치고 가도 30세. 제대로 가면 35세쯤 되어야 가능한데[1] 아이를 입양하는 쪽으로 가면 별문제 없지만 친자식을 필요로 하다 보니 그만큼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특히 중견기업 이하에 속하는 90% 정도는 물가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 수준이 겹치면서 40대 초반까지 버틸 생각 아니면 집에서 출퇴근하지 않는 이상 결국 부모에게 손을 벌리게 된다.

게다가 현대에는 여성들도 결혼을 늦게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입양에 대해서도 한국인 특유의 혈통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이 문제를 더 보탠다. 입양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또 혈통을 따지느라 입양을 안하고 아이를 만드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 그렇게 이거 저거 겹치다 보니까 허니문 푸어가 심화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그래도 이런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한국처럼 여기도 남자의 스펙을 확실하게 따지지만 그 스펙을 마련하는 과정에서의 시간과 고생을 인정하여 남녀의 나이 차가 크더라도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부동산 문제+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열악한 임금 수준 등이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 사례

사례를 통하여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이 사례는 2015년 물가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

  • K씨(35)는 서울 소재 상위권 4년제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한 남자이다. 입사 당시 세후 연봉은 약 3,200만원. 뭐하다가 35살에 입사했는지는 따지지 말자
  • 연 3,200만원 중 교통비+통신비+적금+상해보험을 월 60만원(연 720만원)으로 잡자. 절약하는 남자로 놀러다니거나 술을 먹는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이고 차도 없다면, 의류비+경조사비+유흥비로 월 40만원(연 480만원)을 쓴다고 하자. 이 계산대로라면 아끼고 아껴서 겨우 연 2,000만원(혼자 월세 사는 남자는 대략 1000만원)을 저축할 수 있다. 이것도 무리수가 좀 있다 싶지만 그래도 집에서 출퇴근하는 남자도 많으니까 일단 무시한다고 치자.
  • 이제 불쌍한 K씨는 5년 후 결혼할 수는 있지만 이미 40살이며 33세에 직장에 들어왔더라도 38살이다. 작은 집이라도 수도권의 가장 싼 곳이 1억 5,000만원 정도니까 5년 뒤에 결혼을 하더라도 빚이 5,000만원(1억원) 생긴다. 여기에 생활비까지 합치면 대출금은 더 늘어난다. 물론 냉정하게 생각해서 여자도 나이는 많지만 직장인으로 구하고, 아이는 나중에 입양으로 가는 등 좀 더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으면 그 이상의 추가지출은 없고 오히려 빚을 빨리 갚을 수 있겠지만 한국의 혈통주의 때문에[2] 20대를 찾다가 10세 이상 나는 나이 차에 대한 대가로 엄청난 결혼비용까지 떠안게 되고 여자의 스펙은 기대할 필요조차 없다. 그리고 이렇게 결혼한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그 경제적 부담도 남자가 져야 하는데 이게 빚을 다 갚고 난 40대 중반 이후라면 모르지만, 현실은 40대 초반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나치게 아버지의 나이가 많으면 자식에게 경제적으로는 도움을 줄 수 있어도 그 외의 부분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 이게 상위 10%인 K씨 기준이라면, 나머지 90%는 어떨 지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래도 K씨는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 빚에 평생 허덕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 아래로 가면 소득은 더욱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빚에 허덕일 가능성은 높아진다. 물론 한국인 특유의 허영심을 줄인다면 좀 더 사정은 나아지겠지만 그렇다 쳐도 골치아프기는 마찬가지다.

2.1 집값 문제

서울 소재 아파트는 저렴한 곳은 평당 1,000~1,200만원이며 비싼 곳은 3,000만원 가까이 된다. 더욱이 목동 강남 한남 등의 전국 최상위 동네의 아파트는 평당 최소 3200에서 시작한다. 재건축 완료된 강남은 4000이다. 냉정하게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에 집을 구한다고 쳐도 제대로 된 아파트는 1억 5천만원 이상. 5년동안 K씨가 열심히 모으면 1억원이고 대기업 입사 이전 다른 중소기업이나 알바 등을 했다고 쳐도 1억 2~3,000만원 정도 될 텐데 이정도 수준의 돈으로는 집을 사기는 어렵다. 전세는 사실상 소멸하는 분위기니까 논외로 치고 매매가만 따지면 돈이 아예 안 남거나 빚을 3천만원 정도 지게 된다.

게다가 요즘은 결혼정보회사 등에서 소개받아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돈이다. 물론 2,000만원을 그냥 갚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K씨의 나이를 생각하면 결혼 직후 바로 아이를 만들어야 할 테니 결국 빚은 쌓이게 된다. 그리고 K씨가 조금만 불성실하거나 헤픈 씀씀이를 가져도[3] 이 모든 계획이 틀어지며, K씨보다 못 버는 경우에는 더 힘들어지게 된다.

다만 이걸 집값과 국가 탓만 하기 어려운 게, 국가 차원에서 임대아파트 등의 정책을 추진해도 스스로 거부하는 일이 많기[4]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 세대의 경우에도 수도권에 집을 바로 마련할 정도였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5] 점도 이들을 온정적으로 보기만은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2.2 양육비 문제

그래도 국가 차원에서 육아휴직 등을 강제하는 등의 노력 덕택에 최근에는 1년의 육아휴직기간은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기업에 따라 2~3년까지 보장하기도 한다. 사실 일을 아예 안하고 시집을 가는 여성들도 많기 때문에 육아휴직 문제는 기본적으로 절반 가량의 고용된 여성을 기준으로 하는 게 맞다. 문제는 그 절반에게는 이것이 확실히 문제라는 것이다.

일단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요즘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지만 대신 이 기간 급여는 통상 월급의 40%만 지급되므로 맞벌이 가정에 있어서는 무시못할 소득 저하가 발생한다. 물론 둘째 아이부터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지만 이 과정에서 첫아이가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일하는 여성들로서는 아무리 육아휴직이 점점 보장이 되는 추세라지만 경력이 끊기고, 더군다나 일의 진행이 끊길 것을 우려한 상사가 육아휴직 사용이 예상되는 여성을 주요 업무에서 배제하게 되므로 커리어에 크나큰 차질이 생기는 것이 현실. [6] 게다가 육아휴직 이후 기간이 또다시 확실히 문제다.

우선 보육원/유치원이 끝나는 시간 맞춰서 아이를 데리러 가고 보육원/유치원에서 아이가 다치거나 하면 데리러 가는 등의 돌봄노동이 남아 있다. 이 부분을 여자가 보통 맡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야근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저출산 때문에 비상이 걸린 국가가 빡세게 단속한다고 쳐도 결국 눈치보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일부 이익을 엄청나게 내면서도 사원을 쥐어짜기만 하는 천하의 개쌍놈들을 제외한 나머지 고용주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는데 결국 기업은 효율성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예 결혼을 포기하거나, 혹은 결혼을 하더라도 육아를 포기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육아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노후에 노인을 부양하고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결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말 심각한 장애가 있거나 해서 결혼을 못 하고 자식도 못 낳는다면 어쩔 수 없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국가와 사회는 그 남자(혹은 여자)를 개인의 선택에 따른 책임으로 간주하여 냉정하게 외면한다. 사실 차우셰스쿠의 인구 정책처럼 국가가 과도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라 책임질 수가 없어 구제해 줄 방법도 없다.

그리고 양육비와 관련해서 상당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본적인 양육비는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 옆동네 대륙처럼 품질 관리가 아예 안된다면 할 말이 있겠지만 한국과 같은 선진국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장난감도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굳이 비싼걸 사주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장난감보다는 가족들의 사랑. 그리고 부모의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육아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의 배려가 전반적으로 심각하게 부족한 것은 분명 문제지만 이 역시 위에서 언급했듯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 또한 교육비도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최소한 중학교까지는 무조건 강제. 고등학교도 본인과 가족이 원하기만 하면 국가가 장학금을 줘서라도 졸업을 시킨다.

문제는 탈냉전 이후의 아웃소싱. 특히 외환위기로 인한 정규직 과소, 비정규직 과다 현상과 비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천대[7]에 따른 스펙 경쟁 과정에서 들어가는 돈[8]과 한국 사회 특유의 타인에 대한 지나친 의식이다. 물론 한국이 경쟁을 포기하고 산다고 굶어죽는 곳은 아니고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제도도 어느 정도 되어 있는 만큼 이를 감수한다면 상관 없겠지만 그렇게 되려면 적어도 한세대는 걸릴 것이다.

3 관련 항목

  1. 다만 그 이전부터 알바 등을 병행해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2~3천만원 정도 모아놓을 수 있기는 하다. 물론 그 돈이 있으나 없으나 집에서는 백수대접을 받는다. 단지 자기가 원할때 그래픽 카드를 고급으로 살 수 있느냐, 그냥 내장만 쓸 수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2. 생각보다 심각한게 본인이 입양으로 가려고 해도 부모가 그냥 놔두지 않는다.
  3. 위에서 말한 2,000만원을 모으려면 부모 집에서 출퇴근해야 하고, 씀씀이가 알바와 부정기적인 용돈으로 겨우겨우 먹고사는 학생급이어야 하며 여행/쇼핑 등도 집어치워야 한다.
  4. 한국인 특유의 고약한 차별의식 때문에 그렇다. 가난한 집 사람이라고 무작정 외면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일단 배척하고 보거나 이들 때문에 자기네 집값이 떨어진다고 난리를 친다.
  5. 보통 2030세대가 착각하기 쉬운데, 성장률이 높던 시절에도 내집마련에는 10년 이상 걸렸다. 지금보다 좀 쉬웠다는 것까지야 부정할 수 없지만 출발 시점이 힘든 건 부모세대도 마찬가지다.
  6. 미국 등에서 그냥 저소득층 밀어주기로 간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7. 처우 문제는 그나마 국가 차원에서 개선하려는 노력이라도 하지만 사회적 대우는 답이 없다.
  8. 대학 등록금만 들면 그나마 다행이고 보통 별 것을 스펙 명목으로 투자한다. 물론 기업들은 대부분이 취직과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대학 평점이고 영어 능력이고 죄다 갖춘 사람 뿐인 세상에서 정규직으로 뽑을 사람은 극히 한정적이니 편하게 스펙을 기준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