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시장 가설

Efficient Market Hypothesis.

시장의 가격은 거래되는 물건의 정확한 가치를 반영하고 있으며, 따라서 체계적으로 꾸준히 시장에서 초과수익을 내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원래는 주식시장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이었으나 주식시장 외에도 비슷한 여러 시장[1]에 대해서도 분석이 이루어졌다. 합리적 기대가설을 기반으로 하여 도출된 이론이다.

이 가설은 약형, 준강형, 강형의 세가지 형태로 다시 나뉜다. 참고로 대부분의 실증분석은 약형, 혹은 준강형 가설을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 약형 효율적 시장 가설(weak form efficient market hypothesis)
과거의 가격을 분석하여 초과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준강형 효율적 시장 가설(semi-strong form efficient market hypothesis)
과거의 가격 외에도 공시, 뉴스 등의 공개된 정보를 이용해도 초과수익을 낼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 강형 효율적 시장 가설(strong form efficient market hypothesis)
과거의 가격과 공개된 정보에 더하여 비공개 정보까지도 시장의 가격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초과수익을 낼 수 없다고 본다.

EMH의 일종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최소한 EMH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가설로 주가의 임의보행가설 역시 존재한다.
한마디로 미래의 주가는 임의적으로 움직이므로 100% 정확도를 가지고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논리 전개는 다음과 같다.
1. EMH에 따르면 주가는 마땅히 받아야 할 해당 주식의 (내재)가치를 그대로 반영한다.
2. 그런대 해당 주식의 내재가치는 정확히 시장의 투자자가 보유한 정보에 따라 결정된다.
3. 미래에 어떤 정보가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4. 미래에 어떤 정보가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므로 미래 주식의 내재가치, 나아가 미래의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논리적으로는 깔끔하지만[2] 실증적 연구들을 보면 부정적인 결과들이 많다. 주식시장을 보면 모멘텀 효과(직전 3~12달에 많이 상승한 종목이 그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많이 상승하는 것), 저PBR 효과(PBR이 낮은 주식이 높은 주식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 등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질만한 현상이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로 효율적 시장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도 다수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1988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문 애널리스트 4명과 눈을 가린 원숭이가 다트를 던져 구성한 포트폴리오를 대결시킨 적이 있었다. 14년간의 실험 끝에 결과는 애널리스트의 참패였다. 애널리스트들은 1.2%의 수익률을 올린 반면 원숭이는 2.3%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서 볼 때 투자 전문가들 대다수는 인덱스 펀드보다 못한 수익률을 기록하였고 인덱스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전문가들의 숫자 또한 통계적으로 볼 때 효율적 시장 가설을 유의미하게 반박하지 못한다는 결과 등이 있다.

로버트 실러나 스티브 탈러와 같은 행태재무쪽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효율적 시장 가설에 맞서서 비효율 시장가설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사람들이 꼭 그렇게 합리적이지만도 않으며[3] 설사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사고한다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차익거래[4]기회가 제한적일 수도 있으며 통계적으로 일부 사례를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과소, 혹은 과민반응한다.[5][6] 이 외에도 1월 효과[7], 특정 투자 전략을 기초로 한 실증분석[8]들과 같은 경우는 약형, 혹은 준강형 EMH에 대한 비판이 된다.[9] 거기에 더해 워렌 버핏과도 같은 인물들도 있고.[10]

EMH 자체에 대해서 오늘날에는 실증적으로 그렇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않으나, 이에 대해 서머즈는 EMH에 대한 검정력이 약하다는 해석을 통계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설명했다. 즉, 귀무가설을 검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귀무가설(여기서는 효율시장가설)을 기각하기 위해서는 평균값에서 일정 이상 문제되는 수치가 벗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기각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말이다.[11]

이에 더해서 2008년 위기와도 같은 거대한 위기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하여 EMH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말로 심각한 비판은 EMH가 위기에 대한 인식을 헤이하게 하여 위기를 조장했다는 말인데 이는 논리적, 경험적으로 터무니없는 비판이다.[12]

행태 재무를 연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브 탈러는 2009년 논문에서 EMH와 관해 이런 평가를 했다.
EMH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 가격은 정확하다. 2. 공짜 점심은 없다.(미래의 주가는 임의보행하므로 미래 주가 변화를 예상하고 투자한다면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위험을 감안하고 나면 시장에서 이득을 남기기 어렵다.) 이에 따르면 2008년 위기로 인해 1은 기각되었지만 2는 오히려 강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탈러에 따르면 2008년 위기의 일부만에 행태주의 금융이론과 관련이 있고 나머지는 리스크 분석과 같은 기존이론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2016년 이래 학계에서는 효율시장가설과 비효율시장가설을 일종의 상호보완관계로 간주하고 있다. 즉, 일반적인 경우는 EMH가 설명력이 있는데 보다 특수한 경우는 각종 비효율시장가설이 설명력이 있다는 것으로 본다. 이에는 비효율 시장 가설이 각종 실증에도 불구하고 EMH를 완전히 밀어낼 정도로 자리잡지 못한 것도 있다.
  1. 채권, 외환 등
  2. 누군가 꾸준히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낸다면 충분히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사람이 시장 전체를 소유할 수 있다. 또 반대로 누군가 꾸준히 시장보다 낮은 수익률을 낸다면 충분히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사람은 시장에서 극히 작은 부분만을 소유하게 된다. 1보다 큰 수를 무한히 제곱하면 무한으로 수렴하고, 1보다 작고 0보다 큰 수를 무한히 제곱하면 0으로 수렴하며, 1을 무한히 제곱하면 1인 것을 생각해보자.
  3. 이의 근거는 행태경제학에 기초한다.
  4. 효율적 시장 가설이 그 말대로 타당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정보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 즉, 주식을 사고 팔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때로는 대세에 맞서길 꺼려해 주식을 사거나 파는데 머뭇거릴 수도 있고, 실제로 살 주식이 없을 수도 있다.
  5. 과소반응의 원인은 투자자의 보수주의, 과민반응의 원인은 군집 효과, 편승 효과 등이 거론된다.
  6. 3년 단위를 기준으로 실증분석을 한 자료에 따르면 1년까지는 과소반응, 1~3년까지는 과민반응이 나타난다.
  7. 1월에는 무조건 주식으로 초과수익이 나온다는 효과, 단 요즘에는 이런 효과는 약해졌다.
  8. 일부러 전기에 긍정적인 성과를 낸 주식과, 부정적인 성과를 낸 주식만을 골라 각각 2개의 포트폴리오를 내봤는데 1년까지는 수익률 격차가 증가했고 1년부터 3년까지는 그 격차가 줄었다. 다만 그래도 상당한 차이는 냈다.
  9. 1월에는 무조건 주식으로 초과수익을 낼 수 있다는 업계의 이야기나 전기의 주식의 성과는 과거 정보 혹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정보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가진 것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최소한 EMH 중 약형, 준강형 EMH 자체에 대한 반례가 된다.
  10. 물론 버핏같은 괴물들은 통계적으로 가외치라고 볼 수도 있다. 자세한 것은 따로 분석이 필요하지만.
  11. 다시말해 통계학의 2종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12. 경험적으로 EMH가 있건 말건 이미 세상에는 금융위기가 수차례 있었으며 앨런 그린스펀도 비이성적 탐욕의 가능성을 인정했다.(즉, 위기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했다는 말이다.) 논리적으로 EMH에 따르면 현재 주가는 시장의 정보를 전부 다 완벽하게 반영한 결과물인데 투자자들이 현재의 주가가 정확하다고 판단하면서 거품을 예상한다는 것(즉, 주가>내재가치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은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