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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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l-hitting.

야구의 타격방식의 하나. 히팅포인트가 타자보다 앞의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스윙이다. 즉, 배트를 완전히 돌리는 풀스윙. 따라서 타구에 힘을 싣기 쉽고, 장타가 나오기 쉽다. 홈런의 80% 이상은 당겨치기로 이루어진다. 홈 플레이트를 기준으로 타자가 서있는 방향, 즉 우타자의 경우 좌익수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가면 당겨치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만큼 공의 궤적을 정확히 예측하고 때려야 하며, 볼을 끝까지 볼 수 없기 때문에 변화구등에 걸리면 뻔한 병살성 땅볼이나 내야뜬공이 되기 쉽다. 특히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유인구는 맞출 방법이 없으므로 그걸 억지로 치려했다간 헛스윙만 붕붕 돌리는 선풍기가 되기 마련이다. 내야뜬공으로 유명한 선수는 KIA의 나지완이 있고, 공갈포로 유명한 선수는 롯데와 한화에서 뛰었던 카림 가르시아선수가 있다.

그럼에도 극단적으로 당겨치기를 일관하는 파워히터들, 혹은 파워히터는 아니더라도 당겨치기를 선호하는 타자들이 (특히 메이저리그에) 더 많은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야구에서 밀어치기라는 타격 기술 자체의 한계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무작정 '웨이트 트레이닝하고 발 느린 선수들이 많아서' 라기에는 거구도 아니고 발도 느리지 않은 선수들도 당겨치기를 선호하는 성향이 높은 게 메이저리그다.

완전히 스윙을 하지 않고 절반 이하의 스윙으로 내야수비를 뚫을 수 있는 강한 땅볼을 쳐내거나 외야까지 빠르게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나 장타를 쳐내는 것은 매번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나 시속 150 킬로미터 이상의 공을 뿌려대는 괴수들이 산적한 메이저리그에서는 더더욱. 이런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밀어치기나 스프레이 히팅을 해낼 수 있는 재능이 없는 선수들은 결국 장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든, 내야 수비를 뚫기 위해서든 타구에 힘을 싣기 위해 당겨치기를 선호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뱃스피드와 타구질을 극대화해서 강한 라인드라이브타구로 내야수비를 뚫어버리고[1], 밀어치기로 애매한 타구가 나올바엔 볼넷골라서 1루로 걸어나가는 것을 공격수단으로 삼으며 삼진은 땅볼쳐서 병살당할 바엔 혼자 죽는게 낫다라는 마인드로 삼진을 택한다. 특히 밀어치기에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2] 좌타자들에게 이런 성향이 많으며,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수비 시프트가 바로 2익수수비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좀 알려진 좌타 파워히터들을 상대하는 팀은 이제 대부분 2익수 수비가 일상화되었을 정도. 반대로 우타자라면 1루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좌측으로 내야수들이 이동하는 수비 시프트를 쓴다.

그래서 극단적인 당겨치기로 일관하는 선수들이 나이가 들어 뱃스피드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타율이 급락하며(특히 좌타자는 대 좌투수 타율이 갑자기 떨어진다.) 선구안이 동반하여 무너질경우 선풍기공갈포로 추락하는데, 이처럼 선구안과 밀어치기 기술 없이 게스히팅[3]으로만 타격하게 되면 한계가 있기 때문.

안쪽 볼에는 강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제구된 안쪽은 아니고 보통 한복판에 몰리거나 밋밋한 실투성 변화구가 대부분. 제대로 제구된 안쪽 직구는 배트의 회전반경도 짧고 배트스피드가 어지간히 빠르지 않으면 배트가 밀리기 마련이라 당겨치기 전문의 슬러거라 할 지라도 제대로 히팅포인트를 잡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밀어치기는 스윙방식상 대응하기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현대 야구의 투수 최고의 무기가 제구가 잘 된 몸쪽 강속구라고 하는 건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1. 이런 선수들이 BABIP가 평균보다 높은 것을 과거에는 뱃 컨트롤이 좋아서라고 평가했지만 현재는 타구의 질로 판단한다. 추신수라이언 하워드같은 타입이 이런 타격의 극한이라 할 수 있다.
  2. 좌타자가 밀어쳐봤자 좌익수 쪽인데, 같은 장타라도 우익수 쪽으로 치는게 추가진루 등에서 더 유리하다.
  3. 구질과 궤적을 미리 예측하고 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