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평화

三國志平話 平和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삼국지평화 판본 '전상삼국지평화(全相三國志平話)'의 본문.

1 개요

삼국지연의가 쓰이기 바로 전에 쓰여진 삼국지로 당시 만담가였던 강사들의 화본이다. '평화'는 우리말로 하면 '구어체'정도 의미인데, 딱딱한 문어체가 아니라 이야기하듯 쓴 역사 소설을 가리키는 말이다. 평화가 유행한 시대는 원대초기로 잡극에서 소설로 넘어가는 시대였기 때문에 <삼국지평화>는 역사서 정사 삼국지와 함께 삼국시대의 인물들에 대한 사료로서의 가치가 상당히 크다. 이를 통해 진수의 정사 삼국지에 사마광의 자치통감까지 뒤지면서 소설체를 완성시킨 삼국지연의의 작가 나관중이 상당한 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는 2000년 출간된 정원기 교수의 번역본이 유일하지만 현재는 절판되었다.

2 내용

후한 말 성씨는 사마씨, 이름은 모(某—아무개), 자는 중상이라는 천재가 익주에 살고 있었다. 사마모는 매우 영리하고 재능이 뛰어났으나, 가난한 탓에 50살이 되도록 초야에 묻혀 살았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염라대왕이 된다면 더러운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불평하는 원사를 써서 태웠는데 옥황상제가 그의 뜻을 알고 하룻밤 동안 임시 염라대왕을 시켰다. 옥황상제는 지옥에 35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한 송사들이 있는데 사마모가 이것을 공정하게 판결하면 내생에 복을 받고 그러지 못하면 방자하게 입을 놀린 대가로 영원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사마모는 자신 있게 송사를 건을 판결해 보겠다고 했고 이에 판관이 네 가지 송사를 내놓았다. 모두 전한 초기의 사건으로 350년 이상 끌어 온 것이었다.

첫번째, 한신, 팽월, 영포의 송사로 한고조 유방과 그의 부인 여후가 자신들을 억울하게 죽였다고 고소했다.

두 번째, 정공의 송사로 그는 유방을 살려 준 일이 있는데 유방은 은혜를 갚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죽였다고 고소했다.

세 번째, 유방의 첩이었던 척씨의 송사로 유방이 죽고 여후가 권력을 탈취하고 자신의 아들 혜제 유영을 즉위시켰다고 했다. 원래 유방은 척씨의 소생 조왕 유여의를 매우 총애해 제위를 물려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여후가 자기 아들을 즉위시키고 척씨와 유여의를 처참하게 죽였다고 고소했다.

네 번째, 초나라 패왕 항우의 송사로 항우는 자결하기 직전 그를 몰아세웠던 여섯 장수(여마동, 왕예, 양희, 하광, 여승, 양무)를 고소했다.

사마모는 문서를 읽고 원고와 피고를 모두 부르고 관련 있는 사람들도 모두 불러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판결을 내렸다.

'한신은 한나라에 충성을 다했지만 억울하게 죽었으니 내생에 한나라의 승상이 되고 후일 위왕의 지위에 봉해져 한나라 강산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면 마음껏 전생의 원수를 갚을 수 있고 생전에 황제로 칭하지 않으니 배반할 마음이 없었음을 밝히고 너의 아들이 너를 황제로 추존해 한나라를 위해 세운 공을 보상받을 것이다.'

'유방은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로 태어나거라. 네가 전생에 공신을 저버렸으니 내생에는 그 신하에게 눌려 불안하게 살다 죽을 것이다. 여치(여후)는 다시 유방의 황후가 되어라. 한신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그에 의해 죽을 것이니 그를 죽인 원한을 갚는 것이다.'

'소하는 한신 수하의 신하가 되도록 하거라. 매우 총명하기로 이름이 나고 한신에게서 높은 봉록을 받으니 이는 한신을 세 번 추천한 은혜를 갚는 것이다. 하지만 한신에게 죽음을 당할지어니 이것은 군사 기밀을 밝히고 한신에게 죽음을 내린 업보이니라. 너는 그를 속여 장락궁으로 불러들여 죽이지 않았는가.'

'영포는 강동을 차지하고 한신, 팽월과 함께 천하를 삼분하도록 해라.'

'팽월은 정직한 사람이었으니 촉 땅을 차지하고 황제가 되어 한신, 영포와 함께 천하를 삼분하도록 해라.'

그러자 팽월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천하가 삼분될 때는 크게 혼란할 시기입니다. 어찌 조그마한 촉 땅만을 가지고 한신과 영포를 상대하겠습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너를 도와 줄 사람을 보내 주겠다. 한신에게 유방, 항우와 함께 천하를 삼분하라 했던 괴철이 너의 책사가 되어 개국 공신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한신의 수명을 잘못 예언했던 점쟁이 허복이 너에게 서천 땅을 안겨 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화살을 맞고 낙봉파에서 죽을 것이니 이는 점을 잘못 친 업보일 지어다. 또 번쾌와 항우가 너를 도울 장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번쾌의 처 여수는 언니 여치를 도와 한신을 죽게 했으니 아내의 죄에 남편이 연좌되고 항우는 진왕 자영을 죽이고 함양성을 불태웠으니 둘 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그러나 번쾌는 충성스럽고 용맹하며 아첨하지 않았다. 또 항우는 태공(유방의 아버지)를 죽이지 않고 여치를 더럽히지 않았으며 술상에서 유방을 비겁하게 죽이지 않았다. 그러니 너희 둘은 내생에 의롭고 용맹하며 강직하게 살고 사후에 신들로 추앙받을 것이다.'

'기신은 유방에게 충성을 다하고 마지막에는 그로 분장하고 싸우다 적군에게 죽었다. 너는 장판에서 주인의 아들을 구하고 백만 대군 속에서 무용을 떨치는 명장이 될 것이다.'

'척씨는 팽월의 정실 부인이 되어라. 여치는 팽월의 용모에 반했으나 그 음탕한 마음을 성사하지 못했고, 유방이 척씨를 사랑함을 시기했으니 아예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여치가 시기하지 못하게 하겠다.'

'유여의는 다시 척씨의 아들로 태어나거라. 기신이 구해낼 아이가 바로 너다. 너는 태자로 2년, 황제로 40년, 총 42년의 부귀를 누리며 평안하게 살 것이다. 여치의 시기에 의해 비참하게 죽은 것을 보상하는 바이다.'

'정공은 영포의 부하가 되어라. 비록 유방을 살려주긴 했지만 결국 주인을 배신한 게 아니냐? 전생에 항우를 끝까지 섬기지 않았으니 내생에도 영포를 끝까지 섬기지 못할 것이다.'

'홍문의 연회에서 유방을 구한 항백(항우의 숙부)은 혈육을 배반하고 남의 편을 들었고 옹치는 원수 유방이 주는 작위를 받았으니 둘 다 항우의 원수이다. 내생에 항우가 잠시 한신에게 의탁할 일이 있을 것인데 그 때 두 사람 다 그의 칼에 목이 잘리리라.'

'항우를 몰아세운 너희 여섯 장수 역시 그에게 죽음을 당할 것이다. 항우가 한신에게 머물러 있다 다시 팽월에게로 돌아갈 때 항우가 너희 여섯이 지키는 다섯 관을 지나며 너희를 모두 죽일 것이다.'

사마모는 한나라와 초나라가 천하를 다툴 때 은혜나 원수를 채 갚지 못한 자, 억울하게 죽었거나 재능을 다 펴 보지 못한 자들도 모두 삼국시대에 다시 태어나게 해서 뜻을 펴게 했다. 그리고 야박하고 남을 해친 자, 악독한 음모를 꾸민 자, 은혜를 갚지 않은 자들은 말로 태어나 장수들을 태우게 하며 고생스러운 일생을 살게 했다.

사마모가 하룻밤 만에 판결을 끝내니 염라대왕은 탄복했다.

'그대 역시 한신의 부하가 되어라. 그러나 그대는 훗날 승상의 지위로 올라가 후일 삼국을 통일할 자의 조상이 될 것이다. 한신이 비록 원수를 갚지만 황제를 깔보고 황후를 시해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따라서 그대의 후손이 한신이 한 행동을 그대로 되풀이할 것이다. 후세 사람들이 전생의 사연은 모르고 후세의 행동만을 배울까 염려되어 하는 일이니 후세 사람들에게 선행을 권해야 한다. 그러니 한신은 원망하지 말거라. 그대는 또 바라는 것이 있는가.'

'저의 처 왕씨는 평생을 저와 함께 하며 부귀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후세에 부귀를 누린다면 그녀 역시 다시 저의 아내가 되어 부귀를 함께하기를 원합니다.' 뭐야 좋은 사람이었잖아

'좋다.'

염라대왕은 이를 흔쾌히 허락했고 사마모는 이승에 돌아와 왕씨에게 사연을 알려줬다. 그렇게 사마모는 얼마 뒤 죽었고 왕씨도 따라 죽었다. 결국 사마모와 왕씨를 포함해서 사마모가 판결한 장수들도 모두 각자 분담된 역할로 환생했다.

사마모	사마익(사마의)야민정음?
왕씨	장춘화
한신	조조
소하	양수
팽월	유비
항우	관우
번쾌	장비
기신	조운
괴철	제갈량
허복	방통
척씨	감부인
유여의	유선
영포	손권
정공	주유
고조 유방	헌제 유협
여후	복황후
항백, 옹치	안량, 문추
여마동, 왕예, 양희, 하광, 여승, 양무	공수, 한복, 변희, 왕식, 진기, 채양
하후영	동탁

이러한 프롤로그를 가지고 있는데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복수극의 구조도 가지고 있어 작중 모든 주역은 자신의 원한을 갚는다. 그러나 역사적인 고증도 많이 어긋나고 분량도 작다. 현재 필사된 것은 이야기꾼들의 기본 대본이라 하며 실제로는 이걸 바탕으로 엄청나게 늘려서 얘기를 했을것이라고 한다. 또한 과장이나 잔혹성도 더 심해서 독우를 때리는 이야기도 연의와는 달리 장비가 지방의 태수의 일가족을 몰살하고 독우를 죽인뒤 시체를 토막낸다. 흠좀무.

보면 알수있듯이 한고제 유방을 비열한 인물로 보는 시각이 이미 이때부터 있었다는 것을 알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사마의가 진주인공이 되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민담의 영향으로 선악대비가 지나쳐서 조조는 연의보다 몇배는 더 잔혹하고 찌질하게 묘사되며, 번쾌의 환생이라는 장비의 경우 주인공이라고 봐도 좋을정도로 띄워주는데 여포가 장비랑 싸우다 겁에 질려 도망가니 말 다 했다. 본격 장비 헌사 소설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장비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민중들을 위해 장비의 활약이 많이 과장되어 있다. 여포에게 포위되자 조조에게 도움을 청하기위해 왕복해서 총 6번이나 여포의 포위망을 뚫질 않나, 장판파에서 고함소리로 장판교를 끊어버리질 않나, 손부인이 아두를 데리고 오나라로 가려할때 장비가 고함을 지르자 손부인이 수치심에 자살을 하질 않나(…) 한마디로 장비가 나서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 망탕산에 들어가있을때는 황제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연호가 쾌활(…)이었다. 유비와 재회하자 황제 자리를 유비에게 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장비에 대해 일본 학자 이나미 리츠코는 이 작품이 민중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보니 폭발적인 활력을 가진 장비의 매력에 중점을 두어서 파천황적인 재미가 있다고 얘기했다.

장비 못지않게 과장된 인물로는 신선으로 등장하는 제갈량과 방통이 있는다. 제갈량은 오나라에 사자로 갔으면서 항복을 권고하러 온 조조의 사자를 목베며(…) 방통은 장비에게 목이 달아났다가 살아나서(...) 이에 원한을 품고 형주 4군을 선동시켜 반란을 일으켰다가 제갈량의 설득으로 그만둔다. 삼국지연의에 비하면 관우의 활약은 많이 축소되고 간결하게 표현되었는데 화용도의 경우 갑자기 안개가 끼어서 조조가 그냥 돌파해버린다(…). 오나라는 거의 엑스트라에 가까운 분량을 자랑(?)하며 그나마 연의에서는 "조연"이라 부를수 있었는데 여기선 조연급 엑스트라다 왕평이 성을 함락 못시켜 제갈량에게 참수당하는 굴욕을 당하는등 이걸 보고 나면 삼국지연의가 촉빠느니 하는 말은 못하게 된다(…). 또한 문신들이 푸대접을 받아서 조조의 경우 그나마 가후가 많이 나오는 편이고 군사에 가까운 역이 장료다(…).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별호가 지낭선생일 정도로 아예 책사 포지션이다.

또한 초선과 여포는 본래 부부였다가 황건적때문에 헤어진 것으로 나오는데, 평화에서 왕윤은 이를 알고서도 초선을 동탁 몰락의 도구로 이용한다.

어쨌든 결말은 사마익의 손자 사마염이 천하통일하는 것으로 끝난다...는 페이크고 얼마되지 않아서 유비의 친척으로 설정된 유연의 아들 유총이 결국 진나라를 멸하고 한나라를 부흥시키는 것으로 끝난다. 즉 이걸 보면 후삼국지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