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선


1 개요


사진은 미합중국 해군 소속 USNS Mercy. 컨테이너 선을 개조한 것으로, 대학병원과 맞먹을 정도이다.

말 그대로 떠다니는 병원. 안에 의료장비를 갖추고 의사간호사가 상주하면서 실려오는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건조된 선박이다.

군사적 의미의 병원선은 전투지역과 안전지역 사이로 배를 이동시켜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부상병들을 긴급히 치료한 후 후방으로 후송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대형 병원선들이 진수되어 운영됨에 따라 임시방편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전장의 후방에 위치하면서 오는 환자들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치료할 수 있게 시설을 갖추어두고 병원선 그 자체가 온전하게 병원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단 운영비가 장난아니게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상시로 굴리는 나라는 돈 많고 전쟁을 자주 수행하는 국가들 뿐이다. 이를테면 미국. 미국의 초대형 병원선은 자연재해, 재난이 벌어진 나라에 의료지원을 위해 파견되기도 한다.

전장에서 크게 모습이 드러나는 존재는 아니지만 현재 전쟁사에 있어 항상 있을만한 곳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6.25 전쟁 때에도 덴마크에서 파견한 병원선이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 평상시 병원선을 따로 운영을 하지 않던 국가들마저도 전쟁이 발발할 시 여객선이나 유람선을 징발해서 사용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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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영국 정부에 징발되어 병원선으로 활용된 HMHS Britannic. 유명한 배인 타이타닉의 자매선이다.

순백 도장에 적십자 마크를 커다랗게 배치하여 멀리서도 쉽게 구별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 산하의 병원선들도 녹십자를 그려넣고 있다. 또한 대형 병원선들은 일반적인 배와 다르게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구획이 따로 앞에 솟아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고의가 아닌 이상 오폭을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 단점

국제전쟁법으로 보호받는 대상이지만 확실히 병원선임을 식별할 수 있는 마크(적십자, 적신월, 적사자 등)들을 부착하고 있어야 하고, 전투가 벌어지는 해역에서 벗어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위치를 통보해야 하고, 탄약 등의 군수물자나 무장병력을 수송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지켜야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1]. 단 자위용 무장의 경우는 허가된다.

이와 같이 '눈에 띄는' 표식을 달아야 하는 것은 병원선 스스로의 보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병원선 하나가 아닌 전체 함대의 입장에서는 역으로 쥐약이 될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 2에서 암흑 기사 러쉬에 의료선을 붙이는 격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러일전쟁 당시 대한해협 해전에서 격멸된 러시아 제2태평양함대(발트함대)의 경우도 병원선 때문에 일본군에게 발견되었다. 발트 해에서 아프리카를 거쳐 지구 반바퀴(약 2만 8천8백km 항해)를 돌아오는 살인적인 여정으로 인해[2] 지칠대로 지친 발트 함대는 지노비 로제스트벤스키 사령관 이하 참모진의 결정으로 대한해협을 지나 신속하게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그쪽 함대와 합류하기로 하였다. 문제는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제독이 참모진의 결정을 뒤집고[3] 대한해협에 함대[4]를 배치(정확히는 대한제국진해에 입항해 대기.)했던 것. 발트 함대는 전투를 피하기로 결정한다. 마침 대한해협에 안개가 짙게 끼어 발견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5월 27일 새벽 2시 45분경 함대의 병원선 '오렐호'[5]가 밝게 켠 등불이 안개 속에서 일본군 정찰함인 '시나노마루(信濃丸)호'에 포착되고 만다. 만약 '오렐호'가 전쟁법규를 위반하고 불을 껐다면 러시아 함대는 무사히 대한해협을 통과하여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틀동안의 해전에서 발트함대는 대패한다. 5월 27~28일 이틀동안 벌어진 해전에서 러시아 최강 함대로 일컬어지던 발트함대는 거의 전멸하여 38척 가운데 주력전함 6척, 순양함 3척을 합해 19척(절반)이 격침되었고, 7척(주력전함 2척 포함)이 항복하였으며, 후방에 있던 순양함 3척이 도주하여 6월 초순에 당시 중립국이던 미국필리핀 마닐라 항에 들어갔으며, 기타 보조선박들이 중국의 상하이, 프랑스마다가스카르[6] 등지로 도주한다. 도착한 것은 꼴랑 순양함 1척과 어뢰정 2척 뿐이었다.[7] 러시아군 손실은 장교, 사병 약 4800명 전사, 포로 약 6000명이며, 일본군 손실은 단 117명과 어뢰정 3척. 이 전투로 인해 러일전쟁의 승기가 일본으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선에 대한 공격은 종종 일어났으며, 이는 어느 진영에서든 일어나는 일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사례를 보면 영국, 나치 독일, 미국, 일본 제국은 전부 서로 상대방의 병원선을 격침한 전과가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군이 저지른 전쟁범죄인 I-177이 호주군 병원선인 센타우르호를 격침한 사건이나[8] 소련의 병원선 아르메니아를 뇌격으로 격침시켜서 5,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나치 독일의 경우도 있다.[9] 일본군의 경우는 병원선으로 포로나 군수품을 수송하기도 했으며 격침되었을때 병력을 수송하고 있었기에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참고로 가장 많은 병원선을 격침시킨건 의외로 독일(9회)이고 제일 적은게 일본(1회)이며(...) 영국은 4회 미국은 2회를 격침시킨 전적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영국과 독일의 경우 대부분의 피해가 공습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라 작정하고 떄려잡고 다녔다고 보기에는 애매하고 미국의 경우에도 일본군이 먼저 국제법을 어기고 병원선을 사용했던지라 일본쪽에서는 딱히 할 말은 없다.

3 대한민국의 병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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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병원선은 대한민국 해군이 아직은 연안 방어쪽에 중심을 두다 보니 군용 병원선은 없고, 의료시설이 없는(보건소마저 없다는 것이다!) 섬주민들의 치료를 위해 각 시도에서 운영 중이다. 2012년 기준으로 5척(충남501, 경남511, 전남511, 전남512, 인천531)이 운영되고 있다. 규모로 보나 목적으로 보나 떠다니는 보건소인 셈.

한 해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10억원 정도라고 한다.(인건비 제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시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배에 따라 다르지만 총 승무원은 15명 정도로 항해사, 선장, 취사원 등 선원이 약 8명, 그리고 공중보건의가 4명, 간호사가 3명 정도 배치되어 있다. 진료과목은 내과, 치과, 한방과, 임상병리과, 방사선과 등이 있는데 순회지역이 오지인데다 환자분들 중 나이드신 분들이 많다보니 이 중 한방과를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치료는 말 그대로 보건소에서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간단한 치과진료까지는 가능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신경치료 같은 건 엄두도 못 낸다. 특히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에는 병원선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육지로 보내서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출항시기 역시 배에 따라 다르다. 어떤 배는 2박 3일 일정으로 근처의 섬들을 순회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종류는 한 번 출항하면 열흘 정도를 꼬박 배에서 지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목표한 곳으로 가서 진료를 하게 되고 나머지 시간에는 육지의 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배에 약품을 보급하거나 한다. 한 번 진료가 끝난 섬에는 한 달 뒤에나 다시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일인당 소비하는 약의 양이 많기 때문. 거기다가 환자의 대부분이 연세가 있는 분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병원선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는 1년을 임기로 교대하고 있으며 자원자들 중에서 선발하는데 초기에는 배멀미로 고생 꽤나 하는 듯. 병원선이라고 하면 흔히들 낭만적인 이미지를 가지기 십상이지만, 파도가 높은 날이면(기상특보가 걸려서 출항 자체가 불가능한 극한 상항이 아닌 바에야 파도가 높다고 진료를 나가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루종일 바이킹을 타는 기분이라고 한다.

멀미가 너무 심하면 진료를 해야 할 의사가 뻗어버려서 오히려 진료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주 죽을 것 같지만 않으면 진료를 계속하는 모양. 오오 공보의 오오.

이외에 결혼을 했을 때에는 휴대 전화조차 터지지 않는 오지로 가는일이 잦다보니 가족과의 연락이 되지 않는 등 결혼생활에도 지장이 좀 있는 듯.

그리고 직원들간의 유대감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배에 타고 다니다 보니까 다른 공무원들보다 더 많이 지낼 수 밖에 없다.

4 외국의 병원선

이외 해외의 유명한 병원선 자선단체로 Mercy Ship이 있다. 사랑의 병원선을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단체.

현재 미 해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Mercy 급 병원선들은 안에서 CT 촬영을 할 수도 있는 등 굉장히 시설이 잘 되어 있다. 배의 배수량만 해도 68,000톤 급[10]이라 보통 160톤 급인 대한민국의 병원선들과는 차원부터가 다르다. 이 정도의 배는 환자 발생시 후방으로 이송을 한다기 보다는 이 병원선 자체가 야전병원 역할을 맡고 있는 경우. 내부 시설이나 의료 인력도 대한민국의 대학병원급과 맞먹는 훌륭한 병원이다.

그외 러시아 해군 병원선인 B-320 Ob'급은 총 배수량이 12,000톤이며 총 3척이 존재하는데 1척씩 태평양함대, 흑해함대, 북해함대에 배치되어있다.
Irtysh라는 함명은 태평양함대에 소속된 B-320 Ob'급 병원선으로서 동급의 병원선인 Sivr은 흑해함대, Yenisey는 북해함대에 배치되어있다.

5 참고할 만한 자료

충남 501호, 병원선 사람들(5부작, 2010년 09월 20일 ~ 2010년 09월 24일)
인천 531호, 그 열흘간의 기록(2부작, 2011년 2월 2일 ~ 2월 3일)
  • KBS 2TV - 다큐멘터리 3일
치유도 위로리 501호 - 충남 병원선 72시간(1부작, 2014년 6월 22일)
  1. 이 때문에, 공격은 받지 않더라도 임검에는 응할 의무가 있으며, 이에 불응하고 도주하거나 저항하면 보호받을 수 없다. 임검을 받더라도 저항하지 않는 승조원이나 의무 인원, 입원 환자 등은 현역 군인이라도 포로로 잡히지 않는다.
  2. 마다가스카르 서쪽의 작은 섬 노지베에서는, 독일의 함부르크-아메리카 석탄선과 전속 계약을 맺고있던 발트함대의 연료 문제(독일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왔다.)로 인해 2개월이나 머무르기도 했다.
  3. 참모진들은 대부분 라페루즈 해협을 예상하고 있었다.
  4. 주력 전함 4척, 순양함 8척
  5. Russian_hospital_ship_Orel_1890_In_later_KusuhoMaru.JPG 같은 이름을 가진 전함과 구별하기 위해 '흰독수리'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또한 전대의 여성 간호사들이 모두 이 배에 타고 있었으며 이들의 총책임자인 간호 장교 나탈리아 시베르스는 로제스트벤스키의 3번째 여인이었다.
  6. 1척의 석탄 운반선이었는데, 함대 보급용으로 실어 둔 석탄을 써가며 거기까지 갔다.(...)
  7. 순양함 한 척이 더 무사히 탈출해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에 도착했으나, 좌초하여 입항하지 못 했다. 그래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이 순양함도 귀환 함정에 포함시키고 승조원들을 치하했다.
  8. 참고 [1][2].
  9. 다만 아르메니아의 상태가 병원선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상태였는지 애매하기는 하다. 적십자를 달고 있기는 했는데 자위용으로 방공무기를 무장하고 있었고 이전에 군수물자를 수송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10. 웬만한 항공모함보다도 큰 거다! 프랑스의 샤를 드 골급 항공모함이 41,000톤, 러시아의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이 53,000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