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진공수도/안면 타격

1 설명

극진공수도는 70년대 초창기까지 종합격투기의 성격과 비슷하였기 때문에 당시 수련자들 중에는 이빨이 몇개 없는 사람도 있었다고 할 정도로 격렬했다. 브라질 지부장이자 최영의 총재의 운전사이기도 했던 이소베 세이지[1] 사범이 말하기를 초창기 도장의 분위기를 설명하며 얼굴을 맞으면 왜 맞았냐!라며 방어나 회피를 하지 못한것을 오히려 문책받는 분위기 였다고 하였다. 엠파이트 이소베 세이지 인터뷰 전문

안전에 대한 배려가 적었던 초창기의 대회 영상을 보면 심지어 얼굴을 노리고 팔꿈치 공격까지 나온다. 그러다 보니 안전문제[2]로 시합에서는 안면펀치를 금지시키게 되는데 이는 이후 극진공수도의 실전성을 논할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점이 된다. 근데 이건 시합에서 쓰던 말던 도장에서 가르치거나 대련할 때는 호구를 써서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 수련을 하지 않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실전에서 쓸 기술을 가르친다면서 가장 중요한 안면타격이 금지된 시합을 상정하고 대련을 시켰다는 것이 에러.

2 안면 타격의 딜레마

안면 타격 금지룰은 극진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이견이 나와서, 아예 얼굴 전체를 플라스틱으로 덮는 형식의 보호구인 슈퍼세이프티를 만들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방탄 유리 수준으로 강하게 만들면 때리는 사람만 부상당하고, 되려 맞는 사람에게는 충격이 없으니 타격에 의미가 없게 되니 이런 점을 감안하면서 만든 보호구들은 경기중에 깨지는 일이 다반사라 극진에서는 결국 도장내 연습용으로만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도 극진선수들은 육체적 피지컬이나 다른 기술이 강한 만큼, 유사시 안면타격도 쉽게 하고 방어할수 있으리라 예상되어졌다.

실제로 최배달에게 직접 사사한 1, 2, 3대 제자들까지는 앞서 서술한 것처럼 얼굴을 대련에서 때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맞으면 맞은대로 질책을 받는 분위기였고 이 당시 제자들 또한 그야말로 길거리의 실제 싸움이라는 실전에 대해 고민하고 수련하던 일종의 무술 오타쿠들이었기 때문에 그들 나름대로 안면타격에 대한 여러가지 대처방법을 수련했다. 오늘날의 극진공수도만 보아서는 이 당시 수련자들의 분위기와 자세들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이 때의 수련자들은 오늘날의 수련자들과 임하는 자세부터가 다르며 추구하는 방향 자체도 달랐다.

그러나 규칙이 생기고 그 분야가 고도로 시합전문화가 되면 그 룰에 최적화된 수련방법이 나오는 법. 그 뒤의 수련생들은 안면을 치지 않는 상태의 수련을 기본 베이스로 삼아버렸고 점점 자세부터 시작해서 기술까지 초기의 극진공수도와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세대들이 중심이 된 90년대 이후 MMA와 입식격투기(ex:K-1)의 붐이 찾아오자 극진의 안면타격 문제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특히 역대 극진 최강의 챔피언이라던 프란시스코 필리오K-1에서 KO당한 것에 쇼크를 받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3] 여기에 대해서 격투기 전문가들이 '안면펀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다'라는 인식을 하게된다. 사실 그 이후로도 '나 공수도 좀 했다'라는 사람이 무에타이나 타 격투기 시합에 나갔다가 그야말로 개박살(특히 얼굴에 얻어맞고 KO) 나는건 레파토리가 되어버렸을 정도...역대 극진 최강 챔피언도 박살나는데, 다들 자기는 그런꼴 안날줄 알고... 결국 최배달과 초기 제자들이 이루어놓은 반석 위에서 그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얌전하게 수련한 후배들이 결국 망신을 당한 셈이다.

극진의 안면타격 문제는 단순히 안면을 친다 안 친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점이다. 왜냐하면 안면타격이 없을 경우 얼굴의 치명타를 피하고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이 사라지며(복싱으로 치면 위빙, 더킹), 가드의 경우도 바디를 보호하는 형태로 변화하며, 스텝이나 가드가 줄어들고 무작정 붙어서 바디를 치고 받는 형태로 시합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 수련때는 항상 안면타격을 염두에 두고 가드를 내리지 않도록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련 중 상단차기를 방어하기 위해 가드를 높이는것 뿐으로, 얼굴부위는 타격이 안 들어오니 확실한 안면 가드가 안된다.

대신 맨손공방에서 안면 방어는 고도의 방어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라리 안면을 포기하고 바디를 때리면 수련생들이 최소한 바디의 방어와 몸통공격에 대한 파워는 거의 마스터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실제로 극진공수도 수련자의 바디에 대한 방어와 맷집은 프로수준이 되었지만, 선수 둘이 달라붙어 서로 복부를 쳐대는 양상은 자칫 근성대결 내지는 차력쇼로 변질되기도 쉽다.

이 딜레마는 사실상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고 어느 정도의 접점을 찾아서 타협을 봐야하는 문제다.[4] 안면 타격 문제는 사실 극진측에서 적절한 반론을 하기 가장 힘든 분야. 때문에 극진에서 분파되어져 나온 유파들은 하나같이 이 부분에서 자기만의 시선을 갖고 있는데...

  • 그래도 보호구는 없다! 풀컨택트 룰이 제일 합리적이다. -> 극진회관을 비롯한 여러 실전 공수도 유파
  • 슈퍼세이프티나 안면보호구를 착용하고 주먹에 가벼운 보호구(핸드 가드)를 끼고 타격한다. -> 대도숙 공도 등
  • 아예 킥복싱처럼 글러브 공수를 한다. -> 극진관 진검승부 룰,[5] 정도회관을 비롯한 여러 글러브 공수 단체

이런 의견들이 있다. 다만 보호구를 착용하거나 글러브 공수를 한다 해도 흰띠를 맬 동안에는, 혹은 유단자가 되기 전까지는 극진 기본룰로 대련하는 경우가 많다. 극진 기본룰 자체가 신체단련에 적합하기 때문. 실제로 도복 입고 하는 종합격투기라 할 수 있는 대도숙 공도의 경우, 흰띠를 맬 동안에는 극진 기본룰로 대련한다.

세계 최대의 가라테 제국인 극진의 행보는 여전히 무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특히 극진공수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조수(組手:쿠미테) 룰의 변화는 앞으로도 지켜볼 만한 사항.

3 안면 타격의 부활?

극진관(IKO6)에서는 공식적으로 안면타격룰을 적용한 대회인 극진관 진검승부를 열기 시작했다. 당연히 맨주먹은 아니고, 독자적으로 만든 글러브를 사용한다.

안면타격룰이 허용된 2011년 극진관 시합 영상.

글러브를 씌워서 안면 타격과 방어기술을 발전시키려 한 것 까지는 좋은데 맨손으로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타격을 하는 모습[6]이 꽤 보인다.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 참고로 47초 쯤에 나와 상대방을 제압하는 선수는 우리나라 선수이며 영상에 나온 대회 우승자!

4 기타

최영의 총재 시절 제자들은 무도가 정신에 입각해서 이빨이 부러져도 되려 "왜 맞았냐!?"라고 혼나는걸 참고 운동하던 사람들이지만, 시대도 변했고 모든 수련생들이 다 저렇게 무도를 생업으로 삼을 기세로 운동하는게 아니다. 하물며 현재의 풀컨택트 룰 하의 수련 체계도 완성도가 매우 높아서, 그 과격함에 비해서는 상당히 안전하게 신체 능력과 격투 능력을 테스트 할수 있는 괜찮은 수련방식이다.

결국, 극진에서 강함을 시험하고 싶은 사람은 극진의 마인드와 수련방식으로 하고, 극진에 없는 손이나 팔꿈치로 안면타격까지 하고 싶다면 무에타이킥복싱을, 거기에 그래플링까지 연습하고 싶다면 컴뱃 삼보종합격투기 같은 다른 격투기를 하거나 병행하는 게 극진에서 수련하지 않는 부분을 보완하는 방법인 것은 자명하다.

이 수련자는 극진도복만 입었다 뿐이지 그라운드 실력이 삼보수련자를 쌈싸먹는 능력을 보여준다. 전문성 있는 도장 혹은 체육관에서 그라운드훈련을 받지 않는다면 이런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자기가 하고싶은걸 하는게 정답이라고 밖에 할수 없다.[7]

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아도 하여튼 극진의 유단자라면 피지컬 능력에서는 굉장히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수련 과정 자체가 힘들며 서로간에 맨몸으로 치고받고 하다보면 알아서 단련이 된다. 중국무술의 벽권(피켄)단련을 하는 사람들도 나무치고 돌치고 하는 단련보다 자신과 비슷한 상대와 서로 맨몸을 직접 부딪혀 가며 하는 단련이 부작용이 없는 훨씬 좋은 단련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매일 서로 직접 힘을 다해 타격을 해가며 부딪히는 극진 수련자의 몸이 단련이 안 될리가 없다. 극진에서 초단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4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극진의 수련체계는 보통 매일같이 기본기 -> 이동수련 -> 카타수련 -> 미트 트레이닝 -> 약속조수 -> 자유조수 순으로 빠짐없이 이어진다. 이렇게 3년 내내 나무치고 돌치는 식으로 단련한다고 생각을 한다면 그 단련의 정도가 짐작이 될 것이다. 하물며 사람 몸끼리 부딪치는 단련이 제일 좋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여러 말들이 있어도 극진공수도의 강함이라는 것 자체는 부정하기 힘들다.

  1. 磯部清次(いそべ せいじ) 1948년 3월 1일생.
  2. 맨손으로 맨 얼굴을 때리는게 허용되고 거기다가 붙잡기까지 허용할 경우, 부상율이 굉장하게 올라간다. 일례로, 극진에서 분파한 아시하라 가라데와 거기서 다시 분파한 원심회관 엔신 가라데는 붙잡기를 허용하는데, 시합 영상을 보면 공방이 오가는 중에 목을 붙잡거나 머리를 잡으려다가 할퀴거나, 긁거나, 눈근처를 공격하게 되는 경우가 거의 매 시합마다 있다. 이 두 단체는 손으로 안면공격을 허용하지 않는데도 이 정도다. 실제로 전일본대회 1회에서도 타유파 참가자가 관수공격으로 부상자를 만들었는데, 시합후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을 정도.
  3. 사실 필리오는 굉장히 잘싸웠다. 데뷔하자마자 앤디 훅이나 피터 아츠 같은 최고의 선수들하고 싸워서 이기고 있었으니... 게다가 필리오를 KO시킨 제롬 르밴너나 마이크 베르나르도도 언제 챔피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강자였다.
  4.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안면공격 허용시에 따라올 부상의 위험성에 기인한 만큼 부상자를 치료할 의술이 그만큼 발전하게 되면 될 일이다. 끊어진 시신경을 이어붙이고 탈구된 무릎을 수련과 격투가 가능할 정도로 치료하는 도쿄돔 지하격투장 수준의 의료진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할지도. 이상하게 안구와 불R등 유독 구슬 치료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다만 그거야말로 진짜 불가능에 가까운 문제라는 것이 함정.
  5. 기존의 극진룰과 병행
  6. 예를 들어 0.01초 부분 상대의 이마에 대고 주먹질. 1분 3초 부분 고개 숙인 상대의 머리에 있는 힘껏 주먹질 등. 맨손이었다면 만약에 이기더라도 앞으로의 격투 인생을 완전히 박살나서 송판 한장 못 부수게 된 불량품 주먹과 함께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야 어디 이겼다고 할 수 있을까?
  7. 극단적으로 다른 경우지만, 극진 7회 세계대회 준우승자인 카즈미 하지메 같은 경우는 현재 전통 가라테의 달인에게 수련을 받고있기도 하다. 이 경우는 단순히 안면타격에 불만인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가라데를 배워 본인의 가라데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