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

1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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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파이터 1-10, 방학기 저, 길찾기, 2002-2005

방학기 화백의 최배달 전기극화. 원래는 80년대 말 스포츠서울에 연재되었다가 2000년대 초중반에 만화책으로 재발간. 10권 완간이다. 2004년에는 3권 완결로 소설로도 나왔다.

최배달이 한국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중 하나로 이전 까지는 무술관련자들이나 알고 있던 최배달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일부는 이때 만화로 처음 최배달의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에 아예 최배달 이라는 인물 자체가 창작인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이 만화를 보고 극진공수도에 대한 뜻을 품은 사람들도 제법 된다.

그나마 고우영 화백의 최배달 극화인 대야망과는 달리[1] 최배달의 무술이 가라데라고 제대로 나오며 그래도 사실에 많이 가까이 다가가 있는 작품이기는 하다. 공수도 바보 일대만큼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지 온갖 영웅화로 사실과는 많이 다르며 최배달에 대한 우상화나 신격화질은 이 만화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봐야된다.

대표적으로 태극권 진노인 에피소드는 아예 에피소드 전체가 작가의 창작(...).[2]

또 사실과 다른 부분은 철사장을 한다든지 기공이나 발경을 수련하는 장면들인데, 최배달은 그런 수련 한 적도 없다(...).[3] 최배달은 정통 가라데의 수련과 유도, 대동류를 익힌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중국무술 계통은 한 적이 없으니 이 부분도 큰 오류.

대련한 상대방 또한 일본 밖에서는 대체적으로 친선교류 목적이 전부였으며 상대 선수들 또한 프로등록이라든가 기록조차 안되어 있던 초짜 아마추어 수준의 복서, 레슬러이거나, 반쪽짜리 프로레슬러들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진 적도 있었으며 미리 사전에 금지하기로 한 기술을 위기에 처하자 기습적으로 써서 관중들에게 몰매(...) 맞을 뻔한 일화도 있다.

그러나 본래 이런 류의 엔터테인먼트는 약간의 창작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오히려 아주 없는 작품이 드물다. 사실과 다른 부분을 하나 둘 꼬집어 전체가 잘못된 것 마냥 묘사하는 오류는 자제해야겠다.

2 소설

바람의 파이터 上,中,下, 방학기 저, 열림원, 2004
실록 최배달 바람의 파이터 (원제 風と拳 小說大山倍達) 上,下, 오시타 에이지 저, 박승철 역, 엔북, 2004

1번 항목에서 언급했던 방학기 저서의 소설 '바람의 파이터(上,中,下)' 외에도 오시타 에이지 저서의 '실록 최배달 바람의 파이터' 가 있다. 하권 뒷부분에는 극진회관 2대 관장인 문장규(일본명 마쓰이 쇼케이) 관장과의 인터뷰도 실려있다. 전기소설이라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나, 일본인의 관점에서 쓰여져서 그런지 누락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도 보인다.

3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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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제작한 최배달 전기 영화. 감독은 양윤호.

가뜩이나 책도 엉터리인데 여기다 이상한걸 더 보태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영화.

실제 인물의 생애를 제대로 묘사한 장면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 심지어 1번의 만화책과도 제목을 차용하고 일부 에피소드에서 따온 부분이 보이는 것을 빼면 내용 대부분을 새로 만들었다. 심지어 실제로 최배달을 봤거나 같이 운동을 했던 사람들 마저도 3류 컬트 영화취급하는 반응을 볼 수 있다(...).

사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제작비화가 엄청나게 많은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처음 기획될 당시에는 상당한 기대를 모아서, 일본에 살아있던 최배달의 살아생전 지인이나 제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출연 의사를 밝히고 지원도 약속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영화사에서 고른 배우는 였다. 그러나 계약상의 문제가 발생하여 흐지부지 되며 영화 촬영이 거의 2년 가까이 공중에 뜨다가, 결국 주연이 양동근으로 교체 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예산과 인력도 계속 교체되고 제작이 난황에 부딪힌 것은 뻔한 이야기.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은 상당히 출중한 편. 최배달 역을 맡은 양동근이 과격한 액션씬을 잘 소화해 다방면의 연기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일본어 연기도 수준급. 정태우는 최배달의 친구인 춘배 역을 맡았는데,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최배달의 절친한 친구 역할을 잘 연기했지만 깨끗한 미남형의 얼굴인지라 일제시대 동네 깡패의 역할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간신히 제작된 영화는 편집도 연출도 이전에 알려진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되어 버렸다. 최배달의 가장 큰 인생 전환포인트이자 빡세게 찍은 산중 수련 장면이 영화속에서 10초 정도 만에 지나간다든가(...) 스턴트 팀이 공수도를 하게 하려고 공수도 수련을 열심히 시켰더니 영화에 나온건 대부분 무언지 알 수도 없는 스턴트 액션이거나 와이어 액션으로 대체 되었다든가, 자원 출연한 극진회 수련생들은 통편집 되어 아예 등장도 안 하거나(...). 결정적으로, 실제 인물이 일본에서 유명하고 그 제자들이 많은 관계로 영화가 개봉할 경우 해외 관객 대다수가 일본인들이 될 터인데 영화내내 히로인 한 명을 제외하면 일본은 죄다 악당에 일본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찌질이 짓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악역 이기에 어쩔 수 없는 극적 연출이고, 나름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일본인 조연 또한 많았다. 도리어 일본이라 무조건 안좋게 연출하진 않았나 하는 선글라스는 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밖에 최배달이 일본군 칼 앞에서 덜덜 떨다가 오줌 싼 겁쟁이나 바보로 묘사가 되거나, 택견이 극진공수도의 원류라든가... [4]

전체적인 평은 별로였다는 의견도 있으나 평점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전국 234만 관객이라는 흥행으로 그럭저럭 성공했다. 사실 실제와 비교하지 않고 본다면 모양새는 꽤 괜찮은 편이다. 굴욕을 당하던 주인공이 힘을 길러서 복수를 한다는 다분히 클리셰적일 수도 있지만 재미난 스토리와 쉬어 갈 수 있게 위트를 쳐주는 조연. 약간의 드라마성까지 겸비했기 때문.

여담으로 작품의 완성도나 작품성 등과는 무관하게 일본어 부분의 한글 자막에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영화 내에서 최배달이 일본이름인 오오야마 마쓰다츠로 개명한 후에 일본의 매스컴을 비롯하여 최배달을 일본인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오오야마'라고 부르고, 히로인을 비롯하여 조선인으로써의 정체성을 인정해주는 사람은 '배달'이라고 부르는데, 자막에는 둘 다 구분없이 '최배달'이라고 번역해버려서 그 차이를 살리지 못했다.

2015년, 속편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감독과 주연은 상술한 두 사람 그대로다. 양동근, 바람의 파이터2 캐스팅
  1. 대야망의 경우 좀 심하게 가라데 바보 일대를 배낀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면서 정작 최배달 본인은 단무지를 왜 짠지라고 부르면서 안 먹는(...) 정도로 민족주의의 인물. 그런데 일본 작품을 참고한 것 과 캐릭터 해석이 어찌 될지는 관계 없는 일이다. 참고한 부분이 일본 작품만 있진 않을 것 아닌가. 애당초 짠지 정도로 민족주의라 해석하는 것 부터가 오버...
  2. 다만 최배달의 아들들이 태극권 노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는 하는데 실제 내용은 강하다고 소문을 듣고 최배달이 찾아갔더니 거의 80먹은 노인이라 초식 약간 배우고 헤어졌다는 정도. 진노인의 무학에 감탄하긴 했으나 실제로 겨루진 않았다고.
  3. 다만 정권을 단단하게 한다고 망치로 단련한것은 사실(!)이나 그런식으로 젊었을 때 너무 단련을 격하게 한 나머지 노년에는 상대적으로 후유증에 시달려야했다.
  4. 여기서 언급하는 택견이 우리가 아는 송덕기의 택견이 아니라 광범위한 의미인 무술 전반을 일컫는 뜻으로 말하는 거라면 뭐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그냥 무술을 익힌 적이 있다는 뜻이니까. 단 여기까지 알고 영화를 제작했을 것 같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