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

태극권(太極拳)은 중국권법의 하나이다.

1 설명

권법태극론에 기반을 둔 독특한 이론 체계를 가지고 있다. 화경(化勁)과 발경(發勁)을 중시(붕, 리, 제, 안, 채, 열, 고, 주의 전투 기법이 있고 이중 붕경[1]을 특히 중요시한다.)하며, 무수한 중국권법 가운데 팔괘장, 형의권과 함께 내가삼권(內家三拳)으로 구분한다. 세계적으로 많은 수련 인구와 지명도를 가진 권법이다. 서양인은 팔극권은 몰라도 Tai Chi나 Wing Chun이라 하면 알아듣는다. 각각 태극권과 영춘권의 영문표기.

2 기원

무협소설이나 영화에선 무당산의 도인 장삼봉(장삼풍)이 창안했다고 나온다.
하지만 이는 한낱 일뿐 사실과 무관하다.

2.1 장삼봉 기원설

태극권의 장삼봉 기원설은 무술계에서 흔히 보이는 '족보 왜곡을 통한 거짓 권위'에 불과할 뿐 실상은 이렇다.[2]

명말 청초(!)의 학자 황종희(黃宗羲)가 장삼풍에 관한 기록을 남겼고 여기에 처음으로 내가권(內家拳)이란 단어가 나온다. 하지만 황종희가 말한 내가권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즉 수박과 마찬가지.

태극권이 내가삼권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은 1915년 손록당이 저서 형의권학(形意拳學)을 통해 역경의 이치와 내단양생법을 무술과 결합시킨 데서 유래했다. 즉 오늘날 중국무술계에서 말하는 내가권은 20세기 초엽에 퍼지기 시작한 신개념이었다.

2.2 진가구

현재 무술계에선 하남성 진가구의 진씨 일족에게 전하는 가전무술이 원형이란 것을 정설로 받아들인다. 창시자는 이설이 있긴 한데 보통 초의 무인 진왕정(陳王廷)으로 여긴다. 이후 문외불출의 비전권법으로 전하다가, 청말 양로선(楊露禪)이 배워 북경에 전파한 이래 일약 전국구 권법으로 떠오른다.[3]

이는 무술사 고증가이자 권법가인 당호(唐豪:1897~1959)의 조사 연구에 따른 것이다. 다만, 진식태극권과 양식태극권은 권술의 핵심원리가 다르다. 진식태극권은 전사경을 근본원리로, 양식태극권은 추사경(양식태극권은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아서 의견이 분분하다.)을 근본원리로 삼는다. 진식태극권과 양식태극권은 투로의 순서상에서 많은 일치점을 보이는 반면, 진식태극권과 양식태극권 이후의 태극권(양식,무식,손식 등)은 형태가 상당히 다르다. 따라서 양식태극권 이후의 태극권은 진식태극권의 형태를 빌되 진식태극권과는 다른 원리로 구성된 것으로 보이며, 양식태극권 측에서는 이 원리의 기원을 도가로 보고 있다. 그런 의미로 장삼봉 기원설이 나온 것이며, '진식태극권과는 다른 원리로 구성된 권법이다'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3 건강 체조?

독특한 기술과 이론체계, 경(勁)에 대한 심화된 분석 덕분에 고급 권법으로 대접받지만 무술이 아닌 건강(미용)체조나 정신수련 수단으로도 인기가 높다. 분파가 여럿 있지만 가장 인기가 좋은 태극권은 양식(楊式)태극권이다.

아마 한번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중국 노인들이 삼삼오오 공원에 모여 춤인듯 체조인듯, 느릿느릿 움직이는 광경을 봤을 텐데 이게 바로 태극권이다. 다만 이쪽은 기존의 태극권은 아니고, 간화(簡化)태극권이라고 글자 그대로 태극권을 간소화한 것이다. 중국정부가 만들어 보급했다. 간화태극권은 초식이 24개 뿐이라 초보자도 익히기 쉽다. 좋게 말하면 입문용이고 나쁘게 말하면 국민체조(...)같다.

  • 여기서 말하는 간화 태극권은 양식 24식 간화 태극권이다. 다른 문파의 간화 태극권도 많다. 웰빙붐에 맞추어 '간화'투로 만들기 열풍이 분 탓이다. 자세한 내용은 간화 태극권항목 참조.

그렇다고 모든 태극권이 느릿느릿한 체조인가 하면 그렇진 않다. '추수'는 태극권 중 격투기 분야에 해당하는, 말 그대로 권법이다. 대만에선 매년 태극권 세계대회가 열리는데 그중 가장 인기있는 시합이 태극권 추수라고 한다. 이 대회는 중국계들만의 잔치가 아닌 '정말' 세계대회라서, 역대 우승자들 중에는 미국인인 조시 웨이츠킨도 있다. [4]

  • 여기서 말하는 추수는 경기 추수로 태극권 수련과정에 있는 추수와는 다르다. 일부에서는 경기 추수는 '그저 씨름일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 전통적인 태극권에서는 투로를 통해 방(方)을 학습하고 추수를 통해 원(圓)을 학습한다고 한다. 즉, 투로를 통해 힘쓰는 방식을 배우고, 추수를 통해 변화를 배운다고 한다. 전통적인 추수는 간단히 말해 상대방을 때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때리지 않고 공중에 띄우거나 집어 던지는 방식으로 수련하는 것인데 경기 추수란 것은 무조건 넘어뜨릴 생각을 하니..... 실전에서는 넘어뜨리려고만 하다 엄청 두드려 맞는다. 그래서 전통 태극권사들은 경기 추수를 '소싸움'이라면서 깐다. 하지만 본래는 태극권도 특히 양가의 추수도 매우 격렬했었다는 증언이 있다.(증언의 출처를 기재바람) 대중에게 전파되면서 실전되었다고.(문헌이나 증언의 출처를 기재바람) 아마 이 설이 맞을 것이다. 태극권은 한 때 실전으로 이름 높던 무술이기 때문이다.
  • 태극권이 느릿하다는 것은 양식이 크게 유행한 탓이다. 그러나 양식도 발경기법을 익히기 위한 투로가 따로 있다. 진식의 노가 2로, 신가 2로는 발경이 주를 이루고 있어 무척 격렬하다.

간화 태극권의 보급 이후, 각자 분파의 간화 투로를 제창하기 시작하였고 더불어 중국 정부의 우슈 스포츠화, 국민 체육화 방침에 따라 경기 투로가 정립되어 지금 형태에 이르렀다. 현재 양가와 진가 태극권을 비롯하여 수많은 태극권 분파들이 있으며 한 분파에서도 여러가지 변형 투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에 만들어진 태극권 중 가장 대표적인 투로로는 북경 체육 대학 교수인 문혜풍 노사가 정립한 동악 태극권으로 간화 태극권의 초식에 양식, 진식의 핵심적인 동작만을 추려 배우기 쉽게 만든것이 특징이다.

4 기타

여담으로 이연걸의 태극권을 떠올리는 이도 있을 텐데... 이연걸이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동작이 완전 야매라고(...) 태극권사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사실 이연걸의 주 무술은 번자권이지만 재능이 출중했기 때문에 태극권, 형의권, 팔괘장 등도 배울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성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더 원'에서 형의권과 팔괘장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때도 형의권사와 팔괘장 문파 양쪽에서 '저건 우리 권법이 아니다! 번자권이나 하시지?'고 까였다.
센티멘탈 그래피티 1편의 오프닝은 흔히 암흑태극권(...)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란마 1/2 오프닝에서 하는 무술이 바로 태극권이다.


위의 영상은 42식 경기투로 인듯하지만 전체 투로가 아닌 일부분이어서 확실치 않다.

5 태극권 분파

  • 진식(陳式) - 진왕정이 창시한 가전무술로서 본래는 진가권이라 불렸다. 태극권의 모든 계보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 노가식(老架式) - 진가구에 전하는 태극권. 대가식과 소가식으로 이루어져있다. 본래 7로에 이르던 투로를 2로로 줄여 개편한 신종 투로 중 14대 진장흥의 투로를 노가, 진유본의 투로를 신가로 부르다가 후에 진유본의 투로를 소가식으로 부르게 되었다. 을 신가, 본래 5로를 노가식으로 불렀으나 진발과가 새로이 개편한 투로를 신가로 부르면서 본래의 신가를 노가식으로 바꾸어 불렀다.
    • 신가식(新架式) - 노가식을 개량한 형태. 보통 진발과에 의해 새로이 만들어진 투로를 이른다. 특히 진청평(陳淸萍)이 개량한 형태는 소가(小架, 소가식은 신가식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진발과의 투로는 대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은 지명을 따서 조보가(趙堡架)라 부른다.(조보가는 진식 태극권의 분파로 신가식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진식 노가, 신가식과는 다른 분파이다. 조보가의 다른 이름을 홀뢰가(忽雷架)라 부른다. 또는 홀뢰가는 조보가의 변형이다.)
  • 양식(楊式) - 양로선이 전한 태극권.
    • 소가식(小架式) - 양로선이 전한 태극권. 원래 진식은 동작이 격렬하지만, 양로선이 기술을 부드럽게 다듬어 전파했다. [* 양로선이 처음 전한 양식도 진식과 마찬가지로 격렬한 동작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전승과정에서 상실되었다. 양로선은 진식을 부드럽게 다듬었다기보다 어려운 동작들을(예를 들어 전사경으로는 복잡한 과정 하에 한 번에 이루어질 동작을 그냥 두 개의 동작으로 나누어서)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 대가식(大架式) - 양로선의 후예 양징보(楊澄甫)가 전한 태극권. 양식 태극권의 주류로 양가 태극권을 하는 사람은 대가식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 무식(武式) - 무우양(武禹襄)이 전한 태극권. 양로선에게 배우고 다시 진식 소가를 배웠다. 무우양이 최초로 '태극권'이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전에는 진식 태극권은 단지 진가권이라 불리울 뿐이었다.
  • 오식(吳式) - 오전우(吳全佑)가 전한 태극권. 처음 양로선에게 배우고, 이후 아들 양반후(楊班侯)에게 배웠다. 원래 만주인으로 이름은 그냥 전우였으나, 그 아들이 오씨 성을 가지면서 오식이 되었다.
  • 손식(孫式) - 손록당(孫綠堂)이 전한 태극권. 곽운심(郭雲深)에게 형의권을, 정정화(程廷華)에게 팔괘장을, 학위진(郝為真)에게 무식을 배웠다. 형의권의 타격법이 섞이게 되어 태극권 유파중에서 가장 강맹한 타격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내가삼권을 모두 배운 엄친아가 말년에 창안한 형태. 내가삼권이란 단어도 손록당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6 태극권 수련 방법

태극권은 중국 무술중에서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는 무술로, 현재 전국에 수백개의 태극권 도장에서 배울 수 있다.[5] 뿐만 아니라, 구민 회관, 문화 센터등에서도 태극권 강좌를 하기도 하니 틈나는대로 찾아보도록 하자. 주한 중국 문화원에서도 2011년부터 태극권 강좌를 개설하기로 하였다. 인터넷에서 독학으로 서적이나 비디오를 보면서 익힐 수 있냐는 질문글을 볼 수 있는데, 많은 태극권사들은 독학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어떤 운동이든 마찬가지지만, 태극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중국무술의 트레이닝은 독련에 치중되어있으며, 따라서 독학할 경우 피드백이 불가능하다. 애초에 무술이라는 게 처음부터 혼자서 책보고 비디오보고 배우는 건 천재가 아닌 한 불가능하다. 가장 큰 부작용은 독학은 잘못된 자세를 습득하기 쉽고, 이를 혼자서 교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는 것은 새로운 자세를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로 한다. 그리고, 태극권의 상당수 개념들은 혼자서 책만 보고 터득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6] 처음에는 반드시 숙련된 지도자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진병 노사는 어릴 적에 노가 1로만 10년을 했다고 한다. 기존에 적혀 있던 대로 3개월 ~ 2년을 해서는 무술로서의 태극권을 배웠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동작만 배우는 것이라면 3개월로도 충분 하겠지만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7] 다만 간화태극권은 태극권이라기 보다는 스포츠에 가까우므로 기준이 훨씬 완화된다.

국내의 대표적인 태극권 도장으로는 밝은빛태극권, 진정뢰 진식태극권 서울경기총관, 진병태극원(한국진씨태극권협회), 진병태극원/팔극무관, 김종윤 태극권, 진가구 태극권학교 대한민국 분교, 대한태극권협회, 태극무술원(문혜풍 노사의 딸이자 아시안게임 태극권 우승자인 양성찬 부인인 문감홍 원장. 중국인.)이 있다.

수련비는 도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월 10만원선이다. 구민회관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교습하는 경우 3~4만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차이점은 구민 회관등에서의 태극권 강습은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대일 지도가 힘들다는 점이 있는 반면, 도장의 경우 지도자가 한사람 한사람에게 교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태극권을 배울 수 있다.

7 대중문화 속의 태극권사

8 관련 항목

  1. 붕경을 중시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견해이며, '붕리제안채열주고'는 내경內勁의 발현형태로 보는 것이 보다 원리주의적인 견해이다. 이는 송鬆을 (단지 힘을 빼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여 자세가 붕괴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 태극권 장삼봉 기원설은 양가태극권 측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퍼뜨린 것인데 자신들의 권법이 진가구에서 나온 권법이 아닌 장삼봉으로부터 유래했다는 권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양로선의 손자 양징보의 제자이자 현대 태극권의 고수로 유명했던 정만청의 경우도 장삼봉 기원설을 적극 주장한 바 있다.
  3. 태극권의 실질적 창시자는 양로선이라는 주장이 있다. 양로선이 배웠던 진씨 가문의 무술은 소림권 계통의 무술로 지금의 태극권과 많이 달랐고 태극권은 양로선이 배운 진씨무술에서 양로선 및 그의 제자들에 의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발전되었으니 그 이전의 진씨무술은 태극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현재의 진가태극권은 진씨 가문의 무술이 양가태극권 등의 영향을 받아 재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태극권이라는 명칭은 양로선에게 배운 무우양이 붙인 이름이다. 물론 진가 태극권 쪽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주장이다. 자세한 내용은 #
  4. 참고로 웨이츠킨은 9살때 전미 체스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10여년간 전세계 체스계를 주름잡다가 갑자기 태극권으로 전향해 세계대회 2연속 우승을 거머쥔 인물.
  5. 하지만, 전문적으로 태극권만 가르치는 도장은 그리 흔치 않고 보통 합기도 도장에서 가르치기도 한다.
  6. 방송이라든가 허와 실. 내삼합과 외삼합, 3절의 용법, 진식의 경우 전사등등
  7. 태극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배워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도자를 잘못 만난 사람, 혹은 본인의 실력이 늘지를 않아 심화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이 전에 적혀있던 글처럼 '요즘같은 시대에도 태극권사들은 용법을 끝까지 감추고 가르쳐 주려고 하지 않는다.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 기술을...' 이라는 식으로 생각을 하는게 보통인데, 태극권은 전사경 수련을 통해 방송 상태에서 공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몸에 익히고, 오랜 기간에 걸쳐 연마한 추수를 통해 청경을 습득하여 상대방의 공격을 미리 읽어낼 수준까지 올라간 후에야 비로소 무술로써의 가치가 있는 것이지, 전사경과 청경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로 몇십년을 수련해봐야 동작 하나하나가 워낙 큰 태극권의 특성상 실전에 강한 복싱이나 무에타이 등의 무술을 1년 내외로 배운 사람에게조차 이기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본토 수련자들도 태극권의 핵심이자 기본인 방송, 전사, 추수의 수련에는 소홀하고, 투로나 용법에만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그걸 방지하고자 미리 알려주지 않는것 뿐, 거기에 뭐 대단한 필살의 기술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감추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8. 작중에서는 '암살풍수'라는 이름으로 나왔으나 나르시소 아나수이의 해설에 따르면 태극권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