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홀라이터

Vera Hohleiter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했던 독일인 여성.

어느정도 평이하고 무난한 스타일의 출연자였고 특별히 문제되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독일에서 한국 생활에 대한 책을 출판했는데(원제:Schlaflos in Seoul), 그 책이 한국을 비하하는 것이라는 헛소문이 돌아서 크게 곤욕을 치렀고, '제 2의 미즈노 슌페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 책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책 원본 자체의 번역은 어떤 사람이 영어권국가 사람에게 번역을 부탁하고, 그리고 나서 자신이 영어를 또 우리나라 언어로 번역한 중역인데다가 번역도 개판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것도 아니고, 내용 자체도 한국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해외 생활 경험담을 일반적으로 저술한 것 뿐이다.

물론 지하철을 과도하게 비판적으로 봐서 비난도 받았다. 정확히는 아침에 지하철 이용객이 넘치는것에 대해서 비판했는데, 이는 전세계 공통이다. 이미 1920~30년대 흑백영화 시절부터 아침 출근길 열차를 타는 걸 봐도 전혀 차이가 없다![1] 당장 일본 만화에서 일본 아침 지하철 이용객이 많은 걸 코믹화 그리면서도 고역이라고 나오는 게 괜히 그런게 아니다...실제로 일본에서 아침 지하철을 타보곤 한국에서 타보던 거랑 차원이 달랐다고 하던 이들도 있으니. 또한 프랑스 지하철을 보면 알겠지만 대한민국 지하철은 나름대로 세계에서 괜찮은 지하철에 속한다. 이처럼 문화적 이해가 좀 부족하든지 하는 측면이 있지만 타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도 한 내용이고, 비난일색도 아니고 긍정적이고 좋은 측면도 기록해놓았는데 억울하게 매도되었다.

결국 독일어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책 내용을 제대로 번역해줘서 오해는 해소되었고, 문제없이 출연했었다.

책 내용이 궁금하면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있으니 직접 봐도 좋다. 대체로 작가의 관점이나 취향이 좀 강하게 반영된 편이고, 흔히 볼 수 있는 해외 생활 경험담에 비하면 비판이 날카로운 부분이 있어서[2] 읽다보면 불편해지는 부분도 적지 않지만, 반대로 칭찬할 부분이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그런 부분 역시 말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칭찬했다. 그리고 비판에 초점을 맞춘 부분에서도 한국인이 보기에 억울하거나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그리고 비판의 기준에 작가의 개인적 취향이 상당히 섞여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 다르게 보면 그런 지적을 통해 생각해 볼 만한 점도 많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익숙하고 일상적인 모습이라도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자라난 저자가 보기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 역시 이 책을 읽는 큰 즐거움 중 하나.

예를 들어, 저자는 한국의 회식 문화(함께 일하는 동료들끼리 모여 저녁밥 먹으러 가는거)자체는 낮설지만 흥미롭고, 어느 정도는 마음에 드는 문화라고 받아들이지만 왜 꼭 회식때마다 바베큐 레스토랑(삼겹살집^^)에 가서 소주를 퍼먹는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특히 저자가 채식주의자라서 삼겹살집 회식이 더 힘들었다고... 또 이 연장선상에서 한국 식당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역시 상당히 재미있다. 자신은 채식주의자이니 비빔밥에서 달걀 프라이와 고기를 빼 달라고 하면 식당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하면 맛 없는데요'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물론 그러면 맛 없어진다는 설명 정도는 식당 주인으로써 당연히 해줘야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개인주의적인 측면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주문하면 그 결과도 내가 책임지는 거고, 맛이 좋은지 나쁜지는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냐'는 입장 역시 상당히 정당성이 있다.

그 외에도 결혼식에 초대받고 신부가 호화로운 웨딩드레스를 차례입은 것을 보면서 낭만적인 결혼식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왜 정작 결혼식은 15분만에 끝나서 실망스러웠다는 이야기도 있고 남자친구에게 '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남자친구는 당장 살충소독으로 바퀴벌레를 박멸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에 대해서 '바퀴벌레도 생명인데 그렇게 함부로 몽땅 죽이는 건 너무 잔혹한 일이 아니냐고 하다가 바퀴벌레가 전염병을 옮긴다는 설명에 그럼 할 수 없다고 해충구제전문회사를 불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3]. 그래서 해충 구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는 가스제를 이용해서 살충작업을 한다는 건 사람 사는 집에 독극물을 뿌리겠다는 이야기냐고 또 거부감을 가지다가, 할 수 없이 하기로 하고 약 피워놓는 하루동안은 찜질방에서 잔 뒤[4] 집에 돌아왔지만 코끝에 남는 살충제 냄새가 왠지 찜찜하더라는 감상으로 끝난다. 사실, 살충제가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나쁜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한 화학약품이니 거부감을 가지는 것 역시 당연한데, 종종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볼 만한 부분.

다만 책 출판 이후로는 좀더 비판적인 견해를 펼치는듯 하다.
  1. 찰리 채플린이 감독, 주연한 모던 타임즈 초반씬도 아침에 우르르르 출근하며 지하철을 타러 계단으로 내려가는 직장인들 모습이 양떼와 겹쳐 묘사하는 거였다.
  2. 보통 기행문이나 해외 생활 경험담은 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둥글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해당 책에서는 하고 싶은 말은 숨기지 않고 다 했다는 느낌
  3. 바퀴벌레도 생명이니 함부로 죽여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좀 해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염병의 매개가 된다는 설명을 듣자 그럼 살충을 해야겠다고 하는 점을 볼 때 '암세포도 생명인데'식의 막 나가는 논리는 아니다. 다소 징그럽거나 보기 흉하더라도 큰 불편이나 문제가 없는 한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이야기로 본다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일수도 있고.
  4. 이 부분에 또 찜질방에 대한 간단한 설명(목욕이 가능하고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한국의 종합문화휴양시설처럼 소개된다)과 자기가 찜질방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끼어있다...만, 또 반대로 찜질방에서 주는 셔츠와 반바지는 디자인이 너무 구려서 자기가 본 옷중에서 제일 끔찍하다고 살짝 까기도 한다. 까기와 칭찬하기의 바이브레이션이 정말 재미 빵빵 터진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