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어뢰

1 개요

93식 어뢰(九三式魚雷)
명칭93식 산소어뢰 1형93식 산소어뢰 3형95식 산소어뢰 1형97식 산소어뢰 1형
전장900cm900cm715cm527cm
직경61cm61cm53.3cm45cm
중량2,700kg2,800kg1,665kg980kg
사정거리36knot로 40,000m
48knot로 20,000m
36knot로 30,000m
48knot로 15,000m
45knot로 12,000m
49knot로 9,000m
44knot로 5,500m
탄두중량490kg780kg400kg350kg
항주시 최대좌우오차20,000m에서 500m
32,000m에서 1,000m
40,000m에서 1,500m
15,000m에서 350m
25,000m에서 700m
30,000m에서 1,000m
9,000m에서 170m
12,000m에서 250m
5,500m에서 80m
사용처수상함수상함잠수함갑표적

일본군이 가졌던 최강의 비대칭 전력이자 자살용 무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해군이 개발/운용한 어뢰로 수상함용은 93식 어뢰(Type 93 torpedo 酸素魚雷). 잠수함용은 95식으로 불렸다. 산화제로 보통 공기 대신 압축산소를 사용한 어뢰. 별명은 커다란 외형과 묵직한 파괴력에서 유래한 장창(Long Lance)으로 전후 사무엘 엘리엇 모리슨이 지었다고 한다.

2 개발

어뢰의 최대 약점은 예나 지금이나 속도와 추진거리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추진거리 문제가 심각해서, 어뢰정, 구축함, 경순양함주포보다는 어뢰를 주무장으로 하는 함정의 경우 본격적인 전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어뢰의 유효사정거리까지 목표에 접근해서 어뢰를 발사해야만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들이 이런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는 상급 함선을 잡을 수 있는 무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동급 함선 전투로서야 문제가 없지만, 함대전에서 자함보다 상급 함선을 잡을 수 있는 화력을 탑재할 수 있는 함정은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예전의 어뢰정이나 지금의 잠수함을 생각하면 간단하며, 두 함종 모두 어뢰를 주무장으로 한다.[1]

이 문제는 일본군 해군이 주적으로 생각한 미 해군을 대상으로 계획한 작전 상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런던 해군 군축조약으로 인한 주력함 비율의 차이를 보조함 비율로서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한 일본 해군의 핵심적인 접근방식이었고,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 해군의 중요한 해법 중 하나가 93식 산소어뢰다.

93식 어뢰는 엔진 추진제로 산소를 이용하여 추진력과 항속거리를 향상시킨 것. 종래의 어뢰는 엔진을 가동시키는데 압축공기를 사용하였으나 공기내 산소 비율이 적어 연소 효율이 좋지 않아 순수한 산소로 대체한 것. 물론 폭발하기 쉬운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느라 애 많이 먹다가 1933년에 간신히 제식화. 진무 덴노가 즉위한 해를 기원으로 하는 황기(皇紀)로 이 해가 2593년이어서 93식 어뢰라 일컫는다.

이 외에도 각각 대형화, 소형화시켜 여러 종의 함선에 적용된 95식, 97식 어뢰도 산소어뢰의 일종이며, 유인 유도 어뢰 가이텐도 산소어뢰의 개량형이었다.

3 활약

어뢰의 추진 기관은 기본적으로 내연기관 또는 전지를 사용하게 되는데, 2차대전까지는 전지 추진으로서는 충분한 속도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내연기관이 사용되었다. 대개 옥탄가의 문제로 인해 연료 자체는 에탄올 또는 메탄올을 사용했으나, 이 연료를 산화시키는 데에는 기술적 문제로 인해 공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공기 중의 산소가 연소의 주요 요소인 거야 17세기 이전에 알려진 것이였지만 문제는 공기와 산소는 위험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

산소의 경우 금속과의 반응성 문제라든가 특성 차이 등에 의해서 어뢰 내부에 탑재될 정도의 설계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웠지만, 함포로 싸우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조약 상위국과는 달리 일본은 여기에 희망을 걸고 미친듯이 매달린 끝에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드디어 양산에 성공한다. 그 결과 연소되고 남은 거품이 수면에 항적을 만들면서 어뢰 쐈다고 광고하는 타국의 어뢰에 비하여, 이쪽은 이산화탄소만 만들어내기 때문에 거품도 적고 산화제(=산소) 탑재량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유효 사정거리만 20km가 넘고, 어뢰 속도는 48~50노트까지 나왔다고 한다. 어뢰 몸체 크기가 크고 힘이 좋은 만큼 탄두 중량도 490kg으로 묵직한 걸 달 수 있었다. 전후에 'Long Lance, 즉 장창이란 별명이 붙었으며 전쟁 초중반 연합군 해군 함선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일본 해군의 장기 중 하나가 바로 이 93식 어뢰를 이용한 야간 뇌격전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상당수가 운이 따라준 결과이긴 하지만 대전 초반기에 산소어뢰를 장비한 일본군 연합함대는 전함없이도 굉장히 강력한 화력을 자랑해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미 함대에게 야간 뇌격을 걸어서 미군 중순양함 4척을 순식간에 탈탈 털어먹고 제해권까지 강탈하기도 했고, 구축함 몇 척만으로 미 중순양함 함대에 맞서서 1척 격침에 3척을 대파시켜버리는 놀라운 활약을 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함대 톤수와 무관한 전투력을 발휘할수 있게 해주는 준 비대칭 전력으로서, 무기체계에 총체적으로 난항을 겪는 일본군에게 있어선 산소어뢰가 거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490kg 탄두를 달고 시속 38노트(70km)의 속력으로 사정거리 22해리(40km)를 자랑하는 이 병기는 미사일이 등장하기 전인 당시로서는 가공할 수단이었다.부수적으로 침수라는 강력한 부수효과도 있으며, 어뢰가 용골에 들이 받았다간 대형함이라도 한 방에 두 조각으로 뽀작이다. 제대로 직격한다면 전함조차도 일격필살을 보장하는 최강의 무기였다.[2]

4 한계점

4.1 유폭의 위험

그러나 2차대전 중기에 접어들면서 산소어뢰 내부에 꽉꽉 들어찬 산소와 엄청나게 큰 탄두, 그리고 가연물질로 이루어진 대량의 연료는 양날의 검처럼 작용하기 시작했다. 만일 산소어뢰가 유폭할 경우에는 얼떨결에 중순양함 한척을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지녔기 때문에 있어도 쓸 수 없는 무기, 아니 최대한 빨리 버려야만 하는 무기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굳이 유폭이 안 일어나도 산소어뢰 자체가 민감한 장비였고 금속이 부식될수 있기에 정비에 공을 들여야 했다.
물론 산소어뢰만이 유폭의 위험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일반 어뢰도 피격으로 인한 폭발이나 화재로 인해 유폭의 위험성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산소어뢰는 그 특성상 일반 어뢰보다 유폭에 민감한 편인데다, 아래에 언급할 단점들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그 위험도를 더욱 증폭시켰다.

상대적으로 적의 사격을 맞을일이 별로없는 야간 뇌격등을 시행하던 개전 초반에는 그렇게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전세가 기울고 본격적으로 연합함대가 두들겨맞기 시작하자 금방 방어력 문제가 크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어뢰발사관이나 어뢰저장고에 대한 장갑방어는 없다시피 했으며 그나마 유폭문제를 일본군도 인식해서 어뢰발사관과 저장고에 장갑을 추가로 둘러치는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중순양함같이 배수량에 여유가 있는 함선만 적용한데다가 둘러친 장갑 자체가 주포탑 장갑보다도 엄청나게 얇아서 별로 효과는 없었다.

거기에 제대로 명중한다면 중장갑으로 중무장한 전함조차도 버틸 수가 없는 산소어뢰가 동시다발적으로 유폭한다면 가뜩이나 조약에 발이 묶여 빈약한 장갑을 가지게 된 중순양함 따위는 유폭하는 즉시 폭침당하거나 살아남아도 폐함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실제로 미드웨이 해전에서 모가미급 중순양함인 모가미와 미쿠마의 경우, 모가미는 장교중 한명이 함장을 몰아세우는 등 목이 날아갈 각오를 하고 모든 산소어뢰를 바다에 버려서 원래부터 손상이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추가공습을 받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미쿠마는 그러지 않았다가 어뢰저장고에 피탄당하는 바람에 유폭으로 폐함상태가 된 후 침몰해버렸다. 레이테 만 해전에서 타카오급 중순양함 초카이도 미군의 호위항공모함의 포격에 맞아 산소어뢰가 유폭하면서 대파되었고, 이후 공습을 받아 침몰했다.

이렇게 위험한 산소어뢰를 탑재한 군함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적 함선과 조우하기라도 하면 몽땅 쏴버리고 유폭의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선택지가 있었다. 그러나 해당 선택지를 사용하는 경우인 미국 함대와 근접 조우하거나 야간 뇌격을 걸어서 산소어뢰의 위력을 뽐낼수 있던것도 잘 해봐야 대전 중반기까지였고, 후반기쯤 되면 이미 미국 함대와 마주치기도 전에 벌떼같은 미국 함재기들에게 둘러싸이는 형국이었기 때문에 쓰지도 못한 산소어뢰를 선내에 쌓아두고 있다가 유폭당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때문에 대전 후반기의 중순양함 이하 모든 일본 함선들은 미국 함재기들이랑 마주치면 함장과 장교들의 목이 날아갈 것을 각오하고 산소어뢰를 몽땅 버리던가, 끝까지 가지고 있다가 유폭으로 격침당하던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참고로 어뢰를 버리는 일이 목이 날아가는 일이 되는 것은 애초에 어뢰란 무기가 비싸고, 일본의 사정상 산소어뢰의 제조가격은 더 비싸므로 비용문제도 있을 뿐더러, 어뢰를 버린다는 것은 사소한 공격(?)위협에 적극적인 돌격을 포기하고 제 살길만 찾겠다는 비겁한 행위로 치부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산소어뢰가 유폭한다고 모든 일본군 군함이 침몰하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 아오바급 중순양함 아오바는 산소어뢰가 유폭했는데도 해안가로 돌진해서 좌초함으로서 침몰을 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오바가 이 사건으로 솔로몬의 늑대라는 별명을 얻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일본군 군함에게는 이런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

4.2 항공어뢰형 산소어뢰

항공용 산소어뢰인 94식산소어뢰가 개발되기도 하였다. 1형은 전장 670cm, 직경 53cm, 중량 1500kg, 사정거리 45kt로 4000m에 달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고, 2형은 전장 527cm, 직경 45cm, 중량 810kg, 사정거리 45kt로 2000m에 달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쇼와 14년도에 실시된 항공연습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100개가 안되는 숫자만이 생산되고 양산이 중지되었다.

어떠한 이유로 양산이 중지된 것인지는 사료가 남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전문가들은 당시 항공뇌격의 트렌드는 공격기가 근거리까지 접근하여 망치와 모루 전술을 이용해 수상함의 도주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이었고, 일본도 그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항적을 남기지 않고 사정거리가 긴 산소어뢰의 특성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 판단하여 양산을 중지했을거라 예측하였다.

4.3 잠수함용 산소어뢰

어뢰를 주무기로 쓰는 군함으로는 잠수함이 있으며, 당연히 일본군도 잠수함에 산소어뢰를 사용했다. 구경을 533mm로 축소한 95식 산소어뢰가 바로 잠수함용 어뢰다. 그 외에도 450mm 경어뢰에도 97식 산소어뢰가 있었다. 이들은 전쟁 초반에 나름대로 쓸만했다.

그러나 잠수함은 일반 어뢰도 산소어뢰와 같은 비중으로 사용했으며, 갑표적같은 잠수정은 산소어뢰 무장을 일반어뢰 무장으로 교체하기까지 했다. 스펙을 생각한다면 산소어뢰로 통일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산소어뢰는 평소에도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고 상대적으로 일반어뢰보다는 유폭가능성이 높은데 안그래도 비좁은 잠수함에서 모든 어뢰를 산소어뢰로 교체하면 관리부실로 인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갑표적 같은 경우에는 잔잔한 내해에서도 통나무 카누처럼 요동치는 문제점 때문에 산소어뢰가 제멋대로 유폭할 가능성이 높았으니 당연히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

4.4 자이로스코프 오작동

어뢰가 직진항주를 하려면 자이로스코프가 정상적으로 동작해야 한다. 산소어뢰에는 분당 8,000회 회전하는 자이로스코프를 채용했는데, 남방작전에서의 자바해 해전에서 묘코급 중순양함 묘코와 아시가라에서 각각 8발씩 총 16발 발사한 산소어뢰는 수면 위로 튀어오르거나 주행하지 않는 등의 사태가 발생해서 단 1발도 목표 근처에 가지 못했다. 자바해 해전에 대한 내용은 묘코급 중순양함의 나치 함생 항목에 있으니 참조.

이렇게 된 이유는 34knot라는 고속으로 항진하는 함선에서 발사한 산소어뢰가 바다에 입수하는 순간, 불규칙한 충격을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자이로스코프가 오동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이로스코프가 오동작하는 순간 그 전에 입력해놓았던 어뢰항주설정이 다 파토나버려 어뢰가 제멋대로 움직이게 된다. 이러면 명중은 물 건너간다.

게다가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도 어처구니 없는데, 어뢰가 고가품이라 너무 소중하게 다룬 나머지 극한 상황에서의 사용을 상정한 실험이나 훈련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실전에 직면해서야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개선도 매우 늦어서 가이텐이 개발되는 시기에서야 분당 20,000회 회전하는 전기식 자이로스코프로 교체했으며 그 이전의 물건은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4.5 민감성 높음

애초에 100% 산소라는 물질을 탑재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취급에 유의해야 했으며, 정비를 조금이라도 소홀히하면 금세 작동불량을 일으켰다. 이는 산소어뢰뿐 아니라 다른 일본군 무기에도 종종 발생하는 문제점이긴 했지만 산소어뢰는 그 중에서도 유난히 까다로운 물건중 하나였다.

덕분에 실전에서의 불발률을 줄여보려고 전투 현장에서 산소어뢰의 충격신관의 민감도를 높게 조정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어뢰가 항주하다가 파도나 해류등에 살짝 접촉만 해도 알아서 터져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산소어뢰를 설계한 부문의 관계자들은 신관에 민감도 조정기능을 붙인 것을 가장 후회하는 사건이라고 회상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전쟁이 진행될수록 일본의 생산력 부족과 부품생산능력 저하로 인해 함선이 정확하게 어뢰를 살포해도 중간에 제멋대로 자폭하는 차마 웃지 못할 상황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5 개량 가능성

산소어뢰도 개량을 하긴 했다. 앞서 언급한 자이로스코프 교체라던지, 쓸모없는 유효사거리를 줄이고 탄두의 작약량을 늘리는 개량을 한 93식 3형 어뢰를 만든다던지 하는 식으로 개량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독일처럼 유도어뢰를 개발하거나 자기신관을 개발하거나 하는 등의 연구는 거의 착수도 하지 못했으며, 가장 중요한 유폭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물론 자기신관은 개발한 국가에서도 잦은 오작동으로 인해 전쟁기간중에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지만, 자기신관의 가장 큰 장점인 배 밑바닥에서 폭발해서 버블제트효과로 용골을 두조각내면서 함선을 단 1발에 격침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일본은 전혀 인식하지도 못한 점이 더 중요한 것이다. 전쟁 말기에서야 물레방아식 구조를 사용한 함저기폭보조장치라는 것이 신관에 추가로 붙긴 했는데, 자기신관도 실패하는 판국에 이런 것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었다.

여담으로 일본 해군은 개전 초, 중기에는 기존에 대세가 되는 전력이 아닌 다른 전력으로 전공을 세우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산소어뢰를 제외한 대표적 사례가 진주만 공습. 항공모함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전쟁이었다) 나중으로 갈수록 함대결전사상에 얽매여 지금 와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짓거리를 종종 자행하곤 했다. 아마 이런 정황은 나치의 비밀 무기 시제품이 마구 등장한 것과 유사한 과정(계속되는 패전으로 장기전, 소모전에선 질게 뻔하니 슈퍼무기를 이용해 전세를 역전시키려는 의도)에 의해 조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기술력이 있어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왔던 나치와는 달리 일본은 전혀 그런 게 없었지만.

6 미군 어뢰의 발전

여기에 더해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자랑하여 연료인 에탄올을 뽑아서 만드는 밀주인 미 해군의 어뢰(torpedo) 주스를 만드는 용도에만 쓸모 있었던 미국의 어뢰도 기술 발전의 결과 크게 향상되었다. 뇌격기등의 항공기에서 떨어뜨려 적함을 공격하는 항공어뢰인 22.4" (56.9 cm) Mark 13 어뢰가 초기에는 110노트 이하의 속도에서 고작 15m 이하의 높이에서만 투하가 가능해서 사실상 쓰레기였지만, 연구를 통해 1943년 말에는 어뢰에 fin stabilizer가 추가되었고 1944년에 이르면 nose drag rings과 둥근 팔찌 모양처럼 생긴 tail shroud ring이 장착되어 뇌격기에서 어뢰가 투하되어 물속으로 입수하기 전에 낙하 속도를 늦추어 적정 속도로 진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 결과 410노트의 속도로 730m 상공에서 떨어뜨려도 정상 작동하며, 심지어 1,500m ~ 2,100m에서 떨어뜨린 어뢰도 6발중 5발이 정상 작동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능 상승을 보였다. 당연히 항공어뢰가 이 정도로 발전하니 일반 어뢰의 성능도 덩달아 높아질 수 밖에 없었고, 미국이 어뢰 탄두로 사용하는 폭약은 Torpex라는 폭약을 사용하여 파괴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더해서 일반 어뢰도 21" (53.3cm) Mark 15 Mod 3부터는 탄두에 HBX 373kg을 장착해서 파괴력 면에서 산소어뢰와 비슷해졌으며, 전쟁 말엽에 나온 과산화수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21" (53.3cm) Mark 16은 Mod 0은 TPX 572kg의 탄두를 장착하고 46knot로 6,400m를 질주 가능했으며, Mod 1는 HBX 435kg의 탄두를 장착하고 46knot로 10,500m를 돌진 가능했다. 그리고 21" (53.3 cm) Mark 17은 HBX 399kg으로 탄두중량을 약간 줄이는 대신 46knot로 16,500m를 항주 가능했다.링크 속력을 거의 따라잡은 상황이었다. 유일하게 산소어뢰가 이점이 있다면 사정거리인데, 앞서 언급했듯이 스펙상 긴 사정거리는 실전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었고, 자이로스코프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좌우항주오차가 심하게 나므로 명중률이 심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따라잡을 의미가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도 쓸데없는 사정거리를 줄이고 탄두를 대형화하는 개량을 한 93식 산소어뢰 3형을 개발한 것만 봐도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53.3cm의 직경을 가지는 작은 어뢰로 61cm의 직경을 가지는 거대한 산소어뢰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것에 성공했다. 당장 53.3cm의 동일한 직경을 가지는 95식 산소어뢰 1형과 비교해본다면 비슷한 파괴력에 속도는 비슷하며 사정거리가 약간 떨어지는 수준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유도 장비 면에서도 미군의 어뢰가 한 수 위였다. 미군 잠수함에 장비된 어뢰 유도용 기계식 컴퓨터인 TDC(Torpedo Data Computer)는 잠수함의 센서와 어뢰의 자이로스코프와 동시에 연동되면서 목표 함선의 진행 방향과 속도, 발사하는 잠수함의 진행 방향과 속도를 바탕으로 자이로의 세팅을 조절해서 어뢰의 진행 방향을 발사 이후에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장비였다. 직진밖에 하지 못하는 산소 어뢰와는 달리 TDC와 연동되는 어뢰는 마치 유도탄처럼 발사 이후 방향을 바꿀 수 있었으므로 미군 잠수함은 무조건 목표 지점을 직접 조준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이 장비가 도입된 1943년 이후 미군 잠수함 부대는 군함은 물론이고 일본군의 수송선까지 닥치는대로 침몰시켜 일본의 목을 졸라댔다.

7 양날검의 말로와 처참한 최후

결국 산소어뢰는 태평양 전쟁 말기에 가면 크고 불안정한 물건이 쉽게 유폭되고 비행기에서 투하가 불가능한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다. 최소한 공중투하만 가능했어도 2차 대전에서 미군 함선을 가장 많이 격침시킨 일본군 병기가 되었을지도 몰랐지만, 일본군에게는 애석하게도 산소어뢰는 공중에서 투하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우며 민감한 물건이었다. 또한 주인을 잘못 만난탓에 통상파괴작전에서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일찌감치 사장되야만 했다.[3]

그리고 이 애물단지들은 전쟁 말기에 가이텐으로 개조되어 투입되었다. 물론 개조비용등의 문제로 인해 모두가 개조된것은 아니고 본토결전용으로 해안가 밑바닥에 부비트랩 비슷하게 설치되어 곧 들이닥칠 미 함대를 기다리는 산소어뢰들도 있었지만 본토결전을 겪지 않고 전쟁이 끝나면서 남은 가이텐과 산소어뢰들은 전후 회수되어 폐기처분되었다.

일본 제국의 수상함이 산소어뢰로 올린 마지막 격침 전과는 1944년12월2일 밤, 오르목만 전투에서 마츠형 구축함 타케가 알렌 M. 섬너급 구축함 쿠퍼에게 산소어뢰를 2발 발사하여 1발을 명중시켜 격침한 것이다. 오르목만 전투에 대한 내용은 중순양함 아오바 항목 참조.

8 매체에서의 등장

8.1 네이비필드

2차대전의 해전을 배경으로 한 만큼 당연히 일본 해군에 있다. 속도나 탄두, 사거리 면에서 어느정도 고증을 살리긴 했는데, 항적은 약간 문제가 있다. 타국의 어뢰에 비해 항적이 짧은 편.

오픈베타-클로즈베타-유료화 초창기에 산뢰 유저 이외의 모든 유저를 물먹이던 일등 공신. 거의 10년 전 이야기기는 하지만, 어뢰 방호장갑이 제대로 적용 안되던 시절에는 전함조차도 항적도 거의 없는 산소어뢰를 3-4발 맞으면 안전을 장담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사거리와 속도 모두 게임내 최강이었고, 게임의 특성상 실제 전장과 비교하면 근접전으로 볼 수준으로 맵이 좁기 때문에 산소어뢰를 운용하는 함선의 이점이 크게 증가했다. 어뢰전 전용함인 쿠마/키타카미가 게임 시작과 동시에 부채꼴 모양으로 어뢰를 도포하면 키타카미 1척 만으로도 맵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무식한 사거리[4][5] 덕분에 게임 시작과 동시에 20-30초 안에 양 측 진영에서 최소 4-5척 가량의 함선이 순전히 산소어뢰 때문에 터져 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레벨업한 함선에는 레벨업을 시킨 뒤 팔아먹으려던 무국적 수병이 타고 있고...

결국 패치가 되어 속도가 빠른 대신 단거리용이 되거나, 속도가 느린 대신 장거리용이 되거나, 중간 정도의 3가지 탄두 타입을 가지게 되었다.

8.2 월드 오브 워쉽

일본 구축트리 9, 10티어가 사용할 수 있다. 순양함 트리의 경우는 9티어의 이부키급 중순양함이 사용할 수 있고, 프리미엄 8티어 순양함인 아타고 순양함도 93식 산소어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성능은 90식 어뢰와 동일하다.

밸런스 문제로 사정거리와 무항적 등은 구현되지 않았다

9 잠수몬의 필살기

  1. 다만 현대의 잠수함은 어뢰보단 미사일을 주무장으로 많이 이용한다. 잠수함조차도 어뢰사거리까지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2. 현대의 대함 미사일보다도 탄두가 무겁기 때문에 하푼같은 미사일은 쨉도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용 폭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탄두가 무겁다고 해서 위력이 더 나오는 것은 아니다.
  3. 일본 해군은 미군 전투함 격침에만 집착했을뿐 수송선 등의 비전투함 격침에는 매우 인색했는데, 통상파괴전의 개념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 수송선을 주로 노려야할 잠수함에게 적의 전투함을 찾아다니며 싸우도록 만들었다. 차라리 산소어뢰가 독일한테 있었다면 더 잘 써먹었을텐데
  4. 맵을 수평으로 3분해 왼쪽 접은 선과 오른쪽 접은 선상에서 양 부대가 서로를 마주보고 출발한다. 일단 함포전을 기대하므로 위로든 아래로든 45도 방향으로 전진하는데, 산뢰를 살포하는 일본순양함은 그 중 하나를 노리고 오버힛켜서 고속돌입해서는 상대팀 함대 함영을 확인하면 반전하며 어뢰를 30발 정도 뿌린다. 이러면 함대가 반전해 도망가도 산소어뢰의 사정거리와 속력은 그것을 넘어서므로 수라장이 벌어진다. 잘 피하는 수밖에. 게임이므로 어뢰가 실제보다 크게 그려져 있고 명중판정도 더 쉽게 난다
  5. 근데 일본군이 어뢰정에 목숨 건 이유중 하나가 대함대가 모여 결전을 벌이는 형태로 해전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였기 때문. 이때 오오이, 키타카미 같은 순양함들이 어뢰잔뜩 싣고 나가 빠르게 적 진영에 뛰어들어 어뢰 뿌리고 튀면 적이 어뢰 피하느라 대열이 흩어지고 몇 척 정도는 정말 침몰할거라 생각하고 만든 무기다. 실전에서야 함대간 거리가 무척 긴데다가 항공기의 활약으로 이런식의 함대결전이 벌어질 일이 적었지만, 네이비 필드는 게임 특성상 근거리에서 시작하다보니 일본군이 어뢰를 만든 바로 그 상황처럼 게임이 진행되어 버린다. 우리가 무지했던 게 아니야! 현실이 시궁창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