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기르의 연회

상위항목:북유럽 신화

거인이자 바다이기도 한 에기르가 자신의 집에서 벌이는 신들의 축연. 북유럽 신화에 이에 대한 여러 설화들이 있다.

스트레스를 풀 만한 거리가 별로 없었던 신들[1]은 결국 어디든간에 연회를 열기로 하였다. 하지만 신들이 다같이 모여서 연회를 열 만한 신의 궁전이 없었던 탓에, 결국 신들은 거인이면서도 신들에게 호의적이던[2] 에기르의 저택으로 몰려갔다.

마음 좋은 에기르는 기꺼이 자신의 저택을 빌려주었지만, 애석하게도 에기르의 저택에는 신들이 다 같이 마실만큼 많은 술을 빚을만한 솥단지가 없었다. 이에 토르티르, 로키가 티르의 아버지[3]인 바다거인 히미르의 집으로 찾아가 술 빚을 솥을 요청하게 된다.

그런데 히미르는 자신의 아들인 티르가 신들과 어울리는 걸 별로 내켜하지 않았으며, 솥을 얻고 싶다면 자신이 내는 시험을 통과하라 요구한다. 티르 일행은 히미르의 여러 다소 쪼잔하게 보이는시험들을 티르의 어머니[4]의 도움으로 통과하고, 결국 마지막 시험으로서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게 된다. 여기에서 토르는 거대한 의 머리를 미끼로 달아 대어를 낚으려고 했는데, 그때 하필 그 머리를 물어버린 것은 다름아닌 토르의 영원한 숙적, 요르문간드였다. 토르는 그 엄청난 힘으로 요르문간드의 머리를 수면까지 끌어올렸으나, 배가 뒤집힐까 겁이 난 히미르가 낚싯줄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결국 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히미르는 끝내 솥을 내어줄 수 없다고 버티고는 근처의 거인들을 불러모아 신들을 죽이려 들었고, 결국 토르가 나서서 히미르를 비롯한 거인들을 처단하였다. 이후 세 신은 히미르로부터 얻은 솥을 둘러메고 에이기르에게 돌아갔고, 이후 매년 에기르는 커다란 솥에 술을 빚어 신들을 위한 연회를 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라그나로크가 가까워 올 무렵. 한번은 연회에서 너무 술을 많이 마셔버린 로키가 돌아버렸는지 시프발두르를 제외한 모든 신을 조목조목 디스모욕한다.[5] 이 때 토르는 잠시 출타중이었고, 워낙 술주정이 심하자 빨리 재워버릴 심산으로 시프가 술을 계속 따라준 덕에 시프는 독설을 면했다. 발두르는 워낙 고결한 신이라 깔 거리가 없었지만, 결국 로키는 그 고결함이 그의 유일한,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결점이다라고 말한다.[6] 이후 돌아온 토르가 로키의 행패를 보다 못해 불같이 화를 냈고, 결국 로키는 술자리에서 쫓겨나다시피 해 도망친다.

로키의 흉계로 발두르가 겨우살이에 맞아 죽고, 또 되살아나는 것 역시 로키에 의해 수포로 돌아간 후 한동안 연회가 열리지 않았다가 신들이 어느정도 슬픔을 추스르게 된 후 신들의 슬픔을 달래고 발두르에 대한 추모도 겸해 다시 연회가 열리게 된다. 여기에서 로키는 연회가 시작된 지 한참 후에나 나타나 에기르의 부하이자 연회에서 웨이터 역을 맡고있던 피마펭을 죽이는 등 행패를 부린다. 저번처럼 다시 신들에게 욕지거리를 퍼붓다가 로키는 엉겁결에 자기가 발두르를 죽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까발리게 된다.

이후 로키는 자기가 저지른 주사죄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 결국 숨었으나, 다시 신들에게 붙잡혀 라그나로크가 오는 날까지 바위에 묶여있게 된다. 이때 그를 묶은 사슬은 다름아닌 그의 아들의 창자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1. 상대 안가리고 장난치고 다니던 트릭스터 로키, 거인 때려잡고 다니던 토르, 전쟁놀이하는 오딘프레이아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딱히 신들이 아스가르드 밖에 영향을 미쳤다는 전승은 별로 없다
  2. 이런 거인들은 의외로 꽤 많다. 당장 토르가 총애하는 아들인 마그니만 해도 거인 여성인 야른삭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며, 눈의 여신 스카디 역시 원래 거인족인데 신들과 결혼해서 정식으로 신족에 편입한 인물. 애초에 북유럽신화에서 신과 거인은 큰 차이가 없기도 하다.
  3. 본문의 솥단지 이야기가 나오는 '히미르의 비가'를 포함한 古에다에서의 이야기. 新에다에서는 티르가 오딘의 아들인 것으로 묘사된다.
  4. 히미르의 비가에서는 이름이 직접 등장하지 않으나, 다른 전승에서 히미르의 아내의 이름은 흐로트르(Hroðr)라 전해진다.
  5. "(프레이)청혼한다고 칼도 내버린 머저리같으니. 종말의 때가 오면 무스펠의 아이들과 맨손으로 싸울텐가?", "(프레야)제 오라비와 붙어먹기까지 한 년이 무슨 낮짝을 들고다니나. 아스가르드에 네 허벅지가 감지 않은 남자가 있던가?" "(티르) 늑대에게 먹혀서 한 팔도 없는 주제에." 등등.
  6. 그 자리에 있던 신들 중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들은 것은 오딘 뿐이었다. 그리고 이는 라그나로크의 서막이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