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식렴

(?-949)

1 개요

고려왕족. 왕륭의 동생 왕평달의 아들이며, 왕건과는 사촌지간이다. 왕건은 형제자매는 물론 이복형제조차 없는 외아들이었기에 사촌동생들을 친형제처럼 대하였을 것이고 실제 기록에서도 그렇게 추정된다. 왕식렴은 그 사촌동생들 중 가장 맏형이다.

2 생애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궁예의 치세부터 관직생활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특별히 왕건이 북진을 통해 고구려의 옛 수도인 평양을 수복한 후, 평양을 왕식렴에게 맡긴 것을 보면 왕건에게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평양을 담당하면서 청천강 쪽으로 영역을 넓혀서 안수진, 흥덕진을 쌓아 고려의 북진에 기여했다.

이후 태조 왕건이 세상을 떠나고 그 뒤로 혜종이 등극한 후에는 왕실의 어른 대접을 받다가 왕규가 반란을 일으키자, 왕건의 두 아들이자 자신에게는 조카가 되는 요, 소 두 왕자와 함께 왕규를 제거하고 요를 왕위에 올리니 그가 바로 정종이다. 다만 이 왕규의 난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미 권력에서 제거된 박술희를 왕규가 굳이 죽일 이유가 있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 왕식렴이 서경에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했던 걸로 볼 때, 왕규를 제거하고 왕자 요를 등극시키기 위해 박술희와 왕규를 죽인 게 아닌가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왕규의 난이 아니라 왕식렴의 난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바로 그것.

어쨌든 정종의 등극에 기여한 왕식렴의 입김 때문인지 정종은 서경 천도를 천명했고 왕식렴의 권력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리한 서경 천도 공사에 일반 백성은 물론 개경 호족들까지 반발한 데다 왕자 소마저도 서경 천도를 반대하자 정종의 치세가 혼란해진 가운데 949년 정종이 사망한 해에 왕식렴도 사망했다는 기록만이 나온다. 그리고 왕요의 동생인 왕소가 즉위해 광종이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광종이 정종과 혜종의 아들을 밀어내고, 왕이 된 것이 왕식렴과의 대립 덕분이 할 수 있다. 무리한 천도로 개경 호족들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대표자로 반대한 사람이 왕소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서경 천도를 반대하는 개경 호족이 왕소를 지지했을 것이고, 이로 인해 왕소가 왕으로 올랐을 것이다.

3 창작물

고려 초의 중요 인물인 탓에 태조 왕건제국의 아침에 모두 등장했다. 태조 왕건에서는 왕건의 사촌으로 여러가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견훤과의 강화로 교환된 인질인 진호를 암살하는데 관여한 걸로 나온다. 패서호족의 대표로 유금필과 갈등하는 장면도 있었다. 배우는 정국진.[1] 제국의 아침에서는 후속작에선 정중부김흥기가 연기했으며, 정종을 등극시킨 후 사실상 실권을 장악하고 서경 천도를 밀어붙이다가 서경 천도공사를 하던 백성들이 일으킨 반란에 휩쓸려 아들이 죽임을 당하자 충격을 받아 서경에서 급사하는 걸로 묘사된다.

2015년 방영한 사극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선 과거 정중부의 정적이의민 역을 했던 이덕화가 왕식렴의 역할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권력을 위해 사촌이기도 한 왕건을 음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당연하지만 실제 역사에선 그런 거 없다. 다만 왕건의 뜻과 달리 혜종을 지지하지 않고, 왕요를 지지해 정종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하게는 왕건이 죽은 이후 막강한 군권까지 쥐고 있으니 권력을 장악하려는 야심을 드러냈을 수도 있다.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에서는 박정학이 맡았다.
  1. 제국의 아침 에서는 왕욱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