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노아 폰 아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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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지 마, 그렇게 아름답게 춤추지 마, 이브.

네가 꽃처럼 져버리고도, 널 기억하게 되고 싶지 않아.
네 하얀 발로, 대리석 바닥에서 낙엽 정원에 이르기까지,
종탑의 지붕에서 마침내 하늘에 이르기까지,
춤추지 마, 이브.
내게 미소짓지 마, 이브. [1]

룬의 아이들 데모닉의 등장인물. 별명은 이브.

정식 이름은 이브노아 아일첸브리스 폰 아르님(Evenoah Ailchenbris von Arnim). 프란츠 폰 아르님 공작의 장녀로 조슈아 폰 아르님의 누나. 애칭은 이브.

작가 블로그 문답에 의하면 미들네임은 퍼스트네임으로 쓰이지 않고 아르님 가문에서 축복의 의미로 붙이는 칭호에 가까우며[2], 모든 아이들이 각기 다른 미들네임을 갖는다고 한다. 이브노아의 미들네임인 '아일첸브리스'는 '흰 화관을 쓴 처녀'라는 뜻이라고 한다. 같은 문답에서 생일은 9월 27일 무렵이라 밝혀졌다.

정신연령 5세 가량의 백치이지만 가문에서는 어쨌든 귀한 아가씨라 공주님처럼 대우받는다. 조슈아가 태어나기 전엔 하나뿐인 공작의 아이라 백치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많이 받았던 듯하나, 조슈아가 태어난 후엔 가문의 후계자로서는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공작이나 공작부인, 조슈아 등 모든 가족은 그녀를 아끼고 있다. 보살핌을 받는 것에만 익숙한 이브노아도 조슈아만큼은 돌보려 들었다고 한다.

가끔 가다가 비상한 기억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조슈아막시민의 대화 중 조슈아가 이브노아에 대해, 방에 배치되어 있는 물건들 위치를 다 기억하고 있거나, 모두가 잊어버린 어느 날의 대화를 말 한 마디까지 되풀이해 보이곤 했었다는 일화를 말한 적도 있다. 조슈아는 그녀는 한 가지 상황을 그림 한 폭을 보듯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1권에서 조슈아가 이브노아와 체스를 두면 가끔 졌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3]

이브가 태어난 후 공작부인은 사실상 아이를 더 낳을 수 없단 소리를 들어서, 어떻게든 직계 후손을 만들기 위해 아르님 공작이 상당한 조건을 걸어 이미 10살도 되기 전에 테오스티드 다 모로와 약혼시켰다. 조슈아가 아르님 공작에게 그 계획을 말한 날, 공작은 조슈아히스파니에에게 보내고 이브와 테오의 결혼식을 서둘러 치룬 후에 그 부부도 신혼이란 걸 핑계 삼아 하이아칸의 별장으로 보낸다.

2년 후 이브노아는 그녀의 스무 번째 생일에 열리는 연회가 치러지기 전,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프란츠 폰 아르님 2세를 데리고 아르님 가에 돌아온다. 약혼할 당시만 해도 아이를 못 낳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이 사실 자체로도 놀라움을 선사했다. 연회에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얌전하게 있었기에 하객들로부터 "백치가 나은 건가" 하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조슈아가 아버지인 공작에게서 받은 잔을 마시려 할 때 어린애처럼 자신도 달라고 우기며 그대로인 모습을 보였다. 그 뒤 조슈아가 자기 잔을 건네줘서 받아마시고는 그 안에 든, 본디 조슈아를 노렸던 독 때문에 피를 토하고 죽고 만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브노아는 자신의 생일에 죽은 셈이 되었으며, 이후로도 생일과 기일이 같다는 언급이 몇 번 나온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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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말에 의하면,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것은 남동생인 조슈아다. 사실 테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가 조슈아에게 적대적이었던 건 가장 그녀 가까이에 있는 만큼 이 사실을 알았기에 느끼게 된 일종의 질투심이었던 듯하다. 그가 원래 자신에게 돌아왔을 자리를 빼앗겼기에 정치적인 이유로 조슈아를 제거하려고 한다는 건 구실에 불과했던 듯.

실제 이브노아는 결혼식 후에 도착한 별장에서 조슈아를 만나고 싶다고 내내 떼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테오는 이런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조슈아는 성장하므로 계속 그녀의 어린 동생으로 있을 수 없지만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언제까지고 이브노아보다 작을 거라고 말했다. 이 덕에 아이를 만들 수 있었다고.

그런데 사실 프란츠 폰 아르님는 그녀의 아들이 아니다. 태어난 건 사실 딸로, 테오에겐 조슈아를 위협할 경쟁자로서 아들이 필요했기에 바꿔치기한 듯하다. 이 아이는 엘라노어 테니튼이라는 이름으로 자라다 죽었다.

죽은 후에 유령이 된 것인지, 작품 중간중간 이브노아를 암시하는 존재들이 언급된다.
3권에서 쥬스피앙의 집의 결계 바깥에 혼자 남은 세자르가 조슈아와 얼굴이 닮은 귀족 아가씨를 만났다고 하는데, 이브노아의 유령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있다.[5]

5권에서 코르네드에게 몸을 빼앗겼을 때, 조슈아는 자신 안의 세계에서 누군지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넌 나를 잊어가고 있구나'라는 말을 듣게 된다. 작가는 이 존재에 대한 질문에 이브노아임을 긍정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존재 방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단순히 유령이 되었다기보다는 조슈아가 이브노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식이 물화된 것[6] 처럼, 논리적인 확답보다는 각자 상상력을 발휘해보는 것이 판타지소설 읽는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7권에서 테오가 본, 환상인지 아닌지 모를 이브노아와의 대화에선 자신이 어떻게 죽을 것인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자신이 조슈아를 지키기 위한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슈아와 테오의 마지막 대화에 의하면, 죽기 전 조슈아에게 "테오를 용서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미 남편의 음모를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알았다고 해도 생전의 이브노아로서는 그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데모닉 항목에 데모닉의 진실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것처럼 사실 이브노아는 '손상된 데모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릴 때의 음악 및 대화를 완벽히 기억하고 있었고, 정황상 조슈아가 가끔 이브노아에게 체스를 진다고 말한 건 비꼼 등이 아니라 진짜인 것으로 보인다. 테오는 그녀가 사실 데모닉이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는지 그녀를 가리켜 '데모닉 이브노아'라고 말한 적도 있다. 작가도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포스팅에서 이브노아가 데모닉이었냐는 질문에 맞다고 대답했다.

조슈아는 이브노아가 데모닉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인형의 본체로 쓰인 것이 이브노아의 시체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고 만다. 테오가 이브노아만은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생각했기 때문. 또한 아래의 이유로 미안함과 연민을 느껴서.

그녀가 테오와 조슈아를 너무나 사랑하였고, 조슈아를 지키기 위해 백치로 태어났어야 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참 의미심장하다. 애초에 그녀가 백치만 아니었다면 공작가 영애인 그녀가 몰락한 하급 귀족인 테오와 결혼할 일은 없었을 것이며, 아르님 공작 부인이 목숨을 걸고 둘째를 낳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백치로 태어났기 때문에 두 사람을 만났으며, 또한 백치로서 죽었기 때문에 그들을 지킬 수 있었던 것.
  1. 글의 화자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테오로 보인다.
  2. '아몬드 꽃의 제노비아' 같은 옛 이름들이 귀족의 칭호로 사용되며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3. 다만 이 말을 할 때의 상황상, 비꼬기 위해 한 말이었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있었지만, 조슈아가 성격상 그런 패드립을 할 성격이 아니어서 무리인 추측. 게다가 후반에 진실이 밝혀진다.
  4. 이브노아가 죽은 날이 조슈아의 생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은데, 조슈아의 생일은 2월이고 작중 연회가 열린 시기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서부터 한 달이 지난 시기이며 이브노아의 생일이라는 언급도 분명하다.
  5. 사실 거의 이브노아가 분명한 듯 하다. 자신과 닮은 아가씨를 만났다는 세자르의 말을 들은 조슈아는 그녀가 누나일 것으로 추측했고, 자신과 가까웠던 존재가 죽어 유령으로 나타났다는 것에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자신이 누이를 무서워 하기 때문에 유령이 되었다면 분명 자신을 보고 싶어 할 누이가 자신 앞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아닌지하는 의구심이 일게 된다. 그런 생각과 살아 생전 누나의 애정을 귀찮게 여겼던, 그리고 죽어서도 마주치기 싫어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며, 그런 자신으로서는 누이에게 직접적으로 나에게 와달라고 말할 수가 없어 그저 주변에 있는 모든 영혼에게 들어오라고, 그렇게 주변의 모든 유령을 강령하면 그중에 누이도 자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세자리 수가 넘어가는 유령을 강령시키는 무지막지한 짓거리를 강행한다(…), 하지만 결국 누이를 만날 수는 없었고 조슈아 자신은 누이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수많은 유령들 속에 누나가 섞여버려서 자신 쪽에서는 알아보지 않아도 되는(조슈아 자신이 정신줄을 놓는) 상황이 벌어지길 바랐던 것이 아닌가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6. 이브는 조슈아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로 묘사되곤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병든 채 실재하는 육체보다 이쪽이 오히려 본질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