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천생

1 개요

"나는 모두에게 빚을 지고, 모두는 내게 빚을 진다. 나는 다른 녀석의 밥을 먹고, 다른 녀석은 내 반찬을 먹지. 서로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라. 그러면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누군가가 가져가 줄 것이다. 난 이렇게 들었는데..."[1]
"좋기는 한데... 별로 맞는 이야기 같지는 않아. 누군가가 내 것을 가져가도 내 것이 사라지지는 않거든. 내가 다른 녀석의 것을 집어 와도 그 녀석것이 줄지도 않고. 아마 그래서인지도 모르지. 나는 가끔 미쳐버려. 미쳐서 일을 저지르지. 그렇지만 그걸 모르지도 않고 잊지도 않아. 미치치 않으려면 나여서는 안 될 때가 있기도 하지."

풍종호의 무협소설 『화정냉월(花情冷月)』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중 한 명이며, 천하의 사고뭉치이다. 옥화방 기녀 살인사건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을, 여자를 좋아하는 색마(色魔)로 위장하여 크게 부풀린 괴짜인 만큼 발 딛는 곳마다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별호가 미호아(美狐兒)로 매우 잘생겨서 가히 천하제일미남이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는데, 과거에는 개방(丐幇)에 소속된 거지였다. 어릴 때 방주인 풍개(瘋丐)에게 거두어져 사형인 무룡(武龍)과 함께 자라며 형제 같은 사이가 된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임천생의 역량도 증가하지만, 항상 무룡과 함께 있으니 들쭉날쭉한 면이 있었다. 어떨 때는 수백 년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천재아(天才兒)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천 년이 가도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천치아(天痴兒) 같기도 했기에 방주는 어떻게든 임천생의 역량을 정확히 판단하고 차후의 진로를 정하기 위해 그에게 한 살수단체를 해산시키는 임무를 맡긴다.

임천생은 떠나면서 백 일간은 무조건 자신을 믿고 기다려 달라는 얘기를 하고 떠나는데, 이십여 일 뒤 임천생이 임무에 실패하고 죽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소문은 점차 오가는 사람으로 인해 사실이 되어 갔고, 진상 파악을 위해 무룡이 먼저 떠나고 방주도 뒤따른다. 그리고 구십구 일이 되는 날, 임천생의 시신이 방치된 곳에 대한 소식이 들어오자 무룡이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십장로와 방주도 뒤를 따라간다. 그곳에서 살수단체와 격렬하게 싸움을 벌이고, 승리는 분명하게 얻지만 무룡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만다. 그런데 다음 날 임천생은 온전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제야 방주와 무룡은 임천생이 어떠한 계획을 실천했는지를 깨닫게 된다.[2]

무룡이 죽은 뒤로 임천생은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했고, 무룡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모습이 나타나곤 하였다. 이에 매천향이 주화입마를 경고하고, 방주와 장로들은 임천생에게 잠룡결의 반룡회사(盤龍回死)를 베풀어 그를 치유하고자 한다. 하지만 경맥의 상처는 치유할 수 있었으나, 주화입마를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공력을 폐쇄한 뒤에 기다리면서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는데, 임천생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누더기를 벗으며 개방을 떠난다.

이것이 십여 년 전의 일로, 이후 임천생은 불완전한 상태[3]로 천하를 종횡무진 한다.

2 행적

주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이 틀 아래의 내용은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반전 요소가 직, 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내용 누설을 원치 않으시면 이하 내용을 읽지 않도록 주의하거나 문서를 닫아주세요.

아래는 소설에서 드러나는 현 시점의 임천생의 행적을 시간 순으로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전반적인 그의 행적은 『화정냉월 - 줄거리』를 참고하자.

2.1 항주(杭州)

옥화방(玉花幇)의 기녀인 월향은 어릴 때부터 이기적이었고 독랄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옥화방의 총관인 부예주를 유혹해 내연 관계에 있으면서 편의를 얻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항주 인근의 명문가인 사가보(史家堡)의 이공자 사장보를 우연히 보게 된다. 월향은 그 앞에서 발목을 삔 척 연기를 하여 호감을 얻어, 다음 날 정표까지 주고받아 약혼까지 한다. 이후 그녀는 사가보의 안주인이 되기 위해 사가보주인 비곤(飛棍) 사준보의 아내이자, 과거 인연이 있던 도하운에게 독이 묻은 편지를 보내 죽이려 하는데, 월향과 같이 기녀 생활을 하고 있던 수향은 이러한 월향의 행동을 알고는 수소문하여 임천생에게 도움을 구한다.

수향의 부탁을 받은 임천생은 도하운을 찾아가 우선 그녀의 독을 치료하고, 이어서 사장보를 돌보는 것은 물론 오래전에 헤어진 오라비를 찾아달라는 부탁까지 받아서 옥화방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월향은 부예주를 협박하여 많은 혼인 예물까지 챙겨 가려 하고, 나아가 사가보의 안주인이 돼서는 옥화방을 없애버리겠다는 말까지 내뱉으며 욕심을 부리다가 부예주의 분노를 사 목 졸려 죽는 일이 생긴다. 임천생은 우연히 이 상황을 보게 되고, 어쩔 줄 모르는 부예주 대신 처리하기로 나서서 자신이 흉수인 척 가장을 하여 이참에 도목이 도하운의 오라비임을 알고 있던 그는 도하운의 부탁까지 한 번에 해결하기로 한다.

이 내역을 모르는 옥화방의 호위무사인 도목, 조이, 장문은 임천생에게 휘둘려 닭을 쫓다가 하염없이 지붕만 쳐다보는 개꼴이 되기도 한다. 도목은 늦게나마 임천생이 자신을 사가보로 이끌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했음을 눈치채고, 사장보와 함께 사가보로 향한다. 하지만 사가보에는 임천생이 먼저 도착해서 도하운과 만나고 있었는데, 그를 흉수로 생각하고 있던 사장보 때문에 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있는 것을 본 사준보는 큰 내상까지 입는다. 도하운의 부탁을 해결한 임천생은 아무런 해명 없이 사가보를 뜨고, 사장보 역시 그런 임천생을 잡기 위해 가문을 박차고 나온다.

2.2 신양(新梁)

임천생은 신양의 도박장 화춘에서 쌍호점(雙虎粘)으로 불패를 구가하며 돈을 쓸어 담고, 마지막에는 강남쌍웅(江南雙雄)과 투닥거리면서도 관노삼으로부터 대보청심환(大寶淸心丸)까지 쟁취한다. 그는 이 대보청심환을 가지고 엄자후의 집에 찾아가 몰래 그의 부인을 치료하나, 이 과정에서 옷을 벗고 있었고, 엄자후의 부인 신씨의 가슴 섶도 조금 열린 채여서 이를 본 엄자후는 오해하여 바로 기절하고 만다. 역시나 이번에도 어떠한 해명 없이 자리를 뜬 임천생은 이번에는 풍범릉의 처인 번서향이 납치된 것을 구해준다.[4] 하지만 그녀를 남편에게 돌려주는 방법이 기상천외하였는데, 다음 날 임천생은 화춘에서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 옷이 여러 곳 찢긴 차림[5] 그대로 번서향이 상자에서 드러나게 한다. 이로 인해 풍범릉은 아내와 임천생을 오해하고, 임천생을 죽이고자 봉무진을 찾아가 의뢰를 한다.

신양에서의 일을 마치고 항주로 돌아온 임천생은 칠성가라는 일곱 곳의 도박장을 골고루 다니면서 옥화방의 수향도 조용히 만나며 한동안 시간을 보낸다. 풍범릉의 의뢰로 임천생의 행실을 추적해온 봉무진이 어느덧 항주에 도착하고, 두 사람은 옥화방에서 첫 만남을 갖게 된다. 그러나 임천생은 봉무진을 보자마자 그의 매서운 기도에 놀라 여자 목소리를 내고, 물건을 집어 던지며 도망치려 한다. 결국, 난감한 봉무진이 칼로 임천생을 저지하려 하는데, 옥화방에 있던 도하운이 몸을 날려 봉무진을 막으면서 그는 무사히 몸을 빼내게 된다.

2.3 성무장(聖武莊)

봉무진이 준비해놓은 함정에 빠져 사로잡힌 임천생은 어쩔 수 없이 그로부터 자신이 항주 인근에서 벌인 일들을 강제로 듣는 작은 복수를 당한다. 이야기를 끝낸 봉무진이 풍범릉과 만나 오해를 풀라고 권유하지만, 오히려 임천생은 선남선녀가 곧 죽을 수도 있다며 먼저 구해야 한다고 봉무진을 설득한다. 두 사람은 임의행과 봉진생으로 이름은 물론 겉모습까지 바꾸고 성무장으로 향한다. 성무장에서는 장주인 성무인왕(聖武仁王) 주세흥의 딸인 주소의의 결혼상대자를 구하는 비무초친인 성무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주소의에게는 사랑하는 오릉이라는 남자가 있었는데, 성무장에서는 오릉이 무공도 모르고 집안도 좋지 않아서 성무회를 통해 새로운 배우자를 구하려고 한다. 이 사정을 알고 있던 임천생은 도와주고자 귀곡문이라는 가짜 문파를 내세워 오릉을 자신들의 막내 사제로 가장시키고, 잠룡기공(潛龍氣功)을 전수해준다. 또한, 봉무진은 본격적인 비무가 시작되자 오릉에게 상대의 허실과 필승의 공략법을 알려준다. 덕분에 무공에 '무'자도 모르던 오릉은 염원하던 우승을 이루고, 주소의와 결혼하여 성무장에서 벗어나게 된다.

임천생과 봉무진은 풍범릉을 만나 오해를 풀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괴소문이 퍼졌음을 알게 된다. 봉무진이 봉진생으로 가장하여 임천생과 결탁한 후에 성무장을 속이고, 오릉과 주소의도 죽였다는 내용이었는데, 두 사람은 이를 듣자마자 몹시 분노하여 다시 성무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성무장으로 향하는 중에 혼령검(魂靈劍) 매천향을 만나고, 근래의 성무장에 관한 정보를 듣게 된다. 그리고 개방의 장로들인 광인십걸(狂人十傑)은 물론 방주인 풍개까지 만나면서 성무장을 함께 징계하기로 한다. 개방이 나서서 성무장의 모든 길목을 차단하자 봉무진과 봉진생으로 가장한 임천생이 성무장으로 쳐들어가서 주세흥을 농락한다. 아울러 그의 정체가 과거 패악을 떨던 청룡단(靑龍團)의 단주였음을 밝히고는 도망가는 것을 쫓아가 단칼에 저 세상으로 보내버린다.

3 맺음말

녹림대제전(綠林大帝傳)』의 연재에서 밝혀진 것으로, 나중에는 임천생이 풍개의 뒤를 이어 개방의 용두방주가 된다.[6] 그가 방주가 됐을 때의 일화도 소개되는데, 사장보의 경우처럼 광인십걸도 개과천선할 수 있도록 참악부(懺惡簿)를 작성케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광인십걸의 기행은 멈추지 않았는지 『검신무(劒神舞)』에서 언급되기로는 어린 제자들을 가죽 부대에 담아 뱀의 목구멍에 넣는 놀이를 해서 결국 임천생이 벌로 두 배분 낮춰서 재입문 시킨다.[7]
  1. 임천생이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것은 봉무진과는 전혀 다른 이와같은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 살수단체를 확실히 괴멸하기 위해 임천생은 죽음을 가장한다. 그러면 이 소문을 들은 개방의 핵심전력들이 모여들 것이고, 단숨에 이 전력들이 투입되면 살수단체를 후환없이 괴멸시킬 수 있으리라 예상한 것이다.
  3. 본 편에서 드러나지만 아직도 주화입마는 완전히 치유하지 못해서 가끔 미쳐버린다.
  4. 번서향은 집 앞에서 납치되어 상자에 실려 마차로 옮겨진다. 임천생이 엄자후의 부인을 치료한 뒤에 엄자추의 집에 하룻밤 재워달라고 찾아가는데, 아마도 번서향이 납치돼서 엄자추의 집에 있음을 눈치챘던 것 같다.
  5. 본래 납치했던 엄자추의 수하들이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옷을 찢어놓는다.
  6. 그의 후대가 무정신개(無情神丐) 백무흔이다.
  7. 『녹림대제전』에서 사유가 나온다. 광인십걸과 함께하던 사부나 사형제들이 모두 죽고 세대가 바뀌자 후대의 사람들은 광인십걸의 기행을 더는 참아줄 필요가 없게 된다. 이에 아예 개방에서 나가 보지 말고 따로 살자고까지 임천생이 얘기를 했다고 한다. // 아마도 두 배분 낮춰서 재입문 시킨 것은 벌이 아닌 후대와 멀어지고 있던 광인십걸에게 행한 배려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