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특수

"이제 일본은 살았다!" - 요시다 시게루[1]

1 개요

전쟁특수(戰爭特需)는 전쟁 시 군용품이나 무기, 식량, 의약품 등 군인들이 전장에서 사용하는 필수품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특수(特需)이다.

교전국이 아닌 제3국이 전쟁특수를 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물건을 판매할 때 거두어지는 세금이 늘기 때문에 국고가 증대한다.

고대 로마의 원정, 십자군 전쟁, 몽골 제국의 원정처럼 세계구급은 아니더라도 전쟁은 언제나 존재해왔고 전쟁특수 또한 비일비재한 일이였다. 결국 전쟁특수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가 될 지 모르지만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이야기.

2 사례

다소 편협한 시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셋이나 되는 공산주의 국가(북한 중국 소련)와 대치하였기 때문에 미군의 자원을 빌리게 되었으니,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시작한 한국과 패전으로 폭삭 망해버린 일본은 그야말로 전쟁특수로 경제발전과 성장을 거듭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본토에 원폭 투하 까지 당한 패전국이었음에도, 채 5년이 지나지 않아 소련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한 방패로 미국과 최우선 우방국이 되었다. 5년 뒤 6.25 전쟁이 터지자, UN군이 비참전국 중 한국과 가장 인접한 일본에 주둔하면서 사용한 돈과 물자를 생산해 판매한 돈을 바탕으로 경제 재건을 하였다. 맨 위의 발언이 나온 것도 이 때문.

한국도 전쟁특수에선 절대 예외가 아니다. 일본과 같은 이유로 소련과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애치슨 라인 문서에도 쓰여 있듯 상당한 수준의 경제원조를 미국을 통해 받았으며, 이걸로 6.25로 폐허가 된 한반도를 재건하는 종자돈 역할을 했다.

또한 베트남 전쟁은 한국이 전쟁 특수를 본 대표적인 사례. 한국이 미국에 군수물자를 공급하였으며, 이 돈과 파병 장병들의 월급 중 일부를 기반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던 것. 게다가 이 때 쌓은 건축기술로 중동에서도 돈을 벌었다. 당시 대한민국의 높으신 분들은 미국 등이 능력껏 늘려보라고 쥐어준 돈을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 성과 대결로 전환된 체제경쟁에서 지면 미국에게 버림받을 가능성이 높았기에[2]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어서 전쟁특수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

한중일, 미국, 러시아까지 항상 북한의 돌발행동과 그로 인하여 맞물리는 세계정세 때문에 전쟁의 위험과 조마조마함을 안고 살고 있지만, 이 대치 상황으로 전쟁특수를 누려 왔다는 게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적대적 공생. 은 싸우면서 크는거지

반대로 베트남의 경우에는 양쪽이 대치 상황을 유지하지 못하고, 미군의 엄청난 보급에도 불구하고 이미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던 남베트남이 멸망함으로서 전쟁특수는 끝이 났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물러남으로서 소련 또한 베트남에서 흥미를 잃고 지원을 끊어버렸으니까. 결국에는 몇십년이나 지났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낙후된 동남아 모습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80년대의 캄보디아 점령이나 비효율적인 경제계획, 통일비용 문제등으로 전후수습을 제대로 못하면서 그 만큼 발전이 늦춰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80년대 중반 이후로 베트남 지도부에서도 정책을 전환하면서 상당한 경제발전을 이록하고는 있다.

3 21세기에는?

1990년대 이후 냉전 종식과 함께 대규모 전면전 가능성이 일단 사라졌으며 북한 역시 거의 맛이 갔고, 남한 또한 미군에 의존적이지 않고서 자주국방을 충분히 실현하는 단계에 들어섰기에 미국도 애물단지가 돼버린 전시 작전권이나 한국에 반환하려 하고, 슬슬 모자란 인력을 중동같은 분쟁지역으로 빼려는 시도가 있긴 했다. 하지만 중국이 제2의 소련이라고 불릴 정도로 급격히 성장하고 아시아 전역에 대한 제패를 추진하는 한편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개입이 별다른 효과가 없음이 판명나자 현재는 이 방침을 철회하고 다시 아시아 지역에 대한 군사력 증강에 착수한 상태. 다만 한국과 일본이 이전보다 발전한 점을 들어 기여도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긴 하다.

90년대 말에 접어들어 잃어버린 10년에 이르는 경제불황이 닥친 일본에서는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50년전(그때 기준) 특수가 부활하지 않을까 하는 헛소리가 나오곤 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져서 중국군이 개입하더라도 전선은 수도권 인근에서 고착될 가능성이 크고, 후방의 충청-경상남북도 지역 공업지대는 건재하기에 전쟁 경제로 전환하고 이 지역에서 물자를 생산하면 되므로 일본이 이익을 볼 것은 거의 없다. 게다가 당시에는 일본의 인건비라도 쌌지, 2015년 현재는 인건비도 비싸서 차라리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싸게 먹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걸 취재하던 한겨레 21과 인터뷰한 일본 경제학자들도 비웃으며 이런 점과 같이 북한이 그 때랑 다르게 지대공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데, 행여나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 병참기지인 일본을 잘도 놔두겠다면서 전쟁특수같은 소리를 부정적으로 본 바 있다. 이득을 본다고 해도 극소수만 극히 일부를 볼 뿐, 그걸로 일본 경제 특수는 도저히 무리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일본인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일본 경제 부흥이라는 개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고 그저 60여년 전 일로 이루어진 부흥과 특수만 언급한다. 한 혐한 단체는 아예 길거리에서 '조선반도 전쟁 촉구!' 라는 걸개를 걸기도 했다.그런다고 전쟁 나냐?

미래에는 북한이 전쟁 특수를 볼 가능성이 있는데 물론 김씨왕조가 건재한 상태라면 아무리 필요하다 쳐도 밑빠진 독이라 중국이 지원을 거의 하지 않으려 할 테니 꿈도 꾸지 말아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 즉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춘 아시아판 동독이 되고 미-중이 신냉전으로 대치한다면 중국은 완충지대 유지를 위해 북한에 지원을 몰아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북한은 신냉전 상태에서 제2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한강의 기적 시절과는 국제 경제가 달라졌기에 과연 북한이 한국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1. 실제로 저 말을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조.
  2. 실제로 당시 경제 발전의 이유 중 하나로 미군 철수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국이 제대로 된 가치를 입증 못하면 남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처럼 될 테니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해야 한다는 것. 사실 냉전 때 미국은 유럽을 제외한 동맹국은 필요에 의해 가차 없이 포기하곤 했다.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파키스탄의 지원에 소극적이었으며, 결국 인도의 괴뢰국이나 다름없는 방글라데시의 건국을 묵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