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엘리자베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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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에서 가장 컸던 호화여객선.

퀸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이 붙은 여객선은 역사상 3척이 존재하였고, 셋 다 큐나드(Cunard) 회사 소속이라 다소 혼동이 있는 편이다. 첫번째 배는 RMS 퀸 엘리자베스로 1938년에 진수하여 1940년부터 1968년까지 상업항로에서 활약하다가 1969년 퇴역한 후 해상 학교로 개조되기 위해 홍콩에 계류된 뒤 1972년에 화재로 침몰하였다. 여기서 퀸 엘리자베스는 여왕이 아니라 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 왕비의 이름을 딴 것이다.

두번째 배가 여기에서 설명하는 퀸 엘리자베스 2세로, 1966년에 진수되어 1969년에 정식 취역했다. 원래는 RMS 퀸 엘리자베스의 후속선이라는 의미로, 퀸 엘리자베스 2호(Queen Elizabeth Two, 약자로 QE2)라 명명될 예정이었으나, 진수식 때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배의 이름을 "퀸 엘리자베스 2세(Queen Elizabeth the Second)"라고 호칭하는 바람에 이름이 바뀌어버린 에피소드가 있다. 그래도 선장은 "Queen Elizabeth Two"라고 끝까지 고집을 지켰다고.

선주였던 큐나드 회사 홈페이지에도 "새로운 배는 여왕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이 아니며, 단지 그 이름(퀸 엘리자베스)을 가진 두번째 배일 뿐이다. 따라서 여왕이 쓰는 로마 숫자 II가 아니라 아라비아 숫자 2를 쓴다(The new ship is not named after the Queen but is simply the second ship to bear the name - hence the use of the Arabic 2 in her name, rather than the Roman II used by the Queen)"라고 설명되어 있었으나, 이 배가 퇴역하면서 현재는 삭제된 상태. 큐나드 사 내부에서의 공식 명칭은 Second가 아니라 Two였지만 일반인들은 다들 Second라고 불렀다. 관련해서 여왕이 진수식 때 이름을 잘못 부른 데 대해 "내 이름 붙은 배 하나쯤 있어도 괜찮잖아요"라고 농담을 했다는 루머가 여객선 덕후들 사이에서 돈 바 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시는 분 추가바람

포클랜드 전쟁에서는 호화스러운 내부 장식을 떼어내고 병력수송선으로도 활약하였으며, 승전 이후 영국으로 귀환하는 병사들을 태우고 돌아갈 때 여왕의 명령으로 당시 배에 적재되어 있던 고급 음식들을 병사들에게 대접하여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고도 한다. 이후에도 여객선으로 대서양을 오갔고 크루즈 세계일주를 하기도 했다. 이 때 대한민국에도 기항한 기록이 있는데 90년대 초 마산항 제3부두[1]에 정박했다.[2] 그러나 너무 비싼 여객선이라서 퇴역 직전까지 거의 운항되지 않고 있었다. 2008년 퇴역해서 두바이에 영구정박되어 호텔로 쓰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호화여객선의 대표격으로 인식된 시기가 상당히 길었는데, 그 단적인 흔적이 뭐냐면 과거 부루마블에 퀸 엘리자베스 호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주의 컬럼비아 우주왕복선, 하늘의 콩코드(여객기)라면 바다에는 퀸엘리자베스였던 것이다. 다만 이것은 고급판 한정이었기 때문에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후 2010년에 세 번째 배인 MS 퀸 엘리자베스가 건조되었다. 큐나드 회사의 설명대로 QE2가 현재 여왕의 이름이 아닌 그냥 두번째 배라는 뜻이라면, 이 배는 세번째 배이니까 QE3이 되어야 할텐데 이 배 역시 여왕이 명명해서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앞선 두 척의 선박을 계승하는 호화 크루즈선으로 현재도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고 있다.
  1. 현재 창원시 마산자유무역지역. 수출자유지역(당시 명칭)은 외부와 격리된 검역체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보안상으로는 안성맞춤.
  2. 당시 마산MBC 지역뉴스 헤드라인에 등장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