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도산

黑字倒産

1 개요

적자생존의 반댓말
문자 그대로, 재산 보유 액수는 늘어나는데 도산을 하는 경우. 말만 들으면 이건 뭔 아햏햏한 개념인가 싶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2 상세

세상의 모든 재화가 유동성이 똑같은 게 아니라서, 쉽게 말하면 시장에 나가기만 하면 바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재화도 있지만, 시장에 내놔봤자 파는 데 한 세월이 걸리거나, 아니면 팔 수는 있는데 이걸 팔면 이후의 경제 활동이 어려워지는 재화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경제학에서는 '유동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쉽게 말해서 돈으로 처분하기가 얼마나 쉽냐는 이야기이다.

흑자 도산이란, 유동성이 낮은 재화의 액면가 천정부지로 올라가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작은 공장의 예를 들어 보자. 총 재산이 30억인 A씨는 25억원을 들여서 공장 설비를 차리고 5억원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10억원을 갑자기 써야 할 일이 생겼다[1] . 이런 상황에서는 공장 설비 값이 25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뛴다고 해도 어쨌든간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분명히 공장 설비 값은 75억원이 뛰었고, A씨가 공장을 팔아서 10억원을 낸다면, 어쨌든간 회계상으로는 65억원의 이익을 본 것이다. 이런 개념이 흑자도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공장장 A씨는 65억원을 얻고 직업을 잃었다. 쉽게 말하자면 퇴직금?

1980년대 일본 거품경제의 흑자도산은 위와는 예가 좀 다르다. 위의 예가 아주 전형적인 경우라면, 일본에서 중소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흑자도산은 거품경제로 인해 일하지 않아도 소득이 생기자 굳이 중소 제조업에 취업하지 않아 기업이 잘 굴러감에도 불구하고 일손을 구하지 못해 망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았다. 위의 유동성부족이 자본(금융)의 부족이 원인이라면, 일본 거품경제의 경우는 노동의 부족이 원인인 셈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전력이 없지 않은데 지금은 쌍용자동차의 일부가 된 옛 거화자동차가 바로 그러한 예.[2] 그런데 이쪽은 이거에 더해서 경영권 싸움을 둘러싼 내부 분쟁이 겹치면서 도산한 케이스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재무재표 평가에 현금흐름표가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떠올랐다.
  1. 갑자기라고해서 예외적인 상황처럼 들리는데, 일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어음의 만기가 겹친다든지, 거래중인 은행이 어떤 이유로 융자의 연장을 거절한다든지, 대량 불량으로인한 A/S 및 워런티가 발생한다든지 등등.
  2. 신진지프자동차의 후신인 거화자동차는 본래 현 한국GM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신진자동차와 미국 카이저 지프의 모기업이던 AMC(현 크라이슬러)가 합작을 해서 세운 회사였다. 1978년에 AMC가 국내에서 지분을 철수하게 되면서 리비아에 수출 계약을 체결, 이때 AMC측에서 "공산권 국가와 거래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면서 지프 브랜드 사용 계약의 연장을 불허하자 이에 대응해 회사 명을 신진자동차로 고쳤다가 다시 거화로 고쳤다. 1984년에 하동환자동차의 후신인 동아자동차에 넘어가고 동아자동차도 2년 뒤에 쌍용에 인수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